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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과 재정의 역할

2020년, 봄을 맞이하기도 전에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줬다. 국내외를 오가는 항공기로 가득 찼던 공항 활주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던 호텔과 면세점은 텅 비었으며 일부 공장은 가동이 중단되고 기업들의 영업도 차질을 빚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지만, 내수 경기 침체라는 부작용은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미 3차에 걸쳐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이 총 59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재정건전성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승필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나 재정건전성과 재정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극복 위해 과감한 재정정책 필요
-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 어디에, 어떻게 집행하느냐가 중요”

대담
최승필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최근 코로나19 극복과 관련해 전 세계 국가가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을 참고할 만한 예로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재정건전성과 재정의 역할’에 대한 고견을 청하고자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이우진, 정혁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최승필
우리나라 국가 채무가 점점 더 늘어가는 상황에서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쪽에선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건실한 수준이므로 향후 재정정책 수단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므로 이들 국가와의 단순비교는 안 되며, 특히 일본의 경우 국채를 대부분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재정건전성, OECD 국가 대비 양호…
방역 조치처럼 신속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 필요
기축통화국 여부보다 자본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더 중요

이우진
최근 재정 적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0년 5월 재정 동향’을 보면 올해 3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는 55조 3,000억 원 적자죠. 개인적인 생각으론 재정 적자가 앞으로도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에 비하면 상당히 재정 여력이 있는 편입니다. 2018년 기준 OECD 평균 GDP 대비 정부 부채가 109.2%인 반면 우리는 40.1%입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는 시점의 일본 부채 수준(66%)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최승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 양호하다고 봐야 합니까?
이우진
그렇습니다. 사실 OECD 국가들 중에 우리보다 재정건전성이 좋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것은 현재의 시급함에 비추어볼 때 그리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K-방역’ 조치와 같이 신속하고 적극적인 재정·금융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고려해 재정·금융 지원을 실시하고 있는데, GDP 대비 지원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의 정부 부채 비율이 GDP 대비 40~50% 사이인데 저는 70%가 넘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일부 외국의 연구들도 한국이 정부 부채 비율을 237~363%까지 높일 여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재정 여력에서 중요한 것은 채무의 절대 수준이라기보다는 채무의 변제 능력입니다.
저는 지금처럼 이자율이 낮은 상황에서 채무의 변제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에 시달릴 때 ‘외채망국론’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 경제가 발전하면서 외채를 순식간에 갚아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채무도 경제가 다시 제 궤도에 오르면 순식간에 갚을 수 있습니다. 만일 갚을 수 없으면 증세를 하면 되고요. 지적하신 것처럼 일본은 해외 순금융자산이 압도적인 세계 1위이고 우리나라는 2018년 4,129억 달러로 일본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일본의 3.5분의 1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
기축통화국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기축통화국이냐 아니냐보다는 정부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지본의 해외 유출이 일어날 것인가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금리 수준과 대외 신용도를 유지하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 나라에 대한 대외 신용도는 원래도 높았지만 최근엔 K-방역의 성공으로 더 높아진 상태입니다. 또한 국외 채권자가 보유한 정부 부채의 비중도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12.5%로 OECD 평균인 37.3%보다 낮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위험도도 낮은 편입니다.
대담
<표 1> 주요 국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재정 및 금융 지원 규모 비중 주요 국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재정 및 금융 지원 규모 비중

코로나19 대응, 단기 대책과 평상시 재정 관리 논의를 구분해야
우리 정부 부채는 적정 범위 이내…
추가 지출 여력 있지만 지나친 재정 확장은 경계 필요

