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청와대, 국회, 그리고 나머지 전 행정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통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행정수도 완전 이전 문제가 새롭게 국가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상 현재에도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에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표현 또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쟁점이 느닷없이 제기되었다며 정략적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급작스럽게 제기된 정략적 의제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공간적·지리적 불균형,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서야 서울의 부동산 문제를 계기로 수도권 집중 문제가 다시 부각되었지만, 실은 지난 10여 년간 가속화된 서울과 수도권 과밀화는 국가적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 교육의 서울-지방 간 격차는 사회·경제적 격차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에서, 반전이 없다면 미래의 전망은 더 어두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격차 확대와 서울 집중 가속화는 서울의 과밀화 비용을 증가시켜 글로벌 시티로서의 경쟁력을 손상시키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행정 부처와 국회,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전면 이전을 통해 서울 집중을 완화하는 국가 전략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토 전체의 균형발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대처 방안 역시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인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 완화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지역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을지를 말해야 한다. 이에 이 글에서는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국토 전체의 광역권 발전 전략으로 권역별 메가시티를 제안하고자 한다. 행정수도 이전 방법 등 기타 법적·정치적 쟁점 부분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다.
행정수도가 이전하게 된다면 세종·대전·충청권에 거대 도시권이 형성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의미는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경기연구원이 2012년에 발표한 <메가 리전 형성에 관한 기초연구와 시사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진행되고 있던 행정복합도시 이전과 관련하여 수도권-세종·대전·충청권으로 연결되는 메갈로폴리스(연담도시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과 세종시의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양재IC에서 세종시까지 약 130km)를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현실성 있는 예측이었으며, 현재도 메갈로폴리스는 형성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의 행정복합도시를 넘어 행정수도 이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같은 예측의 현실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2012년은 서울 대도시권의 메가도시 전략에 대해 경쟁력 차원에서의 논의가 분분하던 시절이었고, 균형발전 관점에서의 문제의식은 미약했다. 그러나 현재는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서울·충청 메가 리전의 가능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가 본격적인 행정수도의 모습을 갖추고 지금보다 더 많은 인구와 기관 및 다양한 기업을 유인하게 된다면, 나아가 주변 지역과 함께 대도시권을 형성하게 된다면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중적·모순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으로부터 인구 및 산업 분산을 유인하여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것이 참여정부 당시 행정수도 이전을 최초로 제기한 맥락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수도권과 세종·충청권이 단일한 메가시티(메갈로폴리스) 형태로 연결된다면 이는 수도권의 연장이자 공간적 확대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즉 기존의 수도권이 서울을 중심으로 방사상 형태를 갖추었다면, ‘서울-세종’의 메갈로폴리스는 개뼈다귀 혹은 아령 형태의 메가시티를 형성하여 전체 국토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수도권으로부터의 분산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동시에, 수도권의 외연적 확대와 타 지역과의 격차 심화(혹은 유지)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타 지역의 소외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국토 전체의 균형발전과 이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부정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방지하고 행정수도 이전을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첫 단계 전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광역권의 관점과 권역별 발전 전략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광역권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로컬(local, 기초지자체, 마을공동체 등) 단위로 잘게 쪼개진 지역 규모로는 정책을 둘러싼 중앙정부에 대응하는 협상력에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더 나아가 현행의 광역시도 또한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인구 및 경제규모와 대정부 협상력 양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최소한 동남권, 대경권, 충청권, 호남권 등의 공간 규모가 논의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5+2’ 접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균형발전의 관점을 중시할 때 광역을 강조하는 것은 해외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프랑스의 균형발전 정책이 있는데, 이 정책은 광역 단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점점 진화되어왔다. 