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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한영 협력을 준비하며 -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British Ambassador to the Republic of Korea) 인터뷰, 글 박은숙, 사진 박성희

국내외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음 날인 12월 9일 서울 덕수궁 옆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김성경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 사이언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를 만났다. 올해로 부임 3년차인 스미스 대사는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남달랐다.
스미스 대사에게서 코로나에 대처하는 한국과 영국의 방역 차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양국이 어떻게 협력해 나갈지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브렉시트 협상 기한 완료를 앞두고 새로운 관계 정립의 과제와 한국에 거는 기대,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한 심도 깊은 대담이 오갔다.

부임하기 6개월 전에 한국에 와서 언어와 문화를 익혀…
여러 박물관과 사찰 등을 찾아 문화 체험,
한국 문학에도 관심 커

김성경 위원
반갑습니다. 평소 대사님께서 한국 사회와 문화에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알고 있던 터라 오늘 인터뷰가 더 뜻깊게 느껴집니다. 2018년 3월 주한 영국대사로 부임하게 되었고, 그 6개월 전부터 한국에 와서 언어와 문화를 익히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지내는 것은 어떠신지요?
스미스 대사
그동안 한국 생활은 매우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백퍼센트 만족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배우는 과정의 연속이기에 저도 멈추지 않고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부임을 6개월 앞두고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그러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김성경 위원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을 꼽아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스미스 대사
2017년부터 한국의 박물관이나 사찰, 미술관 등을 찾아다녔습니다. 가장 큰 감명을 받았던 곳은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였습니다.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문학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윤동주 시인을 알게 되면서 역시 매료되었습니다. 가까운 인왕산에 갈 때면 그곳 윤동주 기념관에 들르곤 합니다. 그 분의 삶과 작품을 알아가면서 음미하고 있습니다.
황석영 작가도 예전에 뵌 적이 있는데 깊은 인상이 남은 작가여서 더 많은 작품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시를 쓰는 최정례 시인은 직접 대사관에 방문해서 낭독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박물관 중에서는 청계천박물관을 꼽고 싶습니다. 서울의 개발과 발전의 역사를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공간이었습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관저 응접실 탁자에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비롯하여 황석영의 소설 〈손님〉, 이광수의 〈무정〉 등이 놓여 있었다.
스미스 대사가 한국과 관련한 자료를 모아 엮은 스크랩북에서는 다양한 관심사가 드러나기도 했다.
김성경 위원
처음 부임하신 2018년은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던 때였습니다. 물론 남북관계가 다시금 교착상태지만, 당시 감회가 남다르셨을 듯합니다. 게다가 영국은 한국전쟁에 9만여 명이 참전해서 1,000여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대사님의 의견과 향후 영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있는지요?
스미스 대사
2018년도 3월은 현 정부의 노력으로 남북한 관계가 좀 더 건설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려고 했을 때입니다. 부임하고 한 달 후에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사람들의 기대와 감동, ‘새로운 시작’이라는 슬로건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감동과 기대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후에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뭔가 이뤄질 것 같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는 북한은 매번 조금씩 후퇴하는 것 같습니다. 되돌아보면 25년 동안 북한이 해왔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김정일 때부터 경험해봤는데, 항상 장기적인 비전이나 계획이 아니라 단기적인 성과를 이루는 데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김성경 위원
부임 전에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사님이 경험한 북한, 북한 사람들은 어떠한지요? 한국과 북한 비슷한 점이 있나요?
스미스 대사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영국과 북한의 외교관계가 정립되던 초기였습니다. 당시 북한은 먼 나라였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사는 책과 기사 속의 세상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와 로빈 쿡 외교장관이 외교관계를 설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곳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기에 인간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했고, 그들은 더 잘 이해하고자 외교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떤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고심해왔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주영 북한대사와 정기적으로 소통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북한은 전 세계가 자기들에게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은 자국민이 이런 시각을 지속해서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이해시키는 데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경 위원
얼마 전 영국 정부는 화이자의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고, 12월 8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코로나19 현황과 영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소개해주시고, 다른 한편으로 평가를 해주실 수 있는지요?
스미스 대사
올해 3월 들어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영국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주변 유럽 국가들이 다 그랬습니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빨랐고 그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초기 확진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국에서는 2차 대유행이 일어나고 있고, 오늘(12월 9일 현재) 자로만 2만 명 정도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매일 새로운 숫자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고무적인 것은 사망자 수를 크게 줄였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치료 부문에서 매우 진전된 상황입니다. 검사에 대해서도 발전이 있었습니다. 더 정확한 검사로 향상된 결과를 얻음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의 양태나 과정에 대해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검사-추적-치료’라는 방역 요소 중 추적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대중이 추적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체감도가 다르고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강요나 설득을 할 수 없고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게 할 수도 없어서 방역의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코로나 첫 유행되던 6개월 전보다
감염자 숫자 늘었지만 사망자 수를 크게 줄어
영국은 백신 접종은 물론 치료 부문에서 매우 진전된 상황

