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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칼럼

돌봄노동을 넘어 돌봄경제로, 정책 논의를 확장해가자

2022-03-24

백선희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모든 인간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돌봄에 의존하므로 돌봄노동(care work)은 인류의 핵심’이다.(ILO, 2018:5) 그런데 우리는 누가 돌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돌봄노동이 전체 사회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가치, 그것을 창출해갈 노력에 대한 관심은 부족해 보인다.

돌봄노동은 가족의 무급 돌봄노동과 노동시장에서 형성되는 유급 돌봄노동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영유아보육정책, 노인요양보호정책과 같은 돌봄정책은 기존의 무급 돌봄노동을 사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그런데 돌봄은 여성의 몫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 인식으로 인해 남성보다 여성이 무급돌봄노동을 더 많이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유급돌봄노동시장에서 돌봄노동은 저평가되고 있다. 돌봄노동이 인류를 생존시키는 핵심 노동이라는 것에 동의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돌봄정책을 여성정책 또는 가족의 돌봄기능을 대체하는 사회서비스정책 정도로 인식하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 기존의 돌봄서비스 중심의 협의의 논의를 확장해 갈 필요가 있는데, 이 글에서는 돌봄경제(care economy)의 차원에서 접근해보겠다.


 유급돌봄노동시장에서 돌봄노동은 저평가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첫째, 돌봄노동과 돌봄경제의 관계에 대해 주목해보자. ILO는 돌봄경제를 모든 형태의 돌봄노동의 총합으로 정의한다. 노동을 무급 돌봄노동, 유급 돌봄노동 외 ‘유급노동’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의 상호관계를 강조하다.(ILO, 2018:5,11) 우리에게는 돌봄노동보다는 돌봄서비스라는 용어가 익숙하며 돌봄서비스의 개념을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공적 서비스 정도로 정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으로는 돌봄과 노동의 관계를 충분히 드러내기 어렵다. ‘노동’을 강조해보자면 돌봄정책은 가족의 무급 돌봄노동의 일부를 유급 돌봄노동으로 전환하는 정책이며, 무급 돌봄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가족 구성원(대개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정책이 된다. 이 때 돌봄서비스 즉, 유급 돌봄노동의 질은 무급 돌봄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가족 구성원이 노동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돌봄 양립을 지원하는 돌봄서비스 제공, 유급노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정도의 돌봄서비스(유급돌봄노동) 질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급 돌봄노동시장이 성장하고 여성의 유급노동시장 진입, 즉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둘째, 돌봄 관련 세 노동 영역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산출해보자. 무급 돌봄노동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유급돌봄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되어 있다. 또한 돌봄정책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추정치도 찾기 힘들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무급 돌봄노동(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의 경제적 가치는 GDP대비 5.6%인 108.6조원(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 반영)에 이른다.(통계청, 2021) 국가의 돌봄정책 확대에 따라 이와 같은 무급 돌봄노동 가치의 일부가 유급 돌봄노동의 가치로 대체될 것이다. 2019년 현재 유급 돌봄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2.4%에 약 66만명이 있는데, 근로자(약 64만명) 기준 명목임금은 월 120만원 수준이었다.(장지연 외, 2020) 2019년 임금근로자 월평균임금 264만원(통계청, 2022a)의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실제로 저평가되어있다.

저평가 노동시장으로 인해 괜찮은 돌봄일자리 창출, 즉 양질의 돌봄서비스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여성들도 맘 편하게 유급노동시장에 (재)진입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무급 돌봄노동 – 유급 돌봄노동 – 유급노동의 선순환이 잘 안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2020년 경제활동참가율의 성별 격차는 약 20% 정도로(남성 72.6%, 여성 52.8%; 통계청, 2020b) 매우 크다.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돌봄장벽을 해소해준다면 선진국처럼 그 격차를 줄여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노르웨이 남 65.6%, 여 62.0%/ 스웨덴 76.1%, 70.4%/ 독일 66.5%, 56.8%; 통계청, 2020b). 선순환의 관건은 유급 돌봄노동의 질이다.

