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의 과제 - 한국판 뉴딜 성공의 열쇠는 지역
한국판 뉴딜의 실행전략으로 사회적 합의와 지역기반 전략을 제시하였고, 두 가지 모두 간단한 과제가 아님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역할은 주어진 5년 동안 가능한 자원을 동원하여 공공선을 위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던 문재인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뉴딜은 아직 맹아기에 놓여있다. 사업의 실행이 다소 어수선하고, 지역간 차별화도 되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나 펜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차기정부는 고유한 국정전략을 기획하면서 한국판 뉴딜에 실행 엔진을 달아 이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그린·휴먼 뉴딜전략은 그 명칭을 무엇이라고 하든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한국판 뉴딜의 콘텐츠와 실행전략도 이제는 형식보다는 내용을 심화시키고 결실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콘텐츠의 재구성은 차기 정부의 철학과 가치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논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행전략인 사회적 합의와 지역주도 발전전략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실행전략은 어느 정부에서도 필요하고, 그 성공의 결실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성공을 거둔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지자체는 여야가 공존하고 있으므로 특별히 네 편과 내 편을 가를 필요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이제 두 개의 실행전략과 관련하여 차기정부에 남겨진 과제를 간략하게 진단하고, 역대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하여 성공의 결실을 기대하고자 한다.
한국판 뉴딜의 세부 내용이 무엇이든 그 핵심은 혁신산업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하여 노동시장에서 일자리의 기회 균등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시장 개혁과 복지 확충을 통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에서 이러한 전략의 성패는 사회적 합의의 도출과 지역 기반의 능동성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결국, 과거 권위주의적 성장전략과는 달리 지역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스스로 발전전략을 형성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디지털·그린 전환의 세계적 흐름 속에서 노동시장의 지역별 분절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 전국의 주요 지역이 주력산업의 쇠퇴에 따른 업종전환, 실업자 지원정책, 대체산업육성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확산될 우려가 크다. 그러나 과거처럼 산업이 붕괴되어서야 비로소 정부가 각종 긴급수혈을 통해 지역을 생존하게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 규모가 커지면 불만도 커지게 될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전략을 형성하는 지역의 역량이 관건이다. 이는 실제로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OECD 지역고용경제개발(LEED)의 핵심전략(2016년)이나 EU의 신성장전략(2021년) 모두 기존산업의 과감한 재편,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조조정과 신산업육성, 이에 조응하는 숙련인력 양성이 지역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전략 육성전략이 지역의 역량과 이해에 기반을 두고 구축되어야 하며, 산업전략과 고용창출 전략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쌍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이 주도하는 고용창출형 산업전략은 뉴딜로 압축되는 산업구조전환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지역이 고용창출형 산업전략을 주도해야 한다고 해서 중앙정부의 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앙과 지역 간에는 분권화와 책무성에 기반을 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균형 발전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 및 그린전환과 관련된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에서 중앙정부는 전반적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고, 지자체는 권한과 책임을 이양받아 정책형성과 집행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여 중앙과 지역의 관계를 탈위계적 구조로 전환하고 교섭과 협약의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권화와 관련하여 중앙정부는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의 최소 목표달성기준만 제시하고 지자체가 사업의 세부 추진 방안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책무성과 관련하여 지자체는 지역경제의 산업과 노동시장의 특성에 맞는 사업설계와 집행에 따른 산출-결과에 대한 책무를 지어야 할 것이다. 반면, 중앙정부는 지역의 특정 산업 난립을 예방하고 거시적 노동시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균질적 고용정책을 기획하고, 중앙과 지역이 고용창출형 산업정책을 조정하는 역할과 함께 지역주도 고용창출형 산업정책의 성과와 업적에 따라 예산 배분과 규모를 결정하고 사업성과와 제고를 위한 모니터링과 컨설팅의 책무가 주어진다.
지역기반의 산업정책을 추진할 때 지역의 사회적 역량의 결집은 성패를 좌우한다. 즉, 사회적 합의의 창출이다. 지역에서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사 및 시민사회와의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그린전환에서 발생하는 좌초자산에 대한 처리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전환 및 이직과 전직을 돕는 직업훈련과정에서 능동적 시민의 역할을 도출해내려면 사회적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판 뉴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보았던 두 개의 엔진, 즉 사회적 합의 창출과 지역기반 전략은 지역사회의 능동성 창출로 귀결된다.
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차기정부는 역대 정부의 지역발전전략의 실패를 반면교사하여 한국판 뉴딜에 함축된 디지털 전환, 그린전환, 그리고 보편적 사회안정망 구축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