김성경 위원
영국의 경우에는 방역 단계 중 역학조사, 즉 추적 과정이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규나 사회문화적 인식 때문에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스미스 대사
사실 대중은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것이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데 저항하려는 경향이 큽니다. 이에 대해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말씀드리자면,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다양한 앱을 이용하면서 이미 자기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 자신의 사생활을 홍보하기도 하면서 공공보건을 위해서는 이런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영국에서는 개인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주민등록증이 없고, 누군가 요구하거나 보여줄 필요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서 아무리 공공성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개인정보가 담긴 주민등록증을 도입하면 안전과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들의 정보를 정부가 분류하는 것에 대해 대중은 거부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도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국제적인 노력으로 취약국가에서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기를 희망
저개발국가에서 코로나를 퇴치하지 못한다면 어떤 나라도 완전 퇴치 못 해

김성경 위원
코로나 팬데믹은 이번 겨울이 고비로 보입니다. 검사 기법이 점차 발전하고, 백신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대사님께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질서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또한 영국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계신지요?
스미스 대사
흔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와 국가, 계층과 계층 사이의 차이가 더 심화되었다고 말합니다. 영국 정부의 진단은 이와는 다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국제사회가 조금 더 협력해야 될 필요를 강하게 느끼게 됐다고 하겠습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어떤 취약국가나 저개발국가, 개발도상국이 뒤처지거나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더욱더 단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협력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지금 영국은 코로나 퇴치를 위한 국제기구에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7억 5,000만 파운드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하였고, 특히 저개발국가의 백신 개발을 위해서 5억 파운드를 지원했으며 외교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세계은행으로 하여금 미화 120억 달러를 들여서 백신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데 투자하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과 국제적인 노력이 합쳐서 취약국가나 저개발국가에서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기를 희망합니다. 만약에 이러한 국가들이 코로나를 완전히 퇴치하지 못한다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코로나를 완전히 퇴치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기후변화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위기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코로나로부터 회복된 세상이 되었을 때 다시 코로나 이전 시대처럼 탄소 배출을 하고 석탄을 태우고 하면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경 위원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재원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고, 모든 국가는 자원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나 저개발국가 지원에 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특히 기후위기나 기후변화 같은 것은 먼 미래 일인데 눈앞의 경제 발전을 멈추면서 지원할 수 있을까요?
스미스 대사
모든 나라는 취약국가나 저개발국가를 도와야 하는 비전과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든 자국민의 복지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영국의 해외 개발 원조의 목표는 저개발국가의 빈곤 종식입니다. 이것이 시작점입니다. 그래서 국민에게 설명하기를, 왜 콩고나 예멘과 같은 다른 나라의 가난이 우리에게 문제인가에 대해 그들의 가난은 자국의 국내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서 영국이나 다른 선진국 기업의 시장을 좁아지게 한다고 말합니다. 시장이 작아지고 그들이 더 가난해지면 분쟁 위험도 함께 높아집니다. 이 분쟁을 해결하려면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분쟁은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영국은 전 세계 최대 원조 개발 공여국 중 하나입니다. GNI(국민총소득)의 0.7%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GNI의 0.5%로 줄이기로 결정했는데 그렇다 해도 OECD 국가의 상위 5위에 속하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감소 결정에 국민적인 반발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으로 인해 GNI 자체가 줄었지만 0.7%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축소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여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준으로도 OECD 국가 중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할 정도로 엄청난 예산을 해외 원조 개발에 쓰고 있으며,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성경 위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과 영국은 어떤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 특히 영국은 이번 12월 31일이 되면 브렉시크 협상 시한이 완결되는 것으로 압니다.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실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영국은 한 단계 발전된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미스 대사
이제 영국은 EU의 28개 회원국 중 하나가 아니라 EU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동등한 결정권을 가진 독립국가입니다. 이로써 새로운 기회를 더 많이 만들 것입니다.
또한 영국은 여전히 EU에 큰 영향력을 주는 국가로 남을 것이며, 다른 EU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봅니다. 영국은 아시아 지역의 국제기구들과 더 심화된 관계를 맺고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먼저 아세안(ASEAN)과의 관계를 심화할 것이고,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에도 관심이 큽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더 깊고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21세기의 기술 협력 개발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얼마 전 바로 이 자리에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영국과 한국이 더 협력하는 분야가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도 AI나 에너지 전환, 풍력과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등에서 영국과 한국은 긴밀한 기술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빌리티 산업과 건강 산업, 생명공학 등에서도 긴밀한 관계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두 나라는 인구 구성과 변화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초고령화사회에서 노령층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이런 기술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협력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고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투자자를 구하는 데까지 연결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의원장님과 의견을 나눴던 것을 들려드리면,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이 영국 런던에서 투자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이제 영국은 EU 회원국 중 하나가 아니라 동등한 결정권을 가진 독립국가
이로써 새로운 기회를 더 많이 만들 것,
한국과도 새로이 협력할 것

