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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특집Ⅱ
지방자치권의
과거와 현재,
무엇이 달라졌나
조성규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자치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는 소회
최근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정치와 행정에 있어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던 화두는 지방자치이다. 그러나 30여 년 동안 빈번하게 논의된 지방자치가 많은 관심과 잦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 없이 여전히 제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지방자치제도는 제헌 헌법이 공포된 이래로 헌법상 제도로 자리 잡았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으로 한 번도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다가 1992년 지방의회 구성을 필두로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정치행정제도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으나, 기대와 달리 오늘날 지방자치의 현실은 ‘무늬만 지방자치’라고 자조될 정도로 열악하며, 특히 지방자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권의 현실은 더욱 그러하다.
자치권이 없는 자치란 상정될 수 없는 것으로, 지방자치와 지방자치권은 동전의 양면이며 지방자치에 있어 지방자치권의 보장은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러한 점에서 법적 평가에 있어서도 자치권은 법률에 의해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지방자치의 ‘핵심영역’으로 취급된다. 지방자치단체에게 보장되는 자치권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며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및 자치재정권은 현대 지방자치의 가장 핵심적 내용으로서 지방자치의 삼륜(三輪)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은 지방자치의 삼륜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으며, 이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고, 이로부터 지방자치에 대한 제도적 불신 또한 적지 않게 초래된다.
어떠한 제도이든 30여 년 동안 성숙하게 되면 그 본래적 의의와 제도적 기능을 확실하게 발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수도권 편중이라는 고질적 병폐 하에서 그 어느 제도보다 많은 기대와 바람 속에 출발한 지방자치이기에 현재의 지방자치 상황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유독 지방자치제도가 제도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법제도적 이유가 있으나, 그러한 문제들은 모두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보이는 바, 본고에서 지방자치권의 구체적 쟁점을 논의하기 보단 지방자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통하여 지방자치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도모해 보고자 한다.
<표 1> 제헌헌법과 현행헌법에서 규정하는 지방자치 관련 규정
대한민국, 중앙집권인가
지방분권인가
지방자치는 국가구조의 기본적 틀을 설정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지방분권이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며 시대적 화두처럼 사용되고 있다. 국가운영구조를 지방분권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지방분권화를 국정의 기본기조로 명시적으로 강조했던 과거 노무현 정부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방분권화가 단순히 한 정부의 정책적 과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으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원동력의 창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분권과 자율, 탈(脫)권위와 창의성 등이 우위를 점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서 그동안 중앙집권적 국가구조의 중요한 옹호논리였던 효율성에 근거한 중앙집권체제는 더 이상 국정운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시대적·사회적 인식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국가운영 패러다임을 분권형으로 전환시키는 지방자치 내지 지방분권의 추진, 중앙집권체제로 인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는 동시에 주민과 가까운 정부를 구현시키고 지방의 경쟁력을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분권형 선진국가의 건설의 시도인 바, 우리나라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토대임이 분명하다.
특히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도권의 사회, 경제, 문화 및 인구 집중도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균형발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며, 국가의 균형적 발전의 핵심은 지방자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분권화의 현 상황을 보면, 외형상 지방분권화의 기치 하에서 실제 추진되는 결과는 중앙집권화인지 지방분권화인지조차 모호한 상황이다. 중앙집권을 국가구조의 기본적 가치로 내세우지 않는 한, 이제는 외형상 지방분권의 탈을 쓴 채 여전히 중앙집권적 의식에 젖어있는 중앙정부의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표 2>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현황(2020년 기준)
단위 : 천 명, 명/㎢
*출처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시도편 : 2017-2047」, 국토교통부 「지적통계」
*수도권 : 서울, 인천, 경기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시도편 : 2017-2047』의 시도별 인구와 국토교통부 『지적통계』의 시도별 국토면적을 기초로 작성
지방자치,
정책인가 법인가
