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이 된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 시기를 돌아보면 한국 현대사에서 그 어떤 정부도 경험하지 못했던 국난에 가까운 위기 상황을 계속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바로 전쟁을 할 것 같은 안보 위기가 고조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중재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했다.
남북 위기가 극복되자마자 2019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로부터 배제한 것이다. 한국 법원의 결정에 대한 보복성이 있는 조치였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소부장 산업에 대한 지원 및 육성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이 위기를 극복했다.
외교적 자신감으로부터 신남방, 신북방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2020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인류 문명사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과거에도 세계적 차원의 전염병이 있었지만, 초고령 시대를 열었던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코로나19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 방위적이며, 전 세계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이 되는 순간에도 인류의 과학문명을 비웃듯이 계속되고 있다. 실업률이 올라갔고 중소상공인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힘든 상황에서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방역과 경제회복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보이고 있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명의 변화를 가져왔던 총, 균, 쇠의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지난 4년간의 위기는 한반도의 운명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절체절명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조금만 방심했다면, 지금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위기였다.
이렇게 위기가 계속되다 보니 지난 4년이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 위기를 성숙한 시민 사회와 함께 한국 정부가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니 잠시만 방심해도 문제들이 발생하고, 하나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그 정책이 다른 부문에 가져올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재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했던 재정지출은 유동성의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불안정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에 수도권에 부동산 공급을 늘림으로써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정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토 균형개발이라는 정책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전 국토의 균형발전은 한국판 뉴딜의 기본 원칙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부동산 안정을 위한 공급확대의 과정에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균형발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환경개선을 제외하고는 생산성이나 소득 증대 측면에서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관민 합동의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민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냈듯이 한국판 뉴딜의 지역 뉴딜은 탄소중립에 기초한 혁신경제와 균형개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한국판 뉴딜의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방심을 해서는 안되며,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잘 했다고 평가받는 방역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 사이의 협력관계가 무너질 때 지금까지의 성과가 모래성같이 사라질 수 있다.
성공했다고 평가받았던 독일의 방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보면 남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뉴딜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사회의 거버넌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레임덕이라는 한가한 얘기를 할 시간이 없다. 철저한 방역 정책,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휴먼 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꿈으로써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코로나19의 원인이 된 무정부적인 개발과 기후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추진 등 어느 정책 하나 중단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정책기획위원회는 ‘흔들림 없는 국정 완수, 신문명을 여는 정책’을 핵심 슬로건으로 제시하였다. 문명 대전환의 시기에 혁신적인 정책을 통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이를 지난 4년간 계속된 사람 중심의 국정 원칙 하에서 흔들림 없이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책기획위원회는 국민들의 쓴소리에 귀를 열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
이번 호의 정책특집은 탄소중립이다. 2050년 완수될 탄소중립은 거대한 시대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시작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들이 퇴장하는 문제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이 더 좋은 일자리로 이직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또 프로세스를 잘 짜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의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낭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특집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추진계획을 신중하게 마련하기 위한 기본적인 논의를 시작하는데 지면을 할애했다.
이번 호의 열정 인터뷰는 이제민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만났다. 인터뷰에서는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음에도 지난 4년간 있었던 경제정책들의 성과를 정리하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 속에서 국내적으로 사회적 합의, 국제적으로 전향적인 협력과정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는 방향이 제시되었다.
국정과제 광장에서는 각 분과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촛불 민주주의 이후 코로나19의 위기를 거치면서 고민해야 할 한국의 민주주의, 코로나19로 가속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진화 속에서 한국판 뉴딜의 역할, 과거에도 문제가 되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돌봄의 문제, 문화계의 새로운 현상으로 대두되면서 미래 산업의 지표를 마련해줄 수 있는 메타버스와 서드라이프, 한국판 뉴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지역뉴딜의 중요성 그리고 한국판 뉴딜의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해야 할 필요성 등이 제시되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한 현장과 시선,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와 관련된 연속 기획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와 그 해결책을 담고 있다.
쟁점토론의 주제는 고등교육의 현재와 미래이다. 출생률이 감소하고,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고등교육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기획위원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고등교육 문제는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숙제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정책 칼럼에서는 최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광역화 문제를 유럽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았고, 부동산 정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아동학대의 문제와 함께 탄소중립 문제를 생활 속에서부터 실천하는 방안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의 필요성에 대한 글도 정책 칼럼에 게재되었다.
이번 호에 게재된 모든 글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시급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짧은 글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보다 발전된 논의들을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2021년 3월
박 태 균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