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5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전반부는 주로 남북관계와 한일관계가 주요한 이슈였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고,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했다. 또한 일본과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응하여 소부장산업의 진흥을 통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명률이 높았던 시기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총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 속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 구상했던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되기는 어려웠다.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더 많은 일자리는 만들어야 했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를 정착시키면서 혁신산업 진흥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어야 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였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었다. 열린정책은 지난 5년 간 이슈가 되었던 내용들을 담아 왔다. 특히 정책특집은 지난 5년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정책 담론의 중심이었던 ‘혁신적 포용국가’, 공정의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독립운동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사업’, 시장을 바로세우기 위한 ‘공정경제’, 경제적 영역을 공간과 분야에서 넓히기 위한 ‘신남방정책’과 ‘AI’ 등이 팬데믹 이전 제기된 주요한 이슈들이었다.
팬데믹 이후에는 코로나 이후의 전개될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와 ‘미래 교육’, 팬데믹으로 흔들리는 한국 경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건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과 ‘탄소중립’, 그리고 팬데믹의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었던 ‘청년 세대’의 문제가 정책특집의 주제가 되었다. ‘지방 자치 30주년’과 ‘국가비전회의’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팬데믹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2022년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지난 5년 간 문재인 정부의 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점을 인정하지만, 다양한 위기의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를 비롯하여 성공적이지 못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선거 과정과 선거 결과에서 잘 드러났다. 다양한 요인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지만, 199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 후보가 부시 대통령에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단기적인 평가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드러났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현대사 전체 속에서 볼 때 과연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거대한 위기를 잘 극복한 정부인가? 아니면 위기 극복 과정으로 인해 자신들의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정부인가? 역사학자로서 몇 십년 후에 있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자못 궁금하다.
이번 열린정책의 정책특집은 ‘차기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결실을 이루지 못했던 정책들과 함께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이슈들이 중심이 되었다. 언론 개혁과 균형발전, 저출생 문제가 전자의 이슈라면 한국판 뉴딜과 세대 젠더 갈등, 그리고 군 개혁이 후자의 이슈라 할 수 있다.
열정 인터뷰는 정책기획위원회의 청년 위원이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나눈 내용을 담았다. 인터뷰를 통해 지난 5년 간 문재인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서 정책기획위원회의 활동을 되돌아 보았다. 6개 분과위원장, 그리고 미래정책연구단장과 국정과제지원단장이 함께 참여한 좌담회에서는 지난 5년 간 정책기획위원회의 활동을 총괄하면서 그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 발전되어야 할 방향을 점검하였다. 아울러 국정과제 광장에서는 2019년 말에 시작된 제2기 정책기획위원회의 분과활동을 총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정책칼럼은 대통령 선거와 언론, 행정기구 개혁을 위한 제언, 그리고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내용의 글이 투고되었다. 또한 현장과 시선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를 다루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를 현장의 시선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연속기획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중심으로 세계 상황의 변화에 대해 분석하였다.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 한국으로부터 떨여져 있지만, 세계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가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의 향후 전망을 심도깊게 살펴보았다.
새 정부에서 열린정책뿐만 아니라 정책기획위원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발간되었던 열린정책이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자료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애써주신 모든 편집위원들, 좋은 글을 투고해주신 필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2년 3월
박 태 균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