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드라이프:
메타버스 시대가 추구하는
미래의 라이프스타일
2016년에 큰 인기를 얻었던 닌텐도의 <포켓몬 고> 게임은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이 융합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본격 도래를 예고했다. 알다시피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 기술과 ‘구글맵’으로 대변되는 위치 추적 장치를 이용해서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의 캐릭터들을 포획하는 게임이다.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미디어 안에 갇힌 기존 게임 포맷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말하자면 디지털 기기에 갇혀있던 온라인 게임 지형을 현실공간으로 뛰쳐나오게 만든 것이다.
<포켓몬 고>의 특성은 게임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게임들은 주로 가상공간에서 특이한 체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꾀했다. <서든어텍> 같은 1인칭 슈팅게임, <리니지>, <와우>같은 온라인 게임 등은 컴퓨터 스크린이라는 가상공간 안에서 생생한 플레이를 제공하지만 그 자체가 현실공간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과 유비쿼터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융합하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상공간이 실제현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개인의 감각을 활성화시키고 놀이의 체험을 극대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 이러한 현상을 ‘서드라이프’라고 말할 수 있다.
‘서드라이프’는 말 그대로 제3의 삶의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현실공간에서 물리적인 삶이 ‘퍼스트라이프’라고 한다면 가상공간에서 허구적 삶은 ‘세컨드라이프’로 명명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 때 큰 인기를 얻었던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이 이에 해당된다. 실제 현실과 구분되어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집을 짓고, 가상의 애인과 결혼하고, 가상의 직장을 다니는 게임에 심취한 사람들은 대체로 현실공간에서 만족하지 못한 삶을 가상공간에서 보상받고 싶어 한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세컨드라이프 게임의 확장판이다. 그런데 서드라이프는 세컨드라이프의 세계를 현실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케 해준다. 메타버스 역시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 세상이 현실화하는 것을 꿈꾸기 때문이다. 서드라이프는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이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삶, 말하자면 메타버스의 체계가 일부 문화현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전체에 개입하는 삶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메타버스가 우리의 일상에서 완전히 구현되는 삶이 바로 서드라이프인 것이다.
서드라이프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가능한 초현실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한다. 최근 유행하는 ‘3D프린터’, ‘홀로그램’, ‘증강현실’ 을 활용한 놀이 콘텐츠들은 우리 라이프스타일을 둘러싼 문화 환경이 서드라이프로 이동 중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서드라이프는 놀이콘텐츠만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환경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지시하는 말이다. 새로운 기술혁신이 개인 삶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런 점에서 서드라이프는 4차 산업혁명의 담론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 혁신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일상의 변화에 대해 많은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생명안전, 인공지능, 산업자동화, 메이커운동,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딥러닝, 스몰비즈니스, 원격의료서비스’ 등이 각광받을 예정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인류 문명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흥미로운 여러 과제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문제는 새로 등장한 과학기술 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 나갈지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인류의 변화를 수반한다. 오늘날 우리는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의 문 앞에 서 있다. 그 규모, 범위 그리고 복잡성을 미루어 볼 때 ‘제4차 산업혁명’은 과거 인류가 겪었던 그 무엇과도 다르다. 우리는 이 새로운 혁명의 속도와 깊이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억 인구가 모바일 기기로 연결되어 유례없는 저장 및 처리능력과 지식에 접근성을 가지게 될 때 발생할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해보라.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등 폭넓은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과학기술의 약진을 통해 이루어질,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융합은 또 어떠한가? (중략) 제4차 산업혁명이 분열적이고 비인간화되기보다는, 인간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인간이 중심이 되게 하는 것은 비단 특정 이해관계자나 부문, 지역, 산업, 문화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혁명의 근본적이고 글로벌한 특성은 모든 국가와 경제, 개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라우스 슈밥,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새로운 현재, 송경진 역, 2016, 10-14쪽)
서드라이프의 시대는 유비쿼터스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혁명에 따라 개인의 신체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래서 ‘초감각지능산업’, 이른바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창의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인의 인지 역량과 일상적 놀이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미래 예측이 필요하다.
서드라이프 시대는 또한 ‘예술과 문화, 기술과 과학’이 융합하여 새로운 초감각적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융합 기술이 가능하게 만드는 감각의 새로운 지평들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문화 혁신이 기존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어떠한 새로운 문화콘텐츠 산업이 부상할 것인지, 이러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환이 이용자들의 문화적 감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개인의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서드라이프 시대에는 책, 영화, 음악, 게임, 모바일, 메신저커뮤니티와 같은 미디어콘텐츠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며 그 체험이 그 자체로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