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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와 한국 경제

위기 속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

유난히 길었던 올여름 장마가 소강상태에 들어선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금 폭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급 하기에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발발한 이후 지난 8개월여 동안 우리 국민과 정부가 하나 되어 보여준 저력이 전 세계에 귀감 이 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수한 보건·의료 환경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정부의 방역 정책과 여기에 더해진 민간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은 성공적인 K-방역 시스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일부에서는 유독 K-방역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느끼며 ‘국뽕’에 취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를 흘려들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까지의 성공적인 방역 정책을 굳이 폄하할 필요도 없다. 2월 중순경 국내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가 절정에 이르렀을 당시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지인들로부터 걱정스레 안부를 확인하는 이메일과 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3월 이후 상황이 정반대가 되면서 나를 걱정하던 지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웃픈’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며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러운 그런 감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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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방역 정책의 성과는 경제성장률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역성장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1·2분기 성장률의 하락치는 해외 여타 국가들의 하락치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집중 되었던 1분기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1.3%를 기록하였다. 같은 시기 아직 피해가 확산되지 않았던 미국과 유로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1.3%, -3.6%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든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대비 –3.3%였다. 1분기보다 2분기에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한 미국과 유로 지역 국가들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각각 –9.5%, –12.1%의 유례없는 수준으로 위축되며 해외 에서의 수출 수요가 급감하게 된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1·2분기를 아우르는 우리나라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에 그쳤다. 반면 미국과 유로 지역은 각각 –5.1%, -9.0%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기적적인 선방’이라는 정부의 자평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그림 1> 2020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2020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위기로부터 얻는 교훈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 경제의 기적 같은 선방은 어디까지나 성공적인 방역 정책의 결과일 뿐, 경제 정책이 성공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위급한 팬데믹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재정 및 통화·금융 정책을 운용한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경제 주체들의 과도한 불안을 불식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이 과연 가장 효과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졌는지, 실제로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하는 데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복기를 통해 성공적인 정책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정책은 보완해나갈 때 다음 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절정에 이르 렀던 올 2월 말경부터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국내 외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등 또 다른 외환 위기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 바 있다.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진 단기 대외 채무 비중과 크게 높아진 외환 보유액을 바탕으로 상당 수준 향상된 외환 건전성을 감안하면 외환 위기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와 같은 예측 불허의 큰 충격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에 동시다발적 으로 이루어진 선물환 포지션 한도 완화, 외화 채무에 대한 은행세 부담 경감, 그리고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정책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빛을 발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정치권의 강력한 요구로 시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 총액은 14조 원에 달하는데 1분기 대비 1.4% 증가한 2분기 민간 소비 지출 증가액은 높게 잡아 3조 원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설령 민간 소비 지출 증가액이 전적으로 재난지원금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1,000원 내고 200원 어치 얻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결과이다. 물론 보다 정확한 평가는 추후에 엄밀하게 산출해야겠지만 같은 재원을 취약 계층에 집중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 동시에 소득 불평등 문제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재원을 취약 계층에 집중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 동시에 소득 불평등 문제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이후 마주할 구조적 도전 과제

그럼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언젠가는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고 다시금 일상에서 마스크를 벗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날이 돌아올 것이다. 다만 여러 가지 면에서 코로나19 위기 이전과 동일한 상황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도전 과제들은 더욱 심화된 형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도전 과제는 실물 부문의 저성장 고착화 현상이 아닐까 싶다.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처음 명명한 대로,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률은 매 5년마다 1%씩 감소하는 ‘5년 1% 하락의 법칙’을 따르면서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이미 연평균 2%대의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에 필자는 김세직 교수와 공동으로 산업구조 회계 방식을 이용해 이와 같은 장기 성장률 하락의 구조적인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장기 성장률 하락의 50%가량은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의 감소로 설명할 수 있으며, 약 35%는 산업구조 변화에 기인하였고, 나머지 약 15%는 고용률 증가율 하락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 장기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평균 노동생산성이나 고용률을 높이거나, 산업구조 변화 속도를 늦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림 2>).

<그림 2>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 분해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 분해 분석 결과

이 중에서 산업구조 변화에 의한 성장률 하락은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국의 총노동생산성, 즉 산업 전 부문의 총노동생산성은 산업별 고용률을 가중치로 한 각 산업 부문별 노동생산성의 가중평균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은 1차 산업에서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은 2차 산업에서 낮은 고용률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노동생 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1차 산업에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고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2차 산업에 낮은 가중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가중 평균인 총노동생산성은 낮아지게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산업화 과정에서는 1차 산업의 고용 비중이 감소하고 2차 산업의 고용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2차 산업의 가중치가 높아지게 되어 총노동생산성은 자연히 높아진다. 1차 산업 고용 비중이 높은 저개발국의 총노동생산성에 비해 2차 산업 고용 비중이 높은 개발도상국의 총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중반까지는 급속 도로 전개된 산업화 과정에서 1차 산업 고용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2차 산업 고용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가 총노 동생산성을 높이는 이유로 작용했다. 하지만 점차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2차 산업의 고용 인구가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3차 산업으로 이동해 총노동생산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경제가 발전하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산업 구조가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전환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제는 그 변화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한편, 3차 산업의 상대적인 노동생산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서울기술교육센터

이제 우리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대비해 산업구조 변화에 의한 성장률 하락세를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2차 산업의 고용을 최대한 확충하면서 3차 산업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고용률 증가 속도의 감소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청년 실업률 증가 현상 등을 방증한다. 이는 향후 지속적으로 장기 성장률 반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 역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 감소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한국판 뉴딜 정책에 거는 기대

이와 같은 구조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마련된 한국판 뉴딜 정책은 여러 면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재정 정책의 운용 기조가 단기적인 경기 부양 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중장기적인 경제성장 정책으로 확대된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 이에 더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이라는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3차 산업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장기 성장률 하락의 주요 구조적 요인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확고한 사람 중심 포용국가를 기반으로 한다는 기치 아래 고용 안전망을 구축하고 직업 훈련 등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 투자가 이루어지면 고용률 감소로 인한 장기 성장률 하락 또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표현에서처럼 이론적으로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보이는 한국판 뉴딜 정책이 실제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논의와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정책 내의 세부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한다는 큰 의미를 갖는 정책이 단 몇 개월 만에 준비된 만큼, 세부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모두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크게 방향을 선회하거나 심지어는 중도 폐기해야 하는 과제도 있을 것이고, 사전에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부문이 뒤늦게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이 이러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연성 있게 추진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난관을 극복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림 3> 세계 국내총생산(GDP) 추이 세계 국내총생산(GDP)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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