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의 4.3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들의 염원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모토로 하여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 그리고 ‘든든한 나라’로 성장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인사와 부동산 문제 등에서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성과를 통해 대한민국이 그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호의 연속기획 ‘문재인 정부, 세계가 주목하는 지표’라는 글에서 볼 수 있듯 문재인 정부 시기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의 성적표를 받았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방역 시스템, 친환경 이동수단의 대대적인 보급,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혁신 산업에 대한 대대적 지원 등을 통해 수소차 보급 세계 1위, 전기차 수출 세계 4위, 세계 14번째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등의 업적을 거두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성취를 통해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았고, 거시 경제 안정성 세계 1위, 일본이나 중국보다 높은 국가신용 등급 AA,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 1위(60여 개국 중), 2019년 기업환경 평가 5위(190개국 중), 유니콘 기업 순위 5위 등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 속에서도 사회발전지수가 5단계 상승하여 17위에 올랐고, 전자정부 발전지수는 2위(193개국 중), 세계언론자유지수와 공공청렴지수에서 아시아 1위에 올랐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정함 속에서도 시민사회의 협조로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공정의 가치를 세우기 위한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봉쇄와 사회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억압적인 사회질서가 강화되었는데, 대한민국은 투명한 방역작업을 통해 민주주의적 질서를 지키면서 방역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온,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한 국가라 할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된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은 국가의 질서를 정상화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국가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 국가를 분단과 전쟁의 위기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정당하게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간 계속되어온 친일 논란을 불식하고, 이를 통해 나라와 사회를 위해 일하신 분들이 응분의 평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칭찬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협조와 쓴소리가 없었다면 이러한 성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5년의 과정에서 이룩한 성과도 그 자체로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진행형이며, 마침표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만큼 이루어놓은 성과가 모래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과가 어디에 이르렀고, 그 위에서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컨대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 노래는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문화인들의 노력에 의해 달성되었지만,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치는 영원할 수는 없다. 3.1운동 선언문이나 김구의 담화에서 바랐던 문화강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지만, 그 기틀을 다지기 위한 또 다른 노력들이 필요하다.
한창 남북한 정부의 정통성 논쟁이 있을 때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정통성은 시작할 때부터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나라를 만들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성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현재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도 있다. 끊임없이 뛰어온 시민들에게 조금의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대한민국이 쌓아온 위상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 2022년 시작되는 새로운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로부터 계승해야 할 부분과 새로운 비전하에서 진화와 수정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촛불시민의 힘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든든한 정부’와 ‘시민과 함께’는 대한민국의 트레이드 마크로서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호의 정책특집에는 2021년 국가비전회의의 기조강연과 발표의 내용을 담았다. 일상회복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가치를 답고 있는 최재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의 기조강연과 함께 정의로운 세계와 공정의 미래, 안전한 세계와 책임의 미래, 그리고 조화로운 세계와 협력의 미래 등 3개 세션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였다.
열정인터뷰에서는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장을 만났다. 누리호가 완전히 성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과 함께 앞으로 진행될 미래를 짚어봤다. 국정과제 광장에서는 현재 정책기획위원회의 각 분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래 주요 과제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였다. 여기에서는 앞으로 진행되어야만 하는 사회 각 분야의 핵심 이슈들이 다루어졌다.
쟁점토론은 최근 논란이 되었던 ‘플랫폼 기업 규제’를 논의했다. 거대 플랫폼이 현재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조명해 보고자 했다. 한국 경제성장의 초기 과정에서 재벌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있듯이 거대 플랫폼의 형성이 가져올 미래의 효과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정책칼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 바로잡기,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메타버스에 대해서 다루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이자 앞으로 계속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라 할 수 있다. 현장과 시선에서 다룬 반도체 문제 역시 한국의 대표 브랜드이면서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의 내용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 독자분들의 생산적인 논평을 기대해 본다.
2021년 12월
박 태 균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