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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통을 위한 몇 가지 단상 - 정부와 정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사회·경제활동, 개인 혹은 집단 활동이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다행히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며 지난 5월 6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을 통한 감염이 확산되며 6월 10일 현재 하루 확진자가 수일째 40~50명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언제든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바뀔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제는 기존에 대면 접촉을 중심으로 해왔던 활동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비대면이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비대면 기반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의 대면 시스템을 비대면 기반 시스템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가 강요한 이 변화가 단순한 리모델링으로 끝날지 아니면 근본적인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또 언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비대면 시스템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 비대면을 기반으로 어떤 변화가 움트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가는 이 과정에서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 제안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져 국가 차원의 본격적인 연구와 대비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장면 하나

지난 5월 3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 경기가 열렸다. 2020 K리그. FC서울과 성남FC 선수들이 관중 없이 승부를 겨뤘다. 지난 5월 8일 무관중 경기로 개막한 K리그는 시즌의 4분의 1이 지나는 내내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경기장 내에 관중이 없음에도 TV나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은 일부 경기에서 응원가나 함성,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소리나 상대 팀을 야유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일부 팀은 경기 중계에 효과음을 넣기도 했다. 관중의 함성이 없는 무관중 경기에 음향 효과가 더해져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실제처럼 생동감 있는 경기를 보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5일에는 2020 KBO 한국 프로야구가 무관중 경기로 개막했다. 관중은 없지만 경기장에는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이 등장했다. 한 구단은 응원단석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고 팬들은 이를 통해 ‘랜선 응원’으로 야구장과 소통했다. 무관중 관중석을 채소 ‘무 그림’으로 채우는 해학도 등장했다.

한국 프로야구 개막

지난 3월에 리그 중단을 선언했던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5월 16일 무관중 경기로 1부 리그 여섯 경기와 2부 리그 네 경기를 치렀다. 경기장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선수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의 일환으로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왔다. 선수단이 지정 호텔에 도착한 것은 경기 시작 일주일 전이다.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과 관계자, 취재진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했고 모두 발열 검사를 받았으며 체온에 이상이 없어야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자가 격리 상태로 일주일을 보냈고 그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경기장 주변은 팬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했다. 독일 축구협회 등의 지침에 따라 경기장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은 선수단과 볼보이, 보안요원, 의료진, 취재진 등 200여 명에 불과했다. 5월 16일에 열린 6개 경기는 모두 무관중으로 진행되었고 총 16골이 터졌다. 그런데 선수들은 과거와 달리 선수 간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해 골 세리머니를 자제했고, 팔꿈치를 부딪치는 것으로 축하 인사를 대신했다.

프리미어리그를 앞둔 영국은 지난 6월 5일과 6일 양일간 프리미어리그 종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여섯 번째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다음 날인 7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이번 검사에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리그를 중단했던 프리미어리그는 당시까지 각 팀 지도자와 선수, 스태프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 검사에서 확진자가 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시각으로 6월 18일 새벽부터 열리는 2019-2020 시즌 프리미어리그 잔여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장면 둘

지난 2월 이후 세종문화회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경기아트센터 등등 국공립 공연 시설들은 관객 없이 공연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공연 <힘콘(힘내라 콘서트)>을 네이버와 함께 진행했다. <힘콘>은 세종문화회관이 자체 기획 공연에 더해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된 단체나 피해를 입은 예술인, 예술 단체의 공연을 공모하여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것이다. 공모는 대관 취소 공연과 예술경연지원센터 추천작을 대상으로 했으며 뮤지컬, 연극, 클래식 분야에서 총 12팀을 뽑아 공연했다. 공연장 대관은 물론 제작비, 중계비 등을 모두 세종문화회관 측이 지원했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4월 26일 밤 11시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무관중 온라인 독주회를 가졌다. 브람스의 피아노 모음곡 op. 118의 6번으로 시작해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으로 마무리된 이날 연주회는 40분 동안 진행됐고 실시간 동시 접속자 4만 8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후 유튜브에 72시간 동안 게시한 뒤 비공개로 전환했다.

