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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칼럼Ⅲ
기업이 사회소통과 연결의 주체가 되는
시대정신 전환
정혁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오늘날 기업의 역할은 단순히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술의 진보와 친환경 등 사회의 문제와 이슈를 다루며 개인과 상품, 개인과 환경 등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고 있다. 기업의 발전 과정과 급변하는 사회 속 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아본다.
인류 발전의 ‘연결’ 관점
인류 발전의 역사는 다양한 양상의 새로운 ‘연결’과 그에 대한 ‘대응’의 진화로 볼 수 있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여 가족과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공동체의 범위를 확장하여 사회와 국가를 형성하며 삶의 터전과 질서의 경계를 넓히며 정치와 사회가 발전하였다. 교환과 시장의 공간적 범위를 개인 간 수준에서 국가 간 수준으로 확장하였고, 그 연결을 공간뿐 아니라 시간 차원으로 확장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축적’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투자’를 통해 경제가 발전해왔다. 또한 과학과 기술은 자연과 우주를 사람의 삶에 연결하는 방법에 관한 탐구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류의 삶의 양과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었다. 이렇듯 모든 인류 발전은 연결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연결의 대상과 범위가 변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시장경제의 도래와 공감 그리고 시장의 조화에 의한 역동적 사회질서
18세기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정치·경제적 발명품은 서구사회의 일상에 먼저 정착한 후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인류에게 도약적인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이 시기 왕정과 봉건주의에 기초한 권력과 재화의 배분체계, 사회질서가 무너지면서 사람을 개인 수준 혹은 집단 수준에서 인권을 가진 인격체로 보는 ‘시민’과 ‘계급’이라는 개념이 사회질서의 근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이는 사회 내에서 개인의 자유와 개인 간 평등 그리고 이를 위한 집단 수준의 연대(국가, 민족, 계급 등)의 양상을 취하며 정치체제가 발전하였다. 또한 이러한 실존적 인식의 변화는 개인과 개인 간, 개인과 연대 집단 간 갈등이라는 새로운 다이내믹스(Dynamics)를 만들어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사회질서와 제도가 갈등과 조화를 통해 변증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 개인의 이기심과 사회의 공동체 가치 간의 갈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과 사회질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의 산물이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이다. 경제학뿐 아니라 사회과학의 기초를 이룬 두 대작의 핵심 메시지는 자신의 이익에 주요 관심을 두는 자애심(Self-love)은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과 이러한 본성에도 불구하고 이기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사회구성원 간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사회적 기제는 타인에 대한 ‘공감(Mutual Sympathy)’과 ‘시장(Market)’에 의한 자원배분이라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두 저작에서 시장과 이를 통한 사회적 분업은 공감에 기초하지 않고는 온전히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으나, 안타깝게 공감의 원리가 자애심에 기초한 개개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갈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사회질서 형성의 필요조건이라는 아담 스미스의 메시지는 현대경제학에서 사라졌고, 이에 따라 이기심과 공동체 가치를 조화시키는 하나의 사회경제 질서의 기제로서 ‘시장’의 의미 역시 축소되고 왜곡되었다.
기업의 본질에 관한 이해
서구사회는 시장경제에 관한 전반적 사회질서 기제가 아닌 경제적 기능만을 강조하면서 발전했지만, 혈연과 특권에 기초한 힘의 원리가 아닌 교환과 분업의 원리에 기초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장경제는 상품과 사람 간의 연결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했고, 이를 통해 산업혁명 이후 경제적 분업과 기술발전이 심화하면서 인류사회는 인구 증가를 압도하는 물적 생산력의 비약적 증가, 즉 ‘경제성장’이라는 현상을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하였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상품 생산의 단위로 인식되지만 그 정체성의 본질은 시장과 구분되는 또 다른 '자원배분기제'라는 데에 있다. 시장은 익명의 거래자들이 거래 상대와 환경에 대한 수많은 정보 없이 시장 가격만을 필요정보로 활용하여 경제 전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자원배분 기제이지만, 현실경제에서는 정보 비대칭, 불확실성, 거래의 실질적 집행과 관련된 다양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경제주체들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익명의 시장거래가 아닌 명시적 ‘계약과 합의’에 기초한 한정된 범위의 공동체, 즉 ‘기업’을 구성하고 그 공동체 안에서 내재화된 거래를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 이 공동체 단위를 바탕으로 시장에 참가함으로써 보다 나은 가치 창출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기업의 본질이다. 즉 기업은 생산의 경제적 분업과 노동과 자본 간의 사회적 분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이러한 분업은 시장경제를 통한 사회발전의 근간이다. 이는 단순히 분업이 효율과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분업 없이는 어떠한 공동체도 형성될 수 없고 이러한 사회에서는 인류 발전의 동인인 ‘연결’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여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났다(2021.04.03).
