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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돌봄과 교육의 일상화를 지향하며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고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팬데믹이 선포되었다. 이로 인해 가장 혼란스러운 곳 중 하나가 돌봄, 교육 현장일 것이다. 학교는 물론 민간과 공공기관, 지역사회 시설까지 모두 문을 닫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언제 끝날지 모를 두려움이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정부의 방역 방침에 따르며 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그 결과 최근에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즉 생활 방역 체계로 전환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돌봄과 학교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맞벌이 부부와 취약 계층 영·유아, 초등학생들을 위해 ‘긴급돌봄체계’가 가동되었지만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로 참여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를 통해 초등돌봄교실과 같은 긴급돌봄을 운영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대응 방안과 운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개인 간, 지역 간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느냐마는, 돌봄과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딱히 해결할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러한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향후 장기 휴원에 대비한 돌봄과 교육계 전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던져준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교육

돌봄과 교육 현장 이야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긴급돌봄을 신청한 맞벌이 부부는 정작 돌봄 교실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어 불안하다고 한다. 모여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급·간식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직장에 가 있어도 초조하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초등돌봄교실 운영 역시 문제다. 말 그대로 긴급돌봄 이다 보니 누가 이 일을 맡아야 하는지를 놓고 구성원 간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영·유아들의 경우 ‘아이돌봄서비스’가 있지만 혹시라도 외부인이 집에 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신청하지 못한다. 유연근무제가 도입되고 재택근무를 하지만 돌봄과 교육 모두를 부모가 담당하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아이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기는 것도 한계에 부닥쳐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텨왔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부가 늘었다고 한다.

취약 계층 아이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기존에 다니던 지역아동센터로 갈 수도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돌봄과 학습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고 한다. 집에 있거나 PC방으로 가는 것보다는 나아서 어쩔 수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게 굶주림이라고 말하면서 긴급 돌봄이 아니라 긴급방치였다는 날 선 비판도 계속 제기되는 형편이다. 정부 부처별로 취약 계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는 것도 뒤늦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취약 계층에게 코로나19는 너무나도 큰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월 9일부터 학년별로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여 4월 20일에는 초등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했다. 하지만 초·중·고등학교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출결 확인, 수업 참여, 진행, 과제 제출 등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다. 그 때문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집에서 학습 관리를 할 수 없는 학생들에 대해 학교와 교사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또 이번 학기는 이른바 ‘날렸다’는 마음으로 위험하지만 학습 결손을 메우기 위해 학원가로 향하는 아이도 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교육 정책 사이에서 입시를 앞둔 고3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져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도 계속 나온다. 친구들을 만나러 학교에 가고 싶지만 수업은 지금처럼 집에서 편하게 듣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은 초·중·고교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부실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문제로 등록금 반환 소송이 시작된다고 하니 이거야말로 사면초가 상황이 아니고 무엇일까.

전국의 모든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상황. 집에서 부스스한 상태로 온라인 출석 버튼을 누르고 담임교사보다 EBS 강사를 더 많이 보며 다시 드러누워 수업을 듣는 상황. 하루 종일 집 안에 갇혀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이 애매한 상황. 수능이 차츰 가까워오는데 대학 입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는 어이없는 상황. 돌봄과 교육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는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황당한 현실 앞에서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걸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봄과 교육의 경계가 모호해진 만큼 코로나19 이후 돌봄과 교육적 과제에 따른 대비는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돌봄교육

