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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특집
- 2021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

1세션 : 정의로운 세계와 공정의 미래

3. 공부방 계급론 - 2020년대 청년은
어떻게 사는가
천관율 (alookso 에디터)
천관율
청년의 계급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필자는 청년 문제에 대한 조사를 하기에 앞서 청년 계급을 측정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보통 가구소득으로 분류하는데, 특히 20대 청년의 경우에는 응답을 신뢰하기 어렵다. 보통 이들은 본인 부모님의 수입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현재 자신의 주관적 상황에 대해 응답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할 수 없으며 궁여지책이다.
한국에서 사회학 연구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학력이다. 사실 학력은 명확하게 계층에 따라 나뉜다. 그렇기 때문에 학력을 대리지표로 대졸이냐, 고졸이냐 이런 차원이 아니라 소위 말해 서울의 좋은 대학이냐 아니면 지방 사립대냐 이런 부분까지 나눠보면 꽤 정확하게 계층을 잡을 수 있으나 이는 기자인 본인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는 지표다. 읽는 이들은 “학력은 그냥 개인이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거다”, “이게 무슨 계층이냐” 라고 반문하고 동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미국에서 쓰는 15세 시절 소득 자산은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필자가 조사한 내용은 이런 것이다. “너 10대 시절에 공부방 있었니?”, “너 10대 시절에 학원가고 싶으면 부모님이 보내주셨니?” 등 이런 공부환경에 관련된 질문 6개를 던졌다. 이렇게 하면 그 누구도 10대 때 내가 공부방이 있었는지를 자기 노력의 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면서 또 숙명론적이지도 않다. 결정적으로 이 응답자가 잘 아는 정보만 물어보게 된다.
<표 1> 공부방 계급 측정 6문항
문항 그렇지 않다(%)
1. 나는 생계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33%
2. 우리 집에는 내가 공부하는 방이 따로 있었다. 34%
3. 나는 필요한 경우 독서실이나 학원을 다닐 수 있었다. 25%
4. 나는 정기적으로 부모님한테서 용돈을 받았다. 34%
5. 부모님은 나의 대학 진학을 원하셨다. 13%
6. 부모님은 나의 학업을 지원해주셨다. 15%
<그림 1> 공부방 계급론: 청소년기 공부환경에 대한 의견, 응답비율
공부방 계급론: 청소년기 공부환경에 대한 의견, 응답비율
이 6개 응답을 기준으로 청년들이 상중하 그룹으로 쪼개진다. 그래서 계층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 계층 정보를 가지고 질문을 해보니 공부방 계급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러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었다.
<그림 2> 공부방 계급, 이렇게 작동한다
- 대물림
공부방 계급, 이렇게 작동한다 - 대물림
<그림 2>를 보면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공부방 상층, 중층, 하층으로 분류된다. 푸른색 바는 아버지 학력이 대졸 이상이라고 보고한 비율이다. 상층이 60%, 하층이 26%이다. 그리고 회색바는 아버지 학력이 중졸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상층은 2%, 하층은 21%였다. 이 표를 보면 계급이 대물림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 공부방 계급, 이렇게 작동
- 학력재생산(남학생 진학결과)
공부방 계급, 이렇게 작동 - 학력재생산(남학생 진학결과)
<그림 4> 공부방 계급, 이렇게 작동
- 학력재생산(여학생 진학결과)
공부방 계급, 이렇게 작동 - 학력재생산(여학생 진학결과)
이는 자기 학력에 직접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림 3>은 남학생의 진학 결과에 대한 표이다. 가장 오른쪽 파란색 바가 고졸이다. 공부방 상층은 13%가 고졸이며, 제일 오른쪽 회색바가 소위 인서울이나 해외 대학 진학으로 27%의 비율이다. 하층을 보면 고졸과 인서울 비율이 극적으로 뒤집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4> 여학생의 진학결과를 보면, 대동소이하지만 하층의 고졸 비율이 더 높아진다.
공부방 계급,
이렇게 작동한다
- 커리어
일하는 사람,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내 직업의 경력이 쌓이면 소득이 오르는지, 소득이 그대로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소위 노동시장에서 괜찮은 일자리는 커리어를 따라 소득이 오르지만 불안정 노동시장에서는 10년 일해도 소득이 오르지 않는다.
<그림 5> 경력과 소득의 관계
- 현재와 미래
경력과 소득의 관계 - 현재와 미래
이 질문에 대해 내 직업은 경력이 쌓여도 소득이 그대로다. 불안정 노동시장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하층은 65%, 상층은 25%였다. 미래 전망도 공부방 하층은 희망적이지 않다. ‘내 소득은 미래에도 커리어와 상관없이 그대로 일 거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하층은 54%, 상층은 15%이다.
<그림 6> 부모님 노후,
부모님도 대책이 없다.
부모님 노후, 부모님도 대책이 없다.
