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 웹사이트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서비스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입니다.
This Website is the Presidential Records maintained and serviced by the Presidential Archives of Korea to ensure the people's right to know.

2021 봄  |  vol. 09

2021

03

vol. 09

쟁점 토론
고등교육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학 혁신의 길을 묻다
사회김민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대구대 사범대학 교수)

토론유기홍 (제21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김헌영 (전 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강원대 총장)

배석최승필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시2021년 3월 2일 / 장소국회 교육위원장실 / 김가을 / 사진전예영
우리나라 성인 대학 진학률은 OECD 국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 제도 시행 이후 대학교와 대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2019년부터는 국민의 절반이 대학을 졸업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2020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정부 부담 비율은 38%로 OECD국가 평균의 65%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되었으나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세계적으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있다. <열린정책>에서 김민희 정책기획위원의 진행 하에 유기홍 제21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김헌영 전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회장, 최승필 정책기획위원이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
유기홍 교육위원장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제도 필요
대학의 특성화와 ‘선지원 후평가’ 필요

김민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인구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입니다.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진 것이 큰 충격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서 고등교육 혁신과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대학 구조개혁 혹은 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해서 책무성을 확보하고 혁신과 개혁을 이루는 대학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과 개혁을 추진하되 국가와 정부는 법령 및 제도 정비, 폐교 대학 지원 방안 수립 등 지원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기홍

인구 구조 상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교육재정과 교수·교사 수도 줄이자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과 교육재정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죠. 오히려 그런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에 맞춰서 ‘우리 미래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상을 그리고 그 상에 맞는 여러 가지 기획틀을 세우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96년 대학 설립 준칙주의가 본격 도입된 이후 대학생 수가 34만 명에서 65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표현이 좀 과격한지 모르겠습니다만,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관점에서 사실상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대학 정원을 줄이는 식의 정책을 폈습니다. 당시 대학 평가가 신뢰를 받지 못했고,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학이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게 만드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과 개혁을 추진하되 국가와 정부는 지원적 역할에 머무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그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유럽의 대학, 대표적으로 핀란드, 스웨덴,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대략 30~40%인데 우리나라는 이 수치의 두 배가 되기 때문에 구조 개혁이 필요합니다. 다만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대학의 혁신과 병행해야 합니다. 정부는 과거 정책적으로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추진한 것에 대한 책임을 갖고, 대학을 혁신하고 구조개혁 하는 문제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뒷받침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림 1> 학령인구 및 입학가능 학생 수 감소 추이
학령인구 및 입학가능 학생 수 감소 추이
출처 : 교육부 ‘대학혁신지원방안’(2019.08.05.)

김헌영

네. 유기홍 위원장님께서 대학의 미래를 바라보고 이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비전에 대해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학령인구에 대해 한 마디 보태자면 재작년 출생아 수가 약 30만 명, 작년에는 약 28만 명이었습니다. 현재 대학 진학률 79%를 적용해도 2038년에 24만 명 규모로 대입 자원이 감소한다는 거죠. 대학 진학률이 약 60%, 50%로 떨어진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 2015년 정부는 3차에 걸친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고 나면 2024년 이후에 대입 자원이 유지된다는 예측을 했는데 입학 자원은 2040년까지도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금 더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있는 입장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마냥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교수 1인당 학생 수 비율이 좋아진다든지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증가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격수업 등 다양한 교육 방법을 고려하고 새로운 교육 환경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특성화입니다. 수도권 대학은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역·국립대학은 지역 혁신 플랫폼의 주체로, 중소규모 지역 사립대학은 강소대학으로 육성하여 특성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지원 방식과 관련해서는 ‘선지원 후평가’를 제안합니다. 대학이 특성화 사업을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그 다음에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평가 후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과 연결하는데, 평가를 준비하느라 모든 대학이 밤새고 있습니다. 5월 말에 있을 평가를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거든요. 평가 준비에 시간을 빼앗기느라 실질적인 대학의 미래는 계획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특성화와 ‘선지원 후평가’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유기홍

