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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 비용과 생명 비용

사회적 거리 두기, 현재로선 COVID-19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

COVID-19로 인해 전 세계는 아직도 커다란 위험과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의 생활 또한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연 현 사태를 탈피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첫째,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때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소멸할 것이라는 설이 있었다. 그러나 폭염에도 COVID-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이제 그런 기적은 그 누구도 꿈꾸지 않는 듯하다. 둘째, 대다수가 면역력을 갖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항체 형성 방법은 백신 접종이겠으나 과연 가까운 시일 내에 검증된 백신의 생산과 배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안으로 집단면역을 시도한 국가들이 있었으나 그 사례를 통해 우리는 집단면역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마지막은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즉 일정 기간 동안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통제 가능할 만큼으로 감염자 수를 떨어뜨린 다음 거리 두기 강도를 점차 약화시키면서 감염자를 관리하고 확산을 막는 방법이다. 현재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방법인데, 현재로서는 이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그 강도에 있어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당분간은 지속할 수밖에 없으리라 예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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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에 관한 경제적 분석은 오래전부터 수행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감염률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 사태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나, 예상외로 장기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경제 위축과 손실이 상당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사실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용어는 이번 COVID-19 사태 이전에는 우리에게 생소한 용어였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통용 되어왔고 이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논문 또한 다수 존재한다(Smith et al., 2009; Mesnard and Seabright, 2009; Keogh and Brown, 201 0; Chen et al., 2011; Fenichel et al., 2011; Fen –ichel, 2013).

COVID-19와 관련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분석 논문은
통계적 생명 가치에 근거해 분석되는 것이 추세

최근 학자들은 COVID-19 상황에 맞추어 관련 연구를 발 빠르게 발표하고 있다. 특히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글로벌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경제학적 이론에 기초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손익에 관한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연구는 어떠한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고 있을까? 최근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통계적 생명 가치(VSL, Value of a Statistical Life)’이다. 이는 사망 확률을 줄이기 위해 사회 평균 구성원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만약 0.1%의 사망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100만 원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면 VSL은 0.001분의 100만 원으로, 10억 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즉 1명의 생명을 구할 거라 예상되는 정책이 10억 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고 해석된다.

사실 통계적 생명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론은 다양한데 최근에는 위험 회피 접근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보상적 임금격차 이론과 보건 지출에 의거하여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국가마다 산출된 통계적 생명 가치의 값은 큰 편차를 보인다. 예를 들어 Viscusi and Aldy (2003)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 $0.5 ~$21 million(6억~420억 원), 영국 $4~74 million (48억~888억 원),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0.2~4.1 million(2억 4,000만~49억 2,000만 원)이다. 한국의 경우 이철희 외(2012)의 연구에서는 남성 25억 원, 여성 32억 원이었고, 김효진(2019)의 연구에서는 모형에 따라 8억 1,000만~59억 8,000만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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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가치는 GDP의 약 58% 규모

COVID-19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한 연구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자. Thunstrom 외(2020)는 미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손익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감소한 사망자 수의 통계적 생명 가치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감소한 GDP의 현재 가치를 뺀 값으로 계산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통계적 생명 가치 $10 million(약 120억 원)을 대입했을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가치는 $5.2 trillion(약 6,240조 원)에 이른다. Greenstone and Nigram(2020)의 연구에서도 미국의 3~4개월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약 176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며 이 중 63만 명은 중환자실과 같은 집중치료 여유분 부족(overflow)에 의한 사망자 감소이고, 통계적 생명 가치 $11 million(약 132억 원)을 대입했을 때의 경제적 가치는 미국 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8조 달러(약 9,600조 원)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COVID -19 주요 피해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는 자명하다. 영국의 공립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유럽 주요 11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봉쇄령과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COVID-19 감염률이 평균 82% 감소했고 310만 명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UC버클리 연구진도 6개국(한국, 미국,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이란)의 사회적 거리 두기(자택 대피령, 대형 모임 금지, 점포 운영 일시 중지, 여행 금지 등 나라마다 봉쇄 정책의 수위는 다름) 효과를 분석하였는데, 이를 통해 약 5억 3,000만 명의 감염을 막은 것으로 추정하였다.

특히 UC버클리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1,150만 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10명 중 7명이 COVID-19에 감염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편의상 현재 2.3%인 국내 치명률을 적용하면 26만 4,500명 정도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목숨을 건진 셈이다. 김효진(2019)이 산출한 통계적 생명 가치인 약 42억 3,000만 원을 적용하여 추정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가치는 약 1,118조 8,340억 원으로 2019년도 우리나라 GDP의 약 58%에 해당되는 상당한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파력이 강한 COVID-19 상황에서 사망자 수를 감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익 분석에서도 막대한 경제적 비용 절감이라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기관·산업 맞춤형 정책에 대한 요구, 필요성 증가

이렇듯 사회적 거리 두기의 목표가 감염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그 경제적 효과 또한 명확 하다면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즉 모든 사람을 집 안의 독립된 공간,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옷장에 있게 하고 어떠한 사회적 접촉도 없이 3~4주를 보내 도록 한다면 감염률은 0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옷장 안에서 COVID-19 외의 다른 원인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즉 중요한 것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화하되, 사회적으로 고립되지는 말자”는 역설을 극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염병과 관련한 충격은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Mazumder, 2005; Almond, 2006)가 있는 만큼 정책 수립에 있어 더욱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각 개인이 정책에 반응하는 방법과 효과의 양상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Funk et al., 2010; Gersovitz, 2011)에도 주목해야 한다.

즉 사회적 거리 두기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나 각 개인의 실행 패턴과 양상은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집에 아이가 있느냐, 작은 아파트에 사느냐, 공용 시설을 많이 이용해야 하느냐, 고립감을 덜어줄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있느냐, 디지털 기기가 잘 갖추어져 있느냐 등에서 개인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와 비용은 큰 차이가 있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매출액이 급감하는 업종이 있고, 반대로 덕을 보는 업종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현장 실사가 중요한 업종에서는 그 리스크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One size fits all(두루 적용되도록 만들다)’이라는 원칙은 이번 사태에서는 맞지 않는다. ‘customized(맞춤형으로 만들다)’, 다시 말해 개인·기관·산업 맞춤형 정책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유연하면서도 원칙 있는 기준 마련과 정책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 중복되거나 불필요하거나 부족한 지원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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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험을 정책에 최대한 활용

COVID-19가 장기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상당하다. 따라서 지난 몇 달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 경험을 각 개인·집단·산업별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실천한 행위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느낀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국민 간 유대감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수행해야 했으나 하지 못한 정책, 수행하긴 했으나 때늦은 정책, 불필요한 행정 업무 및 정책 등을 분류하고 앞으로 신설해야 할 정책, 지속해야 할 정책, 없어져야 할 정책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관한 논의가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 간의 상충 관계로 전개되는 것은 부적합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밝히는 성명문에 “경제의 향후 경로는 바이러스의 진로에 좌우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었을 정도로 바이러스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앞으로의 경제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경제적 거리 두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에 관한 논의를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 간의 상충 관계로 전개하려는 접근 방식이 과연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경제활동의 빠른 재개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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