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1952년 전쟁 중에도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실시됨으로써 최초의 지방의회가 구성되었으나,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인해 강제 해산되었다. 이로부터 30년이 지난 1991년에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다시 시작되었고, 올해는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을 맞이한 해이다.
그간 지방의회는 몇 차례의 제도 변화를 겪으며 지방의회에 필요한 제도들을 부분적으로 갖춰왔다. 특히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된 지 32년 만인 2020년에 「지방자치법」이 다시 전부개정되면서 지방의회의 핵심 제도개선 과제였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 인력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는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초가 마련된 것으로, 지방의회의 또 다른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편 지방의회 30주년의 또 다른 의의는 지방의회가 「헌법」에서 규정한 지위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 2015년에는 정부 주도로 지방자치 2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당시 2015년을 ‘지방자치 20주년’으로 본 이유는 19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 선거에서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함께 선출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헌법」이 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출발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지방의회의 의미를 낮게 바라본 결정이었다. 1948년 제헌헌법 이래로 「대한민국헌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해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 성립의 전제조건임과 동시에 지방자치의 출발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기념하여 정책세미나가 열렸다(2021.06.29).
*출처 : 자치분권위원회
2021년 7월 1일, 지방의회의장의 협의체인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및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그리고 국가기관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방의회 부활 30년 기념식을 공동으로 주최하면서 ‘지방의회 30년, 지방자치 30년’이란 슬로건을 사용했다. 이것은 지방의회의 구성과 함께 지방자치가 출발하였다는 선언인 것으로 해석하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 부활 30년의 의미를 짚어보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제기하기 위해 본문에서는 1948년 제헌 헌법 제정부터 1991년 지방의회 부활까지의 시기를 간략히 정리하고, 1991년부터 2021년까지 30년 동안 있었던 지방의회 관련 주요 제도변화의 내용과 성과를 짚어 본 뒤, 향후 제도 개선 과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지방의회의 연혁 :
1948년 ~ 1991년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헌법」 제96조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자치사무와 국가 위임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97조는 “지방자치단체에는 각각 의회를 둔다”고 규정해 지방의회의 설치 유무를 지방자치단체 성립의 조건으로 삼았다. 이 같은 제헌 헌법의 규정에 따라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1949년 7월 4일 제정되었고 8월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시 국내의 정치 상황과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지방의회의원 선거는 미루어져 오다가 전쟁 중인 1952년 4월 25일과 5월 10일에서야 제1차 시읍면의회의원 선거와 서울시의회 및 도의회의원 선거를 각각 실시했다.1) 이후 1960년 말까지 시읍면의회의원 선거는 1956년 8월 8일과 1960년 12월 19일에 각각 제2차 및 3차 선거를 실시했으며, 도의회의원 선거는 1956년 8월 13일과 1960년 12월 12일 각각 제2차 및 3차 선거를 실시했다.
4.19 혁명으로 수립된 장면 정부는 1960년 11월 1일 개정과 함께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3차 시도의회의원 및 시읍면의회의원 선거를 각각 실시하는 한편 12월 29일에는 서울시장 및 도지사 선거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실시를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1961년 발생한 5.16군사쿠데타로 인해 지방자치와 지방의회는 중단을 맞이했다.
5.16군사쿠데타를 주도한 군사혁명위원회는 “포고 제4호”(1961.5.16.)를 통해 전국의 지방의회를 해산시켰으며,2) 5월 22일에는 국가재건최고회의 명의로 발표한 “포고 제8호”를 통해 지방의회의 의결사항 처리를 읍면의 경우 군수, 시의 경우 도지사, 특별시와 도의 경우 내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시행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1961년 6월에는 「국가재건비상조치법」 제20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임명직으로 전환함에 따라 전면적인 중앙집권체제를 실시했다.3) 이에 더해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1961년 9월 1일 제정하고 10월 1일부터 시행하면서 「지방자치법」의 효력을 정지시킴에 따라 지방자치는 공식적인 중단을 맞이했다.