장면 셋

2020년 6월 7일 JTBC는 국내를 배경으로 한 <비긴어게인 코리아>를 방송했다. 이날 방송은 이소라 등 유명 팝 아티스트들이 인천공항 내에서 공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연하는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공항 관계자들과 함께한 공연은 20여 명 정도의 관객이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진행됐다. 팝 아티스트들과 관객 사이의 거리도 꽤 멀었다. 코로나19 검역으로 지친 공항 관계자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가끔 눈물을 훔치는 등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공연 장소는 마포 문화 비축기지였다. 이곳에서 아티스트들은 ‘드라이브 인 버스킹’을 열었다. 자동차 안에서 공연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공연에 대한 언론 반응 또한 뜨거웠다. “‘비긴어게인’이 코로나 시국에 만들어준 작은 숨통과 위로”(엔터미디어), “‘비긴어게인 코리아’, 멈춰버린 일상 속 다시 가슴 뛰게 한 음악의 힘”(헤럴드경제), “‘비긴어게인 코리아’, 위로와 감동 건넨 ‘명품 공연’ 클라쓰”(텐아시아), “첫방 ‘비긴어게인 코리아’ 잃어버린 일상,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스타투데이) 등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시청률 또한 수도권 3.2%, 전국 2.57%로 평균치 이상을 기록했다.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거리 두기 버스킹 음악 여행’을 슬로건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이커머스로의 변화 촉진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이 옮겨 가는 와중에 있었고,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 경제 디지털화는 더 빠르게 진행될 터였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온라인 중심의 경제 재편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도 향후 10년간 70조 원 이상의 재정으로 디지털 경제를 추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유통 분야에서는 오프라인 매출액이 급감한 반면 온라인 매출액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활어회 판매를 드라이브스루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유통업체 매출액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대형 마트 등의 매출은 아직 감소세지만 지난 3월에 비해 감소 폭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체 매출액은 지난 2월 9.1%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3월 들어 3.3% 감소로 돌아섰다. 백화점 매출액은 3월에 –40%까지 떨어졌으나 4월에는 –14.8%로 감소 폭이 줄었다. 대형 마트는 3월 –13.8%에서 4월 –1.0%로 감소 폭이 대폭 줄었다. 패션·잡화가 –19.2%로 줄어든 반면 가전·문화(21.3%), 생활·가정(12.1%), 식품(10.2%) 등은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액은 계속 증가 추세다. 3월에 16.9% 늘었고, 4월에도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 관련 업계는 특히 ‘식품 및 음료’ 부문의 구매 플랫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 및 음료 부문은 그동안 좀처럼 온라인 유통 매출이 오르지 않는 분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신선도 등이 중요한 식품의 온라인 구매에 대해 보수적 관점을 가지고 있던 미국 소비자들을 온라인 구매로 돌아서게 한 것은 역시 코로나19다. 온라인 주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관련 업체들은 대규모 채용 및 인프라 구축에 들어갔다. 미국 내 한 여론 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아마존, 월마트, 크로거 등의 온라인 주문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 늘었고 매출은 무려 210% 증가했다고 한다. 소비자 응답 조사 결과 “코로나19 때문에 처음으로 온라인 식료품을 주문했다”는 응답이 많았고, 한번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중 다수가 “앞으로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스타카트, 쉽트 등 당일 배송업체들의 모바일 앱 이용량도 늘고 있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운영하는 월마트의 경우도 지난 3월, 20일 동안 온라인 주문 웹사이트 방문객이 대폭 늘었다. 특히 식료품 주문 페이지 방문객은 110만 명에 달했다. 월마트 그로서리 앱의 일평균 다운로드 수는 지난 1월 대비 460% 증가했다.

