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이용과 분산형 물관리 :
물분야의 기후탄력-탄소중립의 핵심요소
안 종 호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위원장 / KEI 연구위원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과 기후변화 대응 규제가 강화되는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 속에 신기후 체제의 이행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얼마 전 개최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글래스고 기후합의’가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2050 탄소중립」의 추진전략을 발표하였다. 탄소중립 대응 여부가 경제와 사회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위기의식 속에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능동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물 분야에서도 기존의 기후변화 적응대책과 함께 적극적인 감축정책 추진을 통한 선제적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친환경형 저탄소 물관리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방안과 실행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발 기술 및 지원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관리 시스템은 에너지와 자원 절감을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1차 에너지 총사용량의 평균 1-2%가 도시 물관리에 사용되고 있으며, 도시물관리를 위한 에너지 최적화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최대 17%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친환경형 저탄소 물관리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기존의 중앙집중식 시스템과 연계된 새로운 분산형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분산형 물관리 시스템이란 지역 전체에 소규모의 다양한 물 관리 시설을 설치하여 다목적으로 활용하여 한정된 물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증대시키면서 물이용을 최적화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을 말한다. 분산된 시스템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으며, 물 이용 및 물 순환 측면에서의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의 대규모 집중형 도시 물관리 시스템은 새로운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보완·유지하는데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또한, 빗물 관리 및 하수 재이용, 수요 맞춤형 용수 공급, 배출원 분리를 이용한 하수의 효율적 자원·에너지 회수 등 저탄소 물관리 개념을 도입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른다.
물 재이용 기술은 도시의 기후변화에 탄력적인 분산형 물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된다. 예를 들면, 물 재이용 시스템과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결합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친환경적 저탄소 물관리 시스템이 될 수 있다. 특히 메가시티와 2차 도시 내의 산업지역에 물 재이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도시의 용수확보와 물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중요한 대안일 뿐만 아니라 분산형 물관리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태양열과 풍력의 확산을 가능하게 한 것처럼 분산형 물 재이용 기술의 적용은 녹색경제 전환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도시 하수도 시설의 장래 확충 및 개량사업 시 물순환적 측면에서의 물(재)이용을 고려할 수 있는 분산형 하수도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연계한 중수도 및 하수 재이용 활성화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개별 건축물 단위 중수도 시스템 운영의 한계를 벗어나 시설 운영의 효율성,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는 지역 단위의 물순환이용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분산형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계획이 요구된다. 제도적으로 ‘물재이용(하수·중수·빗물 등 이용)’에 국한된 현행 「물재이용법」 법률체계를 건전한 ‘물순환이용’의 개념으로 전환하여 유역기반 통합물관리 체계와의 정합성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도시 물순환이용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합물관리는 지속 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지향하며 순환 경제 개념을 바탕으로 지표수 및 지하수의 귀중한 여러 수원뿐만 아니라 빗물, 하·폐수 등의 대체 공급원을 전체적으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기존의 중앙 집중식 물관리 인프라와 함께 물을 저장, 처리 및 분배하여 물의 관리 및 할당을 최적화할 수 있는 물관리 체계구축과 사업의 시행이 요구된다. 정부는 물관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물 절약 및 재이용 활성화, 물흐름 전과정에서의 탄소 저감, 재생에너지 육성 및 탄소상쇄 등의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물관리 분야는 탄소배출 평가와 저감을 위한 한계비용 등에 대한 총체적 검토가 미흡한 상황이다. 물관리 시설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물이용) 발굴 및 감축잠재량 분석을 활용한 투자계획 마련이 필요하고, 유기성 폐자원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 수열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 및 그린 투자계획 수립 방안을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물관리 각 부문별 합리적인 탄소절감 목표 설정과 체계적인 이행 로드맵 등이 수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