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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 현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플랫폼 노동에 주목하는 이유

플랫폼 노동은 기술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경제현상이자 사회현상이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깊고 넓기 때문에 이번 경우도 그러할지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 눈앞에 등장한 새로운 노동 유형인 플랫폼 노동은 흔히 건당 수수료로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의 소득을 불안정하게 하고 이로 인해 생활도 불안정하게 만든다. 디지털 플랫폼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이 열어젖힌 가장 전도유망한 경제조직(제도)인데, 이것이 소득 계층의 최하위에 속하는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약 2% 정도다.1

미국은 플랫폼 노동자의 비율을 이보다 낮게 추정하고 있다.2 유럽은 대체로 우리와 비슷한 규모라고 하지만, 부업 등 조금이라도 플랫폼 노동을 하는 사람을 모두 합치면 10%까지 높게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3 이게 전부라면 우려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플랫폼 노동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플랫폼 노동에 주목해야 하는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임금노동도 아니고 자영도 아닌 그 중간 지대의 특성을 갖는 노동 유형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플랫폼 노동이 중간 지대 노동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플랫폼 노동이 본질적으로 중간 지대 노동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 그런지는 차차 살펴보자.

중간 지대 노동 유형이 증가한다면 이는 큰일이다. 우리나라의 노동법체계나 사회보장제도는 모든 노동자를 임금노동자 아니면 자영자로 보는 이분법 체계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간 지대 노동 유형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개념을 만들어놓고 정책적 대응을 모색한 지가 20년이 되었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금노동과 자영의 이분법 체계는 플랫폼 노동의 대두 이전에도 현실에 부합하지 못했다. 이제 플랫폼 노동의 확대는 이 문제를 더욱 시급한 과제로 우리 앞에 다가오게 만든다.

플랫폼 노동의 다양성과 확장성

플랫폼 노동의 규모나 유형을 알아보려면 먼저 플랫폼 노동의 정의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직관적인 정의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구해서 하는 노동’이다. 쉽게 떠오르는 유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승객 운송이나 배달 대행, 개인 서비스 등 지역 기반의 긱 노동(gig work). 둘째, IT 프로그래밍이나 번역 등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일. 셋째, 명함 타이핑처럼 작게 나누어놓은 과업을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클라우드 워크(cloud work). 이것이 우리가 플랫폼 노동을 인식해온 방식인데,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정교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뭔가 이와 비슷해 보이는 노동 유형이 무척 많은데, 이것이 모두 플랫폼 노동인지 하나씩 검토해보면 그 답이 쉽지 않다.

플랫폼은 알고리즘 방식으로 거래를 조율하는 디지털 네트워크다.4 돈이 오가지 않는 단순 검색 플랫폼이나 SNS 플랫폼은 ‘거래를 조율’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의 관심에서 제외된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것이 서비스(용역)일 때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른다. 즉 플랫폼을 통해 재화를 거래하는 전자 상거래나 자산 임대업은 보다 넓은 의미인 ‘플랫폼 경제’에는 속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에어비앤비 운영자를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short jobs, tasks, projects)를 구하고, 플랫폼을 통해 대가를 받는 노동’이다. 그렇다면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을 통해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 사람은 플랫폼 노동자일까? SNS에 광고를 올려 고객을 구한 부동산 중개사는 플랫폼 노동자일까? 그렇지 않다. 플랫폼을 단순히 광고 게시판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플랫폼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추가되어야 할 단서 조항이 있다. 플랫폼의 일거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회사가 특정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는 플랫폼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 상당수의 택배 노동자나 가전 수리 기사는 특정 회사로부터 일감을 배정받고 이 일감의 처리가 모바일 앱으로 확인되는데, 이런 경우는 이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일지라도 플랫폼 노동자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표> 플랫폼 노동 유형 플랫폼 노동 유형

이렇게 플랫폼 노동을 정의하고 보면,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노동의 유형은 생각보다 많았다. <표>에서 두꺼운 글씨체로 표시한 부분은 새롭게 눈에 띈 사례들이다. (1)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 프리랜서나 번역가가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의 유형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런데 이런 웹 기반의 프리랜싱 일거리뿐 아니라 여행 가이드나 교육 서비스 등 오프라인의 거의 모든 프리랜싱 일거리가 플랫폼으로 중개되고 있다. 이런 노동을 플랫폼 노동이 아니라고 볼 근거는 없다. (2) 승객 운송과 배달 대행, 가사 서비스 같은 O2O 긱 노동 또한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 유형이다. 여기에 세차나 주차 대행 등의 사례가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대형 화물 운송이나 특수 장비 운전, 버스로 승객을 운송하는 경우는 마이크로 태스크라고 할 수는 없으나 메조 레벨 태스크를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3) AI 학습 자료 생성, 명함 타이핑, 온라인 상품평 달기 등은 클라우드 워크로 불리며 플랫폼 노동의 세 번째 유형으로 널리 회자되어왔다. 살펴보니 이와 유사한 노동 방식은 번역이나 목소리 녹음, 온라인 전문 상담 등 프로젝트와 마이크로 태스크의 중간 수준 과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종사상 지위

