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존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되리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외환위기 이후 진행되어온 금융의 발호를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문제를 제외하고 볼 때 우리 경제의 체질 문제는 기본적으로 ‘이중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중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이고, 둘째 이중구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관계입니다. 이 문제들 역시 외환위기 이후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지금 전체 취업자 중에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20% 정도입니다. 나머지 80%는 비정규직이거나 불안한 중소기업 직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직업훈련이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빈약합니다. 그것은 분배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인적 역량을 약화시켜서 성장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거래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올리는 데는 여러 과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수년 간 공을 들이고 있는 ‘혁신조달’ 같은 것도 중요한 과제지요. 나아가서 중소기업이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원과 협력해서 혁신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도 자체의 거버넌스를 개혁하고 경영행태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공정거래의 경우에는 지난 10여 년 간 일부 성과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하도급 관계에서 이익을 대기업관계자가 독점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 불공정 행위를 했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단체교섭의 도입 등이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제도가 아직 미비해서 실효성은 의심스럽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이중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문제가 되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됐는데 지난 10여 년 동안 일부 개선된 점이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정부도 비정규직 축소 정책을 폈기 때문이지요. 노동조합도 일각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얻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급여체제의 변경입니다. 현재의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직무급이란 같은 직무에 대해 같은 임금 주는 것이니, 이것이 도입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부가 발 벗고 나설 문제입니다. 민간부문에서는 직무급이 일부 도입되고 있으나 공공부문이 훨씬 뒤처지고 있는데, 정부가 앞서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사회협약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회협약은 노사관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 문제 등을 같이 다루고, 나아가서 재정이 뒷받침되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결부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종합적으로 접근해서 사회협약을 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