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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돌봄, 필수 서비스·필수 노동이 되기 위하여 -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와 싸워온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사회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돌봄이다. 보육, 장기요양, 활동 지원 등 정부에 의해 제도화되어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돌봄서비스를 통칭하여 사회적 돌봄(social care) 또는 사회서비스(social services)라 한다. 감염병 위험에 대응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하면서 대면 접촉의 위험성이 높더라도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사회적 돌봄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이자 중요한 필수 노동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낮은 보상 수준으로 시장에 맡겨진 방식으로 제도화된 사회적 돌봄의 일선에서 각종 위험이 돌봄노동자 개인 또는 이용자인 아동, 노인, 장애인에게 그대로 전가 되고 있다는 것 또한 여실히 드러났다.

필수 서비스로서 사회적 돌봄

지난 2월 말, 정부는 어린이집을 비롯하여 사회복지시설 15종을 휴원 조치했다. 지역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 노인, 장애인에게 보호, 생활지원, 여가 활동 등을 수행하던 곳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들 사회적 돌봄서비스가 꾸준히 작동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초기인 2월 말에 10% 수준으로 떨어진 어린이집 긴급돌봄 이용 률은 5월에는 73% 수준으로 올라갔다. 같은 유형의 이용시설인 장애인주간보호센터도 점차 이용률이 올라 6월에는 70% 수준을 보였다. 집으로 방문하여 제공하는 아이돌봄, 방문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3월부터 9월까지 지속 적으로 100% 전후의 이용률을 보이며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 서비스라는 점을 증명했다.

18세 미만 유자녀가구 52%가 맞벌이 가구고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구의 약 45%가 맞벌이 가구라는 상황은 아동돌봄정책이 부모의 노동 시장정책과 밀접하게 연동해서 결정될 필요를 보여준다. 긴급한 상황으로 보육/교육기관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부모의 돌봄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 결과로 가구소득에 손실이 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가정 내에서 성인에 의한 안전한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를 보장하지 않은 채 보편적 보육서비스를 일시에 중단하는 일은 수많은 부모와 아동의 일상을 뒤흔드는 중대한 일이다.

성인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서비스는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장기요양서비스 역시 이용자인 노인의 일상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사회적 돌봄서비스다. 65세 이상 노인 가구 가운데 23.6%가 독거 가구, 48.4%가 노인부부 가구다. 넷 중 하나의 노인 가구에만 자녀가 같이 산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친지의 방문도 줄어든 상황, 게다가 방역을 위해 추가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조건에서 장기요양과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과 장애인의 돌봄서비스 의존은 더 높아진다.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돌봄, 필수 서비스·필수 노동이 되기 위하여

최소한의 비용과 인력으로 만든 돌봄의 사회화

사회적 돌봄은 수행되는 공간에 따라 셋으로 나뉜다. 인권과 복지 발전 수준에 따라 역사적 으로 집합적 생활시설(아동양육시설, 양로시설, 장애인거주시설, 요양시설), 지역사회 이용시설(어린이집, 복지관, 주야간보호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그리고 방문형 서비스(아이돌봄, 방문요양, 활동지원 등)가 있다. 앞의 두 유형이 집합시설인 탓에 위험도가 높은데 거주시설은 닫을 수가 없으니 외부인 면회 중지 등의 조치를 한 것이고, 지역사회 이용시설은 휴관을 권고한 것이다. 사회적 돌봄서비스가 중단되어도 돌봄이 필요한 사회구성원에게 가족은 언제나 보살핌이 가능 하고 그래야 한다는 믿음과 예상은 현재 우리 삶의 양상과 부합하지 않은 낡은 것이다. 상당수의 아동, 노인, 장애인이 가족이 아닌 사회적 돌봄서비스에 우선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돌봄의 가족우선주의, 가족책임주의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가족 바깥에서 수행되는 돌봄서비스의 역할과 가치를 떨어뜨리고, 차선 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적어도 사회정책은 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사회적 돌봄서비스로 책임지고 온전히 보장하려는 접근을 해야 한다. 2월 말 어린이집 등의 휴관 결정을 덜컥 내렸던 정부가 지난 11월 27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2.5단계까지 이용시설 운영을 유지하되 방역 수칙을 준수하게 하고 이용인구 밀도를 낮춘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환영할 만하다. 또한 집합시설이라고 무조건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발하겠다고 한 점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돌봄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에서 바뀌 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의 생활시설은 입소자에게 집이 됨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개인 공간은 보장되지 않는다.  상당수 거주시설은  6인 1실 기준으로 운영된다. 노인요양 시설은 4인 1실이며, 개인이 비용을 더 지불하는 소수에 한해서 2인 1실이나 1인실 이용이 가능해진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과 재활환자가 섞여 이용하는 요양병원은 최근 권장기준이 6인 1실이다. 이 모든 집합시설이 다인실로 운영되는 이유는 비용을 절감하고 적은 돌봄 인력으로 많은 사람을 관리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이다. 취약한 노인과 장애인이 밀집된 이 집합시설들은 코로나 시대 최고로 위험한 공간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니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니 하는 논의와 시도는(고령이나 질병, 장애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지면 누구나) 시설과 병원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장기 요양 1등급을 받은 노인이 요양시설을 선택하면 24시간을 돌봐주지만 방문요양을 선택하면 하루 3시간 방문요양서비스만 가능하게 되는 서비스 양의 불균형 자체가 시설 선택을 강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돌봄 공급체계의 불안정성 : 영세 자영업과 저임금 노동

