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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7개월,여전한 이 불확실성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까

이 글을 쓰는 날은 8월 21일이다. 국내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처음 보고된 것이 지난 1월 20일이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일곱 달이 흘렀다. 지금까지 국내에 알려진 86여 종의 법정 감염병 중에서 이토록 ‘장기간’, ‘전 사회’를, ‘직접 영향권’에 들게 한 병은 없었다. 새롭게 출현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킨 감염증이 의학적인 급(級)의 구분을 뛰어넘어 전대미문의 ‘건강 재난’을 일으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큰 위협, 긴급성, 높은 불확실성’으로 꼽히는 위기의 3대 요인 중에서도 높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겼다. 현대의 감염 전파와 확산은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지리적 경계를 초월함에 따라 탈경계(transboundary)적인 속성을 보이는데, 코로나19가 특히 그런 예인 듯하다. 세계 각국이 국경을 영원히 막지 않는 한 국내 감염 상황은 인접국의 감염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감염증의 상황 전개와 전망이 기본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부재한 상황 역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의료 체계의 책무성 발휘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안긴다. 각 국가들은 상황에 따라 봉쇄 (lockdown)와 이동 제한부터 행정명령과 지침 준수 권고 등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써 왔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모범 사례(best practice)로 표준화됐거나 일관된 증거를 기반으로 하지 못했기에 효과성에 대한 판단 역시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우리는 이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전망이 가능한지, 이에 관련된 정보의 수집과 처리, 그에 기초한 의사 결정 및 집행, 국민과 이해관계자와의 의사 소통 등 위기 대응 영역 전반에서 끊임없이 고도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며 지난 일곱 달을 견뎌온 셈이다.

위기관리에서 이처럼 높은 불확실성이 전달하는 함의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건강과 환경 위험의 소통과 거버넌스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위치에서 우선 붙잡게 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의 이동과 접촉 줄이기 같은,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다수의 채택과 유지가 매우 어려운 위험 회피 행위의 ‘사회적 수용력(collective acceptance)’을 높이는 노력의 중요성이다. 다른 하나는 불확실성을 다루는 과학 혹은 방역 소통(science communication under uncertainty)의 섬세함이 갖는 중요성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확실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없다. 따라서 방역의 성패는 적극적인 역학조사와 추적 관리, 사망을 막기 위한 양질의 확진 환자 치료 등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의 질과 함께 사회 구성원의 권고된 행위(preventive measures) 실천 수준에 달려 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기침 예절 같은 개인적 예방 행위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어느 정도 알려졌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 두기(physical distancing)로도 알려진 사회적 거리 두기(밀집, 밀접, 밀폐를 피하고 사람을 만날 때는 충분한 거리를 두는 것 등), 아프면 3~4일 쉬면서 경과를 보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검사를 받는 행위 등 잠재적인 감염 및 감염 전파 가능성을 줄이는 행동 지침들은 지난 메르스 때는 널리 권고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지역사회 감염 전파나 무증상 감염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 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맞서 등장한 새로운 대응 전략이다.

최근 몇 차례 ‘코로나19 대응 정책의 수용과 실천’에 관련된 발표를 했다. 그 자리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 동기를 확보하고 지속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그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은 감염 현황 정보에 의해 자동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아니며 개인과 집단의 인지, 정서적 위험 인식과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이 행위에 뒤따르는 경제적·심리적 기회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 역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해당 사회가 질병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드러내는 규범은 물론 문화에 의한 감염에 대한 두려움, 낙인, 혐오 같은 현상 역시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 소통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위험 인식과 경험, 그리고 의견과 기대 조사의 일부 내용을 공유해본다. 해당 내용은 지난 1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실시한 “코로나19 전 국민 인식 조사”와 서울시와 경기도의 지자체 구성원, 코로나19 확진자 및 접촉자 조사 결과를 활용한 자료이다.

