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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광장Ⅵ
한국외교의 나아갈 방향
황재호
(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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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미·중 경쟁시대의 한국외교는 다양한 전통, 비전통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외교적 일부 난맥상은 현 외교의 성과를 부정하거나 비판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특히 미·중 경쟁의 심화로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한국외교의 활동 영역을 축소하였다. 북한 핵문제는 한국외교의 A to Z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외교정책과 대북정책 사이의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올해 5월 이후 차기 정부의 녹록지 않은 외교환경을 고려할 때, 국익 중심의 전략적 시야와 함께 섬세한 정책준비가 시기적으로 정말 중요하다. 한국은 전략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중장기적 전략부분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정권의 부침과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극복해야 한다. 지도자, 정부 및 부처들의 외교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국익을 지키는 외교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는 지난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8명의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해 주변국의 외교정책, 한국의 공공외교, 한국의 외교정책, 한국의 대북정책을 각각 틀, 방향,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4차례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본문에서는 4차례 간담회의 발제와 토의 내용을 요약·종합하였다. 그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 번영 확보 및 한국외교의 국격, 국익, 국위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정책기조 수립과 기존 한국외교 담론에 일고를 보태는 데 있다.
주변국의 외교정책
21세기 일본 외교정책 결정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1980년대 시작된 정치개혁의 산물인 아베 신조 시기 총리 1강의 관저 지배체제이다. 선거 승리를 지속할 수 있는 지지율 유지와 자민당을 장악할 수 있는 보수적 대표성을 확보하였을 때 관저 지배체제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관저 지배체제는 소수 밀실결탁, 국민과의 소통 부재, 지도자의 과잉 개입 등 폐해를 유발했으며, 현 기시다 정권은 개선책으로 관저 주도의 정책결정과정을 유지하면서도 당의 역할을 늘리고자 했다. 이전 일본의 관저지배 정책결정 과정에서 관저, 외무성, 자민당 체제가 수직적 구성에서 향후 3자간 병렬적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외무성의 영향력이 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특정 인물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시점 또는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 슬로건을 내건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중국 기술, 반도체 정책과 2022년 중간 선거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중산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어 대중국 정책 역시 경제안보 산업정책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단, 중산층 외교정책은 동력을 잃고 있으며 민족주의적 강경 목소리로 이념적 대립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명하달식 권위주의 특성을 보여온 중국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은 시진핑 체제가 등장한 이후에는 관료 중심 합의에 역점을 두는 듯하다. 중국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정부, 당, 군 3자의 이해관계가 모두 커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당과 군의 입장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추가할 만한 몇 가지 특징은 최고위 지도자들과 외부전문가들 간 소통, 초부처 간 전문가 회의를 통한 내부 효율성과 전문성 심화, 은퇴 후에도 관료와 전문가들이 싱크탱크나 또 다른 채널을 통해 정책제언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공공외교
한국의 공공외교는 크게 3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공공외교는 외교 분야에서 새롭게 개척되어온 영역으로 한국에서는 한류를 바탕으로 문화외교가 중심이었다. 문화외교는 공공외교의 한 부분에 불과하나 한국에서는 문화외교가 공공외교 전체를 이끌어왔다. 둘째, 한국은 국민들을 공공외교의 주체로서 참여하도록 하는 참여형 모델과 외국의 정부기관, 외국인들과 프로그램을 공동 관리하는 협력형 모델을 병용 중이다. 셋째, 한국 공공외교의 지식외교 측면으로는 정책 공공외교, 과학기술 공공외교 등이 있으며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개발경험 공유사업(DEEP)들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한편, 한국의 공공외교가 당면한 과제로는 첫째, 자국중심(state-centered)을 들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량이 상당히 발전했음을 고려할 때 향후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상호 인식 공유와 이해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발전, 인간안보 등을 중심으로 규범에 근거한 공공외교를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디지털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므로 사이버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실시간 소통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한국의 공공외교가 최근까지도 자신을 알리는 투사형이었다면, 이제 국제사회가 한국에게 이를 넘어선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지닌 중도적 원칙, 가치, 규범 메시지를 발산하는 것이 유의미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단기간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로서, 한국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을 둔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는 선순환구조가 한국 공공외교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공공외교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이미지 제고를 통한 국익 실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규범과 가치의 창출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게 되면 국가이미지 상승 및 국익 실현이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한국의 외교정책
한국은 중견국의 위상을 넘어 선도국가 또는 신흥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외교는 보다 능동적인 외교전략 구상과 구성을 통해 세계무대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의 방향과 목표 설정을 위해 외교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외교 유연성에는 창의적 능동성, 환경 적응성, 가변성과 기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4가지 세부전략을 세워야 한다.
첫째, 한국외교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기존 외교정책은 유지하되 다양한 협력과 네트워킹을 강화한다는 피보팅(Pivoting)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특정 이슈 중심의 소다자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이원화된 우적(友敵) 구분을 완화해 진영 간 적대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한국외교는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이니셔티브를 넘어선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주체가 되도록 한국의 외교전략에 공동체주의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국의 양자 외교관계에 있어 주요 문제는 현안을 해결하지 못할 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면이 있다. 따라서 한국외교의 역량 강화를 통해 둘 혹은 그 이상의 멀티태스킹 대응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한국외교는 외교와 안보, 동맹과 자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며 동북아 안보 메커니즘 구상이 필요하다. 현재 동북아 차원에서 지역안보 메커니즘 구상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며 양자동맹 중심의 체제에서 새로운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체를 형성하고 이를 어떻게 동맹과 결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과학기술은 공공재, 생태계, 통상문제, 감염병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외교전략의 핵심으로 과학기술과 국제정치를 연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의 대북정책
그간 한국의 통일·대북정책은 노태우 정부 당시의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에 갇혀 화해 및 협력단계에서 진전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앞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한반도 평화-비핵 병행추진의 모색이다. 향후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 프로세스 이행 로드맵을 만들고 북한이 이탈하지 않도록 한국은 북미 관계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미가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필요한 부분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권과 지도자의 차이에 따라 입장이 상이할 수 있으나 한국이 목표하는 바를 미국에게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소위 밀키트(Meal Kit)로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미 국익에 부합하는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현재 주요 관심 현안인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추진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북한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이 북한문제를 밀키트 수준으로 방안을 제시해야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문제에 임할 것이다.
동북아 및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 확보의 여부도 또 다른 도전이다. 한국외교에서 평화공존의 제도화는 핵심 외교과제이며 현 한반도에 수립된 남북한 체제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양측이 어떻게 외교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남북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적 영역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한다면 보다 심화된 교류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맺는말
한국외교는 정부의 임기 5년마다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고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응력과 국제사회에서 외교지평을 넓히는 집행력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러나 정책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고, 정책의 단절로 국제사회의 한국외교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게 야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외교가 중시해야 할 부분은 외교정책의 오차범위를 줄이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외교적 실수 및 실책이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한국의 경우 작은 실수 하나가 국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과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현 시점에서 한국외교의 방향성과 대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구된다. 한국외교의 경쟁력 강화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외교의 틀과 방향, 다른 하나는 조직과 인적 쇄신이다. 향후 한국외교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체 틀의 조직·재조직의 문제와 함께 갈수록 심화되는 미·중경쟁 속 한국외교의 비전과 품격, 방향성과 포지셔닝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이의 성공적 운용과 대응이 가능하다면 한국외교는 그간의 지리적·심리적 제약을 넘어 역동적인 세계외교, 선도외교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