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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인터뷰
대한민국
우주시대의 개막
항공·우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허진아
(충북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분권발전분과 위원)
정미래
사진박형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지난 10월 21일, 온 국민의 관심과 염원이 그곳에 모였다. 바로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서였다. 누리호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로 우리나라의 우주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비록 3단 엔진이 빨리 정지하여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실패하였지만, 첫 국내 발사체로 90% 이상의 성공을 이루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의 성과가 더욱 기대되는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의 미래와 누리호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상률
아쉬웠던 마지막 단계에서의 실패
그러나 나중이 더욱 기대되는
누리호

허진아

지난 10월 21일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첫 발사되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발사 후 누리호는 가장 어려운 과정인 발사와 1, 2단 로켓 분리에 성공하였지만 3단 엔진이 46초 빨리 정지하며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최종 목표에는 실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었는데, 그때 심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독자적 발사체의 발사 성공만으로도 90% 이상의 성공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는데, 내부에서 누리호 1차 발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되고 있습니까?

이상률

누리호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입니다. 설계, 제작, 시험 과정에서 숱한 기술적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들과 산업체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명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누리호 발사 당일 목표 고도에서 위성모사체를 안착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첫 발사를 통해서 엔진 점화, 클러스터링 동작, 단 분리, 페어링 분리 등 모든 비행 과정을 검증하는 큰 성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발사를 통해 우리 연구원들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도 소득입니다. 다만 저희들은 이번 발사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하기에 앞서 누리호 3단 연소가 예상보다 빨리 종료된 근본 원인을 찾고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년 2차 발사 시에는 누리호의 완전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률, 허진아

허진아

이번 누리호의 궤도진입 실패 원인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3단 엔진이 조기에 연소 종료된 원인으로 꼽힐 수 있는 요소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까지는 분석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원인을 찾는 과정과 실패 원인이 금방 나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률

누리호의 3단의 경우 비행을 마치고 공해상에 낙하했기 때문에 직접 수거하여 원인을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누리호 비행 당시 수신된 상세 비행데이터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누리호 비정상 비행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발사 후인 11월 3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조사위는 추적소(나로우주센터, 제주, 팔라우)에서 계측한 2,600개 이상의 비행데이터를 정리하여 3단 엔진 조기 연소종료에 대한 기술적 논의와 여러 가능성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집된 데이터에 의존하여 문제를 일으킨 가설을 세우고 그 원인을 기술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불가피하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현재 도출된 가능성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최종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허진아

내년 5월에 추가 발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올해 안에 명확한 원인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1차 발사가 시험비행 차원이었다면, 2차부터는 성공 여부에 더 많은 부담이 생길 것 같은데요. 원장님께서는 내년 5월에 예정된 2차 발사의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이상률

비록 이번 1차 시험발사에서 위성모사체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3단의 조기 연소종료를 제외한 모든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이번 발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이에 대한 개선조치를 완벽하게 수행한다면 1차 발사보다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상률
우주 지각생이라는 평가 있지만
성장속도는 매우 빨라

허진아

2010년 3월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을 착수한 지 11년 7개월 만에 누리호를 개발했습니다. 주변국보다 우주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어 ‘우주 지각생’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 주변국에 비해 국내 우주개발의 출발이 늦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이상률

한국의 우주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30~40년 이상 늦은 1990년대 초반입니다. 우주개발은 그 특성상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의 개발기간, 큰 실패의 위험성을 안고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주변국들이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을 시작한 1960~70년대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매우 작았기 때문에 우주개발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1989년 기계연구소의 부설로 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되었고, 199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 계획인 ‘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이 최초로 수립되면서 우주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우주개발은 주변국에 비해 늦게 출발한 것이 사실이지만, 늦은 출발에도 빠른 성장을 해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위성개발 분야는 기술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으로 꼽히며 저궤도 고해상도 관측위성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내년 5월 누리호 발사에 완전히 성공할 경우 한국은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될 예정입니다.
이상률, 허진아

허진아

우주 발사체 기술의 경우 대표적인 안보기술이라 국가 간 기술이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늦게 시작한 만큼 개발 과정에 있어 순탄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발사체의 모든 구성품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부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률