부모님 스스로 노후대책이 있으신가요? 하고 물어보면 상층은 없다는 응답이 19%, 하층은 64%였다. 부모님도 대책이 없는 것이다. 계층이 대물림된 현상이다. “나는 부모님 노후 부양능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상층 청년도 자신 없다고 말한다(43% 응답). 그러나 하층 청년들은 66%가 대책이 없다는 것으로 응답했다. 하층 청년 세 명 중 두 명이 부모님도 본인도 부모님의 노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림 7> 계급이 다르면,
가족 관계조차 다르다.
계급이 다르면, 가족 관계조차 다르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데이터가 <그림 7>이다. 보통 한국에서 사회여론조사를 하는 분들은 ‘한국은 가족주의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굉장히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신뢰도도 높고 일관 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계층을 쪼개면 그것도 갈라진다. 부모님이 내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질문에 상층 청년들은 94%, 하층 청년은 4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부모님에 대한 호감도 역시 상층 청년은 82%, 하층은 40%가 호감이라고 응답했으며, 가족이 위안이 된다는 질문에 상층은 91%, 하층은 43%이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거의 의심하지 않았던 단란한 가족상 역시 계층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림 8> 청년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내 미래는
청년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내 미래는
청년을 취약계층으로 봐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지난 20년간 논쟁이 있었다. 20세기에는 청년이 집이나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회가 있어서 청년을 취약계층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와 지금 청년들의 상황은 같으나 청년에게 미래 기회가 무한하다는 말을 우리가 할 수 있는지에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 사회가 청년을 취약계층으로 보는 관점을 만들어 청년정책을 만들고 청년 비서관을 고용하게 되었다. <그림 8>은 이러한 상황을 보여준다. 내 미래가 내 노력에 따라서 바뀐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결과가 상층은 61%, 하층은 37%였다. 내 미래가 기대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상층은 73%, 하층은 42%였다.
<그림 9> 계층이 다르면 삶 자체가
다르다 - ‘삶의 만족도’ 계층 격차
계층이 다르면 삶 자체가 다르다 - ‘삶의 만족도’ 계층 격차
계층이 다르면 삶 자체가 갈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1834(18세~34세) 청년 상층과 하층에게 10점을 척도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하층 청년들이 가장 많이 준 점수는 5점이다. 그래도 비교적 괜찮다는 것이다. 상층이 가장 많이 준 점수는 7점이었다. 그래도 만족하는 쪽이다. 두 계층의 평균 만족도 점수 차이는 2.1점이다. 반면 고졸과 인서울의 점수 차이가 1.2점 차이가 나는데, 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계층적으로 동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고졸과 인서울을 비교했을 때보다 공부방 계급론의 상층과 하층의 격차가 더 큰 것을 말한다.
조사한 데이터 그대로를 본다면 아버지가 대졸이 아니면, 공부방 계급론 덫에 걸려 대학을 못 가거나 좋은 대학에 못 가게 된다. 그래서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일하며 미래에 희망을 걸지 못하게 된다. 또한 노후대책이 없는 부모를 봉양해야 하며, 결국 가족주의가 깨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기회빈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공부방 계급론으로
다시 본 ‘이대남 현상’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대남 현상’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 몇 가지 계층 구조를 통하여 살펴보려 한다.
<그림 10> 20대는 공정시대? 착시다
- 월급이 더 많은 게 공정하다(20대 남성)
20대는 공정시대? 착시다 - 월급이 더 많은 게 공정하다(20대 남성)
정규직은 시험에 합격했으니까 월급이 더 많은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설문에서 상층은 71%가 그렇다고 말하고 하층은 43%가 그렇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하층 청년들은 정규직에 진입할 가능성도 크지 않고 좋은 대학을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으니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이대남의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림 11> 청년은 경쟁을 신성시 하는가? 경쟁에 대한 태도, 청년 vs 기성세대 비교
청년은 경쟁을 신성시 하는가? 경쟁에 대한 태도, 청년 vs 기성세대 비교
경쟁을 신성시한다는 말이 있는데, 과연 청년들이 경쟁을 신성하게 생각할까. 그런데 이는 기성시대의 이야기다. <그림 11> ‘경쟁이 한국사회를 좋아지게’, ‘경쟁을 즐긴다’의 문항에는 기성세대가 더 높은 비율을 보였고,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보이는 ‘경쟁에 패할까 불안’, ‘경쟁승리에 부모 지원 필수’에는 청년들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공부방 계급론의
두 가지 장점
공부방 계급론은 소득, 자산, 문화를 모두 포괄하는 종합지표이며 응답자 자신의 경험을 직접 물어보기 때문에 측정오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청년문제를 이야기할 때, 특히 ‘이대남 현상’을 표현을 쓸 때 ‘어떤 청년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미 고졸 청년 비율이 30%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청년 80%가 대학을 가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소위 말하는 지잡대를 졸업한 청년들의 노동시장에서의 상황은 고졸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10년 동안 자타의로 몇 번 이직했는지, 사회관계를 누구와 맺는지, 정치적 의식은 어디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부족하다. 청년문제를 이야기할 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