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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특집Ⅲ
내일의 집은
다르게 그리고 싶다
이한솔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위원)
부동산에서 시작된
청년에 대한 호명
뜬금없이 이슈의 중심에 청년이 소환되었다. 시작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서 비롯되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조차 모을 수 없는 수준의 집값이 되었다. 부모에게 자산을 물려받지 않는 이상 자가 소유 시장에 진입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일부 청년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 같다고 말한다.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누군가는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렸다. 슬슬 주변에서 속을 애타게 만드는 소식이 들려온다. 신용대출이든 부모 자산이든 어떻게든 끌어모아 집을 구매했던 친구들의 부동산 자산 폭증 이야기가 들린다. 착하게 정부 말만 믿은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진다. 심지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은 3기 신도시 택지의 내부정보를 통해 엄청난 투기를 벌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뿐인가, 고위공직자들은 몇십억짜리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없다는 말이 무색해지고, 사회는 투기를 권장하는 듯이 돌아가고 있다.
부동산에서 시작된 청년에 대한 호명
결국 개인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명확하다. 어차피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니, 자산이 어느 정도 있는 은수저 이상의 사람들은 이제라도 막차를 타자며 ‘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기 위해 달려들게 되었다. 자극적인 이슈 거리가 없을까 레이더를 돌리던 언론과 정치가 이에 응답했다.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청년을 조명하기 시작했고,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차별적인 특징인 것처럼 부각하였다. 소위 MZ세대라면 부동산으로 한탕 벌이고 싶어 하는 것처럼 소구되고 있다. 현상만 보면 그럴듯한 분석인 것 같지만, 2030세대 당사자들에게조차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성세대들의 시선과 자신들의 현실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영끌 이전에
불안이 있다.
맥락이 삭제되었다. 부동산에 대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이면에는 불안이 있다. 작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전월세 계약을 보장받는 기간은 고작 4년이다. 내가 지금 만족하는 집을 구했을지라도 빌려 쓰는 세입자라면 2년 뒤, 4년 뒤에는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오늘도 전월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바람이 불면 세입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떨어져 나가야 한다.
특히 요즘에는 문제가 하나 더 겹쳤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노동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청년들에게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청년의 절반 이상은 비정규직과 계약직 노동자이며, 전체의 1/3이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는 ‘비전형’ 노동자이다. 특히 청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청년 정규직의 61%로 매우 열악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고용률은 낮아졌으며, 비경제 활동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 중 40만 명이 단순노무 종사자였다. 나의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장기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상황에서, 매년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현재의 일자리로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당장 몇 년 뒤의 자신이 지금 수준의 삶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소유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그나마 제일 큰 걱정거리인 집 문제라도 제거하겠다는 판단은 납득할 만하다. 문제는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소유하고 안정기에 들어서겠다는 계획은 매우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선택지이며,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허상이라는 사실이다. 오를만큼 오른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목돈이 필요한데, 그 수준은 상위 20% 정도는 되어야 마련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폭락하지 않는 이상 다수의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달성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수십 년간 공회전 되고만 있는 것도 문제이다. 청년의 세입자 비율은 지난 20년간 80% 아래로 낮아지지 않았고, 한국의 자가 소유 비율도 20년 전과 비슷하다. 주택은 20% 이상 증가했는데, 세입자 비율이 그대로라는 것은 자산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정책이 환류되었다는 의미이다.
