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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 제안내용

제목
공부에서 재미를 찾지 말라는 우리 교육의 한계
작성자
대한민국의 미래
분류
초·중·고 교육
작성일
2018-04-23
조회수
579
내용
1. 상대평가, 과목 선택으로 치러지는 수능은 어떤 공부를 요구하는 시험이었을까?

애석하게도 나와 내 주변 친구들에게 수능은 그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수능은 고등학생에게 대학교에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비단 이 목적에만 충실하고 있지는 않다. 대학에 들어와서 느끼고 있는 부분이지만 공부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 진정성이 깃들여져 능동적으로 찾아서 하게 되고 탐구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과목 선택으로 치러지는 수능 공부는 어떤 탐구과목 스타강사가 잘 가르치는지를 알아보고 선택하며, 관심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을 택하게 된다. 다른 과목들 또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같은 지식만을 꾸역꾸역 주입하는 식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가누가 시키는 공부(=일)를 잘하는 지 서열을 매기려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고3 때 있었던 일인데 EBS교재 문제풀이시간 학생들이 너무 공부하기 힘들어하니까 선생님께서는 ‘얘들아 어차피 대학만 가면 이런 거 다 안 해도 돼. 수능 보고 나서 책 버릴 때까지만 참자’라고 하셨다. 저 선생님의 발언은 수능이 그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책부터 버린다. 그 누가 자신에게 계속 필요하고 애정 있게 생각하는 공부를 한 책을 버리겠는가.

2. 지금의 수능이 정상적인 고교 수업과 교육과정 운영을 방해한다는 의견에 대해 동의하는가?

완전히 방해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먼저 특목고나 자사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나온 고등학교를 포함해 대부분의 일반고에서는 고3이 되면 고교교육과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EBS교재만을 사용해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한다. 지금의 수능이 정상적인 고교수업과 교육과정 운영을 반영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모순이겠지만, 지금의 수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수능교재에는 교과목의 교육과정을 가장 잘 반영했다고 알려진 EBS교재와 사설업체에서 만든 사설교재가 있다. 매년 교육부에서는 EBS 연계율을 높이겠다고 밝히지만 학생들은 사설교재를 많이 이용한다. EBS도 EBS 나름대로 교육과정의 심화라면서 수능완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사설교재들은 이게 과연 고등학생 수준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많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로 훈련이 돼야만 실전에서 잘할 수 있으니 어려운 공부를 찾아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정상적인 고교수업과 고교교육과정 수준에서는 수능을 준비하는 정도의 지식이나 깊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가기 위해 고등학생 수준에서 벗어나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3.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어 입시에서의 영향력이 다소 완화된다면 학생들은 수능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학교에서의 수업과 자신의 관심 분야 찾기에 좀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까?

수능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놓는다는 것에서부터 아닌 것 같다. 교육부에서는 수능이 상대평가인지 절대평가인지에 따라 수능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도가 결정된다고 생각해 이 부분에만 치중을 하고 있다. 교육부의 입장대로라면 학생들은 현재 절대평가가 시행되고 있는 영어에 대해 부담을 줄이고 학교 영어수업과 자신의 관심분야 찾기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2018 수능에서부터 시행된 영어영역 수능 절대평가를 살펴보자. 나를 포함한 99년생들은 수능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라는 것을 알고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입학과 직결되어있는 수능영어는 부담이 되었으며 상대평가를 준비하던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시간에 EBS 교재로 문제풀이를 했으며 문제집과 사설 모의고사를 풀었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된 후 일어난 변화는 한 가지 있다. 바로 사교육업계이다. ‘영어 절대 평가 전환 돼 수능에서의 영향력 약해져’ ‘이제는 국어, 수학, 탐구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학원가의 목소리가 커졌다.
교육부는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학생들의 부담도가 줄어들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영어에 대한 부담도 저하가 아닌 다른 과목에 대한 부담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능 전 과목이 절대평가가 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절대평가가 되어도 대학에서는 또 다른 조건을 내걸 것이고,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대학에서는 학교의 내신성적을 따지거나 출신학교를 보고 뽑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고3 문제풀이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하나 생각난다. ‘얘들아 입시공부는 재밌을 수가 없어. 공부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하지마. 해야 되니까 하는거야. 하고 싶은 공부는 대학교 가서 해’ 알고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새삼 내가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정리를 하자면 애초에 수능 아니 대학입시를 앞두고 하는 모든 공부는 부담을 내려놓고 학교에서의 수업과 자신의 관심 분야 찾기에 에너지를 쓰기가 불가능하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교육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한계점이라고 생각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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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의 댓글
작성일

이 글을 보면서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우리 큰 아이가 올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같은 고3 입장에서 마치 우리아이를 대변한 것 같은 얘기를 읽으면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은 애써 모르체 외면하고 내신성적이 좋은아이, 수능에서 등급이 잘 나오는 아이들과 비교만 하고 있었고 아이를 비난만 했었습니다.
학부모 들의 입장은 다 다를 듯 합니다. 아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처해있는 환경이 모두 다 다르잖아요... 지역, 경제력, 개인적 학업능력, 개인적 관심 등등...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모두 다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학생 개인에 맞게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학생들의목소리님의 댓글
작성일

위 댓글 쓰신 '학부모'님. 학생들의 순수한 고민의 목소리에 이렇게 조직적으로 악의적인 댓글을 남기시는 여러분들을 요즘 참 많이 보는데요. 님이야말로 진짜 '학부모' 맞나요? 진짜 '학부모'들은 이런 패턴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학부모님의 댓글
작성일

아예 소설을 썼네요. 내신으로 교과는 물론 비교과까지 고교시절 내내챙겨야할 것들이 산더미에 같은 반 친구들 경쟁상대로 피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은 철저히 외면하고 학종 내신으로 재미를 찾는 공부를 할 수 있다니 세상엔 참 별사람 다 있습니다.

학생들의목소리님의 댓글
작성일

실제 고교 현장에서 부딪히는 괴리를 생생하게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에서 재미를 찾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3년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경험과, 배움과, 계기를 줄 수 있는 긴 시간인지를 돌아본다면 지금 무엇을 가장 우선에 놓고 국가 교육 정책을 설계해야 할지는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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