2016년 1월 22개 레지옹(région, 지역)을 13개로 개편하고 광역의 계획 권한 및 협상력을 강화하여 국토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집권에 따라 로컬 중심 정책과 (분권화를 수반하는) 광역화 정책이 교차하고 있으며, 2014년 이후에는 광역 단위의 자율성에 기초한 도시권 협상(City Deals)과 도시연합광역시가 출범했다. 2010년 보수당 연정 집권 당시 기존 노동당 정부의 9개 광역 단위 지역개발청(RDA, Regional Development Agency)을 폐지하고 로컬리즘에 기초하여 39개의 로컬기업파트너십(LEPs, Local Enterprise Partnerships)을 출범하였다. 그런데 광역 단위의 분권화 필요성을 절감하여 ‘도시연합광역시’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정준호 교수의 <영국 보수당 연정 지역정책의 중앙집권화>(2011) 참조). 미국 또한 오바마 정부 이후 광역 대도시권 강조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균형발전에 대한 강조라기보다는 인구의 다수가 11대 메가(시티)리전에 거주하는 현실 속에서 광역 대도시권을 혁신의 중심이자 국가 번영의 추진 동력으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강조점은 각각 다르지만 세 나라 모두 균형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역권(혹은 광역 대도시 지역)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도시 및 지역 정책이 발전해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행정수도 완성과 함께 국토 전체를 구성하는 여러 개의 광역권 발전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광역권 발전과 경쟁력 강화 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가? 많은 이들은 이미 그 답이 권역별 메가시티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현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심화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메가시티 개념에 대한 이해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형식적 정의에서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 명을 넘는 거대 도시를 의미한다.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한 메가시티 순위에서 서울 대도시권(수도권)의 인구는 이미 2,000만 명을 훨씬 넘어 세계 5위권에 달한다. 인구 순위에서 뉴욕권, 도쿄권 등을 제외하고 세계 10대 메가시티의 대부분은 개도국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 인구 기준의 메가시티 정의에 기반하면 그 의미는 제한적이다. 반면에 도시 경쟁력을 기준으로 한 세계 10대 메가시티는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선진국의 대도시권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러 차이점 중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미래지향적 메가시티가 수평적 네트워크 도시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대도시권(metropolitan area)과 네트워크형 메가시티리전(MCR: Mega City Region) 사이에는 큰 구조적 차이가 있다. 기존의 대도시권이 거점 성장과 수직적 계층화에 기초하여 형성되었다면 메가시티는 구성하는 (대)도시들의 수평적 협력 및 상호 의존 관계를 통해 발전하는, 웹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도시이다. 또 기존의 대도시권이 중심과 주변으로 나누어진다면, 네트워크형 메가시티에서는 다양한 흐름이 교차하는 결절성(nodality)이 중요하다. 각각의 결절은 다양한 중심지를 형성한다. 이처럼 새로운 공간 구조에서 메가시티는, 세계적 도시 학자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의 말처럼 “진정한 발전 동력”이자 “문화적·정치적 혁신의 중심”이고 “지구적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연결점”이 될 것이다.
네트워크형 메가시티의 가장 성공적이고 전형적인 사례로 네덜란드의 ‘란스타드(Randstad)’가 언급된다. 란스타드는 분권화 시대의 새로운 국토 공간 구조로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헤이그, 위트레흐트 등 여러 개의 주요 도시들이 환상형 구조로 연계되어 네덜란드 경제생활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란스타드는 역사적으로 문화적 동질성을 갖춘 지역이 아니라 1998년 4개 도시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대도시권 계획(DeltaMetropolis) 으로 수립되었다. 도시 간 교통 네트워크의 강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도시 발전, 특화된 산업 기반과 국제경쟁력 강화 등이 특징이다. 이는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통합적 도시 공간 환경 네트워크로서 의미가 있다. 개별 도시들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도시권 전체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 라고 평가받는다. 즉 특성화된 도시 간의 상호 협력을 통해 시너지가 창출되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미래에 완성될 새로운 국토 공간 구조의 핵심은 이처럼 상호 협력과 연계성에 기초한 네트워크형 메가시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전통적인 위계적 도시 체계와 수평적 네트워크 도시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기존의 5+2 광역권과 유사한 권역 구분에 기초하여 수도권과 함께 부산, 대구, 대전, 광주를 중심으로 광역권을 발전시키자는 주장에 쉽게 유혹될 수 있다. 