우주발사체 개발은 설계, 제작, 시험 등 모든 면에서 최고 난이도 기술의 집약체이며 국가 간 기술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전히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 연구진은 우주발사체 개발의 전 과정을 국내기술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누리호 부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추진제 탱크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추진제 탱크는 180톤의 추진제 무게와 발사 시 발생하는 진동과 압력을 견뎌야 하지만 직경 3.5m 탱크의 최소 두께는 2~3mm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 국내 산업현장에서 쓰지 않았던 고난도의 정밀한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연구진들은 반복적인 계산과 수치 해석, 용접-불량-공정 개선, 다시 용접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해 추진제 탱크 제작 원천기술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발사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엔진은 오랜 기간 엔진 개발 노하우와 전문 인력,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들조차 평균 9.17년이 걸릴 정도로 개발이 어렵습니다. 누리호에 탑재된 75톤급 액체엔진은 시험 설비조차 없었던 엔진 개발 불모지에서 약 10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그러나 75톤급 액체엔진 개발과정에서 연구원들은 ‘연소불안정’이라는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연소불안정은 막대한 양의 추진제가 급속도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연소 상태가 불안정해져 심할 경우 폭발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연구진은 10여 차례의 설계변경과 20여 차례의 시험을 통해 연소 불안정을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말씀드린 사례들 외에도 누리호 개발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극복하는 반복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오롯이 축적된 기술력으로 우리에게 남게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허진아

지난 2013년 나로호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요. 나로호는 러시아 기술 엔진을 사용한 발사체이고, 누리호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엔진을 사용한 발사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들었습니다. 나로호 발사의 성공이 누리호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당시 나로호 발사 성공이 의미하는 점과 누리호 개발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누리호

이상률

나로호는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로 1단은 러시아, 상단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되었습니다. 러시아와의 국제협력을 통해 우주발사체 개발 전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발사체 선진국의 운영체계 및 실질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로호 개발 전반에 걸쳐 150여 개 산업체가 참여하는 등 발사체 기술 분야에서 국내 산·학·연이 종합적으로 발전함으로써 발사체 독자개발을 위한 국내 자립 기반이 확보된 것도 큰 성과입니다. 나로호 착수 이후 국내 발사체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46%에서 83%로 향상되었으며 이는 누리호 개발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허진아

개발한 엔진 등 부품의 성능을 확인하고 신뢰성 확보를 위해 2027년까지 총 5번의 추가 발사가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누리호의 최종 임무는 무엇인가요? 향후 발사되는 달 착륙선이나 KPS에도 국내 발사체를 활용하는 건가요?

이상률

정부 계획 따르면 2027년까지 5번의 추가 발사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반복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발사 신뢰도를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5차례의 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발사체 기술을 보유하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누리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임무 활용이 가능한 후속 발사체 개발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달 착륙선 발사는 우리나라 발사체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KPS 위성의 경우 첫 번째 위성은 해외 발사체를 활용할 예정이지만, 후속 위성의 경우 우리 발사체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허진아

누리호 개발에는 약 2조 원가량의 예산과 300여 개의 민간기업이 참여한 만큼 2027년까지 예정된 누리호 발사가 최종적으로 성공하게 된다면 발생할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 같습니다. 누리호 개발 성공이 결과적으로 산업이나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상률

지금 단계에서 누리호 개발을 통한 경제적·산업적 영향을 단정적으로 말씀 드리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발사체 기술은 첨단기술과 전통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대형 융복합 기술이자 미래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입니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봤을 때 타 산업 분야로의 파급 효과도 매우 큽니다. 특히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리 산업체들이 확보한 고난도 기술들이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조선·자동차·IT 등 타 산업분야와 결합한다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욱이 예정되어 있는 누리호 발사가 종료되는 2027년에는 우주발사체 산업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이후 고체연료 기반의 발사체에 대한 제약이 없어졌으며 정부에서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변화, 정부의 육성 의지 등을 고려해봤을 때 더 많은 기업이 발사체 개발뿐만 아니라 우주 산업체 참여하면서 우리나라의 우주 산업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허진아

정부는 2030년까지 자체 발사체로 달에 착륙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착수되는 한국형 GPS인 KPS 개발에도 우주개발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는데요. 역대 최대 우주 R&D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의 우주과학 기술역량을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어느 수준까지 와있다고 보십니까?