보육, 장기요양, 활동지원 모두 조세나 사회 보험료 라는 공적 재원이 투입되고 수급자격은 법률로 정해지며 실행은 규정과 지침에 따라 이루어진다. 정부가 공급하는 사회서비스다. 그런데도 실제 일선 공급 주체의 80% 이상은 개인자영업이다. 2000년대 이후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제도화 하면서 도입된 시장방식으로 영세한 소규모 개인 사업자가 대거 유입되었고, 공급환경과 문화는 서비스 판매와 수익 추구로 자리 잡게 되었다.

〈표 1〉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근로조건(2018-2019) 〈표 1〉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근로조건(2018-2019) 자료: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2018-2019)

아동과 노인의 안전과 건강, 삶의 질을 내세우지만 아동이나 노인 학대사건이 발생하고 규정 위반, 부당 청구, 불법 운영은 좀처럼 끊이질 않는다.

개인투자 비용을 빨리 회수하고자 하는 운영자들의 수익추구적 운영은 공적 돌봄서비스가 지켜야 할 원칙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그 결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부만이 아니라 돌봄 노동자와 이용자에게 부정적으로 전가된다.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임금 수준과 절반도 안 되는 상용직 비율을 갖고 나날이 확대되는 돌봄 직업도 문제다. 돌봄노동자의 낮은 자격 수준과 고용의 질, 열악한 환경과 높은 노동 강도는 낮은 질의 돌봄서비스로 결과하기 십상이다. 이는 돌봄 수혜자인 아동, 노인, 장애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믿을 수 없는 돌봄서비스에 실망한 가족구성원이 일을 포기하고 직접 돌봄에 나서도록 만든다.

사회적 돌봄정책이 버려야 할 것과 갖춰야 할 것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돌봄과 돌봄노동자가 필수 서비스고 필수 노동자 라는 목소리가 높다.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 우리의 돌봄 정책에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스며 있는 가족책임주의와 개인 선택 만능주의, 시장효율 맹신주의를 벗어버려야 한다.

〈그림 1〉 사회서비스 영역별 제공기관 규모와 설립주체별 구성 사회서비스 영역별 제공기관 규모와 설립주체별 구성 자료: 2019 보건복지통계, 2018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통계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돌봄, 필수 서비스·필수 노동이 되기 위하여 출처: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낮은 비용으로 문턱을 낮춰 늘렸던 공급 인프라의 자격과 책임성을 다시 물어야 한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경제적 이익을 좇는다면 취약한 아동, 노인, 장애인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급의 자격을 거두어야 한다. 또 손쉽게 가족 이나 이웃에게 돌봄을 전가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돌봄이 필요한 사회구성원의 사회권이 국가에 의해 지켜진다면 가족과 이웃은 제각기 돌봄의 몫을 더하여 사회적 관계를 풍성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가족과 이웃에게 전적으로 돌봄을 떠맡긴다면 가족 되기와 이웃 되기 자체를 부담스러워 회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돌봄 인프라와 서비스를 늘리기보다 가족과 이웃의 돌봄에 싼값을 지불하여 대신하려 한다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에 더 이상 가치를 두지 않을 것이며 취약한 사람을 돌보는 일에 마음을 싣지도 않을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돌봄 제도를 정착하도록 하려면 자격을 갖춘 안정적인 조직이 돌봄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용자를 보살피게 해야 한다.

현재 돌봄 시장에서 공공성을 갖추고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비영리조직이 더 늘어나고, 영세한 수익추구형 조직들이 더 줄어들어야 한다. 돌봄 노동을 직업으로 선택해도 오래 일할 수 있고, 생계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중고령 여성들이 견디면서 잠시 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면 성별에 관계없이 생활이 가능한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또 다른 감염병이 오고,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생활에 도입되더라도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영유아와 노인, 장애인을 보살피는 일은 이 사회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도덕적 책무다. 사회적 돌봄관계 안에서 돌봄노동자와 돌봄수혜자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일할 수 있게끔 만드는 일은 그 도덕적 책무를 실현하는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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