조금만 보태겠습니다. 그동안 대학 구조개혁은 대학을 문 닫게 하고 학생 수를 줄이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어떤 점에서는 그럴 필요가 있지만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리·부실대학, 한계 사학이 아닌 대학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출구 전략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지만,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대학을 폐교하고 사회복지법인이나 평생직업교육기관 등의 사회교육기관으로 바꾸고 싶어도 현재는 관련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다양한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정부가 획기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 중 하나는 고등교육을 강화하여 신중산층을 만드는 것입니다. 소득 10만 불 이하 사람들에게 대학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러스트벨트 지역의 중산층 몰락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신중산층을 양성하기 위해 고등교육 기회를 넓게 제공하겠다는 거예요.
우리도 앞으로 생애주기별 고등교육 기회와 평생직업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로만 대학정원을 계산하는 것보다 교육 수요자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망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고등교육의 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김민희 위원, 유기홍 교육위원장, 김헌영 총장
(왼쪽부터) 김민희 위원, 유기홍 교육위원장, 김헌영 총장
협업·혁신을 대학평가의 기준으로 잡아야
대학을 지치게 하는 중복된 평가, 평가·지표 단일화로 부담 해소

김민희

당장 대학은 평가를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 평가를 거치면서 대학들이 지치고 때로는 무력감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2010년 이후 진행된 대학평가(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2~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기관평가인증 등)에 대한 진단과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유기홍

얼마 전에 대교협 회장님과 전문대교협 회장님, 대학 총장님들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서 고등교육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공청회가 열린다면 오늘 토론회에서 했던 것과 같은 고민을 다루게 되겠죠. 그 과정에서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다. ‘정성평가는 평가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가 하는 평가다’ 참 요새 표현으로 웃픈 얘기지요. 저는 고등교육 재정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확충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지원을 더 잘 할 것인가 하는 차원으로 대학평가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정성들여서 서류를 잘 쓰느냐 또는 얼마나 교육부가 원하는 방향을 그대로 따라 가느냐가 아니라 대학들 간에 협업경쟁, 혁신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평가의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대학 간에 경쟁을 붙여서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이 아닌 선에서 기본적으로 모든 대학을 지원하되, 여기에서 혁신과 협업에 있어 모범적인 모델을 만드는 대학에 추가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김헌영

2019년도에 대교협 회장을 하면서 총장님들한테 들었던 이야기인데 4년 총장 임기 동안 제안서 쓰고 평가받다가 임기가 끝났다는 겁니다. 대학의 비전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현재 정부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과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시행하고 있는데 동일한 평가대상에 유사한 목적의 평가가 중복되면서 대학에서 피로감과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진단에서는 ‘자율개선, 역량강화’ 대학이 84%, 평가에서는 ‘인증, 조건부 인증’ 대학이 85%를 차지해 문제가 되는 대학은 10% 이내로 평가 결과도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평가 단일화를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표 단일화 제안은 받아들여져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주기 평가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4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실시된다면 반드시 개선이 되어서 대학이 조금이나마 평가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표를 간소화하더라도 대학 정보 공시 자료를 활용하면 충분히 진단이 가능합니다. 필요하면 정보 공시 항목을 추가하면 됩니다. 그리고 시대에 맞게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분야 특성화와 온라인 원격수업, 대학 간 협업·공유, 미래 교육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다룰 수 있는 지표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헌영 총장
김헌영 총장

김민희

최승필 위원님께선 대학에서 평가를 많이 준비하고 받아보셨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승필

평가가 제일 부담스러운 이유는 평가 결과를 재정 지원에 연계시키기 때문입니다. 오랜시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으로 힘든 대학들이 많습니다. 이런 재정적 한계 상황에서 부정적인 평가 결과 때문에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평가에 올인하게 되고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대학의 모습을 창출하는 것들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에서 큰 호흡은 생각하지 못하고 평가 주기에 맞춘 임기응변적인 제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한 근본적 대안
특별회계 도입 등 예산 체계 변화로 대학 혁신 뒷받침 해야

