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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시대, 지방자치 정책의 현황과 과제 - 사회  김수연 (정책기획위원회 분권발전분과위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 토론 정순관(순천대 교수, 전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정정화(강원대 교수, 전 지방자치학회 회장)

지방자치와 자치분권의 확대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주장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역주민의 다양한 수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와 자치분권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더딘 정책 진행에 대한 아쉬움과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방자치와 자치분권의 현주소와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열린정책》에서는 김수연 정책기획위원의 진행 하에 정순관 전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과 정정화 전 지방자치학회 회장이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
자치분권 정책 핵심은 중앙-지방 분권 넘어선 기관-주민 관계 재설정
김수연
두 분 모두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과 전 지방자치학회 회장을 역임하신 두 분을 모시고, 현 정부의 자치분권 정책을 짚어보고 앞으로 정책 방향 설계에 도움을 받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순관, 정정화
초대 감사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수연
먼저 현재를 짚어보고자 과거에 관한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적극적으로 자치분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했습니다.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자치분권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정책의 핵심은 무엇이었습니까?
정순관
문재인 정부 초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자치분권 정책의 핵심은 주민이 주인이 되게 하는 제도적 길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헌법 개정은 무산되었지만, 정부가 제출한 헌법 개정안에도, 또 지금 추진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도, 이미 수립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도 주민 주권의 확장 내용이 큰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중앙’과 ‘지방’이라는 기관 간의 분권에 치중했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관 간뿐만 아니라 ‘기관’과 ‘주민’ 간의 관계 재설정까지도 주목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사회에 던진 첫 일성은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 메시지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의 사회문제를 정부가 정면으로 직시한 정책 메시지였고, 자치분권의 핵심도 그 맥락에 놓여있다고 봅니다. 자치분권은 민주화의 큰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주민이 사회적 가치배분인 정치적 의사결정의 주인이 되는 제도개혁이 자치분권의 핵심이고, 그래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도 그 핵심방향은 주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우선했었습니다.

지방분권 사전협의제, 지방이양일괄법 등 의미있는 진전 이뤄

김수연
정순관 위원장님께서 당초 계획과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자치분권 정책에서의 성과를 논한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정정화
학계나 지방자치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나라 자치분권과 지방자치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자치분권 실현을 내걸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며 어려움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방분권과 자치역량 강화는 역대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으나, 집권 후반기 들어올수록 동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에 비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봅니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발의했다는 것, 역대 정부가 추진하지 못했던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하고,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것은 상당한 진전입니다. 이렇듯 5대 지방분권 관련 법 마련은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지방분권 사전협의제도 도입은 중앙정부가 일방적인 법 제정이나 개정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정부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적 전환이라고 판단합니다. 다만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치 입법권과 자치 재정권 확보 수준에서는 상당히 미온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민이 정치적 의사결정권 갖는 제도 개혁이 자치분권 핵심, 헌법 개정안,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자치분권 종합계획 모두 주민 주권 확장 밑그림 드러나
정순관
정정화 회장님께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거의 다 말씀해주셨지만, 굳이 성과 라고 한다면 우선은 제도권에서 자치분권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패스트 트랙이라는 상황에 묶여 진전을 보지 못했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대한 입법절차가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가 출판될 때는 입법이 마무리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둘째는 지방이양일괄법의 통과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법의 통과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법이 국회 문을 넘지 못했었는데,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비로소 통과했습니다. 앞으로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의 제도적 길이 열렸다는 의미에서 큰 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분권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라는 점입니다.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지방이양사무를 발굴해서 정부부처와 협의를 한 후에 법제처 심의로 넘긴 숫자가 518개였습니다. 그런데 법제처 심의 과정에서 571개로 불어났습니다. 결국 국회에서 400개만 통과되었지만 정부부처에서 자치분권에 대한 공감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고 봅니다. 그 이전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요. 셋째는 재정 분권의 추진을 들 수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과정들이 있었습니다만, 지방소비 세율을 21%까지 올리는 1단계 재정 분권이 마무리되어 지방재정이 총량으로 8.4조 원, 3.7조 원 정도가 순확충 되었습니다.