김성경 위원
브렉시트는 여러모로 영국에 커다란 변화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쳤으니 영국 사회 또한 동요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한 사회 갈등도 불거져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도 정치 갈등과 사회 갈등이 중첩되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의 사회 통합을 위해서 어떤 노력과 전략, 그리고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스미스 대사
영국은 2016년에 EU에서 탈퇴할 것인지에 대해서 국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국민의 52%가 탈퇴를 원하고 48%는 잔류를 택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결과가 아닙니다. 상당히 많은 수의 국민이 잔류를 희망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영국 정부는 52%의 국민이 탈퇴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결정을 존중하고 실현하고자 지금까지 노력했습니다. 이제 할 일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가 될지에 대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장점 중 하나는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라는 훌륭한 전통은 영국 사회의 큰 자랑거리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브렉시트에 대해서 적잖은 반대가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지역사회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전통과 문화가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는 커다란 에너지가 되고, 영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에 강한 힘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빈곤층을 돕는 자발적인 노력들이 실천되고 있습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영국의 유명한 축구선수 마커스 래시포드(Marcus Rashford, MBE)의 새로운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에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동참하여 협력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통해서 저소득층과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받은 가정의 아이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2년 뒤 대사직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면 영국의 시민사회 정신과 자원봉사로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들이 큰 힘이 되어 영국의 성장을 이끄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성경 위원
한국과 영국의 협력에 대해서 조금 더 세부적인 질문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2021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The 26th UN Climate Change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열립니다. 영국이 주최국으로서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회의의 의미를 설명해주시고, 한국 또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미스 대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는 매년 하지만 5년마다 좀 더 중요한 회의가 열립니다. 2015년도에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파리에서 열렸고 이 결과 도출된 것이 파리기후협약입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충분한가를 검증하려고 합니다. 또한 우리에게 더 특별한 협약이 필요한지도 검증하게 됩니다. COP26가 중요한 것은 파리기후협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COP26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197개국이 참가해서 상승하고 있는 지구 온도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것은 2℃, 이상적인 것은 1.5℃ 이내로 상승폭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께서 보여 주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아주 희망적이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셨는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실질적인 탄소 배출 제로 상태)’을 달성하겠다는 발표였습니다. 이는 아주 엄청난 목표입니다. 이를 듣게 된 것이 기쁠 따름입니다.
‘2050 탄소 중립’ 선언은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진 결정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즉각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2030년도에 한국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2035년과 2040년의 한국 상황을 그려보고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가 중요합니다.
12월 12일에는 유엔 사무총장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의 정상이 화상으로 회의를 열 계획입니다. 이 정상회담에 문대통령께서 탄소 중립을 발표하셨기 때문에 특별 발표자로 초대했습니다. 12월 12일에 여는 이유는 같은 날 파리에서 개최된 COP21의 5주년을 기념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5주년을 축하하면서 또한 스스로 점검하고 새롭게 동기부여를 하여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장점 중 하나는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많다는 것
이는 영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강한 힘을 제공