우리나라 롯데홈쇼핑도 매출이 크게 올랐다. 올 1~5월까지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50% 뛰었다. 아이돌이나 인기 유튜버가 진행하는 미디어커머스의 영향도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유통 매출 증가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유통업계는 네트워크 과부하, 인력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당연히 이는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어 시급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실정이다. 온라인 수요 증가에 따라 아마존은 10만 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고, 인스타카트는 30만 명 추가 고용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비대면 사회는 무관중 이벤트, 드라이브스루의 변형 이벤트뿐만 아니라 유통 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이미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한번 온라인으로 이동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가장 먼저 배송 속도 경쟁에 들어갔으며 ‘새벽배송’ 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특화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지역 단위별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비율이 절대적이었던 유통업계 강자들도 전략을 전환했다. 이마트는 ‘O2O’,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 시스템을 만들었고 지역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배송 확대를 통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롯데마트도 온·오프라인 통합 시스템인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를 시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창고형 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의 온라인 몰 ‘홈플러스 더 클럽’의 무료 배송 기준 금액을 40% 하향 조정했다. 백화점은 라이브 커머스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판매한다. TV 홈쇼핑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형식이다.

정당과 정부도 ‘O2O’ 전략으로

유통 분야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는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 단박에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오프라인 매장의 대폭 감소와 물류센터의 확대, 배송 인력 확대 등은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다. 다만 산업 전반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들이 4차 산업혁명을 촉진시키고 경제활동에서 AI 의존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즐기던 일명 ‘아이 쇼핑’의 호사는 누리기 힘들게 됐다. 대신 인터넷 서핑으로 구매에 나설 것이다. 당연히 기업들은 인터넷 서핑을 돕기 위한 각종 기획과 이벤트에 나설 것이다. 예를 들면 홀리그램 등을 활용한 인터넷 상품 소개 등에 힘을 쏟고 가상 쇼핑 체험 등의 공간을 만들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으로 옷을 살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 시스템 도입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온라인 유통의 생명은 상품의 질이다. 상품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온라인 유통은 신뢰를 상실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19와 일자리의 관계는 어떨까. 일시적으로 코로나19는 일자리를 급격히 감소시킬 것이 분명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줄어든 일자리는 온라인 플랫폼 혹은 온·오프라인 결합 플랫폼을 통해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 온·오프라인 결합 플랫폼의 활성화로 일자리가 창출될 여지도 커 보인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정당과 정부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19 이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민간 영역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역할과 정부와 정당의 변화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민간 영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 체계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일례로 TV 홈쇼핑과 백화점 등의 라이브 커머스는 플랫폼이 케이블에 있느냐 온라인상에 있느냐의 차이일 뿐 같은 서비스로 보인다. 그럼에도 TV 홈쇼핑은 각종 규제를 받고 있지만 라이브 커머스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이는 방송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에 따라 차별적 규제가 적용된 결과, 종편 등은 특혜를 받고 있고 지상파는 역차별당하고 있다. 이미 유튜브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광고의 상당액이 유튜브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는 규제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 따라서 전반적 규제 체계 검토를 거쳐 시행령으로 시정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처리하고 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영역은 국회가 나서 입법화해야 한다.

정당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2002년에 최초의 온라인 정당 ‘개혁 국민정당’이 결성된 바 있다. 이후 온·오프라인 정당에 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2015년 11월 민주당은 ‘온라인 입당법’(개인 인증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간편화하는 등 정당 가입 과정을 간편하게 한 법)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당원 모집 시스템을 갖추었고 80만 명에 가까운 당원 중 온라인 당원 비중이 매우 높다. 이후 민주당은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전 당원 투표제의 활성화로 ‘당원 민주주의 구현’에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입당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실현된 것인데 20대 국회에서는 디지털 정당 구현을 위한 진전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정당 운용의 온라인화를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오프라인 대형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므로 이후 각 정당들은 온라인 전당대회로 오프라인 집회를 대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온라인 입당법이 각 정당의 당원 구조를 혁신시키는 동인이 되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집회가 불가능해지면서 촉발된 온라인 전당 대회는 정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오프라인에서 인원 동원과 세 과시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일부 정당에서는 아직도 버스 대절, 식사 제공 등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인원을 모으는데 이는 정당 활동의 필요악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역위원장의 비자발적 동원에 의지한 오프라인 정당 집회가 최소화되면 그만큼 암암리에 여러 형태로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탈법 행위도 대폭 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온라인 전당대회는 온라인을 통한 후보와 당원 간 소통을 확대할 것이다. 온라인 소통은 기본 지식과 자기 논리에 기반한 즉문즉답이 특징이다. 후보와 당원, 지지자 간의 직접 소통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더 이상 ‘대리 답변’, ‘대리 글 작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만일 보좌관이 대리 답변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후보로서의 기본 자격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국회의원이 청탁받은 원고를 보좌관이 대신 쓰고, 보좌관이 상임위 질의서를 써주면 국회의원은 읽는 식의 정치도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정치인과 당원 및 지지자의 온라인 직접 소통은 해당 정치인의 ‘많은 것’을 그대로 노출시키게 될 것이므로 술자리 중심의 오프라인 정치는 점차 줄어들고, 공부하고 실력을 키우는 정치인이 살아남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통과된다면 정치인과 유권자의 온라인 직접 소통은 국민소환제 연착륙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보다 더 빠르게 번지는 가짜뉴스