우리나라와 같은 단방제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법제도적 본질은 국가가 아닌 행정 주체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본질은 행정으로서, 한 국가의 지방행정의 형태이다. 그러한 점에서 지방자치의 강화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지방자치단체를 연방제의 국가와 동일한 지위를 전제로 지방자치를 주장하는 급진적 입장도 있으나, 지방자치의 방향성과는 별개로 적어도 지방자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반면 지방자치가 국가의 지방행정의 일 형태라고 하여 그것이 국가의 정책적 문제라는 것과 동일시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여기서 명확하게 지적하고 싶다. 현대의 법치주의국가에서 정치와 행정을 포함하여 국가의 모든 법질서는 헌법에 의해 결단되는 바, 지방자치는 직접 헌법에 의해 결단되어진 우리나라 지방행정의 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지방자치제도는 법제도이며, 정확히는 직접 헌법에 의해 규범적으로 명령되어진 헌법제도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 지방자치 내지 지방분권의 중요성이 역설되는 본질적 이유는 지방자치가 단순히 그 효율성에 바탕한 행정의 수행 형식의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구조 및 운영에 있어 본원적인 법원리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법원리적 관점에서 지방자치는 민주적 국가구성의 기초 원리이며, 지방분권에 의한 수직적 권력분립기능을 통하여 주민의 자유보장, 즉 기본권 보장에 이바지한다. 그러한 점에서 지방자치의 실상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실현의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민주주의를 국가의 기본원리로 하는 우리 헌법 역시 지방자치제도를 법률 차원에 방치하지 않고 직접 헌법적 보장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헌법 제117조, 제118조).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2018.10.30)
*출처 : 청와대
따라서 지방자치의 실현은 단순히 국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는 법규범의 실현을 의미하는 바, 법치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필수적으로 실현해야 할 국가의 규범적 과제로서의 본질을 가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의 현실은 아직 헌법적 보장이라는 규범력의 실현에는 미흡하며, 그간 추진되어 온 지방분권화의 실상도 지방자치단체가 규범적으로 당연히 누려야 될 자치권의 회복이라는 관점보다는 중앙정부 중심의 은혜적 배분이라는 성격이 강한 것 같아 유감이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자치권의 보장은 단순히 국가의 은혜적 관점이나 정책적 배려의 관점이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규범적 의미와 내용에 맞게 실현되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규범적 지방자치의 실현은 국가구조에 있어 법치주의의 실현이며, 역으로 지방자치의 미비는 법치주의 위반이다.
지방자치, 단체자치인가
주민자치인가
지방자치의 내용과 관련하여 정치적 의미의 자치로서 주민자치와 법적 의미의 자치로서 단체자치를 구분하기도 하나, 현대의 전문화·기술화된 복잡다기한 사회에서 순수한 정치적 자치행정으로서 주민자치만을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주민자치가 도외시된 단체자치 역시 행정의 분산에 불과할 뿐 진정한 자치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 이념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독립된 단체가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지역의 사무를 처리하도록 하여야 하는 바, 현대의 지방자치는 주민자치와 단체자치의 양자 간 결합을 불가피하게 요구한다. 다만 양자의 관계에 있어 단체자치는 국가로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을 본질로 하는데 반해, 주민자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사 형성 및 결정 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를 본질로 한다고 할 때, 지방자치의 본질적 지향점이 민주주의에 있음을 고려하면 단체자치는 그 자체로 목적적 원리라기보다는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관점에서 주민자치는 정치적 의미의 지방자치로서, 법적 의미에서 단체자치와 구별하여 이해하여 왔으나, 지방자치의 본질적 의미가 주민의 참여와 자치적 결정을 본질로 하며, 우리나라 헌법상으로 보장된 지방자치 관념도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데에 대해 이견이 없음을 고려할 때, 주민자치의 관념도 더 이상 정치적 의미의 것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며, 이 역시 법적 의미에서의 지방자치관념이고 규범적 명령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방자치를 주민자치와 단체자치의 결합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 실무의 입장도 마찬가지인 바, 헌법재판소는 “전통적으로 지방자치는 주민의 의사에 따라 지방행정을 처리하는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주의를 기초로 하여 국가내의 일정한 지역을 토대로 독립된 단체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단체의 의회와 기관이 그 사무를 처리하는 ‘단체자치’를 포함한다”고 보고 있으며,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지방자치의 본질이 주민의 참여 및 자기통치의 실현에 있다는 입장이다(헌법재판소 2009.3.26. 선고 2007헌마843 전원재판부). 이는 지방자치에 있어 주민자치의 목적적 원리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이상적 실현을 위해서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는 병렬적으로 논의될 개념이 아니며, 전체로서 하나로 결합되어야 할 개념이다. 주민자치를 본질 내지 내용으로 하여 단체자치의 형식으로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그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단체자치를 중심으로 지방자치권의 확대에만 초점을 두어 온 것이 사실이며, 이는 역설적으로 지방자치권의 실질적 보장을 저해한 원인이 되기도 하는 바, 주민자치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지방자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지방자치권 보장의
어제와 오늘
1. 지방자치의 역사
우리나라 현대 지방자치의 역사는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949년 7월 4일 제헌국회는 제헌 헌법에 근거하여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였고, 이 법은 의결기구로서 지방의회를, 집행기구로서 단체장을 두기로 하되, 서울특별시장과 도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시읍면장은 주민이 선출한 지방의회의원으로 구성된 지방의회가 선출하도록 하였다. 이후 시읍면장 직선제가 도입되어 1956년까지 유지되다가 1958년에는 임명제로 전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이승만 정부의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라는 지방자치의 본래적 의미보다는 이승만의 장기집권을 위하여 편의적으로 이용된 결과로서, 진정한 지방자치는 아니었다.