셋째, 돌봄산업을 포함한 돌봄경제 전략을 마련하자. ILO의 돌봄경제 논의는 주로 노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돌봄경제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과의 연계와 시장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추세와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이 강조되는 기조를 볼 때 향후 공공과 민간영역에서의 돌봄시장이 팽창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산업분야의 발전과 밀접한 연계가 있으며 특히 AI등 4차산업혁명의 기술들은 돌봄의 질을 높이거나 사람이 하기 어려운 틈새 돌봄을 해결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선진국 7개국에서 GDP 2%를 돌봄경제에 투자하여 일자리 21백만개(돌봄노동 일자리 포함)를 창출하였고, 돌봄에 대한 투자가 건설부문 투자보다 50%이상 높은 고용유발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들은(ITUC, 2016), 돌봄분야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복지는 물론 한 분야의 산업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며, 전체 사회의 풍요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2019년 2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9~2023년)’을 통해 돌봄경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돌봄 경제를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의 돌봄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켜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일자리 창출, 생활 SOC를 통한 지역사회 균형 발전, 서비스 제공 주체로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 그리고 돌봄기술(Care technology) 개발로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 2019). 정부가 돌봄경제 육성전략을 구체화할 때는 과학기술 활용 등의 산업분야와 더불어 앞에서 살펴본 세 노동영역의 선순환, 특히 유급 돌봄노동을 괜찮은 일자리로 육성하는 계획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구성원들이 돌봄을 ‘누군가 시간, 노력, 자원을 투자 하지 않으면, 사회, 직장, 전체 경제체제가 멈출 수도 있는 필수적 일상 업무’(Coffey et.al. 2020)’로 수용하고, 돌봄의 성 불평등과 경제 불평등이 돌봄과 사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사회 ‘돌봄’ 책임의 무게 중심을 다시 ‘가정’과 ‘여성’에게 쏠리게 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학교와 공공기관의 폐쇄와 직장 재택근무, 확진자와 접촉자의 자가격리 등은 부부의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가족구성원 돌봄과 자녀 교육의 부담을 가정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돌봄의 성 불평등과 경제 불평등이 돌봄과 사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이미지투데이

또한 사회적 돌봄체계였던 시설중심 돌봄은 물론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재가서비스마저 중단되거나 축소되어 당사자는 물론 돌봄자의 삶의 질이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남성의 자녀돌봄시간은 1일 평균 46분 증가(총 3시간 54분)한데 비해 맞벌이 여성의 경우 1시간 44분으로 남성의 2배 이상 증가하였다(총 6시간 47분)(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2020). 또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여성의 실업률이 증가하고(공주, 2021), 돌봄노동자의 고용과 안전이 위협받는(건강연대 등, 2020) 등 노동의 위기도 소득의 위기도 여성에게 집중된다. 이와 같은 돌봄의 위기가 재현되지 않을 방안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는 돌봄의 의미, 돌봄노동의 중요성, 돌봄에 대한 사회정책과 돌봄경제 활성화의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돌봄의 변화를 위한 4R’s 프레임워크(Coffey et.acl., 2020)를 적용해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무급돌봄노동과 유급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Recognize),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볼 수 있도록 무급 돌봄노동을 분담하고 또한 사회와 국가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분배하고(Redistribute), 돌봄관련 산업을 육성하여 돌봄에 대한 시간과 부담을 줄여나가고(Reduce), 돌봄 취약계층과 저평가 받는 돌봄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Represent).

돌봄 논의를 돌봄서비스나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을 넘어 돌봄경제로 확장시켜, 돌봄이 모두를 위한 포용과 지속가능한 사회의 필수영역이며, 우리는 돌봄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정책은 물론 경제정책과 융합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함을 인식하였으면 한다.

 

 


 

 

<참고문헌>

Coffey, Clare·Patricia Espinoza Revollo·Rowan Harvey·Max Lawson·Anam Parvez Butt·Kim Piaget·Diana Sarosi·Julie Thekkudan(2020). Time to care: Unpaid and underpaid care work and the global inequality crisis. Oxfam

ILO(2018). Care work and care jobs for the future of work. ILO

ITUC(2016). Investing in the Care Economy: A Pathway to Growth, ITUC.

건강과대안 등(2020.4.9.). 보도자료 “코로나19사태, 사각지대 없는 노동복지정책 지금당장!”.

공주(2021). “코로나19로 여성에게 집중된 노동위기를 해소하려면: 서울시 현황과 정책과제”. 젠더이슈.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건복지부(2019).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9~2023년)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2020). 『COVID-19와 한국의 아동돌봄 설문조사』.

장지연·윤자영·전지원·Elizabeth King·은기수·Ito Peng·차승은(2020).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 한국노동연구원.

중앙일보(2021.3.4.) "코로나 여파에 내년 출산율 0.6명대로 떨어질 것"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04364#home

통계청(2021.6.21.). 보도자료 “2019년 가계생산 위성계정(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

통계청(2022a).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임금근로자 특성’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DE7108S&conn_path=I2

통계청(2022b), 경제활동인구 및 참가율(OECD)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2KAA301_OECD&conn_path=I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