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웹사이트는 제19대 대통령 임기 종료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이관받아 서비스하는 대통령기록물입니다. 자료의 열람만 가능하며 수정 · 추가 · 삭제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여 개인의 정보를 보호받기 원하시는 분은 관련 내용(요청자, 요청내용, 연락처, 글위치)을 대통령 웹기록물 담당자(044-211-2253)에게 요청해 주시면 신속히 검토하여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그만 보기]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 웹사이트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서비스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입니다.
This Website is the Presidential Records maintained and serviced by the Presidential Archives of Korea to ensure the people's right to know.

국정과제 광장Ⅱ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정책 방향*
전병유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위원
/ 한신대학교 교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의
해체와 복원
국민 경제의 안정적 지속가능성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기본조건으로 한다. 소비 없이는 생산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분배 없는 소비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역사적으로 보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수한 조건에서 가능했다. 한국에서도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짧게는 15년, 길게 잡아도 20년이라는 예외적인 시기의 특성이었다. 이 기간 중 공적 복지의 유의미한 확대 없이도 소득불평등은 감소하였다. 성장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가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했던 개발국가 복지체제가 실현된 기간이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 없이는 성취되기 어려운 과제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의 결과였다.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에 의한 성장이 국내의 산업연관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내수와 수출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국가형 성장분배선순환 구조는 이후 한국경제의 전개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로 계승·발전되지 못하였다. 결정적인 시기는 1990년대 초중반이라고 판단된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변화하는 노동체제의 지형 하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숙련 형성에 기초한 대내적 산업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을 포기하였다. 1990년대 초반 이래 한국경제의 전면적인 개방화와 중국의 세계 경제로의 편입 등을 배경으로 하여,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노동 숙련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탈동조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성장과 분배의 연계 고리의 해체와 불평등 심화를 야기하면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는 구조적 저성장과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전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과제는 한국 복지체제의 재구조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으로 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 산업 생태계와 숙련 형성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혁신적인 산업 전략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대응
문재인 정부는 성장과 분배 고리의 단절이라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정책부터 시작하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육성과 스마트공장 추진 등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였고,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였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공정경제 확립이라는 기치 하에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기준과 사회보장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정책을 추진하여 노동시장 내 격차를 크게 완화하였다. OECD 1-2위를 차지했던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크게 완화되었다. 다만 코로나19 등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내수 확대를 통한 대내적인 선순환 구조 구축으로까지는 가지 못했으며, 임금노동자 내 격차는 줄였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파트타임 등 사각지대의 노동과 비임금노동자들과의 격차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산업정책으로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정책과 한국판 뉴딜을 들 수 있다. 변화된 산업과 국제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 두 정책의 방향 설정은 적절했다. 다만 정책 집행이 여전히 단기적인 예산 투입 방식에 의존함으로써, 산학연계 등 지역생태계 구축과 숙련에 기반한 중소-중견기업 역량 강화라는 장기적인 과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한국판 뉴딜에서도 휴먼 뉴딜과 지역 뉴딜은 약하게 그리고 뒤늦게 반영되었고, 여전히 대기업 주도성이 강하다.
복지정책에서는 만 7세 미만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의 인상, 기초수급 부양의무제 폐지, 온종일돌봄체계 도입과 치매국가책임제 실시, 전국민고용보험제도 추진 등 복지 관련 예산과 정책을 꾸준히 확대하였다. 전체 공적 이전지출에서 최하위 20% 소득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0%대 초반에서 2020년 30% 후반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공적 복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는 정규직 노동자에 집중되는 역진적 선별성의 문제는 크게 완화되지 못하였다. 노동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가 감소하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 고용에 기초한 사회보험 중심의 공적 복지 확대는 성장-분배 고리 단절(노동시장 이중구조)이 초래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축을 위해서는 산업정책과 노동정책, 복지정책들 사이의 상호 보완성과 연계성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이를 큰 틀에서 통합조정하는 전략적 고려도 충분하지 않았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의 강화, 미·중간 갈등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등 글로벌한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가 새로운 형태의 성장분배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토대로 하는 혁신산업정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전략 그리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일자리 불평등에 대응하여 숙련 체제와 직무형 노동시장 체제를 만들어냄으로써 격차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축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기회 창출과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는 직무 중심의 숙련형성 체제에 기초한 제조업 전략과 보편적 복지를 기반을 토대로 하는 사회연대적 혁신산업정책이 요구된다. 이는 한국이 가지는 제조업에서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디지털 전환과 그린 뉴딜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지역의 주력(성장)산업과 일자리가 내생적으로 연계되는 지역주도의 고용창출형 산업전략이기도 하다. 이는 한편으로는 기존의 제조업-수출 주도 산업구조가 가지는 이중화된 노동시장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의 노동시장을 숙련형성체제와 직무형 노동시장을 구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을 구축하여 혁신산업들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복선형 정책이기도 하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복지정책에서의 전략적 방향은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성장체제를 그대로 두고 이것이 양산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복지를 강화하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복지를 보편적 복지체제로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하여 성장 체제 자체가 고도화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연대형 산업고도화 전략이다.
첫 번째 선택지인 기존 생산 체제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복지전략하에서 최선의 대응방향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부조를 강화해 사회보험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물론 전국민고용보험과 같은 소득기반 사회보험의 제도화는 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첫 번째 전략은 역진적 선별성이 지속되는 체제로, 최소보장 중심의 선별적 복지체제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취약계층의 생존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성장방식을 전환시키지 못함으로써 심화되는 불평등,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 선택지는 복지를 통한 생산의 전환 전략이다. 이는 복지확대(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높여, 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동기를 제도화하고, 정부의 산업정책은 이러한 혁신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산업구조 전체를 고도화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쁜 일자리를 퇴출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면서, 사회보장제도의 보편성과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다. 공공부조는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최소소득보장제도로 확대하고, 사회보험은 중산층이 사적 자산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양질의 보편적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고용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포함하는 전략이다. 관대한 공공부조, 소득에 기반을 둔 보편적 사회보험, 양질의 공적 사회서비스의 제공으로 구성된 보편적 복지체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 복지체제는 인적자본과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인센티브로 작동하게 한다. 여기에는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이 결합되면서 복지확대가 성장방식을 바꾸는 전략이다.
한편 성장과 분배의 연결고리는 일자리이다. 성장분배 선순환 단절의 결과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특징으로 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이며, 이러한 노동시장 내 격차는 새로운 일자리 기회의 창출과 성장 동력 확보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노동정책은 한국의 생산체제의 두 축인 제조업과 신산업이 초래는 불평등 유발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노동개혁은 이념적으로 접근해왔다. 보수정부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진하였다면, 진보정부에서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 정규직 노동시장)의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더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장담할 수 없으며 정치사회적 비용을 크게 유발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진다.
향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무와 숙련 중심의 기업 횡단적인 노동시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다. 업종 단체와 노동 단체가 노동시장 개혁을 함께 추진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업종 단체가 형성되지 못한 영역에서는 정부가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간접고용이 밀집한 업종을 선별하여 교육훈련 사업을 업종단체 또는 노동단체에 맡기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연간 2조 원에 가까운 직업능력개발사업의 거버넌스를 지역 업종 단위로 분권화하여 업종별 노동시장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불안정 저임 비공식 노동을 직무형 노동시장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있다.
이러한 숙련 형성에 기초한 직무형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고용형태 및 기업규모 사이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의 질과 생산성을 높여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정책기획위원회의 ‘공정과 평등 TF’의 내부 논의를 중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