우리 사회 초등 돌봄의 현주소

돌봄과 교육은 사실 다른 문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돌봄은 학교 교육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발전해왔다. 방과 후 돌봄의 변화 과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는 공부방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에 따른 도시 빈민의 증가로 인해 방치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생적 공부방이 운영되었다. 그러나 당시는 국가 지원이 전무했고, 1995년 이후에야 제도권의 공공서비스로 거듭났다. 1995년 방과후학교가 시작된 이후 2004년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2014년 이후는 공적 방과후돌봄 서비스와 마을 기반 방과후돌봄이 공존하며 확산된 시기로 알려져 있다. 마을과 지역 사회 공동체 돌봄이 확대되고 온종일 돌봄 생태계구축 선도사업, 다함께돌봄사업 등이 시작되면서 교육과 돌봄의 경계가 점점 희석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자체와 지역사회, 마을 돌봄, 학교 방과후돌봄이 결합된 모델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자체와 지역 교육청 연계형 서비스로는 서울시 도봉구 ‘도봉형 방과후학교’, 경북 ‘마을 밀착형 방과후돌봄-굿센스’가 있고, 지자체 주도형은 대구시 ‘우리마을 교육나눔 사업’이 있다. 교육청 주도형은 경기도 ‘마을교육공동체’, 꿈의학교, 교육협동조합, 교육자원봉사, 학부모 지원 등이 있으며, 정부 주도형은 ‘다함께돌봄사업’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온종일 돌봄 생태계구축 선도사업’(정부 관계 부처 통합) 등이 있다.

가장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돌봄 체계는 학교 돌봄 및 마을 돌봄으로 구분하여 추진되고 있으며, 총 33만 명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돌봄과 마을 돌봄 서비스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로 분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원 근거 및 지원 대상, 운영 및 지원 형태, 예산 등이 모두 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때문에 통합의 필요성이 상시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부처별 돌봄 서비스 현황 자료에 의하면, ‘초등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고시’에 근거하며 초등학교 1~6학년 학생이 이용하고 있는데 맞벌이 가정 중심의 상시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및 ‘다함께돌봄센터’(2017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18년 1월 개원해 추진 중)는 아동복지법에 근거하는데, 지역아동센터는 만 18세 미만, 다함께돌봄센터는 만 12세 미만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취약 계층 중심의 상시돌봄으로 운영되지만, 다함께돌봄은 맞벌이 가정 중심의 상시·일시 돌봄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청소년 기본법에 근거하며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전국의 약 250개소에서 초등학생 6,000명을 포함한 1만여 명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주로 취약 계층 중심의 상시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부처별로 운영하는 돌봄 서비스는 근거 법령, 서비스 대상 및 연령, 예산 지원의 근거가 모두 달라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부처별 초등 돌봄 서비스를 주요 시간대별로 구분해보면 운영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데다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해소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맞벌이 부부가 출근하는 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초등돌봄교실만 운영되며 대상 학생 중 7,000명만 이용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는 오후 1시 또는 3시 이후의 방과 후부터 오후 5시 또는 밤 10시까지는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이 가장 많으나 주로 저학년 중심이며 서비스 제공 시간에도 제한이 있다.

돌봄교실

이렇게 돌봄 서비스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 외에도 돌봄에 대한 관련 부처 및 기관 간 분절적 추진, 지역사회의 적극적 참여 미흡 및 다양한 돌봄 서비스 모델이 개발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별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나 부처 간,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 또한 늘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최근에야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의 유기적 연계가 미흡하여 일시적이고 긴급한 상황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틈새 돌봄’에 대한 탄력적 대응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시간적 대응을 요하는 상황 앞에서는 이러한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나며 돌봄과 교육 간의 연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의사 결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돌봄과 교육의 담론 변화

시대적인 과업 앞에서 돌봄과 교육에 대한 담론 체계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은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여 모든 수요와 공급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없는 혼합 복지(welfare mix) 시대다. 공공, 시민, 시장의 탈경계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비스 공급 주체도 다양화되어가고 있다. 자원 및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실행은 민간 위임 혹은 위탁 형태가 보편화되고 있다. 국가와 민간 자원이 혼합된 사회 서비스 제공 형태, 소비자의 선택권과 시장 경쟁 원리가 강조되면서 국가와 서비스 수혜자 사이에 중간 매개 단계가 없는 새로운 유형의 전달 체계도 도입되고 있다. 바우처의 공급 주체 다양화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이제 돌봄과 교육도 새로운 사회화 과정(socialization of care)을 겪어가야 할 것이다. 돌봄 정의(caring justice)라는 개념이 사용된 맥락을 보면, 우선 기존에 보이지 않던(invisible) 가정 내 돌봄 제공이 가시적(visible) 영역으로 드러난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가정 내 돌봄은 생산노동만큼 중요한 축이었음에도 무시되고 소홀히 여겨졌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여성 편향적 돌봄 노동에 대한 젠더 불평등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하고 ‘정의(justice)’의 관점에서 제도화를 통한 돌봄 요구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돌봄 수혜자의 돌봄 사회권, 돌봄 제공자의 노동권도 강조될 전망이라고 보고하고 있는데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런 사회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정 내 돌봄과 교육의 영역이 혼합되면서 부모, 기존의 돌봄 기관들, 돌봄 종사자들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돌봄과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 교육 공동체는 이러한 맥락에서 돌봄과 교육을 연계하는 중요한 고리다.