정책이 ‘내 집 마련’으로만 신호를 보내는 사이, 청년 1인가구 세입자의 문제는 너무나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상황은 지속적으로 열악해졌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이른바 지옥고), 쪽방과 같은 비적정주거 및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거주하는 비율은 전체 청년가구의 11.3% 수준으로 일반가구의 비율보다 2배가량 높다.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을 의미하는 RIR(Rent to Income Ratio) 지수도 서울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30%가 넘는다. 다수의 청년이 세입자라는 사실만으로 현실적인 위협을 받고 있지만, 정책적인 전망은 비관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고작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성 언론과 투기세력은 사회가 무너질 것처럼 반발한다.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신축한다고 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역 소유권자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하며 사업을 무산시킨다. 정치와 정책은 사회적 자원이 풍부한 소유권자들의 입맛에 따라 주거정책을 흔들고 회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에 대한 이슈를 ‘부동산 영끌’로만 조명하고 있으니 청년 당사자들에게는 그저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표 1> 청년가구 주거실태(2019년 기준)
구분 주거안정성 주거비 주거수준 정책수요
자가 전세 월세 무상 임차 RIR
(수도권)
최저주거
미달가구
(수도권)
지하·옥탑·반지하 1인당 면적 1위 2위
청년* 17.2% 27.2% 50.2% 5.3% 17.7%(19.3%) 9.0%(11.3%) 1.9% 27.9㎡ 전세대출(39.0%) 구입자금(24.2%)
일반 58.0% 15.1% 23.0% 3.9% 16.1%(20.0%) 5.3%(6.7%) 1.3% 32.9㎡ 구입자금(31.2%) 전세대출(23.5%)
*가구주의 연령이 만 20세에서 만 34세인 가구
*출처 : 국토교통부
주거 약자를 위한 촘촘한 주거정책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자산을 어느 정도 축적한 사람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청년의 다수는 세입자이며, 앞으로도 세입자의 위치가 변할 가능성이 낮다면 정책은 조금 더 불안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청년 주거정책의 기조는 세 들어 살아도 미래가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 세입자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점유의 형태만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공급과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세입자의 권리가 충돌할 때 후자의 손을 들어야 한다. 지난 시간 동안 이러한 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기존의 정책 패러다임을 유지했기 때문에 세입자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로 남아있고, 부동산 문제는 아무런 진전을 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촘촘한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을 하나의 단위로 묶기에는 이행기의 특징에 따라 너무나 상이하기 때문이다. 우선 10%의 청년들이 지옥고로 진입하는 이유는 임대시장의 높은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가 제일 크다. 출발 자산 자체가 부족한 청년을 위한 주거정책이 하나의 단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 더불어 다수가 거주 중인 월세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다. 공공임대주택을 입주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전세대출정책이다. 하지만 전세로 진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옥고는 벗어났지만 매달 높은 월세를 지출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비부담완화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월세 부담이 시기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월세에 대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주거비 부담이 차츰 완화된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게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이를 위해 세입자로 살아도 안심할 수 있도록 쾌적하면서도 장기 거주가 가능한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양측에서 모두 시도해볼 수 있다.
위의 정책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청년 주거정책의 기본은 집을 빌려 쓰는 사람에 대한 보호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31년 만에 개정되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가능하게 되면서 최대 4년까지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기성 언론과 정치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시장을 교란한다는 각종 보도가 난무하였고, 모든 부동산 문제를 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였다. 고작 2년에서 4년으로 계약기간이 연장되었을 뿐인데 이처럼 강한 반발을 보고 있으면, 부동산의 이해관계가 세입자들을 그동안 어떻게 압박해왔는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임대인의 갑질, 깡통 전세 등으로 인한 보증금 미회수 위험, 안정적인 계약기간 등 세입자가 소유자처럼 집에서의 안정성을 보호받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같은 흐름이 끊기지 않고, 주거권 보호의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책은 추진되어야 한다.
2.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테마형 청년주택 아츠스테이를 방문했다(201.05.25).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테마형 청년주택 아츠스테이를 방문했다(2021.05.25).
