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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특집Ⅳ
청년, 갈등과 분열에서
연대와 통합으로
한귀영 (한겨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 위원)
1. 들어가며
이번 대선의 화두는 ‘청년’이다. 선거마다 청년은 정치적 구애와 정책적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특별했다. 그냥 청년이 아니라 ‘이대남’, ‘이대녀’ 등 젠더와 계층에 따라 쪼개지고 갈라졌으며 정치권은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호출했다. 20대 남성은 2018년 하반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을 이끈 장본인으로 부각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보수성향의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통해 정치적 실체가 확인되었다. 이에 반해 20대 여성은 동년배 남성과는 상반된 투표 행태를 보였고 성별 격차는 젠더갈등 프레임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청년은 한 사회 변화의 담지자라는 오래된 ‘명제’가 깨지자, 정당 및 정치세력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수정치권에서 ‘이대남의 정치화’를 위해 공을 들였다. 몇몇 정치인들은 20대 남성의 ‘약자정체성’, ‘피해의식’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면서 반페미니즘 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여성 할당제 폐지’와 ‘군 가산점제 부활’, 여성 징병 등으로 협소해지며 젠더 갈등만 증폭되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청년의 선택은 대한민국이 가야할 방향, 미래, 변화이기에 마땅히 존중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20대와 60대가 손을 잡고 4050대를 포위해야 한다는 ‘세대포위론’ 등 정치공학 속에서 갈등과 분열의 상징이 되었다. 이들을 비난하고 외면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청년세대가 왜 서로 갈등하고 분열하게 되었는지, 20대 남성들은 왜 보수화되었는지 그 원인과 구조를 직시해야 문제도 풀어갈 수 있다. 새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와 숙제다.
2. 이전과 다르다? 청년세대를 둘러싼 갈등구도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2002년 대선 이후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의 대당 속에서 이념적 진보의 주체로 간주되어왔다. 직전 대선인 2012년, 2017년까지도 진보적인 2030세대와 보수적인 중장년층간의 세대 간 대립구도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진보적인 청년세대라는 담론 한편에 ‘20대 보수화론’도 존재했다. 현실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율이 낮은 20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과 우려가 여기에 투영되었다. 2003년 12월 주간지 <뉴스메이커>는 신년특집으로 20대 초반의 보수성에 주목했고, 2005년 11월 내일신문은 20대가 당시 여당(열린우리당) 보다 보수야당(한나라당)을 더 지지하는 ‘20대 보수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20대에게는 ‘변화와 진보’라는 칭송과 ‘보수화된 20대’라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선거 때마다 20대의 정치적 선택과 투표 참여율에 이목이 쏠렸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20대 보수화’는 통상적 논란을 넘어 중대 이슈로 부상했다. 우리사회 진보의 핵심 축이었던 20대 남성이 대거 보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대남 현상은 한 시대의 정치사회변동의 서막처럼 여겨졌다.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대부분의 조사 결과는 젊을수록 진보적이라는 한국 정치의 오랜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대는 60대와 비슷하게 보수적으로 나타난다. 가장 진보적인 연령층은 40대와 50대이다. 집단지성을 지향하는 플랫폼 alookso가 2022년 1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그림 1> 나이에 따른 정치성향
조사기관 : alookso, 한국리서치, 조사 기간 : 2022.1.13.~1.16
최근 부상한 20대 보수화론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젠더갭, 즉 20대 내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30대 이후 연령층에서는 남성과 여성간 이념성향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나 20대에서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가장 진보적인 20대 여성, 매우 보수적인 20대 남성이라는 젠더갈등 구조는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었다.
20대 내의 성별 격차와 관련한 징후는 이미 여러 형태로 나타난 바 있다. 2018년 이후 실시된 많은 조사에서 남성 보수, 여성 진보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념성향,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물론 대북·대미 인식 등 안보 이슈, 성장·분배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에서도 남녀간 격차는 일관되게 나타났다. 두 집단간 차이는 가치관에서도 확인되는데, 20대 여성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권, 연대 등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남성은 안보, 성장 등 물질주의적 가치가 비교적 높았다.1)
<그림 2> 성별 나이에 따른 정치성향
조사기관 : alookso, 한국리서치, 조사 기간 : 2022.1.13.~1.16
20대 남성과 여성간 격차는 페미니즘과 여성정책에 대한 인식에서 두드러졌다. 2019년 4월 발표된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20대 남자’ 기획에 의하면 ‘20대 남자 현상의 백미는 단연 젠더 문제’이며, 노동시장 성차별 문제, 연애·결혼 시장의 성차별 문제, 그리고 페미니즘 문제에 이르기까지, 20대 남자는 젠더 문제에 가장 일관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 페미니즘과 이를 옹호하는 듯한 정부(권력)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감은 문재인 정부 지지 철회, 공정성 집착 등으로 이어졌다.