코로나의 주관적 위험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위험 인식과 상황 인식

보통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어떤 인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이를 알아 보기 위해 ‘위험 사안의 발생 가능성’과 ‘그 사안이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 초래될 결과의 심각성’을 통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조사 시점과 무관하게 ‘감염 가능성’보다 ‘감염이 초래할 결과의 심각성’에 대한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강한 전파력과 그에 비하면 낮다고 알려진 치사율 등 임상적(clinical) 바이러스 정보와는 다른 인식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노출과 숙주 감염이 아닌 생계와 관계 등 삶의 다양한 셈법들이 반영되어 구성된 위험임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위험은 통제 가능한가

한편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감염 위험의 통제 가능성’과 ‘감염으로부터의 사회적 안전’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당면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지된 통제 가능성(perceived controll -ability)은 높았지만 이것이 위험으로부터 사회가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사회가 안전하다는 인식은 방역 당국을 향한 신뢰나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효능감 외에 거주하는 지역 및 다양한 주변의 사회 구성원을 향한 신뢰가 뒷받침될 때,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체 기반의 방역 성공 경험이 축적 될 때 가능하다. 뒤집어 말하면 이런 결과는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소통이 그동안 연대를 강조하고 집단의 실천 성과를 강조하기보다는 방역 당국과 개인 간의 수직적 신뢰와 개인 단위의 효능을 더 강조하고, 그에 의존하여 성과를 거둬온 것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위기 대응 역할 책임 중요도와 성과 기여도

코로나19 대응의 역할 중요도와 성과 기여도

유사한 맥락을 코로나19 대응에서 일반 국민의 방역 당국을 향한 신뢰가 매우 높았던 것에 비해 일반 신뢰, 즉 대부분의 사람을 향한 믿음은 그보다 낮았던 것에서 짚어볼 수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이를 코로나19 대응에서의 역할 및 책임의 ‘중요도’와 실제 방역 성과에서의 ‘기여도’로 나누어 물었다. 결과를 살펴보면 이전 조사처럼 방역 당국이 역할 중요도와 성과 기여도 모두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나와 내 가족이었다. 반면 일반 국민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 인식은 전체 주체 중 가장 낮았고, 방역성과 기여도 역시 최하위인 언론 바로 위 수준이었다.

단기의 전력 질주라면 스스로의 통제감과 리더를 향한 신뢰가 성공 요인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마라톤처럼 경로와 전망이 모두 불확실해지는 장기적인 상황에서는 나와 함께 앞뒤에서 달리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서로를 향한 수평적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정책 소통이 필요해지는 대목이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 정지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 변경, 정지 경험

정신건강의학자들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평범했던 일상이 예고 없이 변화, 변경, 정지를 요구받고 그 과정에서 개인에게 중요한 삶의 계획과 목표를 상실하면 이것이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 정신 건강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앞서 언급한 여섯 차례의 조사를 통해 이런 우려의 한 면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정지 방향으로의 일상 변화가 상당하고, 그 변화는 인구·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전한 정지는 0점, 이전 일상 그대로는 100점이라고 기준을 두고 질문했다. 이에 시기 에서는 이른바 ‘신천지 사태’가 있었던 2월 이후인 3차의 점수가 가장 낮았고(즉 정지 폭이 가장 심했고) 생활 방역으로 일상이 재개된 5월 이후 조금씩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1월의 점수에는 못 미친다. 또 주부와 자영업자, 대구·경북 지역민, 저소득층의 일상 변화 점수는 전체 평균보다 더 낮았다. 즉 이들의 일상은 평균보다 더 정지 방향인 것이다. 돌봄과 가사 부담, 생계 압박, 그리고 확진자 폭증을 경험한 특정 지역 구성원의 곤란하고 힘든 일상을 완충(buffering)하는 정책과 소통이 필요하다.

출처 유명순, “코로나19 국민 인식 조사

백신과 치료제가 마련될 때까지 우리 모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우리에게는 물리적 시간 외에도 위기를 버티고 견딜 사회적 자본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컨대 주변을 향한 신뢰, ‘감염은 곧 민폐’ 라는 지나친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낮출 포용적인 소통,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일상의 마모를 더 크게 겪는 개인과 집단을 향한 지지 같은 것이다. 앞으로의 코로나19 정책과 정책 소통에 이러한 부분이 담기고 강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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