1987년 6월 항쟁과 함께 터져 나온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의 부활을 향한 일련의 법 개정을 추동했다. 1987년 10월 29일 개정되고 1988년 2월 25일 부터 시행한 「헌법」에서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구성’할 것을 규정하고 있던 직전 「헌법」 부칙 제10조를 삭제했다. 이 같은 헌법 개정에 따라 1988년 4월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은 부칙 제2조에서 법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시군자치구의회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시군구의회가 구성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시도의회의원 선거를 실시할 것을 규정했다. 이후 1989년 3월에는 연내에 광역자치단체장 선출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실제 선거로 이어지지 못했다. 1989년 12월에 다시 ‘1990년 6월 30일 이내에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1991년 6월 30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규정을 담은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에서 백지화시켰다. 이후 길고 긴 여야간 협의가 진행된 끝에 1990년 12월에 이르러서야 ‘1991년 6월 30일 이내에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1992년 6월 30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한다’는 부칙이 담긴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민주화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계속된 정치적 공방 끝에, 1991년 3월 26일에는 시군구의회의원 선거를, 6월 20일에는 시도의회의원 선거를 각각 실시했다. 선거 결과 시도의회의원 866명, 시군구의회의원 4,304명 등 총 5,170명의 지방의회의원이 선출됐고, 7월 1일 임기가 시작되면서 해산된 지 30년 만에 지방의회가 부활했다.
1991년 이후
지방의회 제도의 변화
1991년 지방의회가 재소집된 이후에도 지방의회는 몇 차례 중요한 제도변화를 겪었다. 그 첫 번째 변화는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1995년 실시된 제2기 지방의회의원 선거부터 시도의회의원 선거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으며, 2006년 실시된 시군자치구의회의원 선거에도 정당공천제와 비례대표제가 적용되었다. 지방의회 비례대표의원은 2018년 지방의회의원 선거까지 총 2,090명이 선출됐다.
<표 1> 1991~2018년, 지방의회 지역구의원 및 비례의원 선출 현황
단위 : 명
1991년 이후 지방의회와 관련된 두 번째 중요한 제도 변화는 2006년부터 시행된 지방의회의원의 유급화이다. 2006년 이전까지 지방의회의원의 신분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관계로 지방의회의원에게는 회의출석과 그에 따른 교통비 등 실비성격의 비용만 지급됐다. 1989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일비와 여비를 지급했고, 1994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는 의정 활동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리고 1999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는 회기수당제를 도입했다. 이와 같은 실비 성격의 비용만을 지급받는 것으로는 일상생활의 유지가 어려웠고, 이로 인해 지방의회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의원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무급제로 인해 지방의회에 우수 인력이 진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2003년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의회의원의 무보수 명예직 규정이 삭제됐고, 2006년부터 지방의회의원에게 월정수당과 의정 활동비가 지급됐다.
2006년부터 지방의원 유급화가 시행되면서 전업 지방정치인의 증가와 함께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시도의회의 경우 의원발의 조례안의 수가 직전 지방의회에 비해 400% 증가하기도 했다. 2006년 구성된 시도의회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의원 발의 조례안의 수는 2014년 구성된 시도의회부터 단체장발의 조례안의 수를 넘었으며, 2018년 전국동시지방 선거를 통해 구성된 시도의회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세 번째 중요한 제도 변화는 2014년에 있었다. 이때의 변화는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의 변화와 지방의회의원 구성 및 운영 방식의 변화이다. 먼저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의 변화는 2014년 1월 21일 개정과 함께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관임을 밝힌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4)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관임을 밝힌 것은 단순히 상징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일부 행정법학자 등은 이전 「지방자치법」제30조의 조문에 근거해 지방의회를 독립된 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자문기구의 성격을 가진 비독립기구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의 법 개정으로 인해 지방의회가 독립기관으로서의 법률적 근거를 갖추게 됨에 따라 지방의회의 비독립성을 주장하던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2014년 있었던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교육의원의 일몰이다.5) 2014년의 선거를 통해 구성된 지방의회에는 더 이상 교육의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동안 지방의회에는 지방의원 선거와는 별도의 교육의원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교육의원이 각 시도의회 교육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었다. 