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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마상윤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한미 정상회담에서 뽐낸 한국과 미국의 케미스트리
지난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를 3박 5일 일정으로 방문하여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문 대통령이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맞이하는 외국 정상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손님이 이렇게 모두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 정상이었다는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쏟는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의전 측면에서 보자면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보다 더 융숭한 대접을 받은듯한데,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 호전이라는 행운이 따랐던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 방미 직전에 백악관은 백신접종을 2차까지 완료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햄버거를 앞에 두고 마스크를 낀 채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는 미일 정상 오찬 회담의 이상한 사진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피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은 채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고,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 회담부터, 소인수 회담 그리고 확대 회담까지 소화했다. 무려 3시간 가까이 대화하며 정상 간의 긴밀한 ‘케미스트리’를 연출했다.
명예훈장 뒤에 숨겨진 의미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 행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본 회담 직전 백악관에서 열렸던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한 명예훈장(Medal of Honor) 수여식이 아닐까 한다. 명예훈장은 미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인데, 이를 받은 사람은 한국전쟁 당시 청천강 전투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섰던 퍼켓 예비역 대령으로 지금은 90대의 노인이 되어있었다. 명예훈장 수여 직후 기념사진을 찍는 순간,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함께 찍자고 했고,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흔쾌히 응하였다. 노병의 훈장은 중국의 참전으로 선친이 흥남을 떠나 월남했던 문 대통령의 가족사와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병의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미국과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환히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마치 가족사진을 찍듯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렇게 남은 사진은 한국과 미국이 가족과도 같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하지만 명예훈장 수여식의 이 장면은 고도의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으로 읽힐 수도 있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북한을 도와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했다는 의미에서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러한 한국전쟁 해석은 중국 내에서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즉 중국 공산당은 항미원조전쟁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에도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려는 미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도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시각에서 본다면, 하필 중국군과 싸웠던 노병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고, 그 자리에 한국의 현직 대통령을 참석시킨 미국의 의도가 그리 순수하게만 해석되지는 않았을 법하다.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이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한쪽 무릎까지 꿇는 극진한 예를 갖추며 사진 촬영에 임한 것도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을지 모른다. 중국의 굴기를 막으려는 미국이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고 있고, 한국은 그러한 미국에 기꺼이 따라가는 모양으로 보였을 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1.05.21).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1.05.21).
한미 정상회담의 다섯가지 성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세계질서의 격변기에 열렸다. 우리는 현재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상징되는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와 힘의 구성요소가 다양해지면서 펼쳐지는 세계정치의 변환(Power Transformation)이 맞물리며 예측불허의 정세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다양한 영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은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로 남아 있다. 2018년 낙관적 분위기 아래 추진되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2019년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로 대체되어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런 복합적 외교적 도전 과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과정에 위치해 있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배경에 유의하면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논하도록 하겠다.
금번 한미 정상회담의 첫 번째 성과는 포괄적 동맹 비전의 제시이다.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되어왔다. 한국이 과연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확대되어왔던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 2+2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는데, 그 직전에 열린 미일 2+2회의와 대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일회의에서 중국의 부상이 제기하는 지역 및 세계적 차원의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이 강조되었는데, 한미회의 결과문서에는 그러한 내용이 거의 담겨있지 않았다. 또 한반도 비핵화냐 북한 비핵화냐 하는 논란도 일었다. 미국이 비핵화의 대상을 북한으로 규정하려 했던 반면, 우리 정부는 이전부터 써왔던 한반도 비핵화를 그대로 쓰자는 입장이었다.1)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한미 외교국방 2+2 회의가 열렸다(2021.03.16). 출처 : 국방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한미 외교국방 2+2 회의가 열렸다(2021.03.16).
*출처 : 국방부
다행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동안 한미동맹에 대해 제기되던 의구심을 일소하고 동맹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와 정상회담을 통해 ‘위대한 동맹’으로서의 한미동맹을 발전시켜나가자는 메시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은 위대한 동맹으로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 비전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한반도 차원에서의 평화를 위한 협력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대한 한미 공동의 인식, 그리고 나아가 포괄적 글로벌 동맹을 향한 협력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었다.
두 번째 성과로서, 한미 간 호혜적 동맹으로의 발전이 확인된 점을 들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그리고 여러 지역에서 질서유지와 형성을 위해 기여하기로 하였다. 이는 우리의 국력 신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한미동맹은 동맹이 맺어졌던 1953년 당시의 미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관계를 벗어나 상당한 정도의 호혜적 관계로 변모됐고, 그러한 성격 변화가 금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지역 질서는 물론 글로벌 질서의 재구축을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할 필수적 파트너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은 상대적 국력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 및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세계질서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은 미국의 핵심 협력국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미국이 동맹에 대한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 Approach)을 시도함으로써 국내외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을 예우하면서 이를 통해 기여를 끌어내는 보다 세련된 방식의 외교를 선보여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미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2021.05.22).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미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2021.05.22).