정혁
이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저도 고민했고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현재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지출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것과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채무 관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재정정책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단기적인 대응이지 이것이 정부의 장기적인 재정정책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구분해서 논의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승필
두 분 교수님이 보시기에 지금 우리 정부가 재정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시는군요.
정혁
네. 지금까지 지나친 확장 재정정책을 경계해온 점에서 우리 정부는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G20 국가의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 비율은 평균 3.5%인데 한국은 3차 추경까지 2~3% 수준으로 예상되어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조금 더 늘릴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의 국가채무율이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하여 한국이 정말 재정 여력이 있는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요인을 고려한 종합 분석이 필요해 OECD 자료를 모아 대외무역 의존도, 기축통화국 지위, 정부 외채 비율 등 국가채무율을 결정하는 실증 모형을 추정해보았습니다(추정 결과 <표 2>). 이 분석 결과 <그림 1>이 예시한 바와 같이 여러 경제 요인을 고려하여 추정한 국가채무율이 국가마다 또한 시기별로 매우 다르게 나왔고, 정부 재정지출 요인만 고려한 예측 모형(<그림 1> 범례 ‘GS Only’)과 모든 주요 경제근본변수를 고려한 모형(<그림 1> 범례 ‘Full Model’)의 국가채무율도 다르게 나왔습니다.1 한국의 경우 일본, 미국과 달리 대외 경제 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경제적 충격(shock)에 대응할 재정 여력이 더 필요해 국가채무 관리를 보다 타이트하게 할 필요가 있고, 경제 근본 변수들의 현주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 국가채무율 적정 수준은 45% 내외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추가적 추경예산 집행을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는 적정한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경제가 OECD 평균처럼 국가채무율을 100%까지 올릴 수 있는 경제구조는 아닌 것으로 실증 분석 결과가 말해줍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재정지출의 확장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정된 정부지출 중 불용 예산이 많을 것이므로 이를 활용하면 보다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지출을 집중하느냐에 따라 재정지출의 실효성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재정지출 논의는 지나치게 규모의 적정성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표 2> OECD 국가채무율 결정 요인 회귀 분석 추정 결과 OECD 국가채무율 결정 요인 회귀 분석 추정 결과
<그림 1> OECD 국가채무율 회귀 분석 추정 국가별 비교 OECD 국가채무율 회귀 분석 추정 국가별 비교
이우진
정 교수님의 분석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모델에서 빠진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확장적 재정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일으키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합니다. 재정정책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경기가 부양되고 경제가 제 궤도에 올라가기 시작하면 자생력을 갖게 되어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하게 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는 거죠. 그런데 말씀하신 모델에는 그 효과가 반영이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 교수님의 모델에서 예측한 것보다 조금 더 넓게 볼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경제 정상화를 위한 재정지출, 고용 창출과 금융 시스템 유지,
기업 부도 방지에 초점 맞춰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투자, 보건복지, 환경 분야 재정 투입 늘려야

최승필
이미 전 국민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원됐지만 여전히 재정 투여가 필요한 분야가 있고, 현재에도 계속 추경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 대한 재정 투입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이우진
1990년대 일본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해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확장 재정정책을 펼쳤습니다.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는 분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단기 경기 부양 위주로 SOC 분야에 비효율적으로 투자하면서 오히려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 개혁을 지연시켰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처럼 재정 여력이 있을 때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미래 투자에 선도적으로 과감하게 공공투자를 해야 합니다. 즉 잠재성장률 하락이 정착되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 확장 재정정책을 통해 구조 개혁, 사회 안전망 확충, 저출산 대책, 에너지·생태 전환, 4차 산업혁명의 기초를 확립해 국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정상화를 위한 재정지출을 할 때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고용 창출을 위한 지원, 두 번째는 금융 시스템 유지 및 기업 부도 방지를 위한 지원입니다. 재정지출은 그저 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오는 마중물로 작용하는 피드백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정혁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심하고 시장 거래가 비정상적인 불경기 상태에서는 금융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고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재정지출 규모의 크고 작음보다는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돈을 쓰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되어야 할 분야는 노령 인구 및 질병·장애와 관련된 사회 보호 분야와 환경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세먼지와 관련한 부분은 한국의 시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을 너무 하지 않습니다.
대담
최승필
추가적인 재정 수요가 여전히 있다면 현재의 재정지출 분야를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정지출 구조에서 의무적 지출과 재량적 지출의 비중을 감안할 때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나요? 또 만약 줄인다면 어느 부분을 조정할 수 있을까요?
정혁
전통적인 SOC 투자와 초·중·고 교육 분야 관련 재정지출이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에 비해 대학 교육과 관련된 예산은 너무 적은 수준입니다. 세 번째가 농림수산 분야인데 1970년대 농업 보호 정신을 이어받은 쌀 직불제 같은 제도가 아직도 적용되고 있고 이 단일 항목 예산만 약 2조~3조 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의 농업 생산성이 예전과 달리 매우 높아졌고 미(米)작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우진
SOC 관련 예산의 축소는 저도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최근에 생활 SOC를 도입한 것은 패러다임 전환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또 정권 특유의 브랜드화한 정책 예산도 많이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재정지출의 구조 조정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은 그리 많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어 증세를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OECD 국가 중 재정준칙 없는 곳은 한국과 터키뿐…
우리도 준칙 만들어야
VS
선거를 통해 정부 심판 가능하고 재정 여력도 충분…
재정준칙 필요성 낮아