4.19혁명 이후 집권한 장면 정부의 지방자치는 시작도 하기 전에 5.16군사 정변에 의하여 폐기되었고, 그 후 박정희 정부에서 지방자치는 1972년 헌법개정을 통해 통일 때까지 지방의회의 설치를 연기하도록 하였다. 이어 등장한 전두환 정부에서는 1980년 헌법 부칙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를 재장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구성하게 하게 하는 등 규범적으로 기나긴 단절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선거공약으로 지방자치 실시를 내세웠고, 이에 따라 제9차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제6공화국 출범 후인 1989년 4당(민정당·평민당·민주당·공화당) 합의에 의하여 시도에서부터 군(郡)에 이르기까지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을 선거하기로 하였고, 1989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의하여 1991년 기초의회 선거와 광역의회 선거가 있었다. 그러나 3당합당(민정당, 민주당, 공화당의 통합) 이후 여권은 경제안정을 내세워 1989년에 마련된 지방자치법의 일부를 개정하고 자치단체장선거는 1995년으로 미루는 의안을 국회에 상정하여 통과시켰다.
그 결과 6공화국의 지방자치는 지방의회만 남겨둔 채 지방자치단체는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불구적 형태로 출발하였고, 전면적인 지방자치는 문민 정부가 출범한 후에 실시된 1995년 6월 27일 4대 지방선거(기초의회, 광역의회,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에 의하여 비로소 시작된 바, 지방자치법의 제정 이후 거의 반세기만의 결과이다. 이후 지방자치제도는 1999년 주민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 주민감사청구제도, 2004년 지방분권특별법 및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제정, 2005년 분권교부세, 주민소송제도의 도입, 2006년 주민소환제도 도입, 특별자치도 신설 등 지방자치는 제도 외형상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왔으나, 이는 외형상의 모습일 뿐 지방의 현실이나 주민 참여의 실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권의 보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바, 이상적이고 이념적인 지방자치의 구현은 아니었다. 이는 현재의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2. 지방자치법의 역사
지방자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지방자치의 역사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가 규범적 제도라는 면에서 그간의 지방자치 법제의 변화는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법이 1949년에 제정되었음에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본격적 시작은 1990년대임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법의 발전 과정을 지방자치법 개정 연혁 전체로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명목상의 법제도로서만 지방자치제도가 존재하던 시대의 지방자치법과 지방자치가 첫 걸음을 떼던 1990년대의 지방자치법 그리고 지방자치가 시작되어 성년이 훨씬 지난 현재의 지방자치법, 지방자치를 지배하는 기본이념 및 원리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은 분명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의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강제력 있는 규범이다. 이러한 법의 본질은 불가피하게 법과 사회의 직접적 관련성을 가져온다. 법은 당시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반영이며, 사회의 가치관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하여 지방자치법은 당시의 지방자치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의 반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2021년 1월 12일에 전부개정되어 2022년 1월 13일부터 시행되는 지방자치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부개정법의 개정 방향을 보면, 외형상으로는 주민 참여 및 지방자치권의 확대를 개정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지방자치제도는 국가의 기본적 권력구조의 문제로서 단순한 제도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부문에서 인식의 전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본질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감독을 강화한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자치경찰법안이 통과되었다(2020.12.03).
*출처 : 국회 누리집
지방자치법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기본이념은 독립된 행정 주체로서 국가와 대등한 협력관계의 지방자치단체를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오랜 중앙집권적 경험에서 비롯된 국가우월적인 후견적 지방자치가 지방자치를 지배하는 기본이념으로 기저에 깔려 있었으며, 그러한 점에서 국가의 감독과 통제는 지방자치법의 당연한 기본적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법의 개정 연혁을 보더라도 명백하다. 지방자치법은 계속 국가의 감독과 통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으며, 특히 2021년부터 시행된 전부개정안은 종래에 비하여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감독권을 확대하는 방향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물론 지방자치제도는 국가제도로서 존재하는 것이며, 그러한 점에서 중층제 지방자치제도 하에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감독의 필요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관계를 정하는 지방자치법에서 국가의 일반적 감독권을 확대하는 것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대한 고려 하에서 국가감독법정주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의 결과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동 개정법은 현행법 하에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감독과 통제를 제한하는 판례의 입장(대법원 2016.9.22. 선고 2014추521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입법적 해결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지방자치제도의 기본적 방향성이라는 점에서는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
이에 반해 지방자치권 보장의 핵심적 부분으로서 조례제정권에 관한 규정, 특히 지방자치법 제정 이후로 위헌 논란이 있었던 조례와 법률유보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부개정법에서도 꿋꿋하게 침해유보설의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바, 국가감독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부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물론 그 당시와 시대적, 역사적 상황도 다르고, 입법의도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히려 외형상으로만 보면 제정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를 기초자치단체인 시읍면으로 하였으며,1) 국가감독 규정은 없는 대신, 주민의 직접소청권을 인정하는 등2) 형식적으로는 지방자치의 이념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 지방자치법제의 발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지방자치의 미래,
분권개헌 필요한가
1987년 헌법체제 이래로 우리나라 국가구조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지방자치의 본격적 실시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는 직접 헌법에 의해 보장된 제도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어언 3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도 지방자치의 현실은 여전히
‘2할 자치’, ‘무늬만 자치’라고 자조되듯이 암울하다는 것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방자치의 본격적 소생을 위한 규범적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는 분권개헌은 어찌보면 지방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최후의 선택이며, 그렇기에 분권개헌을 요구하는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 헌법개정이 논의될 때마다 ‘분권헌법’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으나 그때마다 ‘분권’의 문제는 권력구조에 관한 개헌 논쟁에 곁들여진, 그저 밥상 위에 놓여진 형식적 반찬 정도의 의미에 불과할 뿐 그 이상으로 사회적·정치적으로 실질적인 큰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했고, 그 결과 분권개헌에 대한 사회적 동의와 정치적 타협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방자치의 개념과 인식을 확대하고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가 ‘찾아가는 군·구 분권 토크’ 행사를 개최했다(2021.07.16).