김수연
두 분 모두 지방이양일괄법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모은 결과로 법안이 통과됐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추진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정정화
지방자치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만한 부분이 몇몇 보입니다. 우선 기관 구성 다양화는 지방 소멸에 대응하고 지방자치가 구현하고자 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또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도 광역행정은 물론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주민 주권과 주민자치 구현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은 지방자치의 성숙한 발전에 기여하고 언택트 시대에 전자 투표 등 직접민주주의로 주민 주권을 강화할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21대 국회에 상정된 지방자치 관련 5대 법안 가운데 주민조례발안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의 효능감을 제고할 수 있도록 주민발안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현재 자치입법권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주민발안제도를 통해 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습니다. 지방의회와의 경쟁으로 자치입법권 확대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관 구성 다양화... 지방자치 다양성, 창의성 담보 방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지방 소멸 대응 제도적 보완책 주민 주권, 주민자치 명문화... 언택트 시대 직접민주주의 기대
정순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자치분권에 대한 기본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법률로 내용에 대한 전부 개정은 32년만에 추진되는 것입니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주민자치의 원리를 목적규정에 명시하고, 주민의 참정권을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으로 확대하는 입법내용들은 주민 주권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변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주민조례발안제도와 주민참정권과 관련된 조건들의 완화 등도 주민이 사회적 가치 배분에 주인이 되는 제도개혁이라는 점에서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번 개정 법률안에는 기관 간의 관계에 관한 제도도 많이 변화되어 있습니다. 기관 간의 배타적 독립성 보다는 협력적 제도 형성에 초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치분권 사전협의제, 국정 통합성을 위한 협력의무 부과,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 등이 그것입니다.

인내와 참여로 실현 가능한 자치분권, 지자체 경험과 주민의식은 향상

김수연
관련 협의체나 학계에서 이번 정부개정안의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다고 보는데요. 부족한 부분이 있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의 법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선은 작게라도 한걸음 내딛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최근에 이슈화되고 있는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순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가 권력기관의 개혁입니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맞물려서 추진하는 자치경찰도 그런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치경찰의 추진에는 두 가지 목적이 제시되었습니다. 하나는 경찰권의 민주적 통제이고 또 하나는 주민 밀착 치안력의 증진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국가경찰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일부 가져오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 분야를 가져오는 구상이 전개되었습니다. 당연히 국가경찰이 거대조직이 되는 상황이었고 민주적 통제를 위한 제도개혁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경찰은 자치경찰을 도입하여 슬림화하고 일정한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으로 구상되었습니다.
권력의 민주적 통제는 조직 간의 강한 독립성이 선제조건입니다. 그래서 국가경찰에서 분리된 자치경찰은 시도 경찰위원회를 설치하여 지휘 통제하게 설계 했었습니다. 국가경찰과 시도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설계였습니다. 소위 이원화 모형이었죠. 하지만 코로나 전염병의 충격은 많은 구상을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정부 예산 감축이 우선 되다 보니 지금은 일원화 모형 안이 제시되어 자치 경찰법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국가경찰 사무를 재배분하여 국가경찰이 이를 수행하는 체제인데, 자치경찰이 없는 자치경찰제라고들 합니다. 권력견제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주장은 길게는 70년 이상, 짧게는 20년 이상 되었습니다. 그래서 논의는 그만하고 이제 제도 도입을 실현시키자는 주장이 많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면, 앞으로의 자치경찰제도의 변화에 이해당사자들이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즉 시도지사가 자치경찰 관련 법안 개혁에 의견제출권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권한을 갖고 앞으로 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습니다.