최승필
코로나19는 그동안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선택에 의해 혹은 국회의 비용 수반적인 법률 제정을 통해 재정지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도 유럽, 특히 독일이나 미국처럼 재정준칙을 설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법으로 재정지출을 설정해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혁
저는 재정준칙 설정을 강하게 지지합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OECD 국가 중 재정준칙이 없는 국가는 한국과 터키뿐입니다. 현재까지는 기획재정부에서 재정 관리를 잘하고 있어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한국의 재정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기획재정부 관료의 역량만으로 재정지출을 관리하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고 봅니다. 재정준칙의 취지는 국회와 정부가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입니다. 국회는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데, 정부는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국은 정부와 국회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부채 확장의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경우 재정준칙과 같은 제3의 통제장치가 필요합니다. 준칙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만약 큰일이 생겼을 때 준칙에 막혀 정부가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하는데, 준칙을 잘 정해놓으면 위기 상황에서 재량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준칙이 없는 경우 불안하여 행정부에서 상시 기준을 적용해 대응책을 마련하면 적극적 대응에 혼선이 올 가능성이 큽니다. 준칙을 넉넉하고 정확히 설정해놓으면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이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 대응이 소극적인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우진
정 교수님은 재정준칙을 광의로 이야기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법제화되어 강제력을 갖는 협의의 재정준칙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협의의 재정준칙은 재정수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의 총량적인 재정 지표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동반한 재정 운용 목표를 법제화한 후, 이 준칙을 지키지 못하면 제재가 부과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4년마다 정부가 선거에 의해 심판을 받기 때문에, 저는 정부가 공약한 부분에 대해 준칙은 거의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준칙을 엄격하게 정하는 것은 결국 재정정책의 총량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무적인 부분이 사용되고 나면 정부가 재량으로 사용할 여지가 별로 없어지게 됩니다.
정혁
선거에 의해 정책 운영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재정이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다가 경제가 망가질 수 있는데, 이것이 선거 사이클 이내에 일어나면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비한 준칙의 필요성은 남아 있습니다. 또한 재정준칙을 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한 것이 아니고 사회가 변함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변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준칙이 없는 것과 있는 경우를 비교하면 있는 것이 자의적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우진
재정준칙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우리나라 재정 적자나 부채가 너무 지나치다면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여력이 충분한데 지나치게 정부의 손발을 묶어버리면 재정을 적기에 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정치가 양극화된 상황에서는 재정준칙이 국회에 들어가는 순간 정쟁으로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도 한순간이지만 제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살릴 사람을 못 살린다면 그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수술과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놓고 수술 후 의료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지금 당장 죽이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말이죠.

재정수요 증가 지속 시 장기적으로 증세가 불가피
고액 자산가, 고소득자 등에 우선 과세…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재산세와 소비세 올리고, 소득세와 법인세 증가는 차순위