*출처 : 자치분권위원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주된 이유는 분권개헌의 구체적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분권개헌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인식의 부족, 즉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 자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방자치는 법제도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선험적이고 법이론적 산물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역사·문화적 경험의 소산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오랜 중앙집권적 전통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경험이 없는 결과,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는 물론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에서도 역사적·경험적으로 체감되는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며, 지방자치제도는 단지 법에 의해서 규정된 제도의 하나일 뿐이다. 그 결과 현행 헌법상의 지방자치에 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규정만으로 지방자치를 규범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그 당연한 수순으로 지방자치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분권헌법에 대한 이해 역시 매우 인색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더라도 여전히 일반국민들로서는 단지 지역의 행정구역적 구분 이외의 규범적 실질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고 보이며, 국가 권력 역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국가의 하부기관 정도로서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 일선의 공무원들조차 사무의 수행과 관련하여 자치사무와 국가사무의 구별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은 여러 실증적 조사를 통하여 이미 주지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헌법은 단순한 규범이 아니며, 주권자에 의한 그 나라의 정치·사회·문화적 결단의 산물이다. 지방자치에 대해 누구도 역사·문화·경험적으로 인식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결국 분권개헌의 실현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분권개헌안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전제로서 분권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지방자치 내지 지방분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미래가
덧없는 기대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30여 년에 걸쳐 지방자치권의 확대를 통한 분권화의 노력이 계속되었음에도, 지방자치의 도입을 위하여 그간 정치적, 법제도적으로 지난한 과정을 거친 지방자치의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지방자치권의 확대 요구는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 지방자치권의 확대를 위해 정치·사회·법제도적 처방이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정치·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규범적 제도로서 법제적 제도화가 필수적인 지방자치에 있어,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 시기의 장식적 지방자치법과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시기의 지방자치법, 지방자치가 본격적 실시되고 30여 년이 경과된 시점의 지방자치법이 그 기본이념이나 지방자치권의 제도적 틀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다른 제도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러한 법제 상황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으로, 지방자치권의 실질적 보장과 확대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가 규범적 제도라는 것은 역으로 보면 강력한 규범화에도 사회적 인식이 수반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짧은 독일 유학시절을 돌아보면, 인구 13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였음에도 행정, 문화, 복지, 체육 등 여러 분야의 혜택을 대도시 못지않게 누릴 수 있었고, 언어와 지리 등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도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이고 지향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지방자치는 경험적 제도이고, 역사와 전통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의 동일한 비교는 어려우나 적어도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지방자치의 본질 및 지향점에 대한 국민적 인식 자체가 부족하고, 이는 결국 지방자치권의 보장에 대한 제도적 결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이상적이고 이념적인 지방자치의 미래가 그려지길 기대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1) |
제2조 : 본법에서 지방자치단체라 함은 대별하여 좌의 2종을 말한다.
1. 도와 서울특별시
2. 시읍면
도와 서울특별시는 정부의 직할 하에 두고 시읍면은 도의 관할구역 내에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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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조 :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또는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때에는 주민 100인 이상의 연서로써 이유를 구하여 도와 서울특별시에서는 대통령, 시읍면에서는 제1차로 도지사, 제2차로 대통령에게 소청할 수 있다. 도지사 또는 대통령이 전항의 소청을 받은 때에는 그날부터 60일 이내에 이를 결정하고 그 결정을 공고하는 동시에 관계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제154조 : 전조에 의한 결정에 대하여 이의가 있을 때에는 결정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대법원에 출소할 수 있다. 그 기간 내에 출소하지 아니 할 때에는 그 결정은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