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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칼럼Ⅱ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언론개혁의 새로운 해법이 되려면
진민정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지난 3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제안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란 정부가 시민에게 일정 액수를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면 시민이 자신이 원하는 언론에 후원하는 제도이다. 시민들이 직접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많은 시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선례가 없어 바로 시행하기엔 조심스럽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에 대해 논의해본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제안한 이후, 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미디어 바우처는 언론과 시민의 관계를 개선하고, 언론이 기존의 낡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기대는 모델로 전환하도록 돕는다는 측면에서 시도해볼만한 제도다. 그러나 아직 이를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 선례가 없는 이 실험적인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미디어 바우처,
뉴스의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제도
정부가 시민에게 일정 액수를 바우처 형태로 주고, 시민이 자신이 원하는 언론에 후원하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뉴스의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언론개혁과 관련된 다른 입법 제안들과는 달리 미디어 바우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지난 5월 중순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미디어 바우처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디어 바우처를 알고 있는 응답자는 28%에 불과했지만, 이 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 대다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76%였고, 바우처로 언론 후원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78%로 나타났다. 또한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한국 언론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72%에 달했다.
<표 1> 미디어 바우처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사례 수(명) 들어본 적 있다(%) 들어본 적 없다(%) 계(%)
전체 1,000 28.4 71.6 100
성별 남성 511 28.2 71.8 100
여성 489 28.6 71.4 100
출생연도 20대 182 20.3 79.7 100
30대 182 18.1 81.9 100
40대 219 26.0 74.0 100
50대 233 33.0 67.0 100
60대 184 43.5 56.5 100
학력 고졸 이하 217 34.1 65.9 100
대학 재학 및 졸업 681 25.7 74.3 100
대학원 이상 102 34.3 65.7 100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미디어 이슈 7권 3호>
<그림 1> 미디어 바우처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미디어 바우처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 2021 미디어 이슈 7권 3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온라인 설문조사(2021.4.30.~5.4, N=1,000)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미디어 이슈 7권 3호>
<그림 2> 미디어 바우처 제도 실시에
대한 찬반 의견
미디어 바우처 제도 실시에 대한 찬반 의견 / 2021 미디어 이슈 7권 3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온라인 설문조사(2021.4.30.~5.4, N=1,000)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미디어 이슈 7권 3호>
사실 한국만큼이나 언론사 매출액에서 광고수익의 비중이 독자에 기대는 비중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사회는 찾기 힘들다. 언론 모델을 가진 사회는 거의 부재하다. ‘좋은 뉴스’가 생산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하여 언론의 생존뿐 아니라 나쁜 뉴스를 만드는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미디어 바우처 논의는 필요한 실정이다.
미디어 바우처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에 등장했다. 2010년,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자인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McChesney)와 존 니콜스(John Nichols)는 웹 기술과 불황으로 인해 언론이 편집 능력을 상실했다면서 언론의 기능 회복을 위해 ‘시민 뉴스 바우처(Citizenship News Voucher)’를 분배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든 미국시민에게 200달러의 바우처를 지급하고 비영리 뉴스 조직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2017년, 캐나다의 에린 밀러(Erin Miller)와 이안 길(Ian Gill) 또한 시민 뉴스 바우처 도입을 주장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광고를 독식하면서 오랫동안 언론을 지원해왔던 광고 모델이 무너지게 되자 매년 100달러의 시민 뉴스 바우처를 제공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목적은 독자가 언론에 지불하는 독자 중심 모델로의 전환이었다.
2019년 시카고대학 스티글러센터 디지털플랫폼연구위원회 또한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복원을 위해 재무부가 성인 한 명당 연 50달러의 미디어 바우처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바우처를 받은 시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언론사에 5달러씩 10회에 걸쳐 후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이와 동시에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한 기준도 제시했다. 예컨대 정규직 언론인 1명 이상 고용할 것, 공적 관심사에 대해 보도할 것, 소유와 수익구조를 투명하게 공시할 것, 윤리강령을 준수할 것 등이 그 요건이다. 또한 특정 언론사가 바우처를 독식하지 않도록 한 언론사당 1%를 한도로 했다.
프랑스의 미디어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Julia Cage)는 2021년 초, 언론의 독립성과 정보의 퀄리티 보장을 위한 새로운 법을 제안했다. ‘정보의 민주화를 위한 법’이라 명명한 이 법은 미디어 거버넌스를 혁신하고, 저널리스트들의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하며, 뉴스의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그녀는 이 법안에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통해 정부가 아닌 시민에 의해 언론이 후원받는 구조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언론지원 제도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언론사의 소유 구조가 지금처럼 거대 재벌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확립되어, 중소규모의 언론사들보다는 거대 언론의 잇속을 챙기는 데 일조해 왔으므로 이를 개혁해 뉴스의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아무 매체가 아닌, 언론의 독립성에 필요한 몇 가지 원칙(투명한 지배 구조, 정보의 퀄리티를 위한 투자 등)을 준수하는 매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언론사를 후원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바우처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가 있었다. 2019년 경기도의회가 발주해 한신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경기도 언론 공공성 확대를 위한 언론기본소득 실현 방안’ 최종 보고서는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1인당 1년에 10만 원을 쓸 수 있는 배당금을 지원해 기사별, 언론사별 후원 한도 내에서 후원토록 하는 ‘언론주권자 배당 제도’를 제안했다. 또한 지난해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 바우처와 관련된 정책리포트에서 1만 명의 시민 패널에게 5만~10만 원의 바우처를 지급한 뒤 모니터링하는 실험을 제안했다. 아울러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출연금을 징수하거나, 디지털 광고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서도 바우처를 기부받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사의 ‘경영상의 투명성’, ‘윤리강령 실천’ 등이 그것이다.
