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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약 53만 명의 18세 유권자들은 오는 4월 15일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의 일상을 좌우하는 학칙에는 정치 참여를 금지하고, 심지어 퇴학을 시키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온 초·중·고등학생 대상 모의 선거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 청소년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소년 정치 참여의 걸림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거리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의 당사자이자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 정치인, 교육계 인사, 언론인 등이 한자리에 모여 청소년 정치 참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모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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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사회자)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귀한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소년 정치 참여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찬우(청소년)
저는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준비위원장이자 정의당 예비 당원 협의체 ‘허들’의 조직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함께 활동하면서 교육법 개정 등을 요구했고, 학교 교칙에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경우 퇴학 등 불이익을 주는 조항이 있다는 걸 실태 조사해서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문가온(청소년)
산마을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문가온입니다. 저는 주로 학내에서 학생 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칙 개정을 위한 공론화 활동을 해왔습니다. 산마을고등학교는 대안학교라서 학교 내 자치 기구 활동이 활발한 편입니다. 자치 기구 활동을 하다가 학교 안에서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등이 있는 걸 알게 되고, ‘민주주의의 완성은 성평등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면서 성평등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현재 성평등교육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고 더 넓은 공론장으로 나가기 위해 청소년 녹색당에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윤범기(기자)
MBN 윤범기 기자입니다. 2014년 국회에서 ‘대한민국 청소년 연설대전’이라는 행사를 열기 시작해 현재까지 10여 차례 진행했습니다. 이후 안양시 청소년 연설대전, 기후변화 청소년 연설대전 등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연설 행사를 주최하면서 청소년의 정치 참여나 투표권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됐습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최혜성(청소년)
청소년 녹색당에서 활동하고 있고 경상남도 산청 간디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녹색당 총선 본부에서 청소년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녹색당은 당내에서 16세 선거권이나 정당 가입 연령 폐지 등을 공약으로 발표할 정도로 청소년 인권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 총선은 물론 총선 이후에 청소년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나승표(교사)
서울 인헌고등학교 교장입니다. 인헌고등학교는 지난해 10월 17일 이후 본의 아니게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학교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인헌고는 혁신학교입니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교사 주도의 스펙 쌓기 프로그램을 벗어나 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평가하는 학생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자치역량을 계발하고 바람직한 민주시민 교육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김지나(정치인)
경기도의회에서 청년 의원으로 불리는 김지나 의원입니다. 소속 당내 청년정책연구위원회에서 위원장직을 맡아 활동하면서, 실제 정치권에서 청년과 청소년이 참여하는 데 굉장히 제약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사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학교생활을 떠올려보면 학업에만 치중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문제보다는 개인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막상 사회에 나오고 정치권에 들어와보니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선거권 연령이 낮아진 것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청소년들의 의견에 기성세대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정희정(정책기획위원), 윤범기(기자), 나승표(교사)

18세로 낮아진 선거권 연령,
그 의미와 한계는?

정희정(사회자)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이번 4월 총선에서는 고등학생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거권 연령 조정에 대한 입장과 실제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현실은 어떤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찬우(청소년)
이번 선거법 개정은 1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단순히 선거권 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것에 의미가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청소년이 유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항상 무시를 당했는데, 이제는 청소년도 유권자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만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정하다 보니 같은 18세라도 누구는 투표를 하고, 누구는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점은 아쉽습니다. 참정권은 누구에게나 부여하는 기본권인데 이것이 배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가온(청소년)
만 18세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마땅히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역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시민입니다. 예비 시민이나 미래의 주역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청소년이 유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제 정치인들이 청소년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청소년도 정치 참여의 주체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일어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개선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우선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이 필요합니다. 투표는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한다는 점에서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피선거권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16세 투표권도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최소 16세부터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는 학생들의 의견이 투표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교육감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윤범기(기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선거권 연령은 만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됐는데, 피선거권은 아직도 25세부터 가능합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연령 기준을 굳이 다르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피선거권과 함께 정당법도 함께 개정해 청소년들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정치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당원 활동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공교육 안에서 시민교육이 강화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고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최혜성(청소년)
선거권 연령을 낮춘 것은 청소년은 시민이 아니라는 인식을 깼다는 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참정권은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기본권은 지역, 지식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다 부여하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참정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면에서 선거권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16세로 더 낮춰서라도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는 청소년이 정당 정치를 시작해 젊은 나이에 정치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승표(교사)
과거에는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TV나 신문이 주였지만 현재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정치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정치의식이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권이나 참정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합니다.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주인의식 및 책임의식을 향상시키고 정치 참여의 행복감도 주리라고 생각됩니다. 현장에서 우리 학생들을 보면 굉장히 현명합니다. 교육청에서 학생들, 교사, 학부모와 토론을 진행할 때 보면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그룹은 학생입니다. 학생들도 충분히 올바른 정치적 의사에 따라 선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김지나(정치인)