체온

결국 돌봄도 교육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최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돌봄을 받는 사람도,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도 모두 돌봄이 유익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돌봄 제공자 측면에서 보면 좋은 돌봄은 관심, 책임, 전문성과 반응성, 그리고 돌봄 이용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 돌봄 이용자의 욕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영·유아, 초등학생 돌봄에 대한 관심이 공간 구축과 프로그램 제공이라는 단순한 측면에 머물러 있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돌봄과 교육은 철저하게 아동 중심, 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존중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좋은 돌봄과 교육은 이용자와 제공자 간의 좋은 관계, 상호 의존, 교제, 신뢰, 존중, 친밀, 가족 같은 관계, 연결됨과 같은 정서적 개념이 더 필요하다. 즉 좋은 돌봄은 단순하게 과업을 도와주는 활동이 아니라 그 자체가 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며, 양자가 서로 연결(connect)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되어야 한다. 이른바 언택트(untact) 시대인 지금, 진짜 연결(connect)해야 할 내용과 방법을 제대로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수업 장면에서 교사와 학생 간 관계의 발전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대량생산, 대규모 관리라는 근대 학교 체제를 유지해왔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학교는 지식만을 가르치고 전달하는 곳인가,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잘 성장해나가도록 지원해주는 곳인가,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앞으로 학교의 학습은 온라인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어디까지 지향해야 하는가, 모든 학생이 반드시 특정 연령에 입학하고 졸업해야 하는가 등등 근본적이지만 쉽지 않은 담론이 시작되어야 한다.

돌봄교실

돌봄과 교육의 일상화를 향하여

현장에서 바라본 돌봄과 교육은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돌봄과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렇게 되려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서비스 질 제고 전략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정책 과정은 위에서 아래로(top-down) 일방적(unilateral)으로 적용되며, 행정적이고 관리적(administrative and managerial)으로 접근하고, 투입 요소 관리와 성과 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돌봄과 교육은 참여자와 이용자 간에 쌍방적(bilateral)이고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그 서비스의 질이 결정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 때문에 좋은 돌봄과 교육적 산출을 위해서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즉 보다 현장 밀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쌍방적(bilateral)이고, 사람 중심적이며, 당사자 상호 간 소통 및 이해 등 미시적 차원뿐만 아니라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구조적 맥락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던 교육과 돌봄의 권한도 지역사회와 단위 학교와 같은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국가 중심 담론이 지니는 내용적, 절차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돌봄과 학습의 사회화와 일상화, 그리고 습관이 정착되고 단련되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그곳이 ‘현장’이다.

둘째, 돌봄과 교육은 관계이며 사람의 문제다. 돌봄과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교육·훈련의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가지는 돌봄과 교육적 필요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며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수많은 행정 업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교사들을 학생들에게, 교실로 돌려주어야 한다. 이는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학생들의 돌봄과 교육을 위해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에 돌봄이나 교육과 연결된 시스템, 어디서나 상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학습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 즉 온라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일자리 및 유연근무제와 같은 노동 정책을 개선하는 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온라인 학습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성장과 핵심 역량을 갖추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문가인 교사들을 믿고 맡기면 될 일이다. 특정 공간을 넘어선 무한의 학습 시대에서 온라인(비대면, 원격) 수업이 정답은 아니지만, 온라인 속에서도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봉쇄 조치 없이도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세계적 호평을 이끌어냈고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위상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1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인식과 국가 자부심도 12%포인트 늘어난 8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 뒤에 가려진 정치·경제 분야의 부패, 일자리 부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적 역량 향상은 사회 전 분야에서 골고루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국격이 높아질 수 있다. 교육과 돌봄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교육과 돌봄은 그 자체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스템적 난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의 지혜와 집단 지성이 더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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