김민희

자연스럽게 재정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고등교육재정 확충 문제는 현재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2012년 대학등록금 동결 이후 대학은 재정고갈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유기홍 위원장님께선 취임 초기 인터뷰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말씀해 주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외에 국립대 무상교육, 대학등록금 자율화(동결 해제, 국가장학금2유형 폐지), 대학재정지원 사업 확대 등 여러 대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대안이나 좋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이 교육재정 문제입니다. 특히 고등교육재정은 획기적인 확충이 필요합니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OECD 평균의 3분의2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이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입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11번 발의되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초중등은 교육 자치이기 때문에 교부금이 맞는데 고등교육에 교부금이 맞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에서부터 사립대학이 80%가 넘는데 국가가 책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까지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러나 여전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전까지 고등교육특별회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유아교육특별회계는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과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5년간 도입되었고 성과가 좋아 재정당국에서도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의 고등교육 예산 체계를 벗어나지 않으면 사업 예산을 몇 개 보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죠. 5년 정도의 기간을 둔 고등교육특별회계를 마련해야하며 이를 위해 얼마나 재원이 소요되고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연구 중입니다.
(왼쪽부터) 유기홍 교육위원장, 김헌영 총장
(왼쪽부터) 유기홍 교육위원장, 김헌영 총장

김민희

조금 민감한 문제입니다만, 대학 등록금 동결에 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대학은 당장 등록금 동결을 풀어도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사가 있어 등록금을 쉽게 인상할 수 없습니다. 물가 상승률만큼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국가장학금에 묶여 있는 제한 조치들이 있어서 등록금 동결부터 풀어달라는 대학 측의 요구가 있는데요. 여기에 대한 입장은 어떠신지요?

유기홍

고등교육 대한 GDP 대비 정부 투자비율이 OECD 국가 평균 1.1%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0.7%입니다. 그 중 0.2%가 국가장학금 예산이에요.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0.5%밖에 안 됩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부담이 세계 4위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는 등록금 자율화 보다는 고등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록금 문제로 대학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총장님들께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회계나 교부금법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림 2> 학생 1인당 연간 공교육비 추이
학생 1인당 연간 공교육비 추이
출처 : 교육부 ‘2020 교육통계’

김민희

총장님과 교수님께서는 대학에 계시는 입장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헌영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고등교육특별회계는 찬성합니다. 특별회계를 만들어 목적을 갖고 재정을 확충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등록금에 대해서는 자율화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등록금 인상은 ‘직전 3개년도 물가 인상률의 1.5배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것을 따르면 국가 장학금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모순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을 자율화해서 경쟁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얼마든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학들이 있는데 등록금 때문에 묶여 있습니다.
국립대학은 무상교육을 해야하며, 재원은 현재보다 약 3천억 원이 더 있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국립대학의 경우 현재 등록금 대비 학생 부담률이 30% 수준이죠. 등록금 총액이 1조 3천억 원임을 고려하면 30%에 해당하는 예산은 약 3천억 원 정도입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국가장학금이 작년보다 640억 원 줄었고 내후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고려하면 국가장학금 절감액으로도 별도의 재원 마련 없이 무상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국립대는 무상교육을 하되 반드시 공공성, 책무성을 강조해서 지역에서의 지역발전, 지역소멸 대응에 대한 플랫폼 역할을 부여하는 구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현재 국가장학재단에서 국가장학금을 학교를 거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직접 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학생들과 대학 간의 관계가 많이 소홀해집니다. 대학이 장학금 예산을 받아서 그 재원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승필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국가장학금2유형과 등록금 인상을 연계시키는 것을 조금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반값 등록금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대학들 간 등록금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등록금 동결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당시 등록금이 300만 원이었던 대학과 800만 원이었던 대학의 형편이 달라지겠죠. 그래서 절대적인 등록금 수준을 고려해 현저히 낮은 대학들에 대해서는 유연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장학금2유형과 연계된 등록금 인상에 있어서는 여러 다양한 모델들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지역-대학 상생발전 투자협약제도’를 통해 대학과 지역이 긴밀하게 협업
대학과 지역의 결합·발전, 광역 지자체에서 적극 나서야

