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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고
[기고] 뉴스레터_윤주환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2022. 2. 2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2-25
조회수 51

디지털 물관리와 스마트 물산업

 



윤 주 환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독일인과 일본인의 현금 사랑은 유명하다. 독일의 현금 사용률은 62.8%(2019년), 일본은 70.3%(2020년, Statistica)다. 이 두 나라 국민은 전쟁과 자연재해를 자주 경험했기 때문에 현금거래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반면 팬데믹으로 비대면 상거래가 강요된 미국인의 현금 사용률은 19%로 낮아지고 있으며(2021년 5월 기준), 전자결제의 편리성을 선호하는 한국인은 더 낮은 14% 수준이다.

전자거래는 디지털 시스템의 한 사례다.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디지털화는 우수한 전기 통신인프라, 이를 유지관리할 전문인력, 소프트웨어, 그리고 법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디지털화는 21세기의 큰 흐름으로 장점도 많지만, 조작, 간섭, 왜곡이 쉽고 사생활이 노출되는 근본적인 단점도 있다.

최근 물관리와 물산업에서 디지털화와 함께 스마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추세다. 얼핏 통합적 물관리에 도움도 되며 경제적 이익도 큰 것 같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는 안전(safety) 문제다. 디지털 기술은 통신인프라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구현된다. 한 국가의 하천 – 댐 – 상수도 – 하수도 – 농업용수 등 물관리 인프라를 하나의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상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준비가 부족하면 대재앙이 될 수 있다. 정전 사고나 해킹으로 온 나라의 상수도 공급이 한 시간만 중단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또 폭우 상황에서 댐 수문 관리가 어려워졌다고 가정해 보라. 지역적 단전 단수와는 차원이 다른 국가적 생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디지털 물관리를 추진할 때 중복 안전 시스템 구축 같은 보완책보다는 근본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는 공익성 훼손 우려다. 디지털 기술의 특징 중의 하나가 극단적 효율성의 추구다. 또 기업 이익이 인터넷 기술 발전의 동기유발 요인이므로 경제성이 항상 지표가 된다. 따라서 스마트 물관리를 경제적 측면에서 재해석하면 효율과 이익 추구다. 이는 전통적 물관리 과정에서 학·연·산·관·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의 이익을 조정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어온 공익(公益)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 어쩌면 디지털화된 가상공간에서 각자의 이해를 정량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셋째 문제는 기술적 다양성(Technical diversity)의 감소다. 디지털화의 4대 화두(話頭)는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블록체인(Bloc Chain), 클라우드(Cloud) 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승자독식의 플랫폼(platform) 산업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 기술의 본질은 배타적인 폐쇄성과 전제주의(autocracy)다. 이 기술들을 지배하는 5대 빅텍기업 – MS, Amazon, Apple, Google, Meta(페이스 북) – 을 보면 자신들만의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하여 경쟁 없는 독재자가 되었다. 만약 물관리와 물산업이 디지털기술을 접목한다면 수행하는 주체가 지자체든 공기업이든 간에 필연적으로 생태적 다양성문제와 유사하게 기술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측면의 논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화의 폐해를 막으면서 선순환되는 스마트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물관리는 태생적으로 수계에 따른 분산형(decentralized system)으로 발전해 왔고, 유역(流域) 특성에 맞추어 지자체나 공ㆍ사기업이 관리하고 있다. 분산형 물관리를 전제로 디지털 물관리를 한다면, 어느 하나의 시스템으로 국가물관리를 통합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수계별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 혹은 아날로그나 디지털 방화벽으로 분획(分劃)된 생태계를 만든다면 전국 단일 플랫폼에 의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물산업은 유역 기반의 지역산업(local industry)이다. SUEZ, Veolia 같은 다국적 물기업마저도 나라마다 현지화된 기술과 운영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물산업은 제도의 산업(Industry Based on Regulation)」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물산업 정책을 통해 다양한 첨단 기업 군(群)을 육성하되 경쟁체제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베니토 무쏠리니는 파시즘을 국가와 기업이 결합한 형태라고 정의했는데, 이를 「코포라티즘(Coporatism: 국가-기업 연합체)」이라 한다. 거대민간자본이나 공기업이 산업을 독점하면 코포라티즘을 통해 파시스트의 망령이 되살아나게 된다. 물산업은 전통적으로 대중소 기업들이 경쟁하며 성장해왔다. 따라서 정부가 중재자이자 심판관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황을 감안하여 디지털 물관리 정책을 수행하다면 한국은 스마트한 물산업 강국(强國)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