기업 본질의 현상적 왜곡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은 위에서 말한 개념의 ‘기업’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는 산업혁명 이래 강조된 발전의 연결 매체가 사람이 아닌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당시 주요 발전기제였던 교역 확장과 기술발전은 시장과 상품의 연결, 자연과 상품의 연결 등 ‘상품 연결’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경제이론 중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애로우-드브루(Arrow-Debreu) 일반균형이론에서 기업은 상품 생산을 위한 투입과 산출 간의 관계인 생산함수와 동일시된다. 또 다른 경제주체인 가계는 상품과 여가의 소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효용함수를 가진 소비자/노동 공급자로서만 규정되며, 기업과 가계는 서로 명시적 관련이 없는 독자적 존재이다. 기업이 이처럼 투입-산출의 생산관계에 의해서만 규정될 때 기업의 목표함수는 산출과 투입 간의 차이에 의한 잉여, 즉 이윤추구 외에는 다른 것이 있을 여지가 없다. 가계의 소비와 노동 공급은 기업의 생산결정의 환경 변수일 뿐이다. 이러한 논리적 귀결은 기업가의 도덕적 가치 판단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적으로 통용되는 기업에 대한 개념과 관점의 문제라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생산과 이윤추구는 기업의 본질적 활동이며 소비와 노동공급이 가계의 본질적 활동이라는 것은 인류가 경제활동을 하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발전의 궁극적 목적인 사람 간 연결은 이면으로 사라지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기능인 상품 연결이라는 관점에서만 기업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 서로 다른 이해집단 간 사회적 갈등과 과잉생산,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환경 왜곡과 같은 불합리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급격한 기술진보와 세계화에 따른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사회소통의 시대정신
21세기 들어 본격화된 정보통신, SNS, AI, 메타버스 등 소통 및 연결과 관련된 기술진보와 다차원적 국제교류의 확대는 사람 간 연결을 준거집단 내에서 심화했을 뿐 아니라 연결의 외연을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시민으로 하여금 소비자, 노동자, 투자자로서 자신의 선택이 사회경제와 자연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왜곡된 사회경제와 자연환경이 자신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명시적 자의식’을 갖게 하였고, 이는 새로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사회질서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만들어냈다. 즉 18세기 시민혁명 이후 형성된 1인 1표 선거와 다수결이라는 단순한 참정권에 기반한 기계적 민주주의를 넘어, 권력과 부가 집중된 이해집단 외에도 다양한 소그룹 이해집단이 주요 정책과 제도 설계의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참여’와 ‘소통’이라는 사회질서에 대한 요구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여러 방면에서 표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일각에서 실제로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사회질서 변화에 대한 요구가 힘을 얻는 이유는 기술진보와 세계화의 빠른 진행으로 인한 경제구조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위에 언급한 밀레니엄 시대의 기술진보는 노동과 물적 및 인적자본 외에 데이터 자체가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는 생산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여기서 정보와 데이터의 핵심 원천은 결국 사람이다. 즉 사람이 소유한 부존자원이나 자본보다는 사람 자체가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소비자, 노동자, 투자자로서 개별 시민에게 ‘잠재적 시장 권력’을 부여한다. 또한 시장 참여자 간 적극적인 연대의 확장과 국내·외 시장 간 연결의 확장은 기업과 국가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자사와 자국의 경계를 넘어선 사회적 가치 창출 이슈와 기후변화 및 국제안보 문제와 같은 글로벌 공공재의 최적화 이슈 등을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사회·경제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18세기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의 시대정신 전환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정신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직은 이러한 시대정신이 사회질서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 서광은 이미 비추고 있고 그 전환의 조류는 곧 쓰나미가 되어 사회를 덮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서 언급한 기업에 관한 협소한 관점 형성에 기인한 사회경제적 불합리들을 보다 분명하게 가시화하며 사회변동의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 회사인 블랙락의 투자 기준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MSCI 지표를 반영하는 금융시장의 변화, 단기적으로 큰 비용이 드는 내부탄소제 자체 시행을 통해 Carbon-negative를 목표로 지속가능성장을 추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방침 전환, 수익창출이 아닌 환경보호 자체를 회사의 목적으로 하는 파타고니아의 미션 선언 등은 이러한 모멘텀에 대한 기업 대응의 대표적 사례다. 더는 기업이 주어진 생산함수를 바탕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생산함수와 경영전략 선택 자체를 사회경제적 수요에 맞추며 상생을 추구하는 ‘사회경제적 연결 주체’로 진화해야 생존하는 시대정신을 직면하고 있고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열풍 역시 이러한 시대정신의 전환에 대한 기업의 대응으로 볼 수 있으나 아직은 그 실체적 내용이 부진한 캠페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깊은 인식과 방향성 없이 다른 해외 선도기업과 투자회사의 경영방침 전환 혹은 시장수요 구조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선도기업의 경영전략 전환은 단순히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자사 상품의 시장수요를 유지해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관점 이상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는 기업을 통해 상품이 아닌 사람을 연결하고자 하는 인식이 그 근저에 있는 것이다. 이는 본고의 서두에 언급했던 시장과 분업을 통해 국부를 증진시키는 사회경제질서는 공감의 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비전 그리고 시장과는 구분되는 자원배분 기제로서의 기업의 본질을 해석하는 관점과 닿아있다. 시장은 가격을 통해 상품을 사람에 연결하는 자원배분 기제이며, 이는 사회적 분업이 전제될 때에만 가능하고, 사회적 분업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은 사람 간의 ‘공감(Mutual Sympathy)’이다. 또한 기업은 시장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분업 공간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을 때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부합한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고 이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소통과 연결을 촉발시켜 인류 역사는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에 이러한 기업의 사회소통 역할 패러다임에 맥이 닿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제안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활력 회복과 국가발전에 관한 아이디어를 전 국민에게 묻는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이 그것으로, 이는 민간 기업 주도로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회소통 이니셔티브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이 생각하는 발전 방향과 실행방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고 이 생각들이 기업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면, 이는 기업이 사회적 소통을 통해 사회경제적 연결 주체의 역할을 하는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구조 연결의 중심관점이 상품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사회질서 개편에 기여하는 모멘텀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많은 개별 기업이 경영전략과 조직문화가 사람의 행복과 사람 간 연결에 초점을 맞추는 실질적 변화를 이루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변모하여 한국경제가 지속가능발전의 역사를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