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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칼럼Ⅲ
한중수교 30주년,
한중관계 진단
이남주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 / 성공회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우리나라와 중국은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2016년 사드무기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중관계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은 경제, 기술, 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고자 한국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어떻게 중국과 전략적 동반협력자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지 알아본다.
2022년은 한중수교 30년이 되는 해이다. 공교롭게도 한중수교 30주년을 향하고 있는 현재 한중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중은 2008년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규정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방향에 따라 양국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렇지만 상황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지속 가능성에 큰 도전이 제기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중관계는 최근 사드 갈등을 넘어서 정상화를 실현하는 과정을 걸어왔는데, 아직은 한중관계가 이러한 도전을 극복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중, 즉 한중수교 30주년까지 한중관계에 제기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한중관계의 빛과 그림자
한중관계는 다른 어떤 양자관계보다 빠른 발전을 경험했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교역액은 2019년 2,434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 일본과의 교역액을 합친 2,112억 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규모이다. 같은 시기 한국의 대외교역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서 23.3%로 증가했다. 중국에게도 한국과의 교역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갖는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에게 한국은 수입에서는 1위, 수출에서는 4위의 교역 상대국이다. 또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점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 방한 중국인의 수는 602.4만 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의 34.4%를 점했다. 같은 해 방중 한국인 수도 434.7만 명에 달했다.
한중교류의 빠른 증가는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한중관계를 ‘격상’시킬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한중관계에 대한 규정은 1992년 수교 시 우호 협력관계에서 김대중 정부 시기의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관계(1998년)’, 노무현 정부 시기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2003년)’로, 그리고 이명박 정부 시기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2008년)’로 변화해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사에서 양국 간의 불행한 과거, 제도와 이념의 차이, 국제관계에 대한 입장의 차이 등을 고려하면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선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한중 사이에는 전략적 협력을 강조한 시점부터 전략적 갈등이 증가하는 역설적 상황이 출현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2016년 한국의 사드무기체계의 배치 결정과 이에 대한 중국이 강력한 반발로 양국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그 결과 2016~2018년 사이에 교역, 투자, 인적 왕래가 일시적으로 축소되었다. 2018년 이후에는 양국 간 교류가 회복되기 시작해 표면적으로는 사드 갈등이 초래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사드 문제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소위 ‘한한령’도 상징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남겨 놓고 있다. 한중관계가 사드 갈등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드 갈등이 양자관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중경쟁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대외전략의 주춧돌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경쟁이 치열해지면 한중관계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중이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러한 딜레마가 크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0년을 경유하며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왔고, 사드 갈등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발생하였다. 그런데 현재 미중관계는 전략 경쟁, 심지어는 대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경제, 기술, 군사 그리고 인권 등의 영역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동맹의 요청을 외면하기도 어렵지만 이에 협력할 경우 중국과 갈등이 불가피해지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규정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여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났다(2021.04.03).
*출처 : 외교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지속가능한가
미중경쟁에서 우리의 선택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2021년 3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기본 입장은 분명합니다. 절대 모호하지 않습니다. 한미동맹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중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중략)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은 결코 아닙니다”라며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는 너무도 당연하다. 앞에서 언급한 경제적 중요성 이외에 안보영역에서의 협력도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다. 우리에게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사활적 문제이며 중국의 입장에서도 주변 지역의 안정과 주변 국가와의 우호적 관계의 유지는 자신의 안정적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한중 사이에 이러저러한 갈등과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중은 이러한 공동이익을 기초로 전략적 동반협력자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전략적’이라는 단어가 갖는 본래의 의미에 더 가깝다. 즉 갈등 요인이 전혀 없고 모든 면에서 이익이 같다면 전략이 필요하지 않으며, 차이와 갈등 요인이 있을 때 이를 관리하고 공동이익을 확대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가에 있다. 현재 미중 갈등의 격화로 인해 그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거나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현재 미중 경쟁을 과거 냉전식 대립이나 대결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대립에 가까운 상황이 출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은 미국과 소련이 각각 다른 제도와 이념에 기초한 진영을 구축하고 지구적 차원에서 대립하던 냉전 때와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세계는 경제적으로는 냉전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인위적으로 단절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미국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2021년 1분기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7%가 늘어나고, 그중 수출은 40% 이상 급증했다. 미국으로의 수출과 수입도 각각 74.7%, 69.2%가 증가했다. 미국과 오랜 유대관계를 맺어온 유럽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지속시키고자 한다. 이들은 양자택일적 선택보다는 대중관계에서 의제의 성격에 따라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미국 국무부 장관인 토니 블링컨은 3월 24일 나토(NATO) 본부 연설 등에서 동맹국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미중경쟁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이는 전면적 대립이 아니라 경쟁, 대결, 협력이 중첩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 속에는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 공간이 존재한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과제
다만 이런 전략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한중협력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사드 갈등 이전부터 이미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첫째, 한중 사이에 전략적 갈등이 출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것을 대중정책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특히 이를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서도 안 된다. 중국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는 외부 변수보다 중국 자신에게 달려 있는 문제이다.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중국의 부상이 다자협력의 틀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자신의 힘을 주변 국가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 내에서는 커진 국력에 대한 자부심과 국제사회에서 그러한 자부심에 부합하는 존중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상호작용하며 대외적으로 과도하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도 문화 영역에서 출현한 여러 갈등이 한중 우호와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 문제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사드 갈등과 관련한 군사적 갈등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되어야 한다. 향후 미중이 동북아에서 군사적으로 대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한중관계도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동북아에서 군사적 신뢰증진과 군비통제를 촉진하는 동력으로 삼게 되면 이러한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둘째, 한중협력을 질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경제영역에서는 국제무역체제를 더 공정한 방향으로 개혁해 가는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중 간 핵심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나 디커플링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크게 축소시킬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과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한국의 신북방정책을 연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문화 영역에서 양국 간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교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문화산업 분야에서 양국 교류를 저해하는 규제들을 철회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가짜뉴스에 의해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양국이 더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양국이 모두 탄소중립화 목표를 선언한 상황에서 환경협력은 양국 차원의 공동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림 1> 신북방 대상 국가
*출처 :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현재 한국과 중국 사이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차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출 수도 없고 감출 필요도 없다. 국가 간 관계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 현상이다. 문제는 차이를 적대로 만드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차이를 존중하거나 잘 관리하고 이와 함께 협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종의 ‘존이구동(尊異求同)’의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먼저 양국 사이의 차이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있어야 하며 그 기초 위에서 현재 가능하고 필요한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 가는 접근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중관계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드 갈등을 넘어 한중 교류와 협력을 복원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 새로운 한중관계의 비전을 확립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여기서 이와 관련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