최승필
재정준칙에 관해선 두 분 교수님의 의견이 다소 차이가 있군요. 사실 정부의 재정지출이 필요한 분야는 많아지는 반면, 세원은 제한적입니다. 건전한 정부 재정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조세 정책의 방향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이우진
재정지출이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면,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경기가 좋아져 세원이 늘어나고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겠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상당히 오래갈 가능성이 높아 정부 재정수지가 당분간 악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유효수요를 확장해야 하므로 당장 증세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만큼 비슷한 수준으로 증세할 것인지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데, 지금은 유효수요 증가를 위해 후자의 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궁극적으로 대규모 증세가 필요하다면 보편 증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선 세수 증대 효과가 얼마 없더라도 고액 자산가, 고소득자 등에게 우선 증세하고 보편 증세는 차후 방안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부가세를 올리는 등의 보편 증세를 하면 국민적 반발이 크고 증세 효과도 반감될 것입니다.
대담
정혁
저도 재정수요가 늘어났을 때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가계도 모두 예산에 제약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증세를 피하고 지금 채권을 발행해 재정을 충당하면 그것은 이후 세대, 즉 다음 정권으로 증세의 부담을 미루는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것이죠. 다만 코로나19와 같이 경제 전반에 충격이 왔을 때는 충격을 완화해야 하는 시점이므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재정지출의 지속적 확장 추세가 유지되는 경우 증세를 고려하지 않고 채권 발행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죠. 조세는 노동,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측면에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세(노동 인센티브)와 법인세(투자 인센티브)보다는 종합부동산세·상속증여세 등의 재산세와 소비세 증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소비세는 OECD 평균에 비해 한국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소비세에 대해서 역진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소비 품목별 차별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세율 조정보다는 세원을 늘리는 노동 및 투자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우진
정 교수님이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 인센티브 문제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하고 싶습니다. 정 교수님이 말씀하신 조세가 노동과 투자에 대해 갖는 인센티브 효과는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인센티브 효과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인센티브는 주로 조세가 재화나 서비스 간 상대가격을 변화시킴으로 발생시키는 효과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컨대 소득세를 높이면 이것이 여가와 소비 간의 상대가격을 변화시켜 노동 공급을 줄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효과들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센티브는 상대가격 변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변화합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간과하는 인센티브 효과가 현실에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불평등 구조가 심각해지면 사람들이 근로소득보다는 불로소득을 선호하고 한탕주의에 빠지는 등 인센티브가 왜곡되고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불공정한 고소득이나 투기 소득에 대한 세율 인상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예측과는 달리 근로 의욕을 오히려 장려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또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경쟁이 갖는 긍정적인 인센티브에만 주목하지만 사회적 연대나 협동이 갖는 인센티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정혁
말씀하신 논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소득세율 인상은 최고세율에 해당되는 사람이 적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아 말씀드린 것이지만 불평등의 부정적 인센티브 효과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우진
감정에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소득세 한계 세율을 70~80%까지 높이면 임금 불평등이 감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고 한계 세율에 해당하는 고소득자들이 이사회 결정 등에 참여해 자신의 소득을 더 높이는 대신 직원들에게 임금을 더 주는 것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승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더라도 외환 위기 수준의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우리만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재정정책의 역할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우진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한 GDP 증가 비율을 보여주는 재정지출 승수는 통상적으로 경제 침체기에는 평상시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연구 결과,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지출 승수가 작게는 0.5에서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소득 지원(이전 지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영국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연구에선 재정지출 승수를 2.0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승수가 높은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써야 합니다. 정확한 재정 승수값을 추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정혁
저도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기까지는 정부 재정지출의 확대는 불가피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재정지출의 규모 증대 자체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집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CARES Act2 패키지의 경우 2조 달러 규모로 1조 5,000억 달러는 기업을 지원하고 5,000억 달러는 가계에 지원했습니다. 가계 지원 중 2,500억 달러는 재난지원금으로 연소득 7만 5,000달러 미만 가구에 성인 1인당 1,200달러를 일괄(unconditional) 지급했고, 2,500억 달러는 실업자에 한해서, 즉 조건부로(conditional) 지급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3는 시행 초기 unconditional 지원은 재정승수가 0.5인 반면, conditional 지원은 재정승수가 2인 것으로 밝혔습니다. 조건부 지원인 실업수당이 집행된 것을 보고 일반 소비자들이 자신이 실업 상태가 되어도 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취업 상태에 있는 동안 소비를 줄이지 않은 것이 주요 이유입니다. 반면 일괄 지급된 지원은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대부분(75%)의 지원이 직접 가계에 지원되기보다는 기업의 고용과 투자 유지를 위해 기업에 지원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지출이 선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소비 진작보다는 기업의 투자 진작에 더 재정을 투입 해야만 중장기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정정책은 지출 대상과 방식에 따라 경기회복에 기여할 수도 있고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우진
신자유주의 경제학(특히 시카고 경제학)은 수요를 조작하는 정책은 단기적 경기 부양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인 성장률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현대적 경제성장론을 시작한 로버트 솔로우 교수조차 공급 측면만이 장기 성장을 결정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장기라는 것은 경제학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잠재성장률이 변동하는 시기를 장기로 본다면 총수요가 잠재성장률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력 효과(hysteresis)4라든지 이런 것을 통해 정부의 재정지출 정책이 충분히 경제성장에 긍정적 피드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정책 전문가들이 집단적인 지성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판 뉴딜’, 정부는 창조적 파괴 위한 환경 조성 역할… 대응은 민간에 맡겨야
코로나19 이후 사회 안전망 강화, 인간 중심 경제 구축 필요