정정화
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자치경찰제 수정안에 대해서는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첫 단추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도, 특히 법이라는 것은 처음 한 번 만들면 이 틀에서 다시 고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출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아주 강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초에 구상했던 국가-자치경찰 이원화가 일원화로 회귀한 데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님께서 의견제출권을 말씀하셨는데 의견제출권은 아무런 구속력이 없습니다. 지방자치경찰법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수연
일각에서는 정부의 자치분권정책이 출범 초기의 청사진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대치가 높아서 나오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흡하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순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자치분권을 추진하는 강도와 범위를 상징하는 용어가 연방제적 수준의 자치분권 추진이었습니다.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의 기준에 비추면 지금까지의 결과는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연방제적 수준의 자치분권 추진은 자치분권을 강조하는 것이지 연방제를 실시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치분권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자치분권 의제들은 모두 법률의 제·개정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언급된 33개 개혁과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법령 제·개정은 23개가 넘고, 새로운 법률 6개를 제정해야 합니다. 자치 분권에 대해 반대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다른 정치 일정과 이슈들 때문에 자치분권 관련 법률이 입법화가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권력 나눔의 과정은 모두의 몫에 달려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치분권의 성과는 인내와 참여가 필요한 정치 과정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치분권은 필연적으로 법률 제·개정과 연계된 의제 정치 이슈로 자치분권 입법 걸림돌 아쉬워 자치분권 성과는 인내와 참여가 필요한 정치 과정의 결과
정정화
말씀하신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추진의지와 역량이 최근에는 둔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집권 초기에는 북핵 문제로 인해서, 중반기에는 총선 정국으로,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방분권은 대통령의 아젠다에서 멀어져 국민적 관심도 부족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올해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합니다.
위원장님께서 잘 지적해주셨지만 자치분권은 권력이양 문제입니다.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지방에 주는 겁니다. 그래서 중앙부처의 견고한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시각은 자기의 이해관계, 영역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앙 정부 공무원과 지방정부 공무원간의 인사교류를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자치분권 강화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자치분권 시대, 지방자치 정책의 현황과 과제
김수연
자치분권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응하여 지방정부의 역량이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떤 점을 더 노력해야 할까요?
정순관
예, 지방정부의 역량과 책임성 강화는 자치분권 추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중앙 권력이 지방 권력으로 단순히 대체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권력이 상호 견제의 틀 속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충실히 하는 것이고 자치분권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지방기관과 주민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추구되어야 합니다.
권한과 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그동안 지방이 책임지고 기획하고 실천하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다 뺏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8:2 정도로 뺏고 있었습니다. 이할자치라는 것이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방자치 단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책임을 주고 책임을 감당하게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에서 그동안 중앙중심적 권한배분 상태로 역량 강화의 기회를 잡지 못한 지방의 공무원이나 주민들에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중앙과 지방의 적극적인 인사교류도 중요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채용에서부터 훈련에 이르기까지 역량있는 인적자원의 충원도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기회를 뺏었다고 하면 그만큼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정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근본적인 한계를 살펴보면,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자주 재정권, 자치 입법권 등 자치권의 미약이 있습니다. 구조적으로는 지방분권에 대한 중앙정치권과 중앙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있고요. 행태적으로는 지방자치에 대한 체감도 부족으로 주민의 자치의식이나 자치 수준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주민 대응성은 높아졌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등장하고 있어요.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역시 지방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지방정부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의 경험과 주민의식이 향상되었다는 것에 대한 방증입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신속하고 현장감 있는 대응의 중요성을 온 국민이 인식했습니다. 초기 대구시의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대구 시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협조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외국의 사례와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지방정부의 위기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 확충이 관건입니다.