김민희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대학이 지역 내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대학의 생존이 지역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가와 정부, 각 대학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김헌영

우선 지방정부와 지역에 있는 대학이 대등한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또한 대학이 지역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기획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대학 상생발전 투자협약제도’ 도입을 제안합니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의체를 구성해 수평적 협의·조정과정을 거쳐 ‘지역-대학 상생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내 공통의 정책과제에 대해 ‘상생발전 투자협약’을 체결하여 지방정부 예산을 투입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제안은 대학 간의 공유체계입니다. 지역의 국립대학이 먼저 협의체를 만들고, 사립대와 연계하는 방사형 모형의 대학 공유체계를 제안합니다. 대학이 경쟁력을 잃고 폐교를 하게 되면 그 여파는 해당 지역에도 미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대학끼리 연계가 되어있다면 한 학교가 문을 닫아도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저는 산학협력이라는 단어를 20년 동안 써왔는데, ‘지학협력’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강원도에는 산업체가 부족하지만 환경 보존이나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등 여러 협력 이슈가 있습니다. 산업체가 많은 지역은 지학협력의 테마가 산학협력이 되겠죠. 지역별로 특색있는 지학협력을 위해 이번 기회에 용어를 바꾸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김민희 위원
김민희 위원

유기홍

요즘 ‘벚꽃엔딩’이라는 단어를 노래 제목이 아니라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로 쓴다고 합니다. 지방에서부터 형편이 어려운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거겠죠. 일반적인 지역 불균형보다 교육의 지역 편중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고 그런 점에서 고등교육 혁신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지역과 대학의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고등교육 재정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대학과 지역을 일체화된 개념으로 본다면 고등교육 재정이 교부금 대상이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대학의 운명은 지역과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에 대한 광역 지자체의 지원은 훨씬 더 늘어날 필요가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재정 지원 체계가 바뀔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한 규제 완화가 중요합니다.
얼마 전에 제가 아리조나 주립대학(ASU) 혁신 사례를 정리해서 민주당 전체 의원들께 공유했고, 이것이 지방대학 살리기의 전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동안 아리조나에는 ‘ASU 졸업장이 있는 우버 운전사와 ASU 졸업장이 없는 우버 운전사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 졸업장의 효용 가치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이클 크로우(Michael Crow) 총장이 온 후로 대학의 사정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원래 아리조나 주에서 주립대학 재정의 90%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1년 운영비의 9%만 줘도 될 정도입니다. 취업률도 늘었고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엄격한 규제로 이러한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고등교육 분야의 규제 개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느 대학에서는 대학원 학과와 전문대학 학과를 통합하려고 했는데, 수익용 기본재산이 부족해서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네르바 스쿨처럼 캠퍼스가 없는 대학도 있는데, 아직도 교지·교사·수익용 기본재산을 따지는 낡은 제도 아래에서 지역대학들이 혁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죠. 교육부의 지원만으로 지역과 대학이 결합하고 발전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이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되어야 하고, 광역 단체장들이 중앙정부에 대해 교섭력을 갖고 대학 사업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최승필

미국의 러스트벨트 사례를 얘기하고 싶은데요. 낙후되었던 러스트벨트 지역이 위스콘신대와 카네기 맬런대, 미시건대(앤아버)라는 혁신 동력을 중심으로 지역이 결합하면서 다시 살아났던 사례입니다.
이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역 균형발전에서의 시사점은, 내부에서 대학교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혁신을 만들어내고 그 혁신을 공유하려는 외부인들이 지역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했다는 점입니다. 외부에서 만들어낸 혁신을 지역에 적용하면 혁신의 성과물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제가 버클리 로스쿨에 방문 학자로 있으면서 대학 간의 협력과 관련해서 인상 깊은 경험을 했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식품의약품 강의가 있었는데, 기업 및 연구단체들이 각 대학들과 협력해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여러 학교에서 옵니다. U.C.데이비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U.C.샌프란시스코(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이 세 곳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겁니다. 강의를 들어갔더니 U.C.데이비스 농과대학에서 무엇으로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합니다. U.C.샌프란시스코 의대에서 는 다음에 의학적인 측면을 발표 하고, U.C.버클리 로스쿨에서는 법적 이슈를, U.C.버클리 경영대학원에서는 마케팅과 운영을 발표합니다. 물론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강의도 함께 진행됩니다. 그게 한 학기 강의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교수들도 단상에 2명 또는 3명이 한꺼번에 올라갑니다. 대학 간 협력을 통해 농작물에서부터 신약 판매까지 연결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유기홍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교육부가 공유대학 사업을 추진하는데,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대한민국 고등교육,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획기적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 이뤄야

