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매일 죽는 연습하는 경호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구 사저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려는 순간 날아온 소주병을 한 여성 경호원이 몸으로 막아내는 영상이 SNS에 연일 화제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때까지 새로 대통령이 취임하면 경호처에서는 경호시범행사를 열었다. 대통령 부부가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이 행사를 보면 누구나 감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2012년 열린 행사에서는 4대의 차량이 30㎝ 이내의 좁은 간격을 유지한 채 꼬리를 물고 고속주행하는 모습과 함께 차량 2대가 후진하다 180도 방향 전환, 바퀴 2개로 주행하기 등의 현란한 운전 기술들이 펼쳐졌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행사에서는 총성이 울리자 대통령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통령을 향해 몸을 날렸다. 대통령을 향한 총탄을 맞기 위해 팔과 다리를 활짝 벌렸다. 노 대통령은 ‘매일 죽는 연습’을 하는 경호원들의 시범을 보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1963년 창설된 대통령 경호실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이 있을 땐 권력의 핵심이었다. 차 실장이 매주 토요일 주재하는 국기 하강식 때 주요 인사들이 억지로 참석해야 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경호실의 위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현재 경호실은 6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곽 경비는 경찰과 군에서 파견 나온 인원이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 경호 시스템은 꽤 정평이 나 있어 외국에서 방문과 위탁교육도 하고 있다. 일상적 경호와 행사 경호에 배치되지 않은 날은 교육과 훈련이 반복된다. 사격, 무도, 체력, 어학 등의 기본훈련은 물론 연간 법학, 행정학 등 14개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훈련 중에는 어떤 장면을 스치듯 보여주고 기억하도록 하는 시각훈련과 눈을 감고 각각 다른 소리를 구별하는 청각훈련도 있다고 한다.
예전엔 특수부대 출신이 유리했지만, 지금은 외국어는 기본이고 무술은 3단 이상 해야 한다. 경쟁률도 여성 경호원의 경우 100 대 1에 달할 만큼 치열하다. 시험에 통과한다고 해도 6개월간의 지옥훈련을 견뎌야 정식 경호원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날리는 행동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현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