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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희망의 한 해로 만들자 - 박태균(편집위원장)

2020년이 지나가고 있다. 1년 전 새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2020년은 희망의 한 해였다. 매 1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을 여는 해였기 때문이다. 예년과 다르지 않게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10년간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선견지명을 내놓았지만, 팬데믹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적지 않은 나라에서는 20~30년 전부터 2020년을 목표로 해서 미래 계획을 세워오곤 했었다. 20이 둘 겹치는 2020은 미래 비전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회자되기 쉬운 숫자였다. 15년 전 방문했던 쿠알라룸푸르의 높은 빌딩에 걸려 있었던 ‘2020 미래계획 비전’ 현수막, 몇 년 간 계속 접해 왔던 2020 도쿄 올림픽 이슈 또한 2020년이 마음 설레는 한 해로 시작되었음을 기억하도록 한다.

학계에서는 2020년을 맞이하면서 많은 준비와 기대를 했다. 2020년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발발 후 70년이 되는 해이고, 4·19 혁명 60주년이며, 광주항쟁 40년이 되는 해였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1970년에는 한국 산업화의 상징 중 하나인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었고, 동시에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한 전태일의 외침이 있었으며, 부실공사의 대명사인 와우아파트 사건이 있었다. 1990년은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정치 지형이 시작되는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이 태어난 해였고, 2000년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선언이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2010년에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다.

이렇게 2020년은 기억해야 할 사건이 너무나 많은 한 해였고, 그러한 사건들을 통해서 현재 우리의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진정한 진보와 보수 간의 정책 대결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이렇게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미래를 풀어가야 할 이슈가 많은 2020년이었건만, 그 한 해를 코로나19 팬데믹이 다 삼켜버렸다. 그나마 ‘줌’이 아니었다면, 2020년은 멈추어버렸을 것 같다. 너무나 아쉽고, 너무나 안타깝고, 그럼에도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현재와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2021년을 맞게 되었다. 백신이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그 효과와 부작용을 확실히 알 수 없으며, 백신 확보를 위한 자국이기주의 속에서 세계질서가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암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2020년은 전 인류에게 매우 큰 교훈을 준 해였다. 앞으로 30년이 지난 2050년이 되어 2020년을 되돌아본다면, 무엇이라고 쓸 것인가? 사실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류가 2050년을 제대로 맞이할지도 불확실하지만,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생존해온 것을 기억한다면, 2050년의 새해도 밝아올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 역사를 바꾸어 놓은 한 해로 2020년이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또한 20세기 이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끊임없이 추구했던 경제 성장이 한 풀 꺾인 해이기도 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많은 사람이 외롭고 힘들었고, 국민들의 생활이 더 팍팍해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다는 아닐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020년은 다르게 기억될 수도 있다.

‘2020년은 성장과 효율, 그리고 개발만 추구하던 인류가 안전과 생명에 눈을 돌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녹색혁명이 시작된 해였다.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었지만, 과거부터 계속되어 오던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본격화했다. 2020년은 한국판 뉴딜로 한국 사회의 혁신적 성장이 시작된 해이기도 했다. 이로부터 한국의 민주주의가 21세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갔다.’ 2050년에 펴낼 역사책에 2020년에 대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 중에 코로나19로 인하여 힘들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인 서로 만나서 수다를 떨 수 있는 기쁨을 빼앗아 갔고, 어려운 중에도 돈을 모아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코로나19가 2020년 초 세웠던 새해 계획을 다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 역사가 그랬듯이 이 어려움 속에서도 인류는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을 품고 2021년을 열어야 할 것이다.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을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 속에서 극복해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2020년은 새로운 희망이 시작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며, 새로운 21세기를 열어가는 변곡점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1년 간 보아왔다.

이를 위해서 2021년 한 해는 갈등보다는 이해와 협력이 가득한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정치인도, 기업인도, 국민도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2020년의 기억은 이 한 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21년, 그리고 2022년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4·19 혁명 앞에 ‘미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듯이 2050년 대한민국의 역사를 쓰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한 해’ 대신 ‘미완의 개혁’ 또는 ‘실패한 대전환’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번 열린정책의 정책특집 주제는 한국판 뉴딜이다. 한국판 뉴딜은 향후 한국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정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선방’을 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기가 극복된 것은 아니다. 문명사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이 상황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역시 수렁에 빠질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시작된 한국판 뉴딜의 내용을 살펴본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한국판 뉴딜 자문단을 대표해서 네 분의 필자가 전체적인 비전,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그리고 이러한 뉴딜 정책의 운영에 기초와 원칙이 될 지역균형 뉴딜에 대한 글을 게재하였다. 현장과 시선에서는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 열렸던 광주와 대전에서의 현장 회의를 통해 한국판 뉴딜이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녹아들어 가고 있는가를 그렸다.

열정인터뷰의 대상은 주한 영국대사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영국대사를 통해 팬데믹 상황에서 그가 바라본 한국과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방역과 브렉시트에 대한 그의 견해도 인상적이었지만, 자발적 봉사가 넘치는 영국 사회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국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선언’에 대한 평가 역시 주목된다.

이번 열린정책의 정책칼럼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정책들을 다루었다. 디지털바이오 생태계와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글은 코로나19로 인하여 4차 산업혁명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 상황에서 디지털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나가면서도, 그 발전의 중심에 AI가 아닌 인간이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정책칼럼에서는 또한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큰 사회문제로 제기된 돌봄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으며, 외교의 다변화를 위한 미래의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했다.

쟁점토론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중심에 놓고 진행했다. 분권과 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5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한국판 뉴딜 역시 분권과 균형발전 없이는 어려우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통해서만 방역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이번 팬데믹을 통해서 철저하게 경험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았다. 정책기획위원회의 국민주권분과가 국민주권과 자치분권의 두 개 분과로 나뉜 것도 지방분권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국정과제 광장은 정책기획위원회의 네 개 분과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심적인 이슈를 정리하였다. 이번 호까지 4개의 글이 실렸지만, 다음 호 국정과제 광장 부터는 6개의 글이 실릴 예정이다. 정책기획위원회의 기존 4개 분과가 6개 분과로 나뉘었다. 국민주권분과는 국민주권과 분권발전으로, 포용사회분과는 포용사회와 지속가능분과로 재편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반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2021년부터 《열린정책》은 새롭게 재편된 분과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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