김성경 위원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지금까지 쌓아온 국제사회 협력의 틀이 위기에 봉착하게 만든 바 있습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협력할 것이라고 합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금까지의 미국 대통령 중 가장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 문제가 다시금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스미스 대사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지만, 여러 미 주정부와 지방 정부들은 파리기후협약을 존중해왔고, 이는 대략 66% 수준입니다.
현재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도입할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의 강력한 지지자로서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특사로 임명되었고, 그는 이전부터 영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한 경험이 있기에 미국은 매우 빠르게 협약에 재가입하고 확실한 지지자가 될 것입니다.
김성경 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5월에 서울에서 열릴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The Second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Summit)에 보리스 존스 총리를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이슈를 두고 한국과 영국의 상호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정책을 설계하는데, 영국의 기후 관련 정책은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신지요?
스미스 대사
문 대통령의 발표한 ‘2050 탄소 중립’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양국 협력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영국은 작년에 탄소 중립 2050을 법제화했습니다. 지킬 것이다 하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켜야만 하는 법적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 국가에서 이 목표를 법제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세운 것은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관한 세부 진행 과정입니다. 영국 정부는 10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에 하나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대 대비해서 2030년에는 68%까지 줄인다는 것입니다. 2050년도에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2030년의 영국은 무엇을 해야 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여기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영국 정부의 친환경기술 개발을 위한 직접 투자입니다. 그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25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할 것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중 화력 발전을 대폭 줄이는 것도 있습니다. 2012년도에 영국 전체 전력에서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도 올해에는 2%로 줄었고, 2024년도에는 0%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가장 최근 정부의 발표를 보면 영국은 해상풍력발전만으로 가정에서 필요한 전체 전기 공급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는 영국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한 계획입니다.
P4G 정상회담으로 돌아가서 말씀을 드리면, 정부와 민간의 협력관계를 통해서 건설적이고 효율적인 기후변화 혁명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민간 투자가 친환경 미래를 도출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이나 에너지 전환 연료 등 기후 분야에 대한 투자, 즉 클라이밋 파이낸스를 유도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김성경 위원
내년도에 열릴 G7 정상회담에서 영국이 의장국을 맡게 됩니다. 이 회의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스미스 대사
G7 의장국으로서 영국의 역할은 내년 1월부터 수행됩니다. 아직 임무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큰 주제로 봤을 때 내년도 G7 정상회담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세 가지 세부 주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세계 보건입니다. 이 세계 보건은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개발국가가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두 번째 목표는 이 전염병 극복 과정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재난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반드시 녹색 회복이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팬데믹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피해를 받거나 무너진 무역체계를 어떻게 다시 구성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공급체계를 다시 정상화하고 자유개방 무역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G7 국가들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국제기구의 효율성을 증대하도록 모든 국가가 약속하는 것입니다. 국제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들이 자유와 공통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가치에는 유엔헌장과 유엔 인권보호헌장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G7 국가들은 이러한 국제기구들과 헌장들을 지킬 수 있고 앞으로 더 노력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 무역과 기본적인 인권을 계속 유지해나가야 합니다. G7 회원국과 협력국들은 규율에 기반한 국제체제(Rules Based International System)를 수호, 발전시킬 것입니다.
김성경 위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 상황으로 2020년은 마감한 것 같습니다. 재난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재난을 만들어온 시스템에 전면적인 변화와 반성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영국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사회문화적으로는 상당히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영국 사회의 남겨진 과제는 무엇이며, 이것이 한국 사회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동시에 한국에서 지내시면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한국사회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내년도 G7 정상회담 의장국…
코로나 극복과 무역체계 회복이 주요 의제
국제 질서와 공통 가치 실현 위해 한국과도 긴밀한 협조

스미스 대사
어떠한 나라도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더 강력하게 협력하고 노력해야 됩니다. 이것이 G7 회원국과 초대 국가들의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국민에게 왜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시켜야 합니다. 수많은 나라가 전염병으로 인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가 먼저, 우리 국민이 먼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기억해야 합니다. 다 같이 잘사는 안전한 세계를 만들고자 국제사회와 국제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기준은 필수적입니다.
제게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더 발전했으면 하는 세 가지 희망이 있습니다.
먼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녹색 회복입니다. 한국의 많은 주체가 기후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기회라고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이미 많은 이가 기후변화 자체를 포용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진취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이에 더 공감하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두 번째에 희망은 한국이 차별금지법에 좀 더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다수가 차별금지법에 찬성해서 입법화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누구든지 어디에 살든지 무엇을 하든지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가 차별금지법으로 통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그 어떠한 국가도 차별이 완벽하게 사라진 나라는 없습니다.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지속적으로 차별 금지를 위해서 투쟁해 나가야 됩니다. 차별금지법은 영국에서 도입됐습니다. 차별금지법 도입으로 인해서 사회가 더 행복해지고 사회적 대립은 줄었으며, 차별로 인해 겪는 분노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인터뷰 내내 얘기를 나눴던 ODA(공적개발원조)입니다. 현재 한국에 ODA 예산은 GNI 대비 증가하고 있습니다. 좋은 징조입니다. 현재 한국의 ODA 분담금 비율은 GNI 0.2%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ODA에 대한 한국의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한국을 위해서도 좋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한국의 역할을 증진하는 데 더욱더 좋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영국과 한국의 ODA 비율을 더 높여서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안전하고 행복한 국제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공동으로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김성경 위원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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