교육공무원 또는 교수 등 교직 출신자들만 출마할 수 있었던 교육의원의 경우 외형상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 운영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시민의 기준이 아닌 ‘교육’을 중심으로 한 특수 직업군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한다는 비판과 함께 시도의회 상임위 운영의 비정상화라는 비판이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의원의 폐지와 함께 구성된 2014년 시도의회에서는 일반인 출신의 시도의원들로 구성된 교육 및 학예 관련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가 구성·운영됨에 따라 교육계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감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1년 이후 지방의회와 관련된 가장 큰 제도 변화는 2020년 12월 19일 국회를 통과하고 2022년 1월 13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방자치법」의 전부개정이다. 2020년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1988년에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이후 32년 만에 이루어진 전부개정으로, 그동안 지방의회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였던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함께 지방의회의원의 의정 활동 지원을 위한 ‘정책지원 전문 인력’의 도입, 기관 구성 다양화를 위한 법률적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
그동안 지방의회 사무기구 소속 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행사함에 따라 지방의회 소속 직원들이 자신의 승진 등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물론이고 집행기구 고위 공무원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이는 지방의회의 독립성을 가로막는, ‘강집행부-약의회’를 만들어 내는 제도적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되어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함께 이 같은 인사상의 제약이 어느 정도 해소됨에 따라 지방의회의 독립성이 일정부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른 또 다른 주요 제도 개선은 지방의회의원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의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지원 전문 인력’의 도입이다. 통신 및 교통수단의 발전과 함께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민들의 이해관계 역시 복잡해지고, 자치사무의 증가와 복잡화로 인해 지방의회의원이 수행하는 의정 활동 역시 전문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를 지방의회의원 개인의 노력만으로 따라 잡는 것이 불가능했던 관계로 지방의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개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 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갖추어졌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한계와 과제
1991년 이후 30년간 지방의회와 관련된 주요 제도 변화는 모두 네 차례 있었으며, 특히 2020년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지방의회 독립성과 지방의회의원의 의정 활동 전문성 제고를 위한 기초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제도변화만으로 충분한가? 충분하지 않다면 향후 제도 개선의 목표와 내용은 어떠해야 하는가? 지방의회가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의 대의기구로 더욱 완성도 있게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에서 향후 제도 개선의 방향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주민의 대의기구인 지방의회가 부여된 대의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사무기구의 확대·재편과 함께 조직권을 부여해야 한다. 지방의회 사무기구는 우선 일반 행정사무 지원기능과 의정활동 지원 기능의 두 개의 대기능으로 구분되며, 행정사무 지원기능은 다시 의회조직 유지기능, 의회운영기능, 의회기능 유지기, 여론수렴기능으로 세분화하고, 의정 활동 지원기능 역시 입법 지원기능, 예산정책 원기능, 조사분석기능, 역량강화기능의 세부 기능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의 구분에 따라 지방의회, 특히 시도의회 사무처는 현재의 단일구조를 사무처장 이하를 (가칭)의회사무국과 (가칭)입법·예산정책국으로 분화시키고 각각의 세부기능을 두 개의 국 산하에 분산 배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최소한 1처장, 2(실)국장, 8담당관의 체계를 갖출 때 시도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지방의회의 사무기구는 이상의 8대 기능에 따라 구성되어 있지 못하다. 시도의회의 경우 17처장, 115개 전문위원실, 61개 담당관(실)을 두고 있으며, 전문위원실과 담당관(실)의 전국 평균은 각각 6.76개와 3.59개에 불과하다.
<표 3> 시도의회 상임위원회 및 담당관(실)
단위 : 개
이는 결과적으로 시도의회 사무처 내에 의회기능 수행에 필요한 기구를 두고 있지 않거나 각각의 기구가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단적인 예로 17개 시도의회 중 독립된 입법담당관 및 예산정책담당관을 두고 있는 의회는 서울·경기·충남의회 등 세 개 의회에 불과하며 대구·전북·경남의회 등 3개 의회는 ‘입법담당관’만을 두고 있으며, 부산·인천·광주 등 9개 의회는 ‘입법정책담당관(제주는 정책입법담당관)’을 두고 있고, 세종시의회는 의사·기록업무와 입법지원을 담당하는 ‘의사입법담당관’을, 전남의회는 ‘정책담당관’을 두고 있다.
서울, 경기, 충남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도의회의 해당 기구는 입법지원 및 예산정책 관련 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나 그 인력이 충분치 않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 입법조사처와 같이 의정 활동에 필요한 자료의 조사·정리·보고를 전담하는 독립된 기구를 운영 중인 시도의회는 단 한곳도 없는 실정이다. 시도의회가 이처럼 기능적으로 전문화된 기구를 두고 있지 못한 원인은 시도의회 사무처 소속 인력의 정원 규모가 지나치게 적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17개 시도본청 소속 직원은 50,853명인 것에 비해 시도의회 소속 직원은 2,634명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시도의회 직원 : 시도본청 직원의 비율은 1:19이며, 그 격차가 가장 낮은 경기도의회는 1:10이고 격차가 가장 큰 부산광역시의회는 1:32에 달한다.