‘기득권 386 대 희생양 이대남’이라는 세대 대결구도도 정치권과 기성 언론에서 반복 재생산되었다. 좋은 시절에 태어나 남성으로서의 기득권도 한껏 누린 기득권 386들이 이대남을 희생양 삼아 죄책감을 씻으려 한다는 서사다. 하지만 386도 이대남도 하나의 단일한 집단이 아니며 허위의 대립구도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대남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 사회 갈등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대남 현상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대남 현상 속에는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기회축소, 경쟁의 격화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는 물론 세대갈등, 젠더갈등, 계층갈등 등 다양한 문제들이 응축되어 있다. 이 문제야말로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최우선의 과제다.
3. 갈등의 핵으로 떠오른 이대남
이대남 이슈가 부각되자 이에 대한 해석도 다양했다. 몇몇 연구들은 이대남 현상은 과장되었으며 청년세대 내 성별에 따른 이념 차이는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20대 남녀 간 차이를 과대포장하는 것은 가짜 적대를 부각시키는 사회적으로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실시된 많은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보수화는 부인하기 어려운 현상이 되었다. 2018년 2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유권자 정치의식 조사’에 의하면, 이념성향면에서 20대는 30대와 40대 보다 보수적이며, 50대와 괘를 같이했다. 이처럼 20대가 보수화된 이유로 20대의 자립이 늦어지면서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정치사회의식에서도 부모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 이미 성별 격차가 명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주관적 이념성향에서 20대 남성은 진보 30.1%, 중도 41.5%, 보수 28.5%, 20대 여성은 진보 43.4%, 중도 42.1%, 보수 39.3%로 여성이 남성 보다 훨씬 진보적이었으며, 모든 성·연령 집단 중 성별 격차가 가장 컸다.
통상, 이념성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대북·대미 정책 등 안보 관련 쟁점과 경제·노동 관련 쟁점이 꼽힌다. 안보 쟁점에 대해서는 20대의 보수성이 두드러졌다. 20대 내에서도 여성 보다 남성이 훨씬 보수적이었다. 성장과 복지확대는 경제와 관련한 핵심 지표다. 이 지표에서도 20대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다. 다만 다른 연령과 비교하면 진보적 태도가 강했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이와 비슷한 결과는 2019년 시사인의 ‘20대 남성’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즉 2019년 즈음까지만 해도 20대 남성이 적어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보수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질문해야 할 것은 이후 이대남이 보수화되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다. 그래야만 이대남 현상의 기저에 있는 세대갈등, 젠더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그림 3> 성별 연령별 이념성향
자료 : 2018년 2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유권자 정치의식 조사’
한편, ‘정치적 보수화’와 더불어 이대남 현상의 다른 축인 ‘반페미니즘’은 이미 2018년 즈음부터 두드러졌다. 2018년 조사에서 20대 남성은 성평등정책(‘정부는 여성친화적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로 질문)에 대해 모든 성 연령을 통틀어 가장 반대가 심했다. 20대 여성과의 의견 차이도 매우 컸다.
한편, ‘주관적 계층’이라는 변수, 즉 계급이라는 렌즈로 살펴보면 상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20대 내에서도 경제·노동 분야에서는 중상층의 보수성이 일관되게 나타나 이념적 태도와 계급적 지위가 일치했다. 이와 달리 성평등정책에서는 가난한 집단에서 보수성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즉, 이념성향과 관련한 양대 이슈인 안보 분야에서 20대는 보수적이지만, 이는 이미 2010년 경부터 나타난 현상이었다. 반면 경제/노동 분야에서는 오히려 다른 연령보다 진보적이었다. 20대 내에서도 가난할수록 진보적, 부유할수록 보수적 경향이 나타나 계급적 지위와 정치의식이 일치했다. 성평등정책에서는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일관되고 명료하게 나타났다. 특히 가난한 20대에서 성평등정책에 대한 반감이 강력히 표출되었다.