플랫폼 노동은 종사상 지위 개념과는 독립적이다. 즉 임금노동자, 자영자, 어느 쪽에서든 플랫폼 노동이 나타날 수 있다.5 다만,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임금노동이나 자영의 중간 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서비스(용역)를 거래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본질에 기인한다.

“플랫폼은 알고리즘 방식으로 거래를 조율하는 디지털 네트워크다.” 플랫폼은 재화와 서비스가 교환되는 구조화된 디지털 공간인데, 이 공간에서의 거래는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된다. 즉 미리 입력된 규칙과 자동화된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를 매칭하고 조율한다. 매칭만 하면 시장(market)일 텐데, 작업 과정을 조율(managing)하기도 하기 때문에 기업(firm)이기도 하다.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시장이지만, 알고리즘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업의 성격을 갖는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온라인 공간은 한편에서 보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알고리즘을 관리함으로써 명령을 하달하는 기업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어떤 플랫폼은 시장의 성격이 더 강하고, 또 어떤 플랫폼은 기업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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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플랫폼의 특성 때문에 종사상 지위에 두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첫째, 과거라면 임금노동자가 수행했을 일을 개인 사업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어난다. 플랫폼이 ‘생산과정 전반에 대한 조율 기능을 가진 시장’이므로, 이것이 노동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이 고용 관계에 변화를 초래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즉 분업과 아웃소싱의 확대다. 플랫폼은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 전반에서 분업을 확대시킬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플랫폼이 지닌 알고리즘적 요소는 업무를 잘게 쪼개어 다수의 사람에게 배분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플랫폼은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 전반에서 아웃소싱(또는 시장으로부터의 구매)을 확대한다. 플랫폼 기술이 형식적인 고용계약 없이도 실질적인 업무 지시와 통제가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과거에는 거래 비용 때문에 기업 내의 위계 구조 안으로 끌어들였던 업무를 다시 밖으로, 회사 밖으로 내보냈다. 플랫폼 노동이 과거의 테일러리즘과 다른 점은 노동과정을 분절시킬 뿐 아니라 이렇게 나누어진 과업을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모두 아웃소싱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생산과정 전반에 대한 조율 기능을 가진 시장이라는 사실, 즉 시장과 기업의 하이브리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의 종사상 지위 역시 과거 전통적인 임금노동과 자영의 이분법 체계에 들어맞지 않는 중간적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때로 자신의 자동차와 같은 생산수단을 이용한다는 점, 근로시간을 정함에서 자율성이 있다는 점 등은 자영자로서의 특징이 보인다. 하지만 플랫폼이 사실상 업무 지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자율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보자면 임금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의 일부는 임금노동자라고 보아야 할 위장 자영자이거나 임금노동과 자영의 중간에 있는 ‘종속적 자영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자영업자가 임금노동자와 다른 점은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가 없고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로서의 자영자는 자율성에 제약을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 별점이나 평점에 영향을 받고, 등급이 부여되어 보수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좋게 보자면 더 많은 정보의 유통이지만, 달리 보자면 플랫폼의 막강한 지배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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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방향

플랫폼 노동의 확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임금노동과 자영의 중간적인 노동 유형이 증가하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다른 하나는 프리랜서 시장이 확대되고, 플랫폼을 통해 어느 정도 실태 파악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강구될 수 없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대책으로 고민해온 바 있으나 플랫폼 노동 시대가 도래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임금노동자와 자영을 나누는 이분법 체계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온 노동법과 사회보장 체계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대변혁이 필요하다.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노동 관련 법과 사회보험제도의 적용 확대 가능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산업재해와 실업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은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로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험료 기여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노조법상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보다 폭넓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고 최근의 추세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는 임금노동과 자영의 중간 지대 고용 유형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그중에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노동과정 통제를 통한 종속성(subordination)의 성격뿐 아니라 한두 명의 사업자하고만 거래해야 한다는 전속성(또는 경제적 의존성, financial dependency)까지 충족되어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또는 종속적 자영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의 시대에는 임금노동과 종속적 자영을 막론하고 전속성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임금노동자 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여부를 판정할 때 전속성이라는 기준은 삭제하고, 개별 고용주에게는 고용한 시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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