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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 제안내용

제목
급식과 기후위기와 관련된 생태 수업 의무화를 제안합니다.
작성자
아이나
분류
초·중·고 교육
작성일
2021-09-30
조회수
111
내용
급식과 환경 문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인간의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과도한 자원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물이 모든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못해 많은 양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문득 학생으로서 가장 자주 접하는 음식인 급식이 떠올랐습니다. 급식을 먹고 남은 잔반을 버릴 때면 잔반통은 늘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와 친구들은 맛있는 것이 있으면 더 찾아 먹지만 맛없는 것은 손도 대지 않고 버릴 때가 많습니다. 급식의 메뉴가 모두 맛이 없는 것이라면 점심시간에 몰래 잠깐 나가 근처 분식집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교내에 매점이 있으면 매점에서 빵이나 과자를 대신 사 먹기도 했습니다. 매달 식단표를 받으며 급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는 많이 해왔지만, 급식을 먹고 남는 잔반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2019년 한 해 서울 지역의 학교에서 버려진 음식물쓰레기만 34,262,709kg라고 합니다. 상상이 잘 안되는 수치인데요. 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만 5,877,647,000원이라고 합니다. 전국의 학교를 모두 합치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잔반을 줄이기 위해 학교도 노력을 하는 걸 압니다.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이라든지, 아주 가끔이나마 영양사 선생님께 급식에 대한 의견을 낼 기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급식 잔반과 관련해서 정보를 찾아보다 2021학년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서 ‘곡류, 식용유, 통조림 등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것을 제외한 육류, 어패류, 야채류 등의 신선식품 및 냉장·냉동식품은 당일 구매하여 당일 사용’, ‘반찬, 후식 등 교외 반출 및 잔반 기부와 판매 금지’ 이러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모두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밥에 대한 문제이니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부분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당일에 사용하지 못한 식품이나 손도 대지 않은 깔끔한 잔반을 버려야만 하는 부분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잔반을 줄이고, 조금 더 환경친화적인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요?

잔반 줄이기
서울학교보건진흥원에서 ‘학교급식 음식물쓰레기 감량화 매뉴얼’을 보면 급식을 식단계획, 구매, 검수, 전처리, 절단, 조리, 배식, 급식, 잔반 모으기, 음식물쓰레기 정리라는 10단계로 구분합니다. 잔반을 줄이기 위한 첫 시작은 바로 식단 계획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처음부터 학생의 선호를 반영할 수 있으면 잔반은 저절로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죠.
학교별로 급식만족도조사나 급식 메뉴 선호 조사 같은 것을 하는 곳도 있고, 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하더라도 학생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모든 학교에서 급식만족도조사나 급식 메뉴에 대한 학생의 선호 조사를 하는 것을 의무로 하였으면 합니다. 학생과 소통하는 것을 힘든 일로만 치부하지 않고, 급식 식단계획부터 음식물쓰레기 정리까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 또한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채식에 대해서도 함께 배울 수 있길 바랍니다. 환경 문제가 지구 온난화에서 기후변화, 기후위기까지 이어져 오는 지금, 이 때문에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은 식단을 계획할 때에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식하는 학생과 선생님들이 학교 급식에서 밥 외에는 먹을 것이 없다고 합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과 울산시 교육청은 각각 채식 급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특정한 지역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채식은 오로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이 아닙니다. 소화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우유나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배려가 될 수 있습니다.

잔반 나누기
영국 그림즈비 지역의 웨스턴초등학교 젠 포울스 교감 선생님은 18kg의 배낭을 메고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했습니다. 작년 코로나19의 시작 때부터, 2021년 5월까지 1년이 넘는 기간을 그런 노력을 하셨는데요. 그림즈비 지역은 빈곤층의 비율이 높아 결식아동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 학교와 학생들을 떠올렸습니다.
가난이 드러나지 않는 사회라고 하지만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않으면 밥을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학생들은 그동안 어떻게 밥을 먹었을까요? 수업 일수에 전전긍긍하지만 말고, 젠 포울스 선생님처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밥을 굶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배식되지 않은 깨끗한 잔반의 경우에는 사회 환원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눠 주거나 푸드뱅크 같은 곳에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급식 잔반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기부를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플라스틱 없는 급식은 가능할까?
더 나아가 플라스틱 없는 급식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플라스틱을 쓰는 것은 한 번이지만 썩는 데에는 4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쓴 플라스틱은 기후위기의 주범입니다. 플라스틱 제조를 위한 화석연료 추출, 운송, 정제, 제조, 폐기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급식에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후식으로 요구르트나 젤리 같은 것을 줄 때가 있는데 그것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다니는 중학교에는 보통 한 학년에 여섯 반, 한 반에는 30명 정도 있습니다. 그럼 대략 학교에 540명 정도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학교에서 급식으로 요구르트가 나온다면 요구르트 포장지는 하루에 600개 정도(교직원 포함) 버려집니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것을 사야만 한다면 개별포장이 아닌 대용량으로 포장된 것을 구매했으면 합니다. 배식하는 데 추가적인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에는 학생 자원봉사를 받아 노동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밥에 대한 배움도 필요해!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배움의 공간이라는 뜻일 텐데요. 배움은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밥에 대한 배움도 중요합니다. 나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버려지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밥을 만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배우는 일은 인생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배우며 급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밥에 관련된 환경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의무화하길 제안합니다. 밥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잔반을 줄이고, 친환경 급식을 만들기 더욱 쉬워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메뉴만 보고 ‘맛있는 것’, ‘맛없는 것’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우리의 밥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상상하고, 우리의 선택과 실천이 가져올 선한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교육이 되길 희망합니다.
연대와 공감의 생태 교육은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른이 되길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나의 자리에서 이 지구와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급식의 잔반을 줄이고, 나누는 일은 단순하지만,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 비용 문제, 사회 문제에 함께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를 통해 학생들도 무력감에서 벗어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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