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웹사이트는 제19대 대통령 임기 종료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이관받아 서비스하는 대통령기록물입니다. 자료의 열람만 가능하며 수정 · 추가 · 삭제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여 개인의 정보를 보호받기 원하시는 분은 관련 내용(요청자, 요청내용, 연락처, 글위치)을 대통령 웹기록물 담당자(044-211-2253)에게 요청해 주시면 신속히 검토하여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그만 보기]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 웹사이트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서비스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입니다.
This Website is the Presidential Records maintained and serviced by the Presidential Archives of Korea to ensure the people's right to know.

인터뷰/기고
[기고] 뉴스레터_남정호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2021. 5. 3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5-31
조회수 146

건강한 하구(河口), 생명의 강과 풍요의 바다를 위한 주춧돌



남 정 호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

 

 

강의 입구? 바다의 입구?

하구를 풀어쓰면 강의 입구가 된다. 왜 강의 입구일까? 바다에서 강으로 향하여 강을 통해 내륙으로 연결되는 게이트 역할을 한다고 해서 강의 입구라고 했을까, 육지 깊은 곳에서 출발하여 바다로 항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보아 해구(海口)라고 불러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어원을 알 길은 없다. 다만 해안가 근처의 높은 산 정상에서 강과 바다를 한꺼번에 보면 그 입구가 마치 동물의 입과 닮아 있고, 땅에 살면서 바다보다는 하천에 더 많이 의존했을 인간 삶의 특성을 반영하여 해구가 아닌 하구라고 불렀을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바다보다는 땅을 더 중요하게 여긴 사람들이 농사와 일상에 필요한 물을 제공하는 강에게 느꼈을 고마움이 묻어난다.


사회경제적 효용과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공간

육상 중심의 사회경제 체제는 근현대에 이르러 교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안 중심의 사회경제체제로 전환했다. 해안 중 하구지역에 인구가 집중하고 산업이 발달한 것은, 넓은 평야에서 풍부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교역을 위해 물자의 생산과 운반이 용이한 배후 산업단지와 항만 개발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해안지역 인구밀도가 전체 평균보다 3배 이상 높고, 대도시와 대규모 산업단지가 하구 근처에 입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해안 특히 하구의 사회경제적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런던, 뉴욕, 상하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부산, 인천, 울산, 광양, 목포, 군산, 평택, 포항 등 주요 항만은 모두 하구에 입지하고 있다.

한편 생태적 관점에서 하구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독특한 기수역(汽水域) 환경이다. 조류와 어류, 패류, 염생식물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보전이 잘 된 하구는 같은 면적의 옥수수 밭에 비해 4~10배의 유기물을 생산하여 하구생태계를 부양하며, 육상에 기인한 오염물을 자연적으로 처리하는 정화기능도 있다. 하구 습지의 토양과 식물은 홍수 시 물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모래톱은 해일 피해를 줄이는 천연방파제로 기능한다. 또한 다양한 생태경관을 제공하는 하구는 심미적 가치가 높아 관광과 여가, 휴식의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오래 전 연구지만, 하구의 단위면적당 생태계 가치는 하천, 호수, 대륙붕, 산림 등 다른 생태계에 비해 최대 75배(온대림)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하천이 없는 연안습지인 갯벌과 비교해도 하구의 가치는 2배 이상이라고 한다.


다원적 가치의 조화와 공존은 강과 바다의 미래

우리나라 서해안의 하구는 한강을 제외하고 모두 하굿둑이 들어서 있고, 도시, 산업단지, 항만이 발달해 있다. 남해안과 동해안은 간척 여건이 좋지 않아 낙동강을 제외하고 하굿둑이 없지만 섬진강(광양), 태화강(울산), 형산강(포항) 등 주요 하구에는 산업단지, 도시, 항만이 발달했다. 그동안 하구는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의 일방적 요구에 밀려 생태적 중요성과 가치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 중요성을 제기해도 하구 서식지의 물리적 변형과 생태계 훼손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고마해라, 너무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영화의 명대사는 하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마이 묵었다’는 과잉을 의미하고, 이는 다른 요소의 결핍 또는 희생이 기저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도를 펴놓고 연안을 따라가다 보면, 개발과 성장의 과잉, 생태적 가치의 희생과 결핍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하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5천 불이면 육상환경에, 1만 불이면 해양환경에, 2만 불 이상이면 생태계복원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일정 수준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삶의 질에서 환경, 생태계, 경관 같은 자연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제 하구에 드리운 불균형의 그림자를 걷어낼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잉과 결핍’을 ‘균형과 조화’로 전환하는 것은 다양한 가치의 공존을 지향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가치의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천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또는 바다의 현안만 대응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하천과 바다의 상호작용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하구의 미래는 곧 하천관리와 바다관리의 성공을 나타내는 지시자라고 할 수 있다.

기수역이라는 하구의 특성 때문에 가치가 다양한 만큼 이를 대변하는 이해당사자가 많고 갈등구조도 복잡하여 해법을 찾는 과정이 용이하지 않다. 20년 전부터 하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하구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더이상 지켜만 보고 있거나 자연적으로 해결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 과거 성장과 개발을 위해 전력질주했던 것처럼 조화와 균형을 위해 지혜와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할 때이다. 성장의 가치와 보존의 가치, 육상의 가치와 해양의 가치,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 직접사용가치와 간접사용가치‧비사용가치의 조화와 공존을 담론의 영역으로만 남겨둬서는 안된다. 다양한 이해당자사가 머리를 맞대고 과잉과 결핍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제1차 물관리기본계획에서 3대 혁신정책에 반영한 ‘하천-하구‧연안 통합관리 강화’는 정책의 영역으로 하구를 끌어들인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과 제도의 개발을 위해 지역주민, 민간단체, 산업체,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과 대학이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