이상률

우리나라의 우주 R&D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주 선진국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우주 예산은 미국과 38배, 중국과 10배, 일본 및 독일과 4배, 인도 및 러시아와 3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주요 우주 전문기관의 연구인력 또한 미국(NASA) 17,894명, 인도(ISRO) 17,099명, 유럽우주기구(ESA) 2,381명, 그리고 일본(JAXA) 1,558명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KARI)는 약 1,000명에 불과합니다. 우주개발을 시작한 시기 역시 선진국에 비할 바 없이 늦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주로 지구관측 위성 및 발사체 개발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 결과 인공위성은 세계 6~7위권의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고, 누리호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발사 능력을 갖추는 나라가 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주과학 및 탐사 분야의 연구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내년에 달 궤도선 발사와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등이 본격화되면 우주 탐사와 활용 분야의 기술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상률
핵심 소재나 부품 직접 생산 및
기초과학 분야의 역량 강화로 우주강국 이뤄낼 것

허진아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우주 강국에 비하면 국내 우주산업의 역량·예산·인력은 조족지혈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이 세계 항공우주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아직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여전히 먼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우주강국 진입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률

우선 항공우주 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나 부품 등을 필요한 경우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핵심 소재와 부품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는 방법으로는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원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핵심 소재와 부품은 전략물자로 구분되어 수출입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기초과학 분야의 투자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봅니다. 핵심 소재와 부품 등 생산 기술 역시 튼튼한 기초과학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인공위성, 우주발사체를 넘어 선진국이 활발하게 연구 중인 달, 화성 등의 우주탐사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또한 우리의 항공우주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분야의 성장이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 개발도상국이었던 시기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과 인력은 단기간에 경제성이 있는 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되었던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으므로 기초과학과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상률, 허진아

허진아

국내의 경우 우주개발 업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거대공공정책연구과 산하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누리호 발사 등으로 우주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우주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주개발 전담조직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실제로 우주강국인 G5국가와 중국, 러시아는 독립된 행정조직을 설립해서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 케냐, 짐바브웨 등의 국가도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분위기입니다. 우주개발 전담조직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상률

최근 우주청 신설 필요성이 언급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상 우주청은 국가마다 명칭, 기관의 법적 성격, 기능, 역할 등이 다양하며 동일하지 않습니다. 기관에 따라 연구개발만 수행하거나,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관리만을 담당하거나, 국제관계에서 국가 대표성의 일부를 부여받거나 하는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운영됩니다. 미국의 경우 NASA가 민간 목적의 우주개발을 총괄하지만 국제관계에서 우주 관련 사항은 국무부가 주체입니다. 그러므로 국가우주청의 문제는 특정 부처나 특정 기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관계 부처 및 관계 기관의 역할을 모색해야 합니다.

허진아

지난해 9월 미국에서는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가 인스퍼레이션4라는 우주관광 프로젝트를 통해 민간인 4명만 태운 우주관광 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본격적인 우주관광 시대의 개막을 알렸는데요. 국내에서는 민간 우주여행시대가 언제쯤 올까요?

이상률

사람이 탑승하는 발사체는 무인 발사체에 비해 훨씬 높은 등급의 신뢰성이 요구됩니다. 신뢰성 높은 발사체 개발을 위해서는 개발 과정에서의 안정성은 물론 개발 이후 여러 차례의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높여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의 경우에도 초기 모델 발사 후 유인 우주선을 탑재해 발사하기까지 1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가 누리호 개발에 성공하고 곧바로 유인 우주선을 탑재할 수 있는 발사체 개발에 나선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국내 발사장에서 발사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입지적 한계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우리나라 독자적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쉬운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상률

허진아

마지막으로, 최근 전 세계 우주산업이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우주개발의 주체가 정부였던 ‘올드스페이스 시대’와는 달리, ‘뉴스페이스 시대’는 민간이 주축이 되어 우주개발을 주도하게 되는데요.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과 항우연에서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상률

미국을 중심으로 자본력과 기술을 가진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발사체 등 일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정부 기관의 수준을 뛰어 넘는 새로운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주산업의 근간이 되는 우주 시장은 대부분 B2G(Business to Government) 시장입니다. 전 세계 우주 시장의 절반 정도가 미국 정부 고객이고, 자국 기업을 중시하는 우주산업의 특성상 전 세계 우주 시장은 미국의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항공우주 기술의 개발을 민간이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수익 창출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우주산업에서 민간의 역할은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그러나 우주 개발 분야에서는 시장성은 없으나 과학 및 우주탐사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인공위성, 발사체, 탐사선 등의 연구개발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 분야는 여전히 국가의 주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된 역할을 하는 우주산업의 내수시장 규모가 아직까지 다수의 민간기업이 성장할 만큼 충분한 규모는 아닙니다. 민간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술력도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많은 국내 산업체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의 개발에 참여하여 기술력을 쌓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정부와 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항우연은 앞으로 국가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민간에 적극 이전하면서 민간기업의 참여를 더욱 확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허진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번 누리호 발사가 우주 강국 도약의 초석이 된 것 같아 앞으로 항공우주산업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바쁘실 텐데 귀중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