그러나 광역권 강화 전략에서 거점형 발전 전략은 현실성이 낮은, 이상적인 주장이다. 서울이 수도권과 국토 전체의 중심으로 기능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인 ‘중심성(centrality)’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사람과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구심력이 있기에 가능한 모델이다. 동남권에서 부산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호남권에서 광주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모델을 복제하는 전략은 비생산적이며 성공 가능성이 낮은 길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론이 등장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부산이 동남권의 제1도시이고 중심 도시이긴 하지만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절대적인 중심으로서 서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권역 내에서 여러 개의 거점 도시로 구성된 다핵의 공간 구조가 필요하고, 나아가 ‘다핵 거점’을 연계하는 발전 전략으로써 메가시티를 구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러 개의 거점을 연계하는 (공간적) 발전축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축은 미래의 완성된 네트워크 도시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이다. <그림 2>를 보면 각 권역의 발전축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회랑형(Corridor) 발전축(대경권과 동남권), 둘째, 트라이앵글형 발전축(호남권과 강원권), 셋째, 다이아몬드형 발전축(세종·대전·충청권). 단핵 도시(거점 도시)에서 회랑형 연담도시를 거쳐 수평적·입체적 네트워크 도시로 진화하는 메가시티의 발전 과정에서 보면, 회랑형보다 트라이앵글형 발전축이 더 긍정적인 형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동남권의 회랑형 발전축은 수십 년간의 산업투자가 누적된, 촘촘하게 이어진 대도시의 연담화 라인으로 메가시티 전략에서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나은 조건에 있다. 회랑형 도시축이지만 쉽게 네트워크형으로 진화할 수 있는 조건에서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즉 각 형태의 장단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세종·대전·충청권의 다이아몬드형 발전축은 현재는 단지 가능성이지만 매우 이상적인 형태이다. 세종시의 입지적 우수성과 발전성에서 강조할 점은 주변에 중요 도시 및 대도시(대전, 청주, 천안·아산, 내포, 공주)를 동서남북 방향으로 적절한 거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으로의 확장성과 순환성 면에서 다른 권역에 비해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이들 도시가 현재 대체로 세종시보다 인구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도 발전성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이다. 한 가지 문제는 세종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동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충청남도의 도청 소재지인 내포가 도시 형성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적은 인구와 함께 타 도시들과의 연결성도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포가 도시 체계의 결절(node)로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때 세종시 행정수도의 파급효과가 충청 지역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순환적인 흐름이 완성될 수 있다.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 과정에서는 주변 광역시도와의 연계성 강화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광역 교통망 강화를 통해 연계성이 좋아질수록 파급효과가 공간적으로 멀리까지 뻗어나가고 오히려 주변 지역에서 인구를 빼앗아오는 제로섬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교통망을 강화하되, 그 방향과 원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서울(수도권)과 비교하자면 서울 대도 시권은 전형적인 거점형 도시의 발전 과정을 거쳐 메가시티의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지방의 자원과 사람을 거침없이 흡수했다. 교통망 역시 이러한 공간 관계를 반영하듯 서울을 중심으로 (완전하지 않은) 방사상 패턴으로 발달했다. 교과서적 의미에서 방사형 가로망은 중심에서 주변의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길과 이를 가로지르는 동심원상의 환상 가로망의 이상적인 형태로 구성되지만, 일부 계획도시의 중심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환상 가로망이 늦게 발달하여 방사상의 도로 중심으로 도시 발달이 이루어 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서울 중심의 공간 구조가 강화되어온 것이다. 이 같은 방사형 공간 구조는 서울 집중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 중심의 공간 구조에서는 인천, 수원, 춘천 등 모든 곳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 우선이었다. 외곽을 연결하는 교통망은 서울 집중이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형성되기 시작했다. 세종·대전·충청권 메가시티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세종·대전·충청권 메가시티의 공간 패턴은 수도권과 달리 연계성과 순환성을 기초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교통망은 신수도권 중심과 외곽을 연결시키는 동시에 외곽의 도시 지역을 순환적으로 연계하도록 구축될 것이다.