*출처 : 국토교통부
적정 주택 환경이 보장되면서, 장기간 안정적이게 부담 가능한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집이 많아져야 전반적인 청년들의 주거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증가해야 하지만 여전히 전체 주택 중의 비율은 높지 않다. 물론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주택> 등 청년이 입주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추진되고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물량이 부족하여 경쟁률이 매우 치열한 편이며, 신축이 계획되더라도 집값 하락을 우려한 지역 소유권자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위해서는 공공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SH와 도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95.1%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찬성하였다. 지역 내에서도 세입자와 상인들은 대부분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지역의 공공임대주택 반대 여론은 지역 내에서 목소리가 큰 소수의 소유권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원이 조금 들어온다고 해서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재검토하지는 말아야 하며 공공은 찬성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지역의 여론을 다양하게 수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공공주택 사업 시 민원성 의견에 의해 무산되지 않는 제도적 보완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기존의 공공임대주택과 더불어 사회주택(Social Housing)의 공급도 확대되어야 한다. LH와 같은 공공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비영리 단체와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급하는 사회주택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LH의 관리부실과 투기의혹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오늘날, 민간의 비영리 주체들이 공공과 거버넌스를 이루며 공공의 한계를 보완해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가구 구성이 다양해지고, 기후위기나 팬데믹 상황 등 시대 변화까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집을 둘러싼 새로운 틀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간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면, 집과 관련된 콘텐츠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약 5,000호 정도의 사회주택이 공급되었으며,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수반되면서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즉 LH 주택과의 차별성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주택이 한국에서도 일반적인 제도로 안착할 수 있다면 공공주택 공급의 재정 부담도 완화하며 집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며, 가구변화 등 입주자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임대주택을 입주자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3. 독립은 지옥고가 아닌 집에서 : 용도변경형 리모델링 사회주택 사업
학업과 취업 생활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교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심지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의 평균 천만 원이 넘는 보증금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행복주택조차 시세의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청년들이 첫 독립을 지옥고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모아놓은 목돈이 없는 상황에서 구시가지에 위치한 주택의 선택지가 비적정주택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을 떠나지 않는 가운데, 부담 가능한 보증금과 임대료 수준의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중에 임대료가 가장 저렴하면서도(시세 30%~50%) 기존 주거지를 활용하는 ‘매입임대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민간토지를 활용하다 보니 투기를 의식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매입 물량을 빠르게 찾기란 어려웠다.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성공사례 '안암생활'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성공사례 '안암생활'
*출처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를 해결하고자 기존의 비어있는 호텔 등 비주택을 리모델링해서 공급하는 ‘용도변경형 리모델링 사회주택 사업’이 개발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호텔의 공실 문제도 해결하고 매입임대주택의 신속한 공급까지 가능한 일석이조의 사업이었다. 시범사례로 진행했던 <안암생활>의 경우에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으로 공급되어 지옥고로 진입하거나 입주해있는 청년에게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물론 해당 사업은 1차적인 대안일 뿐이다. 목돈을 충분히 모았고 이동성이 낮아진 청년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조금 더 넓고 안정적인 집을 찾게 된다. 이를 간과하고 청년 주거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안암생활>을 소개하였다가 정작 시민들에게 역풍을 맞기도 했다. 따라서 정책의 대상을 명확히 인지하고, 지옥고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정책의 기조를 맞추고 접근할 필요가 크다.
아직은 사업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제도개선이든 사례발굴이든,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립을 시작하는 청년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2021년 목표 물량인 5,000호를 달성하고,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4. 월세 지원과 주거급여 사업
토지부족과 예산상의 한계 때문에 공공임대주택만으로는 주거 문제 전체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주거복지 안전망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거비 지원정책과 관련해서는 청년에 대한 차별이 명확히 존재한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르면 30대 미만의 비혼가구는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투표권이 주어지거나 미성년자의 신분을 벗어나는 기준이면 모를까, 왜 30살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20대 청년들은 수급가구 수준으로 소득이 낮아도 주거급여를 비롯한 각종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에 부모가 수급가구인 경우에는 청년 1인가구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기로 개선이 되었지만, 상당수의 청년들은 아직도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불안해지고, 월세 세입자가 대부분인 20대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자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제도인 것이다.
서울시와 부산시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별도로 청년월세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마침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필요성과 만족도가 매우 높아지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정책이 필요한 사람 중 일부만이 활용 가능했다. 해결책은 두 가지 방향이 있다. 기존의 복지제도 내에서 20대 청년이 차별받지 않도록 개정을 하거나, 급격한 변화가 어렵다면 서울시와 부산시의 사례를 점차 확대하면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표 2>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청년월세지원 선정기준
구간 선정기준 선정인원(명)
1 임차보증금 5백만 원 이하이고, 월세40만 원 이하 2,500
2 임차보증금 2천만 원 이하이고, 월세50만 원 이하 2,000
3 임차보증금 5천만 원 이하이고, 월세60만 원 이하 500
*출처 : 서울특별시
5. 보증금 대출정책
청년 주거정책에서 가장 큰 예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청년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정책은 전월세보증금 대출정책이다. 다양한 층위로 나름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통해서 전셋집을 구하면 매달 지출되는 월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목돈을 어느 정도 마련한 청년들에게는 당연히 가장 선호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책의 확대는 고민이 필요하다. 전세는 갭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부동산 시장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고액의 전세금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풀면 부동산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전세대출정책의 한도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2021년의 전세시장이 대출 한도를 웃돌게 형성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목돈을 모으지 못한 청년들은 더욱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전세 시장과 매매 시장은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세대출에 지나치게 몰두할 경우 제도의 역진이 발생하기 쉽다. 목돈이 없던 사람은 높은 월세 비용을 정부의 어떠한 보조도 없이 감당하느라 계속해서 목돈을 모으지 못하며 전세정책을 이용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대로 어느 정도 자산을 모은 사람들은 손쉽게 정부 정책을 이용해서 주거 안정화를 이룬다. 주거 상황이 열악한 사람들부터 촘촘하게 지원해야 하는 정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사람들만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따라서 전세대출 지원은 주거 안정화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지만 한계를 분명히 하고, 다른 정책과 균형을 맞추며 접근해야 한다.