최승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언택트(untact)’ 시대가 도래하고, 기술혁명이 사람들의 수요와 맞물리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정정책은 사회 변화에 대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정혁
코로나19로 인해서 ‘언택트’사회 경험이라는 굉장히 하기 힘든 실험을 해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쉽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 대응 키워드 중 하나는 ‘한국판 뉴딜’입니다. 제가 이해한 한국판 뉴딜의 초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그린 뉴딜’인데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뉴딜’이라는 단어입니다. ‘뉴딜’이라고 불리는 정부의 대대적인 개입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실제로 과거 대공황 시대 미국의 ‘뉴딜 정책’ 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엔 대공황이라는 시장 질서 자체의 붕괴가 경기 침체의 원인이었기 때문에, 즉 자원 배분 기제 자체가 부재했기에 정부 개입이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와 기술 변화 등으로 다가올 변화는 대공황 같은 질서 붕괴라기보다는 불확실성을 동반한 ‘창조적 파괴’의 성격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을 정부가 이끌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창조적 파괴의 특징은 불확실성이 크고 개별 주체가 그에 대해 이질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직접 전반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창조적 파괴에 대한 대응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이러한 민간의 자발적 대응을 도와주는 환경 조성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공공재 성격이 강한 아이디어 창출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거나, 민간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국제 협력을 통한 글로벌 상생 발전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과 같은 지원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이우진
사실 뉴딜은 ‘새로운 사회적 협약’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선 이를 다소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뉴딜에는 건설 사업 등도 일부 있었지만, 다년간에 걸친 연금제도 개선, 최저임금 도입, 노동조건의 개선 등 다양한 사회적 협약이 이뤄졌습니다. 과거 전염병이 사회질서를 급격하게 변화시킨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반드시 진보적인 방향으로만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재정 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경기회복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회 안전망 강화와 더 근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 혹은 ‘인간 중심 경제’ 구축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이 아닌 다른 사회적 가치가 우리 삶의 지침이 되는 아주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평소에 돈을 주고 샀던 음식, 물건, 여가를 집에서 자가 생산하고 공급하며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것이죠. 인권에 대한 존중, 아름다운 자연, 의료진의 사회적 헌신 등의 가치는 시장에서 평가되지 않지만 이런 가치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가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합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출연한 지 4만 년 정도 되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자본주의나 복지국가의 위기를 논하기 전에 인류의 멸종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듭니다.
대담
최승필
최근 리쇼링(reshoring)이 화두입니다. 교수님들께선 리쇼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이우진
리쇼링 이슈는 다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법인세를 감면해줬는데 국내로 들어와서 고용은 안 늘리고 자동화만 하면 그게 과연 바람직할까요?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죠. 본래 취지는 기업들에게 지방으로 내려가 고용을 창출하라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 법인세 감면만 받고 고용이나 투자는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혁
리쇼링이 좋은가, 좋지 않은가에 대한 논의보다는 한국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하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은 작은 나라고, 가진 것이 없어서 바깥에 수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다소 지난 이야기이고, 현재 한국의 교역 가능 품목 제조업 생산력은 매우 큽니다. 현재까지 한국의 대외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커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제조업 생산력이 내수 시장 수요를 넘어 이를 소화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리쇼링은 이에 대한 규제나 지원 조건보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어떤 기술력을 가지고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재정건전성 관리는 전반적인 거시 건전성을 보고 판단
쓸 곳에 과감하게 쓰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최승필
지금은 위기가 상시화되는 시기입니다. 10년 혹은 20년에 한 번씩 오는 위기가 아닌 상시적으로 위험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가의 대응 능력이 중요하고, 그에 따라 재정의 역할이 매우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재정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정혁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재정정책의 유효성은 규모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또한 소비성 지출보다는 투자성 지출에 집중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재정정책입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는 재정지출만이 아닌 전반적인 거시경제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나 한국은행에서 사용하는 거시경제 전망 모형이 재정 관리에 유효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기술 변화와 관련된 경제성장의 패러다임 전환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텐데, 이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신성장 동력 투자 사업 어젠다를 직접 제안하는 역할이 아닌,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민간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지속 성장을 위해 미국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와 같은 기초 기술 연구 육성 플랫폼이 설립되어 우리나라 자체 기술 개발을 촉진할 새로운 민관 협력 모델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DARPA는 구소련이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후에 미국 정부 주도로 설치한 국방기술 R&D 기관이었으나 현재는 미국의 신기술과 원천 아이디어 창출의 본산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보잉 항공기, 구글맵과 Siri 등은 여기에서 나온 많은 원천 기술이 민간 부문으로 이전되어 개발된 결과물입니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 기술력을 제패하는 데 원동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창출은 대표적인 공공재로 모든 중장기 경제성장이 이에 의존하고 있지만, 창출의 고정비용이 크고 한계비용은 0에 가까워 시장에 의한 적정 공급이 어렵습니다. 이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우진
재정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이 아니라 ‘쓸 곳에 과감하게 쓰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라’입니다. 단기와 중기적으론 경기 대응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화하는 세계에 직면해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역사가 길어야 50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몇만 년간의 생활 습관, 가치들이 있는데 자본주의는 이와 맞지 않는 삶을 살게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가치,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보다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승필
오늘 좋은 의견, 말씀들 너무 감사합니다.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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