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권리 보장법의 주요 내용
1. 목적과 예술인의 정의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총 5장, 41조와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총칙은 목적, 정의,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설명, 예술인의 역할, 국가의 책무 등을 명시하고 있다.
먼저 이 법의 목적은 크게 예술인의 권리보장과 성평등한 예술 환경 조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1조(목적)는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예술인의 노동과 복지 등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며, 예술인의 문화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를 보장하고 성평등한 예술 환경을 조성하여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술인의 지위에 있어 표현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며, 그 자유의 바탕 하에 노동권과 복지권을 보장하는 것이 예술인 권리의 기본 축이다. 여기에 그동안 예술계에 만연해왔던 성희롱 및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조사와 처벌에 대한 독자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도 법 제정의 중요한 목적이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인의 정의를 폭넓게 정의하고자 노력하였다. 제2조 2항에는 예술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분야에서창작, 실연(實演), 기술 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
나.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훈련 등을 받았거나 받는 사람.
이 정의에 따르면 예술인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전문 직업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는 자도 포함된다. 예술인의 지위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 예비 예술인도 인정한다는 점이 진일보한 면이다, 또한 성희롱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예술대학생들이나 청년예술인들이 처한 상황을 이 법이 고려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 (2021.06.30).
출처 : 연합뉴스
2. 예술 표현의 자유 보장
2장은 예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헌법의 선언적 가치를 넘어 예술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침해사례들을 고려해서 표현의 자유 보장의 근거들을 만들었다. 이 법은 구체적으로 예술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특히 제7조(예술의 자유의 침해금지)는 “예술 지원기관이 예술인과 예술단체가 예술 활동을 하거나 전파하는 행위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명시했고, 제8조(예술지원사업의 차별금지)는 “국가기관 등 또는 예술지원기관의 예술 지원 사업에서 예술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제9조(예술지원사업의 공정성 침해 금지)는 “국가기관 등 소속 공무원 또는 예술 지원기관의 임직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예술 지원 사업에 있어 차별행위를 할 목적으로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의 명단을 작성하거나 예술지원 기관에 작성을 지시하여 이를 이용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제공받아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2장은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 벌어진 지원의 차별과 배제를 위법한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가 공공 지원의 과정에서 성별, 나이, 장애, 지역, 국적, 인종,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법으로 그 침해의 부당성을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보장
그동안 예술인의 권리는 추상적인 차원에서 불안정하게 보호받았다. 예술인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그 권리를 어떻게 주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논의하지 못했다. 예술인에게 권리는 그저 본인이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 권리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되지 않은 채 개인의 주관적인 요구로 간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예술인 활동을 하나의 직업행위로 간주하고 그 권리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불과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그동안 모호한 채로 정리되지 않은 예술인의 직업상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보장한다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예술인은 예술 활동과 그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제10조 1항의 조항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동안 예술계 현장에서 충분하게 지켜지지 못했다. 정당한 보상의 내용과 수준도 제각각 다르고, 공공 지원에 있어 예술인 사례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예술인들은 개별적인 활동이 많기 때문에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지 못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4조(예술인조합 활동방해의 금지)는 “특정 예술 활동에 관하여 특정 예술사업자 또는 예술 지원 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 체결을 준비 중인 2명 이상의 예술인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예술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한다. 따라서 소규모의 출판사, 극단, 음악 레이블, 댄스컴퍼니와 같은 예술단체 안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단체결성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4. 성평등한 예술 환경의 조성
제4장에서는 예술인이 예술 활동 중 당할 수 있는 성적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함께 스스로 그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하는 책임을 말하고 있다. 예술인은 성차별, 성폭력의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가해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16조 (성평등한 예술 환경의 조성)는 성차별, 성폭력으로부터 예술인이 보호받을 권리와 예술인 스스로 침해하지 말아야하는 책임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①. 예술인은 예술 활동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②. 예술인은 예술 활동 또는 예술교육 활동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에 대하여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히 16조 3항에서는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예술인들을 고용한 자, 예술교육을 하는 자, 예술기관에 종사하는 자 등이 예술인에 대해 성희롱 및 성폭력을 행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런 조항이 필요한 이유는 예비 예술인들을 교육하는 각종 기관들에 종사하는 자나 예술인들을 행정 지원하는 기관에 종사하는 자들이 예술인들에게 성희롱 및 성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동안 예술계 현장에서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4장에서는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피해구제 지원 기관을 지정하고, 2년마다 성희롱·성폭력 관련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법으로 정함으로써 국가가 해야 할 구체적인 실천들을 보완하고 있다.
5. 예술인 권리 구제를 위한 행정조직 구성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는 청년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회가 마련되었다(2021.03.25).
출처 : 연합뉴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5장은 예술인의 창작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성희롱 성폭력의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정 지원 기구와 조직을 설명하고 있다.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위원회의 주된 역할은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련된 사항 및 예술 활동 또는 예술교육 활동에서의 성희롱·성폭력으로 인한 피해구제와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사항”, “예술인 권리 침해 행위 신고사건에 관한 사항”, “성희롱·성폭력 신고사건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할 수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예술 및 예술인의 권리보호, 공정거래, 성희롱·성폭력예방 분야 등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 소속의 공무원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특정 위원의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위원회와 함께 중요한 행정조직으로 법에 명시된 것이 예술인보호관이다. 예술인보호관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을 위하여 소속 공무원을 예술인보호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예술인보호관은 ‘예술인권리침해행위 및 성희롱·성폭력에 관한 조사’, ‘분쟁조정 지원’,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 정책의 수립 및 시행’,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장하는 예술인의 권리보호에 관한 업’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술인보호관은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지만, 보호관 아래 예술인의 권리와 성희롱 및 성폭력 구제를 위한 실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배치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하는 실질적인 행정 지원에 있어서 위원회와 예술인보호관의 상호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이다. 위원회의 전문성과 예술인보호관의 행정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이 법이 당초 목적으로 삼는 현장에서의 예술인 권리 보장이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