셋째, 언론의 역할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제도 언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 과정에서 특정 언론의 ‘대통령 만들기’ 같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소통이 강화되면 정치인과 유권자가 일상적으로 직접 소통하게 되므로 사사건건 언론의 중계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SNS 정치가 대세가 되면 과거 직접민주주의 시대에 그랬듯 ‘대화와 토론 정치’가 꽃피게 될 것이다. 막말이나 왜곡 보도도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이 가짜 뉴스로 특정 정치 세력을 편드는 행태도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당은 당원뿐 아니라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당 정당의 각 사안별 입장을 보도 자료를 통해 제한된 언론사에 배포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다. 보도 자료보다는 직접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낫고, 기자회견보다는 해당 정당의 플랫폼을 통해 당원과 국민께 직접 정책 및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각 정당의 독자적인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인가에 향후 각 정치 세력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중심으로 홍보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온라인 양극화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 직접 소통의 모범 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코로나19에 관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매일 브리핑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언론 환경이 정파적이며 무책임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일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질본이 브리핑을 띄엄띄엄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질본의 코로나19 대응이 그동안의 방식과 똑같았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질본은 문재인 대통령의 투명성, 공개성, 민주성, 전문성 원칙에 따라 코로나19에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확진자 수 등을 매일 두 번의 브리핑을 통해 직접 국민께 알려 가짜 뉴스가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질본이 매일 두 차례 브리핑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기 때문에 가짜 뉴스의 생명력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해온 것처럼 전 정부 부처가 국민과 직접 소통 하는 플랫폼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해당 부처 평가에 플랫폼 활성화의 정도를 평가 지수로 넣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KTV를 비롯한 정부 채널과 공공 채널을 최대한 동원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차제에 국회방송, KTV 등의 채널 배정 시 케이블 방송의 경우 30번 이내로 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잠시 곁길로 새는 느낌이지만 국회방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 국민들이 ‘있는 그대로의 국회’를 접하게 될 것이다. 각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언론을 통해 전달받을 경우 언론의 정파적, 선택적 해석으로 왜곡될 여지가 크다. 물론 유권자들도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국회방송을 통해 접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국회방송 활성화와 국회방송에 대한 접근성 강화는 국회의원의 자질 고양과 국회 정상화 및 정치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온라인 플랫폼이 가져올 양극화 문제다. 지금은 남녀노소 전 계층의 온라인 접근성에 대한 체계 적인 조사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연령별 온라인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근본적으로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연령층에 대해서는 다른 플랫폼을 통한 소통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노년층의 온라인 플랫폼 접근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노년층의 정보 습득 과정에 대한 실태 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접근성이 용이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노년층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것을 떠올려보자. 정부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어르신 홍보 활동 방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르신 대상의 TV 채널이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점검과 맞춤형 대책도 필요하다. 어르신을 예로 들었지만 온·오프라인 결합 시대에 플랫폼 양극화와 소외 집단에 대한 대책 마련이야말로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목소리가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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