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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와 사람 중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로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판타지가 만든 영화 ‘A.I.’의 주인공은 데이비드(David)입니다. 나이는 11살, 몸무게는 60파운드(27kg), 키는 4.6피트(140cm)인 갈색 머리칼을 가진 입양아입니다. 스윈튼(Swinton) 부부의 친아들 마틴(Martin)은 불치병에 걸렸고, 그를 낫게 할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된 상태에 있었습니다. 데이비드는 그들 부부에게 마틴을 대신하여 아들로서 사랑을 받습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피노키오 동화를 들으며 여느 소년과 마찬가지로 살아가던 어느 날 데이비드는 마틴이 퇴원하면서 이들에게서 버려지고 맙니다. 비록 버려졌지만 따뜻한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는 데이비드는 그의 부모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더 이상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는 인간을 사랑하도록 지능화된 로봇이었고 그의 부모는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봇에게 감정을 주입시키는 것이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공학의 마지막 관문이라고들 합니다. 즉 인간과 가장 닮은 것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2020년 우리에게 AI는 오늘의 날씨를 알려주는 대화형 로봇으로, 이세돌을 상대한 알파고로, 때로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자동차로 기억됩니다. 이미 오랜 기간 AI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계속되어 이제 혁신적인 발전 단계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의 삶과 가치를 바꾸고 있습니다. 만약 초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면 향후 AI는 우리의 노동을 대신할 노동자로, 인간을 가르칠 교육자로, 20년 전 영화에서 말한 것과 같이 가족으로 나설 것입니다. 공학자들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하지만 이러다가 AI가 신의 자리를 대신할까 두렵기도 합니다.

AI 관련 산업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하여 설치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 명위원회>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예상되는 전기차·자율주행차·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3D(입체)프린팅·산업로봇 등 핵심 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근간에는 사람 중심의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될 만한 AI 분야와 관련하여 우리는 어떠한 논의를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고자 했습니다. ‘근본적인 대변화를 예고한 AI의 융합 현상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이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2020년 첫 호 《열린정책》에서는 ‘정책 특집’의 주제를 "AI"로 삼았습니다.

정책 특집에 실린 총 세 편의 글에서는 일상에서의 AI와 산업에서의 AI를 크게 구분하여 구체적인 의미를 들여다보았고, 더불어 기술과 시스템으로의 발전과 함께 간과할 수 없는 법적 이슈를 다루었습니다. 황용석 교수가 포문을 연 첫 번째 글에서 학습 기계로서의 인공지능은 언어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와 상호 간 장벽을 없애고 새로운 소통의 시대로 갈 수 있지만, 반면에 비인간 행위자가 사회의 조절자가 되는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장재옥 교수는 현행 법체계에 따라 권리 의무의 주체로서 인(人)에 자연인과 법인을 인정하는 이원론에서 추가적으로 이른바 자율성이 바탕이 된 전자인을 허용해야 하는 시기의 도래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제3의 법적 인격체로서 전자인격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자인 자체가 인격을 부여받을 만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일정한 필요에 의하여 선택한 것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노성열 <문화일보> 기자는 AI가 산업을 재편하는 수준을 넘어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인데 이런 AI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인공지능이 매우 강력한 융합성을 가지는 것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AI의 활용으로 AI가 투입된 범용 산업과 AI의 골격을 만드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분화로 그 방향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하며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민간 기업과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번 호 《열린정책》에서 더욱더 큰 의미는 새롭게 임명된 조대엽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열정 인터뷰’ 지면을 통해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제2기의 출범과 향후 과제에 관해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대엽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에는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혁신’ 속에 ‘포용’을 담아내야 한다는 혁신적 포용국가 원년의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데에 정책기획위원회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향후 운영 방향을 강조했습니다. 그 외에도 ‘국정과제 광장’을 통해 정책기획위원회 각 분과로부터 100대 국정과제 이행을 향한 정책 디자인으로 ‘협치 대통령의 제도화’,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R&D 혁신’, ‘N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세분화된 청년 정책의 필요성’과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 등을 세밀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는 선거권 연령 하향으로 18세(2002. 4. 16. 이전 출생자) 이상이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정희정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 진행한 쟁점 토론으로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진단해보기 위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두 가지 이슈를 다룬 ‘정책 칼럼’ 외에도 ‘현장과 시선’에서는 플랫폼 노동 현상에 대한 대응 방법을 다루었고 ‘연속 기획’에서는 국내외 그린 뉴딜 정책 현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 《열린정책》은 100대 국정과제 중 미래 산업 동력인 AI 분야와 같은 혁신적인 주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의 정책 운영 및 철학을 재차 확인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기획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코로나19(COVID-19)라는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이 시점에 2001년 ‘A.I.’라는 영화에서 인간을 사랑한 인공지능 로봇인 데이비드를 소환시켜 인류를 향한 그의 위로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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