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공보건 의료정책의
차별점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공공보건의료정책은 기존 공공보건의료정책들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차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첫 번째, 새로운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공공보건의료는 시장실패로 인하여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이 취약한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잔여적이고 보완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안전 및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으로 하는 필수의료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제적이고 기본적인 것이라는 적극적 개념으로 전환하였다. 동시에 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을 중심으로 하는 필수중증의료, 산모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 장애인 대상 건강보건서비스 및 재활, 지역사회 건강관리, 감염 및 환자안전을 필수의료의 중요한 분야로 규정하였다.
두 번째, 책임의료기관이라는 새로운 정책수단을 제시하였다. 전국을 17개 권역과 70개 중진료권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과 중진료권에는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의 총괄·조정, 필수의료서비스의 제공·연계를 통하여 지역 내에서 자체완결적으로 필수의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책임의료기관을 지정·육성하기로 하였다. 또한 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공공의료본부라는 새로운 조직을 설치·운영하기로 하였고 현재 이를 추진 중에 있다.
세 번째, 공공병원의 양적 확충을 시도하였다. 중앙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표 아래 공공병원 확충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획기적인 것으로서 민간의료가 주도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전략을 기획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네 번째,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하였다. 시·도 차원의 중요한 공공보건의료 의사결정을 위한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설치·운영, 시·도 공공보건의료정책 지원을 위한 시·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설치·운영 지원 등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이를 통하여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 및 시·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중심으로 하는 의사결정체계와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실행체계가 권역 및 중진료권 내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공공보건의료
강화정책의
비판적 평가와 문제점
그러나 이상과 같은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강화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주요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체계적인 예산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에서 지방의료원 기능보강 예산 1,026억 원 확보 계획이 들어 있었던 것 외에는 체계적인 예산 계획이 빠져 있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하여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상황에서도 공공병원의 양적 확충 예산은 2021년도에도 전무하였다.
두 번째, 의사 인력 등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추진이 없었다.
당초 정부는 지역 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계획하였었다. 시·도별로 학생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고 적절한 역량을 갖춘 학생을 별도의 평가체계로 선발한 후 국립중앙의료원을 교육병원으로 구축하고 국립병원과 지방의료원 등을 활용하여 공공의료에 특화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동시에 2019년부터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실시하여 장학금을 지급받은 기간과 동일하게 공공보건의료분야에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자 하였다. 이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지역의사제 실시 계획도 발표함으로써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하여 의사인력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 분야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 대해서 전공의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계의 파업과 의과대학 학생들의 동맹 휴업이 발생하였고 2020년 9월 4일 보건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와 각각 합의문과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를 공유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이와 함께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등 공공보건의료분야 의사인력 확충 등과 관련된 정책 추진은 중단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의료의 취약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사회 당사자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의정합의를 통해서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정책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공중보건장학의 시범사업 역시 모집 정원을 지속적으로 채우지 못하고 있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세 번째, 중앙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계획과 실행에 문제가 많았다.
정부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하여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예정으로 있으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분야별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또한 국무조정실 산하 범부처 공공병원 협의체를 구성하였으나 실질적으로 가동시키지 못하였고 보건복지부 내 분산된 공공보건의료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연계·통합하고 공중보건과 공공의료간 협력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질적인 개편은 없었다.
네 번째, 시·도의 책임 및 권한 강화와 관련하여 시·도의 공공보건의료 의사결정 및 실행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현 정부에서는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시·도의 책임 및 권한 강화를 강조하였고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하여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설치 및 운영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였다.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는 시 ·도 차원의 공공보건의료 의사결정기구로서 여러 가지 역할을 부여 받았으나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이전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광역지방정부는 책임과 역할은 부여 받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권한과 자원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한계는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유명무실한 또 하나의 위원회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중장기 계획인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노동단체들은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사회적 비판과 우려를 반영한 보다 혁신적이고 과감한 공공보건의료 강화정책의 청사진이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예산 계획이 수립되는 등 일부 개선된 사항도 있으나 공공병원 양적 확충과 관련된 소극적 의지, 불분명한 공공보건의료 인력확충 계획, 중앙 및 지방 차원의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상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 미흡 등 기존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내용과 추진과정 상의 한계와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급기야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공공의료 확충, 공공병원 시설 및 인력 확충 등을 내세우며 파업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2021년 9월 2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 간 노정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현재 합의 사항을 추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