세 번째 성과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대북 비핵화 외교에 있어서 단계적 접근에 합의했고, 그러한 내용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리뷰 결과에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의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 등 기존 합의를 기초로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고, 한미 정상회담 직후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성킴(Sung Kim) 대사를 대북 협상을 위한 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진지한 태도를 나타내는 신호이며, 동시에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는 의미도 지닌다.
다만 북한에 대해 던지는 ‘당근’은 제시되지 않았으며,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확인과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등이 자신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논의와 북미접촉의 과정에서 북한에 제시할 ‘당근’이 구체화 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어렵게 다시 열린 외교의 기회를 북한이 놓치지 않도록 설득할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호응 여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북한이 일단 대화와 협상에 임한다면 현재와 미래의 핵을 포기하는 선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과거 핵까지 포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근본적인 대외인식 변화와 관련국 간 관계의 성격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임을 직시해야 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대북 접근을 둘러싼 한미 간의 미묘한 차이가 잠복해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 태도를 밝힘으로써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 공간을 인정하였으나, 동시에 북한에 대한 유엔 결의가 준수되어야 한다고 적시함으로써 대북 제재의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국이 대북정책에서의 독자적 공간을 확보하였다는 전제로 대북 경제협력을 선제적으로 더욱 과감히 진전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여전히 제재 유지에 대한 미국의 기본 입장과 충돌할 수 있다.
네 번째로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에 대한 비전 공유라는 성과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정학적 개념을 부담스럽게 여기며 이 용어의 사용을 되도록 기피해오는 태도를 비쳐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결과문서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지역 비전에 동의를 표명하였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미중 전략적 경쟁의 격화 추세 속에서 중립적 ‘균형외교’ 또는 ‘이중 헷징(Double Hedging)’이라 불리는 자세를 취해왔는데, 이는 미국의 조야에서 동맹 파트너로서의 한국에 대한 상당한 불만을 야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결과문서에 담긴 쿼드에 대한 언급이나,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에서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언급은 미국이 보여주는 지역 질서 비전에 대해 우리의 적극적 동의 의사를 밝히는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이로써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하고 그동안의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일소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태평양을 수식하는 말로 ‘자유롭고 개방된’ 앞에 ‘포용적(Inclusive)’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했다는 점도 유의해서 보아야할 것이다. ‘자유롭고 개방된’은 미국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식어인데, 여기에 포용성을 추가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이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님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 결과문서는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할만한 신장지역 인권유린과 홍콩 자치권과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지적을 회피하였다. 또한 대만해협에 대한 언급은 우리의 이익에도 직결된 지역 안정과 평화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도입 결정 때처럼 중국이 보복을 가할만한 구체적 대상이 없는 셈이며, 오히려 중국을 나름대로 배려한 우리의 노력이 중국 정부로부터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향후 중국과의 외교적 접촉을 통해 미중관계에 대한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의 소지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다섯 번째 성과는 한미동맹의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기후변화, 백신, 신흥기술 등 미래의 세계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서 한미 간의 과학기술 협력을 약속한 것은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의미한다. 백신과 관련해서 미국의 백신 직접지원이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지원으로 한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의 양호한 방역상황을 고려하면 애초에 미국의 우선 지원 대상이 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정상회담 이전에 미국으로부터의 백신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언론과 정치인들의 언급은 불필요하게 우리 국민들의 기대치만 올려놓은 무리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실 한미가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한 것은 미국산 백신을 직접 지원받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 한국과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 생산과 공급을 위해 협력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도 백신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고, 차츰 백신 관련 기술을 이양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기업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미양국의 외교관계에도 긍정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해석과 앞으로 풀어야 하는 외교 과제
마지막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의 해석과 관련된 한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정상회담 직후 우리 언론과 학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대북한 외교 접근법에 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지역 외교와 글로벌 외교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에 대폭 양보를 했던 것 아닌가하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그동안 북한 관련 문제에 극도로 집중해왔고, 지역외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 대체로 인정되는 평가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정치적 흥정의 차원에서 대북정책과 지역정책이 맞교환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과연 그렇다면, 지역전략 차원에서 제시된 동맹의 비전에 사실상 우리 정부가 진심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지역전략 비전에 역행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이는 한미관계의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한국과 미국 간 정치적 흥정의 결과였을 것이라는 가설적 명제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사실에의 부합 여부가 판가름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꼭 그런 각도에서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조야에서 한미동맹의 공고함에 대한 의구심이 비등하는 가운데,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켜야한다는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졌음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미동맹의 발전 비전이 반드시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읽혀서도 곤란할 것이다. 우리 외교는 미국과의 동맹에 최우선적 가치를 부여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가능한 한 최대한 살려간다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요컨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의미는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동맹의 미래 비전을 재설정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꼭 중국을 버리고 미국을 택했다는 양자택일을 뜻하지는 않는다. 수도동귀(殊途同歸)라는 말이 있다. 길은 다르지만 이르는 곳은 같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은 큰 성과이다. 같은 목적지를 향하더라도 가는 길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서로에 대한 오해도 생길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그러한 오해를 최소화하고 또 불식시키기 위해 동맹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차피 남한지역에는 핵이 없으니 한반도 비핵화라고 해도 결국 북한의 비핵화가 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러나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제거까지 포함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이 용어의 사용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