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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시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도전과 응전
제현정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
/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미국의 ‘국방과학위원회(Defense Science Board)’는 “단기적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생산능력이 뒤처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기술패권(technological leadership)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언뜻 보면 2021년 6월에 발표한 미국의 공급망 점검 보고서의 일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34년 전 미·일 반도체 분쟁이 한창이었던 1987년 발표 내용이다. 1980년대 초 일본이 디램 시장을 석권하자 미국반도체산업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 SIA)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일본산 반도체에 대한 각종 수입규제조치를 정부에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기술패권 도전이라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1986년 양국 간 반도체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통상공세는 1990년대 초반 일본 내 미국 반도체 시장점유율 20%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전방위 공격에 시달린 일본 반도체 산업이 결국 핵심 소재와 제조장비 분야로 특화하고 한국, 대만 등이 메모리분야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반도체 산업의
분업화 진행
반도체 생산은 여러 공정을 거치는데 연구 및 개발, 설계(design), 제조, 조립, 테스팅(testing), 패키징(packaging), 유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공급망은 단계마다 전문화가 요구되고 가치 창출에 기여하면서 밸류체인을 형성한다. 1970년대까지는 한 기업이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구조였으나, 1980년대부터 국경을 넘어 글로벌한 밸류체인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종합반도체 기업(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은 모든 공정을 담당하고, 공정별로는 팹리스, 파운드리,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기업들이 각각 설계, 제조, 후공정을 전문화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들이 반도체를 설계하면 이후 제품의 생산을 파운드리와 OSAT 기업에 위탁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1980년대부터 이러한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 모델이 본격화되면서 공정별 전문화가 촉진되었고, 분업 모델의 수익이 커지자 종합반도체 기업들도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림 1> 반도체 생태계와 주요 기업들
반도체 생태계와 주요 기업들
주 : 팹리스(fab-less)는 제조공정 없이 칩 설계만 특화하는 형태임
*자료 : SIA
<그림 2> 반도체 공정의
시대별 분화 과정
반도체 공정의 시대별 분화 과정
*자료 :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정책과 공급망 변화 전망 (KITA 통상리포트 Vol.17)
반도체 글로벌 생태계 형성
공정별로 분화된 반도체 산업은 지역별로도 공정에 대한 전문화와 분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독특한 글로벌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지역별 분화는 공정별로 요구되는 기술과 자본의 집약도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미국은 기술, 동아시아 지역은 자본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분업 생태계는 얼마 전까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만들어진 웨이퍼가 미국으로 수출되면 현지에서 설계하고 다이(DIE)를 절단한 후 말레이시아로 수출되어 조립, 패키징,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제품이 싱가포르로 선적되어 유통을 거쳐 세트 제품공장이 위치한 중국으로 수출된 후 컴퓨터, 핸드폰 등 기기에 부착되어 최종 소비재 형태로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다. 새로운 반도체 수요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생산능력 과잉(overcapacity)이 되지 않는 지역별 분업이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 3> 미국 중심의 반도체 산업 글로벌 생태계
미국 중심의 반도체 산업 글로벌 생태계
*자료 : 미국반도체협회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평화시대의 종말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반도체 산업의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업 간 치킨게임이 벌어졌으나 이후 IT, 전자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수요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한동안 반도체 산업은 국가 간 통상분쟁에서 비켜나 있었다. 이러한 반도체 평화시대도 2015년 중국의 ‘반도체 굴기’ 목표가 드러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1980년대 당시 일본의 수준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드러난 중국의 발전 계획은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하여 효율성보다는 안정성과 회복력의 중요성을,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분야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제조의 80%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해외의존도가 공급망 교란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육성을 위한
국별 산업정책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 금지와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등을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본격화했다. 이러한 규제의 목적은 화웨이 같은 특정 중국 기업의 확장을 억제하는 동시에 중국 내 반도체 첨단 기술 개발을 차단하려는 데 있다. 뒤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는 수출규제를 지속하는 가운데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을 위한 정부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5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예산이 의회에 계류 중인데, 통과 시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 시설과 장비에 대한 금융지원 등 미국 반도체 산업의 총체적인 역량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EU도 반도체 산업 내재화에 관심을 표명하고, 2021년 7월 EU 집행위가 ‘유럽 반도체 산업동맹(Industrial Alliance for Processors and Semiconductor Technology)’을 출범시켰다.
<표 1> 주요국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정책
국가 정책
미국 ·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CHIPS for America) : 국내 제조시설 신설 및 현대화에 5년 간 520억 달러 규모 자금 지원
·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촉진 법안(FABS) 발의 :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중국 · 국가집적회로 발전 촉진강요 : 반도체 전공정에서 세계 선도 기업 육성
· 중국제조 2025 :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5% 달성
EU · 유럽 반도체 산업 동맹 : 5-2nm 초미세 공정개발 로드맵 수립
· 2030 Digital Compass : 2030년까지 반도체 유럽 역내 생산 20% 달성
대만 · 반도체 첨단공정센터 설립 : 해외기업의 대만 내 R&D 연구시설 유치
· 양안 인민관계조례 개정 : 반도체 핵심 기술 및 고급 인력의 국외 유출 방지
일본 · 반도체 전략 : 첨단 반도체 제조·설계 기반 강화 및 정부 지원을 통한 반도체 산업 리쇼어링
*자료 :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정책과 공급망 변화 전망 (KITA 통상리포트 Vol.17)
반도체 제조 강국인 대만은 2020년 7월에 반도체 분야에 2021년까지 총 2억 6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보조금의 목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만을 반도체 R&D의 허브로 만들기 위함이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2021년 3월에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 검토 회의’를 개최하고 6월에 ‘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은 반도체 공정 중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제조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 기업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정부가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다.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도 2021년 3월 ‘제14차 5개년 규획 및 2035년 장기목표 개요’를 발표하면서 7대 전략 육성 분야 중 하나로 반도체 산업을 포함시켰다. 특히 자급률을 높이는 반도체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상하이에 10조 원 이상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도 2021년 5월에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고 반도체의 설계부터 소재, 장비까지 전 공정에 걸친 산업 육성 계획을 포함시켰다.
<그림 4> ‘K-반도체 전략’ 중 각 공정별 지원 방안
‘K-반도체 전략’ 중 각 공정별 지원 방안
*자료 : 동아일보(2021), 산업통상자원부(2021)
공정 내용
팹리스 반도체 설계 SW지원, AI반도체 혁신 설계센터 조성
파운드리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기술선도형 Fab 건설
패키징 5대 첨단 패키징 관련 기술 집중 투자
소재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
수요기업과 소부장 품목 공동개발하는 협력 모델 개발
장비 EUV 클러스터 조성, 식각장비 R&D센터 건설
정부 정책만으로 수십년에 걸쳐 형성된 국제 분업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겠지만 견고했던 공급망에 균열이 하나둘 생기면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일 반도체 분쟁을 계기로 메모리 분야의 강자로 등극하고 1990년대 혹독한 치킨게임을 극복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응전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 이에 굴하지 않고 반도체 자립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국, 양자간 긴장감이 팽팽한 글로벌 공급망상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공적인 줄타기가 중요한 때다.
제1차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2021.12.09).
제1차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2021.12.09).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