김승원 의원의 미디어 바우처법이 놓치고 있는 것들
‘미디어 바우처법’으로 통칭되는 김승원 의원의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이러한 서구의 여러 논의를 참조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바우처를 언론사당 1%로 한정한다거나, 1인 이상의 정규직 채용, 경영 공시 공개, 윤리강령 준수 등 미디어 바우처 대상사업자 등록 요건을 명시한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이너스 바우처’의 도입이다. 지난 5월 17일 개최된 ‘미디어 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김의원은 마이너스 바우처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마이너스 바우처는 ‘가짜 뉴스에 대해서 일정한 바우처 한도 내에서 응징을 할 수 있는 투표권’의 일종이다. 즉 ‘바우처를 받은 국민이 대상 사업자에 대해서 불호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응징하는 바우처’는 의도와는 달리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팩트체크는 상당히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전문 저널리즘의 영역이다. 정보의 검증 도구를 갖고 있지 않은 시민이 어떻게 정보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까? 게다가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정치적 수사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바우처를 제공하게 될 경우, 시민은 ‘가짜뉴스’가 아닌 정치적 입장이 다른 언론사를 응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애초에 이 법안의 배경이 된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 협회의 부수 조작과 정부광고의 연관성 역시 사실과는 다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TBS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ABC협회와 일부 언론이 유가 부수를 조작해 광고를 많이 받았다. 미디어 바우처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광고 거래 가격은 부수공사의 결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2018년 12월 13일 발효된 정부광고법에 발행부수나 유가부수의 수량과 관계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정부광고법이 개정되기 전, 정부광고의 무분별한 집행에 대한 지적이 빈번하게 있어왔다. 속칭 ‘유령신문’에 정부광고가 집행되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문체부는 2009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전년도 ABC 부수공사’를 거친 인쇄매체에 정부광고를 우선 배정한다는 내용과 ‘전년도 ABC부수공사 결과 확인과 금년도 참여 여부’까지 확인하여 정부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ABC 부수공사 참여 신청 확인서를 제출한 후 정부광고를 수주하고 나서, 검증 시기에 탈회하는 신문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언론진흥재단은 법령에 따라 ABC 부수공사 참여 여부만 확인할 뿐 신문 등 인쇄광고 시장의 거래가격에 발행부수나 유가부수 자료를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 광고에서는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매체력이 결정요인이다. 오히려 문제는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가 국내 총 광고비의 절반을 독식하는 현실이다. 과거처럼 광고가 국내 미디어 업계의 성장에 기여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광고를 미디어 바우처 사업의 예산으로 사용하자는 제안 역시 문제가 있다. 정부광고는 정책 홍보 등의 목적으로 집행되는 정부 예산이지 언론지원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대국민 소통을 목표로 하는 정부광고가 원래의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개선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부광고 예산을 바우처에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강한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도입을 위해
보다 치밀한 논의가
필요
미디어 바우처 도입 시도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언론과 시민 간의 관계를 복원하고 좋은 저널리즘과 높은 수익 간 선순환 연결고리를 만들어 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이 ‘나쁜 언론’을 규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언론과 콘텐츠를 보상하고, 독자에게 기대는 언론 모델의 단초를 마련하는 언론개혁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도 검토의 가치가 있다. 다만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시행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지금처럼 시민들이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고품질 저널리즘보다 정파적 언론을 대량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또한 지금처럼 포털에서의 뉴스 소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시민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대형 언론사 중심으로 바우처를 통한 후원이 집중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맥체스니와 니콜스의 제안처럼 비영리 언론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거나, 그 기준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면 줄리아 카제의 제안처럼 미디어 거버넌스 개혁을 단행하는 매체로 후원 대상을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독립 언론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거의 대다수의 언론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유통하고, 그곳에서 클릭 경쟁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공익 저널리즘에 매진하는 독립 언론의 출현을 기대할 수 없다. 언론이 포털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저널리즘 실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을 활성화하고, 펀딩 투자자들이 주주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거나, 혹은 시민의 언론에 대한 참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언론사 후원이나 독자 모임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도 추진해볼 만하다. 미디어 거버넌스가 개혁되어야 언론의 편집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고,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는 건강한 언론이 등장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언론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해 생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뉴스의 권력을 독자에게 돌려주고, 독자에게 시민의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그러나 그 방안이 ‘마이너스 바우처’처럼 시민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언론을 배척하게 만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언론과 시민이 힘을 합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디어 바우처를 비롯하여 건강한 언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보다 다양하고 정교한 논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