부동산
6. 내 집 마련과 자산증식
자산을 어느 정도 축적하였으며 집에 대해서 높은 안정성을 원하는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욕구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세입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공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지만, 투기가 아닌 방향에서 실수요자의 차원으로 진입하는 청년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집은 투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을 교란하고 불법을 자행하며 투기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하고, 집의 공공성을 해치는 과도한 이익을 금지하겠다는 합의를 이루면 된다. 생애 첫 주택 및 1주택에 대해서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대출비율)를 얼마나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부동산 투기와 자산 증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건설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본다. 다수의 청년은 투기보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집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더불어 과거처럼 분양 혹은 매매 방식 이외로도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지분공유형 등의 투기를 제한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모델이 다수 개발되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3기 신도시의 계획은 추진될 예정이니, 약 절반 정도 예정되어 있는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표 3> 청년주택 공급 계획
구분 2021년 2022년 2030~2050년 합계
합계 5.1 5.1 14.1 24.3
공공임대 3.7 3.7 9.9 17.3
     건설 1.5 1.5 4.8 7.8
매입·전세 2.2 2.2 5.1 9.5
(공공지원)민간임대 1.4 1.4 4.2 7.0
단위 : 만 호
*세부 유형별 공급물량은
공급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
*출처 : 국토교통부
점유의 중립이 실현되는 나의 집
주거권에서 중요한 개념 중에 하나는 ‘점유의 중립’이다. 세 들어 살든 소유해서 살든 누구나 동등한 주거권을 누릴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점유의 중립이 실현되는 날이 오기에는 너무나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2년 혹은 4년이 지나면 이사를 걱정해야 한다. 이사 시기가 되면 전월세 가격은 그전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폭등해 있다. 임대인의 갑질은 당연한 것처럼 벌어지지만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지역에서는 소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압도적이며, 세입자들은 같은 주민으로서 의사결정을 함께할 수 없다.
청년의 주거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지 10년 정도가 되었다.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시혜적 차원에서 제공되면서 대상자로 선정된 일부의 문제만 해결되었을 뿐, 근본적인 주거빈곤은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보편적인 범주로 점유의 중립성이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년의 주거 불안은 안정적인 내일을 그릴 수 있을 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의 ‘평생주택’, 경기도의 ‘기본주택’, 서울에서 시작한 ‘사회주택’과 같은 모델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매우 반갑다. 정치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의 예산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정치적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집에 대한 큰 틀의 정책적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직접 정책을 감시하면서도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다음 10년의 모습은
다르기를
유치원을 다니던 나이였을 것이다. 경상도 출신이니 전라도 출신이니 지역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자연스럽게 듣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사적 영역을 넘어 공적 영역에서도 지역으로부터 비롯되는 차별이 난무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몰상식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10년 뒤의 한국 사회는 지금의 장면과 달랐으면 한다. 집이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여겨지며 투기의 재화로 활용되는 모습이 역사책의 이야기였으면 한다. 세입자, 청년주택, 임대주택에 대한 차별적인 언행이 너무나 몰상식해서 차마 꺼낼 수 없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공임대주택 신축 계획이 발표되면 당연한 것처럼 혐오와 차별적 언행으로 반대부터 하는 지역 소유권자들이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10년의 모습은 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