<표 4> 17개 시도의회 및 시도 본청 소속 직원 현황(2021년 12월 31일 기준)
단위 : 명
지방의회가 집행기구와는 달리 구체적인 사업을 집행 및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방의회 소속 직원의 수가 집행기구 소속 직원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원인은 지방자치단체기구 혹은 기관별 직원의 정원 결정권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만 부여되어 있어 인력 충원이 지나치게 집행기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장에게 임용권을 부여한 것은 어떻게 보면 현재 지방의회 소속 직원의 정원이 유지되는 경우에만 독립성 강화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뿐이다. 지방의회가 사무기구 내부기구의 전문화를 위해 기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정원 역시 증가되어야 하나, 이는 단체장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임용권만 부여되고 조직권이 부여되지 않은 현재의 지방의회 관련 제도는 ‘강단체장(집행기구)-약의회’라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방의회가 주민을 대표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집행기구를 견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내 사무기구를 확대·재편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둘 수 있도록 임용권과 함께 조직권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개정되어야 한다.
지방의회 제도 개선의 또 다른 방향은 지방의회의원이 시민의 시각에서 혹은 시민의 의지가 지방의회의원을 통해 집행부는 물론이고 지방의회 소속 행정관료를 통제할 수 있도록 인적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국회의 경우 국회의원 1인당 9명의 보좌 인력을 둘 수 있으며, 각 정당은 교섭단체별로 일정 수의 전문위원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정관료와는 또 다른 범주에 속해 있는 이 같은 인력은 행정관료의 시선이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행정관료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방의회에는 이 같은 범주의, 즉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관료를 견제하고 지방의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2020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됨에 따라 2022년부터 정책지원 전문 인력이 도입되기는 하지만 법률상 지방의원 정원의 절반, 즉 지방의원 2인당 1인의 인력이 제공될 뿐이고 이마저 2022년에 지방의원 정원의 1/4에 해당하는 수만 채용할 수 있으며, 2023년이 되어야 지방의원 정원의 절반까지 채용할 수 있다. 한편, 현행 「지방자치법」은 물론이고 2022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방자치법」 역시 지방의회가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각 교섭단체 소속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등을 둘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지방의회 내의 이 같은 인적구성은 지방의회 행정관료에 대한 지방의회의원의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한편, 지방의회의원이 시민의 시선에서 의정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행정관료와 다른 범주의 인적 자원이 부재하거나 존재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을 경우 지방의회는 행정관료에 의한 보이지 않는 내부통제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정책지원 전문 인력의 정원을 최소한 지방의원의 정원과 일치시키는 한편, 교섭단체의 구성과 교섭단체 소속 정책연구위원을 둘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의 인적 자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반대하는데 있어 가장 빈번하게 이용되는 첫 번째 이유는 지방의회의원이 더 열심히 노력해야 된다는 것이며, 두 번째 이유는 예산의 문제이다. 첫 번째 이유는 원론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지방의회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그 부분을 인력의 확충으로 해결해야 한다. 두 번째 이유인 예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세출예산에서 지방의회의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없다. 2021년 17개 시도의회의 예산은 총 3,120억 4,600만 원으로 2021년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185조 9,300억 3,900만 원의 0.17%에 불과하다. 또한 증원된 인력으로 철저한 예산 심의를 통해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줄일 경우 지방의회 인력 증원에 따른 비용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표 5> 시도의회 인사청문회 실시 현황 (2021년 8월 1일 기준)
마지막 제도 개선의 방향은 지방의회가 집행기구를 견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집행기구를 견제 및 감독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산, 행정, 인사에 있어 최소한의 견제 수단이 제도화 되어야 한다.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현재 행정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독은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예산에 대한 견제와 감독은 예·결산심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행사하는 인사권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상의 근거는 전무하다. 다만 현재 각 시도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약 등의 형태로 지방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도단체장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며, 단체장의 동의 하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더라고 법률상의 근거가 없는 탓에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없고 청문회 진행 과정 중 시도의원의 발언에 대해 면책권이 부여되지 않아 시도의회에 따라서는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과 함께 비공개로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형식적인 인사청문회가 될 수밖에 없고, 인사권에 대한 형식적인 감독만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 및 집행기구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인사청문제도 실시를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