<그림 4> 안보 이슈,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압박 보다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림 5> 경제 이슈, 경제성장과 복지 확대 중에 경제성장을 더 우선해야 한다
자료 : 2018년 2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유권자 정치의식 조사
당시 20대 내 젠더갈등은 폭발 직전의 화약고에 비견될 수 있다. 1999년 연말 군 가산점제 위헌판결과 폐지, 2001년 여성부 설립 등을 계기로 본격화된 이후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회경제적 위기감이 전 영역에서 고조되고. 청년세대는 일자리, 주거는 물론 결혼, 연애와 같은 친밀감의 영역에서도 재생산의 위기에 직면했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고, 페미니즘과 여성들의 편을 드는 권력기관이 주된 공격 대상으로 부상했다.
<그림 6> 성평등정책에 대한 태도
자료 : 2018년 2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유권자 정치의식 조사’
2018년 초 이미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20대 남성의 보수화는 성평등정책을 고리로 권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에 가깝다. 20대 남성 전체가 아니라 가난한 20대가 중심이었다.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면서 탈락에 대한 공포와 생존 경쟁이 격화된 시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안정된 좋은 일자리는 희소해졌고 학력과 능력으로 무장한 동년배 여성들은 거세게 부상했다. 교육은 이미 불평등을 세습하는 기제로 변질되었다. 가난한 20대 남성의 열패감은 커졌고, 그 불만이 성평등정책으로 향한 것으로 추론된다.2) 실제로 경제활동인구조사 등 통계에 의하면 20대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2~3%가량 높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30대로 넘어가면 사정은 완전히 뒤바뀌어 남성 고용률이 여성보다 30% 가까이 높아진다.
<그림 7> 계층별 이슈에 대한 태도
자료 : 2018년 2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유권자 정치의식 조사’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가난한 20대 남성 중심으로 나타난 ‘보수화’ 경향이 20대 남성 전반으로 확산된 과정이다. 2018년 부동산, 비트코인 등 자산형성관련 정책을 놓고 20대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당시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산 불평등이 커져가던 시기다. 20대 중상층을 중심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에 자산 형성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확산되어갔다. 즉 가난한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동년배 여성의 부상으로 인한 위기감과 정부의 여성정책에서 기인했다면 부유한 20대 남성의 반감은 자산형성과 자립의 기회를 빼앗긴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이한 두 흐름이 만나면서 이대남 현상으로 폭발한 것으로 추론된다.
4. 이대남이 가린 청년세대 내 격차
먹고살만한 386세대와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세대라는 대립구도는 사실상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확대재생산되어왔다. 많은 실증 연구들은 세대 간 격차가 아니라 세대 내 격차가 훨씬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2021년 6월 KBS 시사기획 <창>이 기획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청소년기의 공부방 환경, 즉 기회마저 계층에 따라 엇갈린다. 기회는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부모의 자산, 학력에 따라 갈라진다. 가난할수록 기회도 빈곤해진다. 부유한 청년과 가난한 청년은 결코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2015년 8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기획 조사에서도 이미 세대 내 격차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일자리와 출산, 미래 자신감과 꿈을 실현하는 기회, 불안과 희망 같은 감정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부유한 청년과 가난한 청년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청년의 삶의 기회도 달라졌다.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출발, 기회의 평등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대 내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져갔다.
학력은 좋은 일자리를 위한 기본 자산이다. 하지만 계층에 따라 학력도 영향을 받는다. 앞서 언급한 KBS 시사기획 <창>의 조사에 의하면 가난한 청년은 고졸로 학업을 마치는 비율이 부유한 청년보다 3.7배 높다. ‘인서울’에 진학하는 비율은 부유한 청년이 가난한 청년보다 2.7배 높다. ‘지금의 일이 경력이 쌓이고 소득이 높아지는지 여부’는 좋은 일자리를 규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좋은 일자리에 들어간 비율이 부유한 청년은 가난한 청년의 두 배다.
이처럼 20대는 단일 집단이 아니며 계층에 따라 갈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대남 담론이 지배하는 이유는, 왜곡된 세대 이슈가 우리 사회의 계층 격차 등 중대한 의제를 숨긴다는 점이다. 이대남이 정치적 기획으로 비판받는 이유다.