경기도는 교육감이 후보 시절,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자율형 사립고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었습니다. 저는 앞에서도 밝혔듯 자율형 사립고 출신이기도 하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감에게 ‘교육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큰 틀이나 방향, 시기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무조건 자율형 사립고를 폐지하겠다고 하시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질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에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만약 학생들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폐지하겠다, 말겠다 하는 공약을 내세우기보다는 교육 방법이나 제도 등에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해당 사례에서 보듯이 교육 정책이나 공약으로 영향받는 당사자는 학생들인데 정치인들의 관심은 온통 선거권을 가진 학부모에게만 집중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거권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연령이 내려가면 좋다고 많이들 주장하시는데, 그럼 그 연령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참여의 최대 난제 정치교육…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인가

정희정(사회자)
청소년 정치 참여와 관련해 실제 학교에서는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부에서는 학교에서 너무 정치교육이 없다고 얘기하는 한편, 인헌고등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편파적으로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관련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나승표(교사)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봄·가을에 마라톤이나 걷기 대회를 진행합니다. 인헌고에서는 단순히 운동만 하기보다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며 걸으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주제가 있는 마라톤(걷기)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대회는 3·1 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나라 사랑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사전에 이에 대한 계기교육을 실시하면서 나라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한 머리띠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마라톤 대회 당일, 7~8명의 학생들에게 머리띠의 내용을 발표하도록 했는데 대부분 구호성 표현이 많아 발표하는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면 다른 학생들도 따라하게 했습니다. 이 행사는 학생기획단과 선생님들의 공감대 속에 준비되었고, 창의적인 생각, 나라 사랑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 대화를 통한 소통 능력, 발표 능력 등을 신장시키기 위한 다목적 교육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를 동영상으로 찍고 반일에 대한 사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결국 이것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게 된 뒤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특정한 정치색을 가진 많은 분들이 학교 앞에 모여 연일 시위를 벌이는 통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하기 어려웠고 소음도 너무 심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지경이어서 수업을 단축해야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를 비롯해 여러 교사들이 검찰에 고발을 당했습니다. 당시는 일본의 수출 제재로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최고조인 상황이었고, 학생들의 구호에 ‘No 아베, No 재팬’ 등의 내용이 있었을 뿐 특정한 정치 편향 교육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해당 사건을 계기로 선생님들이 일선 현장에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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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성(청소년)
인헌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사태는 단순히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교사 위주로 수업을 짜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시연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교육이 학생들의 힘으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요. 예컨대 산청 간디고에서는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학생이 많습니다. 작년 9월께 학교의 지원 아래 학생들이 페미니즘과 관련한 전문가를 섭외해 원하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는데, 참여율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치교육의 주최권을 부여하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윤범기(기자)
정치교육이 참 어렵습니다. 현실 정치권의 갈등이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5·18 교육을 하면 한국전쟁도 가르쳐야 한다’, ‘우파 학살을 조명하면 좌파 학살도 조명해야 한다’ 등 정치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세력이 계속해서 갈등을 빚습니다. 앞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이벤트성 정치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헌고와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교육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 되고 정규적인 커리큘럼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돼야 하고, 사려 깊은 구성도 필요합니다. 시민사회, 정부, 전문가, 학생들까지 참여해 바람직한 민주시민 교육이 어떤 원칙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합니다.
김지나(정치인)
정치권에 들어와서 조금 아쉬웠던 게 있습니다. 바로 진보 또는 보수 정당을 선택하고 들어와서 활동하는 이들 중에 ‘왜 보수냐’, ‘왜 진보냐’라고 질문하면 정확하게 개념을 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택의 기준을 설명하고 주장할 수 있게 하려면, 교육제도 안에 사상과 철학에 대한 토론이 기반된 교육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정치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것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NS나 뉴스 등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서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왜?’라는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최혜성(청소년), 문가온(청소년)
김찬우(청소년)
저도 비슷한 맥락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행법에서 교사의 정치적 발언을 제한하고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것이 없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사가 개인적인 의견을 갖고 있을 때 자신의 생각을 밝힐 경우 오히려 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학교에서 정치적 교육의 문제점은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문화이며, 이는 정치적 입장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정치적인 입장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정치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가온(청소년)
학생들이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교육에 앞서 학생들이 학교를 향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실제 변화로 이끌 수 있는 민주적 절차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대화와 토론을 체감하고 익힐 수 있게끔 하는 학내 자치 기구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은 정치적 입장이 뚜렷하지 않다고 봅니다. 학교 안에서 교사나 학생들이 정당을 지지하거나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일방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오픈된 상태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토론할 수 있게끔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생들도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명확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윤범기(기자)
전문적인 교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것은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태도로 가르치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좌파와 우파 간 오랜 기간 치열한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사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교육 현장에 투입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사들의 상식에 맡긴 상황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큰 법적인 규제를 가지고 있어 ‘인헌고 사태’와 같은 일이 어디서라도 다시 터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적절한 기준과 교육과정,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양성이 중요하며, 현직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이나 진입 장벽을 낮춰 외부 전문가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정치 관련 내용을 가르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찬우(청소년)
