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를 시행했을 때 가장 큰 초점은 충원 가능여부인 것 같습니다. 병력 소요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여기에는 소요와 공급의 문제가 있습니다. 병역자원이 크게 감소하는 2030년대 중반 이후의 병력 소요가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단 공급의 추이를 보면서 병역 제도나 군 구조 개편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징병제든 모병제든 아니면 다른 대안이든 우리가 얼마나 병력 충원이 가능한지를 선행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인구 감소입니다. 1차 인구절벽이 2010년대 말부터 본격화되고 있고, 2020년대 초반부터는 병력 부족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0년에 20세 남자가 33만 명입니다. 2025년이 되면 23만 명, 2040년에는 14만 명 정도로 예상됩니다. 10년에 약 10만 명 씩 줄어드는 것이죠. 현재 제도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2040년 경의 병력 공급은 30만 명 중반대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간부 20만 명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있는데, 현재 장교 70% 정도가 단기 복무를 희망하는 상태고 부사관 역시 약 35%가 단기 복무를 희망하고 있어 간부 20만 명 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1> 20세 남자인구 추계 - 통계청 자료(2019.3)
※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로(2020년 합계출산율 0.84명), 20세 기준 남자인구는 2020년 33만 명에서 2040년 13.6만 명 수준으로 감소함(2020년 대비 41% 수준)
※ 2040년 20세 남자인구 13.6만 명(행안부 주민등록통계, 2020년생)은 통계청 저위 추계 13.9만 명보다 적음
※ 그동안 병력수급 추계는 통계청 중위 추계(2040년 15.5만 명)를 사용해 왔으나, 2040년 이후 인구추계는 통계청 저위 추계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음
모병제에 대한 제 의견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미군 등 외국군의 사례를 적용해 볼 수 있고 우리나라의 부사관 운영 체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적용해 볼 때 우리나라가 2020년 당장 모병제를 운영한다면 약 15만에서 20만 명 정도를 운영할 수 있는 인구 구조입니다. 2025년이 되면 약 15만 명 그리고 2040년이 되면 미국처럼 최대한의 복지와 보수를 보장하는 국가 사례를 적용했을 때도 10만 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부사관 운영 실적을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모병제를 했을 때 우리가 10만 명 정도의 병력규모를 갖고 군사력 소요를 충족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합니다. 징병제도 어렵고 모병제도 어렵다면, 결국은 징병제 기반 하에서 모병제 성격의 제도를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병력도 확보하고 군의 숙련성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칭 ‘지원병’ 제도를 구상할 수 있습니다. 2008년부터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임기제부사관(구 유급지원병) 제도를 리모델링하여, 미국의 지원병처럼 약 3년 정도 계약을 하고 복무할 수 있는 인센티브나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임기제부사관과 달리 계약기간 동안 하사 수준의 처우를 하고, 기간 만료 후 장기 선발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겁니다. 이와 함께 장교나 부사관들도 좀 더 직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병역제도는 징병제 기반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