한편 최근 지방의회 의원의 역량과 수준 문제가 상당히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됩니다만,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의회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회가 출범된 30년 전에는 토호 세력들이 지방 의회를 장악했다면 지금은 중앙의 국회 권력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장악의 원천은 정당 공천권입니다. 이를 폐지해야 중앙 정치권과 지방 의원들이 경쟁하고 지방자치와 지방 정치가 활성화되고 생산적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봅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상호 보완적 시각에서 정책적 대안 논의할 때

김수연
최근 한국판 지역균형 뉴딜 추진이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등 지방 관련 정책을 보면 자치분권보다는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정책들이 앞서고 있습니다. 또 지방에서는 광역지방정부 간 통합이나 메가시티 구상 등 지역발전을 꾀하면서 동시에 중앙정부에 분권을 요구하는 자생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순관
광역정부간 통합 주제는 답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한민국 전체 시스템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토공간 속에서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게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중앙과 지방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권력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데 가치를 부여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방분권의 시각, 즉 주민에게 가깝게 있는 지방정부를 많이 만들었을 때 주민들이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 보면 그동안의 자치분권 논리와는 약간 배치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국토공간에서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장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인 셈이지요. 한국판 뉴딜은 성공 전략으로 ‘연대’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연대가 그 중 하나입니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연대의 한가운데에 뉴딜의 목적의식적 가치, 즉 디지털 사이언스와 사회보장을 지속적으로 위치시키고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두 개의 목적이 균형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고, 그들 가치에서 이탈되지 않게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디지털사이언스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스스로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정부는 다른 한 축인 사회보장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중앙과 지방의 연대가 중앙기관과 지방기관 만의 연대로 흘러간다면 정책수행은 편할 수도 있지만 사회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복지국가의 제도적 장치들이 오히려 사회적 층화를 강화한다는 연구들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권력은 가진자에게 더 가깝게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보장 제도의 균형 있는 장치 마련에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뒤르켐(Émile Durkheim)의 말을 빌리면 기계적 연대가 아닌 유기체적 연대를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려면 상호존중이 그 기반이 되어야 하고, 상호존중의 출발점은 결국 균형에서 찾게 됩니다. 아마 이런 점에서 자생 전략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지방에서의 다양한 자생 전략들은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자칫 한국판 뉴딜의 전부인양 과잉 홍보되고, 기본목표들에서 이탈되어서 추진된다면 내용없는 개념화가 되어 공허한 한국판 뉴딜이 될 우려도 있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그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수연
초광역은 경제나 산업분야에 무게감을 두고 중앙정부에 대립되는 또다른 권력으로서의 흐름으로 가고, 기초단계에서는 우리나라 기초단위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 대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읍면동 단위를 좀 더 확장하는 이런 방식으로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균형을 맞춰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순관
충분히 동의합니다. 그동안 작은 정부를 만듦으로써 주민이 접근하기 쉽게 한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흐르는 자치분권의 논리였기 때문에, 이 논리보다는 거대한 권력의 대응, 균형을 맞추는 시각을 고려하면 두 개의 주장의 조합 형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 주민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생깁니다. 주민들이 정당한 권리를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면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조합의 형성이 일어날 수 있는 제도적인 선택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정정화
말씀하신 부분은 지방자치에 있어서 광역 단위는 경제 단위가 될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워서 가는 것이 좋고, 기초 단위는 생활 자치로 좀 더 지역 주민들과 밀접하게 작게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적으로 지방정부의 경쟁력이라 함은 기초의 경쟁력이 아니라 광역의 경쟁력입니다. 광역의 경제 단위로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는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부산 외에는 없죠. 최근에 부울경 메가시티라든가 대구경북 통합 문제는 권력 이양의 창구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둘 다 죽게 되어 있으니까 공감대를 얻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경제 단위로 뭉쳐서 가자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렇게 가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면 기초 단위에서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지역은 어떻게 할까요? 저는 투트랙 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감소해 특례를 요구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인구 3만 명 이하 지역은 읍면 자치로 가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상위 군단위는 특별지방자치단체로 가져가야겠죠. 그렇게 되려면 지방정부기관 구성 다양화가 필요하고, 그래서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류가 공동체성 회복을 학습하는 길은 자치분권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에 있어…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지역 주민의 자립 의지, 자활 노력이 관건
김수연
두 분께서 균형발전 정책과 자치분권 정책은 대립되어 있는 대척점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이 두 가지 정책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고, 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진 체제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두 정책이 동시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요?