사실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였을 때는 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의 일부가 유권자로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청소년에 대한 시혜적이고 차별적인 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청소년 정치 참여,
‘다양성’ 측면에서 봐야…

정희정(사회자)
학교 교육 현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청소년과 청년의 정치 참여를 통해서 우리 정치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을지 그 부분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지나(정치인)
청년과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청년과 청소년이 막연한 보호의 대상이나 우대를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민주시민의 한 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길 바라며, 당당한 주체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교육제도의 변화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은 청소년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시각이라기보다는, 청소년으로 선거권이 확대되면서 교육제도도 함께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제 의견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교육제도가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청소년 역시 이런 것들을 항상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축적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김찬우(청소년), 김지나(정치인)
윤범기(기자)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세대의 과잉 또는 과소 대표입니다. 현재 60대 이상인 분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이념에 맞는 특정 정당, 대표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40~50대 이른바 586세대도 자신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세대들이 관심이 없는 것은 정치권에서 이슈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 개혁, 정년 연장, 환경문제입니다. 연금 개혁을 쉽게 손대지 못하면서 후속 세대가 큰 부담을 지게 되고, 정년 연장이 관철되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진보 세력, 보수 세력의 후속 세대가 아닌 세대적 문제의식을 가진 새로운 세력이 되어, 가능하다면 해외에서처럼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별도 정당으로 세력화해 발언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기성 정당 안에서도 청소년 당원권 허용 등을 통해 보완되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계속 특정 세대에 편향되어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혜성(청소년)
기존 정치 세력들이 10대, 20대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젊은 정치인을 양성해야 하는데 정당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 등 해외에서는 10살, 11살 어린이가 정당에 입당해서 활동하고 20대에 국회의원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정당법을 개정해 젊은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문가온(청소년)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치권에서 제 이야기를 대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정치권은 기득권 싸움이고, 국민들의 삶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보다는 표심을 얻기 위한 수 싸움으로 가득 차 보입니다. 정당법 개정을 통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소수 정당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다면, 그래서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얼굴이 국회에 들어간다면 그제야 국회가 대안을 구성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가 정치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현재 정치의 문제점을 조금은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찬우(청소년)
저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치권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을 넘어 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선관위가 이번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내린 유권해석이 모호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보다 폭넓게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김지나(정치인)
현재 정치권에서 청년과 청소년은 이목을 끌기 좋고 당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최대의 키입니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서는 이들을 영입 인재로 앞세우고, 인터뷰할 때 내보내고, 기자회견도 함께 많이 합니다. 그러나 권한을 얼마나 주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안 합니다. 양당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현 상황에서 청년, 청소년들이 기성정당에 들어갈 경우 기존에 갖고 있던 초심도 변질되기 쉽습니다. 새로운 시각을 가지면서 어떤 기준을 갖고 주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만드는 것이 지금 청년과 청소년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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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정책의 주인공은 청소년”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정희정(사회자)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 또는 청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실제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지나(정치인)
정치인과 청소년이 현재 사회현상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청소년들의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해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것을 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도를 정착시켜야 하는지 등 화두를 던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청소년과 지역 정치인과 함께 많은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나승표(교사)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했으면 합니다. 일부 어른들은 선거권 연령을 낮추면 안 되는 이유로 “애들이 뭘 알아”라며 무시하거나, “교육이 정치판이 되면 어떻게 하냐”라고 우려를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정치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안 된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선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혜성(청소년)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이 만들어야 합니다. 입법부이든 행정부이든 청소년이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청소년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윤범기(기자)
정치 참여를 위해서는 교육 개혁이 필요합니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교육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사라졌습니다. 특히 진로 탐색 교육이 중요한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기존의 직업이 없어지거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로 교육인 자유학년제가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들이 10년 뒤에 취업을 하면 당시 배웠던 교육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진로 탐색 교육은 취업과 가까운 시점에 해야 하며, 자유학년제를 적어도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도록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가온(청소년)
청소년들이 직접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합니다. 청소년도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 인권에 대한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직접적인 폭력 규제와 함께 학생인권조례나 피해 구제 기구 마련 등이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청소년이 학교 교육의 장에서 보호받는 대상을 넘어 실제 자신들의 생활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학내 정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관련 수업으로 정착하기 어렵다면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김찬우(청소년)
올해가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학생 인권 조례가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제정된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히 조례에서 보장하는 것이 아닌 법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아동청소년 인권법’ 등 학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청소년을 위한 법도 필요하며, 장애 아동을 위한 법, 이주 아동을 위한 법 등도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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