이대남이 청년을 대표하게 되면서 청년 이슈에 대한 오해도 커지고 있다. 시험을 통한 선발이야말로 공정하다고 여기고 능력주의를 신봉하면서 평등을 외면하는 태도 등은 청년, 또는 20대 남성 전반의 특징이 아니라 부유한 청년 남성들의 태도라는 점도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공동체를 운영하는 공동의 비용’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며, 다른 연령집단과 달리 부유할수록 남을 도울 의사가 약하다는 놀라운 결과들도 소개되고 있다.3)
5. 그들만의 공정성을 넘어
공정성은 청년 세대가 신봉하는 절대적 가치로 알려져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대선의 시대정신도 공정성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첫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따라서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둘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첫 번째 문장은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만 보장되면 그 자체로 정의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자가 능력대로 경쟁한다면 결과는 그 자체로 정의롭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함을 추구하더라도, 결과의 정의는 자동적으로 달성되지 않기에 결과의 정의를 위해서는 별도의 개입이 요구된다. 이 둘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4)
20대가 생각하는 공정성은 첫 번째에 가깝다. ‘소수의 특권층’이나 강자의 ‘특권’도 나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명분으로 이뤄지는 ‘불공정한’ 조치들도 분노의 대상이 된다. 최순실과 조국 자녀의 부정입학 논란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각종의 할당제 모두 불공정하다.
이대남의 분노도 이런 맥락 위에서 해석된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데 군복무로 페널티를 받고, 여성 할당제로 역차별 받는다는 피해의식도 크다. 정치적으로는 보수화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은 가장 약하다.
직시해야 할 것은 이들의 ‘납작한 공정성’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된 구조다.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라는 개념은 여러 통찰을 준다. 병목사회에서는 광범위한 기회의 땅에 도달하기 위해서 좁다란 병목을 통과해야만 한다. 병목을 통과한 소수와 통과하지 못한 다수 사이에는 막대한 보상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시험이 이 역할을 한다. 십대 후반에 치르는 한 번의 대학입시 성적이 이후의 경력과 직업을 결정한다. 소수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병목을 통과하는 공정한 방법을 두고 다툼이 일어난다. 이러한 ‘공정성’에 가장 열광하고 집착하는 집단은 20대 남성이 아니라 그들 중에서도 상층이다. 따라서 정작 중요한 것,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경쟁과 희소성을 일으키는 병목 같은 기회구조 자체다. 작은 능력(또는 운)의 차이가 어떻게 큰 보상의 차이로 귀결되는지 물어야 한다.5)
6. 새 정부의 과제
그들만의 공정성 논란 속에 ‘존재감’을 잃어버린 낮은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청년문제 해결의 단초다. 또한 청년세대가 왜 서로 경쟁하고 혐오하는가 비난하기 전에 병목 같은 기회 구조를 넓혀야 한다. 협소한 기회 구조가 확장될 때 세대갈등, 젠더갈등도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실질적 과제로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학벌, 스펙을 중시하는 채용 과정을 개혁해 개인의 실력을 측정하는 실력주의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연공급 체계에 대한 직무급 체계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둘째, OECD 최악의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군복무에 대해서는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 셋째,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초과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의 확립으로서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에 관계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상을 해야 한다.
청년세대 문제의 기저에는 불평등과 격차의 세습이라는 사회 구조가 있다. 이 구조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최상위 소득과 최하위 소득 연동제(최저임금의 일정 배수 이상의 소득에 대해 매우 높은 세율 부과) 등을 통해 소득불평등의 축소가 고소득자에게도 유리하게 만드는 제도적 인센티브 등과 같은 급진적 상상이 필요한 시기다.
1) 2019년 11월 서울시 청년청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9~39세 청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다.
2) 한귀영, 「20대 남성의 보수화 논의, 그 역사와 함의」, 한국정치평론학회, 『정치와 공론』 29집
3) KBS 세대 인식 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얻은 “주관적 계층 의식과 세대 및 성별 간 관계”를 2021 년 6월 20일 KBS 시사기획 <창>에 보도한 결과다.
4) 박효민(2019), ‘능력주의(meritocracy)를 넘어서 : 능력주의의 한계와 대안’,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5) 조형근(2021), ‘선을 지키는 사람들, 선 너머의 사람들’ 『문학과 지성』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