<그림 3>을 참조하면, 1차 내부 순환은 대체로 세종시를 중심으로 충청의 주요 도시들, 즉 대전, 청주, 천안·아산, 내포, 공주를 연결하는 다이아몬드 모양을 공간축으로 형성될 것이다. 가까이는 공주가, 멀리는 내포가 다이아몬드의 서쪽 끝을 형성하는 가변적인 공간 구조를 가정할 수 있다. 서울(수도권)이 좁은 중심부에서 고밀화를 견디다 못해 외곽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네거티브적 도시 확산의 패턴을 따랐다면 세종 신수도권은 이미 뼈대가 형성된 네트워크적 공간 구조에서 지나친 과밀을 지양하면서 충분히 넓고 쾌적한 공간 규모로 광역의 중심부를 형성할 것이다. 그리고 1차 순환축의 주요 도시들은 각각 특화된 산업 기반 및 인프라와 발전 목표를 구축하면서 서로 협력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한 연계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ITX 혹은 GTX급의 순환 교통망을 통해 각 지역을 촘촘하게 연결할 것이다.
네트워크 도시에서는 거점 간 시간 거리가 중요하기에 고속의 연계 교통 망은 필수적이며, 예비 타당성의 논리를 넘어 메가시티의 국가 경쟁력 차원 에서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이는 당연히 타 권역의 메가시티에도 해당된다). 그리고 외곽의 2차 외곽 순환은 서산-당진-천안·아산-진천-충주 (원주)-김천·구미-전주·익산·군산으로 이어지는 오각형(pentagon)에 가까운 환상(環狀)형 교통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외곽 순환축 결절상의 도시들은 신행정수도권의 외곽 지대를 연결하면서 세종·대전·충청권 메가시티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국토 공간의 타 권역으로 연계시키는 외부 결절을 구성한다. 중심부의 다이아몬드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발전축과 이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외곽의 순환선은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가능케 하는, 문자 그대로 웹 네트워크 도시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메가시티의 발전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메가시티를 구성하는 주요 거점 도시들 간의 기능 전문화가 중요하다. 역할이 특화되어야 무익한 경쟁보다 상호 의존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둘째, 발전축의 여러 도시에 중요 기능을 분산시킨다. 셋째, 거점 도시 간 연계 광역 교통망을 강화한다. 넷째, 궁극적으로 순환형, 입체적 네트워크 도시를 지향한다. 달리 말하면 각 권역의 메가시티는 단일 거점(점, nodes) ⇒ 회랑형 중심축(선, corridor) ⇒ 순환형 네트워크 도시(면, network)의 방향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그림 4> 참조).
순환형 메가시티는 광역 지방정부의 유연한 리스케일링(re-scaling) 전략과 결합될 수 있다. <그림 5>에 나타난 것처럼, 동남권과 대경권의 현재 발전축은 상대적으로 강력하지만 그다지 입체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둘을 연계시켜 하나의 (초)광역 단위로 구성한다면 입체적이고 순환적인 체계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5> 참고). 이러한 점에서 최근 동남권과 대경권이 협의 수준이 낮은 편이지만 초광역 단위의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행정수도의 이전과 완성뿐만 아니라 광역권 발전 전략을 메가시티 (리전)의 전략하에서 추진하는 것의 의미는 국민들이 모든 지역에서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토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데 있다. 나아가 메가시티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엔진이자 발전축이다. 비유하자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강한 엔진으로 달리는 차였다고 할 수 있다. 잘 달리고 있어도 불안하고 리스크가 있는 것이다. 권역별 메가시티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 개 혹은 그 이상의 엔진으로 달리는 차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또한 궁극적으로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것이다. 하향 평준화하는 균형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균형을 맞추며 ‘발전’하는 것이다. 미국이 오바마 정부 이후 메가(시티)리전을 국가 도시 전략의 중심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메가시티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티 수도권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행정수도의 기능을 양보하는 대신에 다국적기업의 본사 및 국제기구 유치, 국제금융의 허브 역할 강화 등을 통해 경제수도로서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메가시티의 시대이며, 메가시티는 부인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세계화와 분권화(지역화)가 동시에 강화되는 시대적 환경에서 네트워크형 공간 구조와 메가시티는 매력적인 국토 전략이다. 메가시티 전략을 통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동남권, 세종·대전·충청권, 그리고 여러 광역권이 새로운 혁신의 네트워크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