김민희

마지막 질문입니다. 참석하신 분들이 혁신을 많이 얘기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의 규제, 그동안의 문화와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적인 측면에서 한국 교육 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유기홍

우선 어떤 혁신을 하더라도 규제를 풀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조 임금 시기 꽹과리 쳐서 민원 접수했던 것을 격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정조 임금이 밤에 그 서류를 다 보고 다음 날 아침까지 이첩을 했다고 해요. 그런데 교육부가 이런 점에서 너무 늦다고 봅니다. 규제 개혁 문제가 교육부에서 신속하게 이뤄져서 많은 제한들이 풀려야 합니다.
서울대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에서 최근에 의미 있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을 교수로 채용을 하려고 했어요. 미국의 교수 직책을 가지고 강의하는 일이 기존 규정에서는 안 됐을 일인데, 교육부와 얘기해서 거의 해결하는 단계까지 들어갔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관련 입법들도 진행 중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여러 가지 있다고 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 스스로의 혁신 노력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하고 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열려있는 태도로 규제 개혁 문제를 다루고, 입법을 통해 대학을 살리고 혁신경쟁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최승필 위원, 김헌영 총장, 유기홍 교육위원장, 김민희 위원
(왼쪽부터) 최승필 위원, 김헌영 총장, 유기홍 교육위원장, 김민희 위원

김민희

고등교육법도 문제지만 대학 내부의 지침 내지 학칙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이 많이 있는데 총장님과 교수님께서 대학에 계신 입장에서 말씀해주세요.

김헌영

저는 총장이라서 교수님들과 다른 입장일 수 있겠지만 교수님들이 원하시는 것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제약은 당연히 상위법과 대학평가입니다.
규제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네거티브 규제, 이것은 꼭 해야 합니다. 옛날에 대학이 많이 세워질 때 만들어진 각종 규제들로 현재 직면한 문제를 혁파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 잘못이 아닙니다. 교육부 힘만으로는 안 되는 거죠. 이 문제는 국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네거티브 규제를 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법이 통과되어 국가교육위원회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단일 부처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고등교육과 관련한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최승필

규제문제가 나와서 말씀 드리자면, 금융과 정보통신산업에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교육 쪽에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규제 샌드박스를 시도 해보는 건 어떤가 싶습니다.
현재 우리 대학 교육에서 정부의 지원은 매우 긴요합니다. 이와 동시에 당사자인 대학 스스로도 변하려는 의지를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각각의 요소들이 결합하여 소위 말하는 시스템 플러스 에너지,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희

네. 오늘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참가해 주셔서 대학 혁신에 대해 다양한 입장에서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쟁점토론을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발행인 조대엽   발행일 2021년 3월 31일  
발행처 정책기획위원회 (03171)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209 정부서울청사 13층

편집위원 박태균(국민주권분과위원, 편집위원장), 김선혁(국민주권분과위원), 진민정(국민주권분과위원), 최승필(국민성장분과위원), 김민희(포용사회분과위원), 신진욱(포용사회분과위원), 최세정(지속가능분과위원), 김수연(분권발전분과위원), 김성경(평화번영분과위원), 황지환(평화번영분과위원)

디자인·제작 승일미디어그룹(주)

COPYRIGHT(C) 정책기획위원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