정순관
저는 기본적으로 균형발전 정책은 자치분권 정책의 필요조건이라고 봅니다. 균형이 있고 권력을 나누어 자치를 하자는 건데, 너무 차이가 나니까 분권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치는 더 어려운 거죠. 우리는 흔히 복잡하고 추진력이 없다 싶을 때는 통합적이고 권위적인 제도의 유혹을 받습니다.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에게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제도 설계에서 우리는 늘 전체 사회의 권력 균형과 행정 능률이라는 기준 중에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에 고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주제는 권력 분배의 문제이고 자원의 재배분 문제로 상당한 정치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더욱 다양한 의견 개진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두 주제와 추진체계를 통합하는 것도 장점이 있겠지만. 두 주제의 속성에 비추어 의사결정의 능률과 권위보다는 다양성의 정보 투입과 환류가 허용되는 제도가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정화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이 초기에는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봤습니다. 균형발전을 강조하면 결정권과 예산이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에 자치분권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자치분권을 강조하다 보면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봤죠. 그러나 균형발전과 자치발전을 조화하자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이고 프랑스의 계획계약제도까지 도입해서 지역의 자생력과 지원이 같이 가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가 과소지역을 선정해 지원하는 이유는 단지 해당 지역의 인구 증가가 목표가 아닙니다.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자족·자립의 토대를 구축하고 지역의 활력을 도모해 궁극적으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자립 의지와 자활 노력이 관건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상충된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접근해야 합니다. 추진체계의 개편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의지와 지방정부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에 균형 발전 기능을 부여해 집행력을 담보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수연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의 추진 체계가 위원회라는 속성으로 여러 한계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종합적 거시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지방 줄세우기 방식의 공모 사업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있어,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 고민한 것이 질문의 출발점이라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정순관
좋은 사회는 누군가가 결정하고 정의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사회는 구성원들이 참여해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사회정의도 상호성, 상호주의에서 그 뿌리를 찾고, 그 상호존중의 근거는 균형에서 찾습니다. 자치라는 상호존중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균형되게 해줘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이 상호 대립적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사회의 척도로 흔히 세 가지를 이야기 합니다. 멤버십과 발언권 그리고 법의 지배입니다. 자치분권은 민주화 과정이고 정치적 과정입니다. 끊임없는 협상과정과 제도개선에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그 길을 많이 열어두자는 제도개혁이 자치분권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성패는 모든 참여자의 몫일 겁니다. 권력과 자본은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성원이 평가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민주적 제도의 충실화일 것입니다. 선출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와 국민이 모두 함께 다양화된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도덕적 불확실성에 정직하게 맞서게 해야 할 것입니다. 구성원들에게 정당한 권한이 있게 하고, 충분한 발언권을 행사하게 하고, 일정한 합의를 이끌어 일정한 표준을 만들어가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공정한 사회로 가는 중요한 방법일 것입니다. 바로 자치분권이 그것을 추구하는 중요한 길이고 정책이라고 믿습니다.
정정화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지방자치는 위기이자 기회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감염병 대응 등으로 국가 부채가 점점 증가할 것이고 지방 소멸로 인해 지역 간의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것은 자치분권에 대한 위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언택트 시대로 인한 파편화, 전 세계적으로도 국수주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은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학습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지방자치와 자치분권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에 있다라고 봅니다. 그것이 인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는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자치분권 시대, 지방자치 정책의 현황과 과제
김수연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치분권을 강화하는 것은 단순한 한 시기의 단편적 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여겨야 하고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두 분의 고견을 들려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순관, 정정화
의견을 나눌 좋은 기회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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