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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특집VI
새 정부에서
한국군의 과제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5년은 국난 극복의 연속이었다. 북 핵·미사일로 야기된 2017년 전쟁 위기, 한·일 관계 악화(수출규제)로 야기된 2019년 경제 위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야기된 2020년 보건 위기. 특히 2017년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한반도 전쟁 발발의 위기를 가져왔고 그해 11월 ICBM급 화성 15호 발사에 이르러 상황이 최고조로 나빠졌었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펴낸 『격노(Rage)』에 의하면, 미·북 긴장이 고조된 2017년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여기에는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정말 전쟁 직전까지 갔었느냐는 질문에 “맞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정말 가까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2018년 4월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우리는 정말 (전쟁에) 가까웠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이토록 첨예했던 2017년 한반도 전쟁 발발의 위기는 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맞았고, 이어진 4.27 판문점 정상회담과 9.19 평양 정상회담으로 전쟁과 대결에서 평화와 협력의 장으로 급반전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증강된 핵·미사일 능력과 위협은 그대로 남았기에 정부 출범 초기부터 안보 분야의 최우선 과제였으며,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스스로 책임지는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대’, ‘싸우면 이기는 군대’를 만들라고 명령했고, 이러한 통수권자의 명령에 복명(服命)하는 과정으로 추진된 것이 ‘국방개혁 2.0’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을 ‘국방개혁 2.0’이라 명명한 것은 2006년 참여정부 시절의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 1.0’으로 다시 명명하고 이를 보다 승화시켜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How to Fight for a Victory?)’를 기반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였다. 국방개혁 관련 여섯 차례의 대면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질문은 “그렇다면 ‘국방개혁 2.0’의 End State는 무엇입니까?”였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018년에 우리 대한민국은 드디어 선진 민주국가 대열인 30-50클럽(1인당 GNP 3만 달러, 인구 5천만 이상 달성 국가)에 진입합니다. 그렇기에 선진 민주국가에 걸맞은 선진 민주국군을 만들고자 하는 계획입니다”라고 답했다. ‘국방개혁 2.0’의 목표는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를 조기에 구현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주도적 방위역량 확충을 위한 체질과 기반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국가 및 사회 요구에 부합하는 개혁 추구로 범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표 1> 역대 정부 국방예산·방위력개선비 증가율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 시행을 위하여 5년간 약 250조 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편성하였으며,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방예산 증가율은 6.50%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예산 투자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국방예산에서 실질적인 전력증강 예산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국방예산은 운용유지비와 방위력개선비로 구성되는데, 신규전력 확보를 위한 무기구입 및 개발비용을 의미하는 '방위력개선비'의 증가가 눈에 띈다. 정부별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7.06%, 이명박 정부 5.86%, 박근혜 정부 4.65%, 문재인 정부 7.38%로 이러한 방위력개선비 증가가 전력 증강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시행계획은 군구조, 국방운영, 병영문화, 방위사업 등 4대 분야 43개 과제로 세분하여 추진했으며, 국방개혁 2.0이 추구했던 모습은 <표 2>와 같다. 현재까지 계획 이행도는 목표 대비 정상추진으로 평가되어 국방의 체질 개선과 강한 군대 구현에 한층 다가서고 있다.
‘국방개혁 2.0’의 핵심분야인 군구조 개혁 분야에서는 전방위 안보위협에 주도적·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군사력 구조로 정예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상비병력은 2017년 61.8만 명에서 2022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육군 사단을 39개에서 33개로 감축하는 등 부대개편을 추진하여 병력과 부대는 감축되었다. 하지만 전투부대 간부 보강 및 비전투 분야 민간인력 확대(1.6만 명 증원) 등 작전·전투 중심의 국방인력구조 개편과 첨단 무기체계 전력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전투역량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방운영 개혁 분야는 고효율·신뢰성·개방성 제고로 선진화된 국방운영체제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 병 복무기간을 단축하여(2021년 90일 단축 완료) 청년들의 병역의무 부담을 완화하고, 여군 비중을 확대(2021년 8.1% 달성)하여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증대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등 국민 참여와 소통을 통해 고효율의 선진화된 개방형 국방운영체계로 전환하였다.
병영문화 개혁은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인권·복지로 사기와 복무의욕이 충만한 병영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군 사법제도 개혁, 영창제도 폐지 등을 시행함으로써 장병 인권보호를 강화하고, 장병 복지여건을 개선하여 병영문화의 혁신적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방위사업 개혁은 효율성·전문성·투명성 측면에서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획득 교육·인사제도 개선, 창의·도전적 연구개발, 국방 R&D 수행기관 역할 재정립, 고강도 비리 예방대책 등을 추진하여 방위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 분야 공과를 평가하기에 시기적으로 이른 점은 있으나 계획의 시작과 끝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점은 역대 정부 대비 특기할만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출범 초기에 국방개혁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의 개혁 조치가 안보 상황이나 여타 이유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했었다. 바로 이 부분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이 평가받을 만한 것으로, 국방개혁 2.0은 최초 계획한 43개 개혁과제 대부분이 완료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대 정부 국방개혁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던 임기 중반부 이후 계획수립과 목표연도 장기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의 개혁성과에 만족해서도 안 되고 만족할 수도 없다. 새 정부가 맞이할 한반도 안보 상황의 변동성과 북한 및 주변국에 기인한 안보 위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시와 비교할 때 속도 면에서 빠르고 강도 면에서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바로 이 부분이 지속적인 국방개혁이 필요한 이유인 동시에 새 정부에서 한국군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새 정부가 맞이할 안보 환경을 고찰해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군의 과제를 국방개혁 중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새 정부의 안보환경
문재인 정부 5년을 국난 극복의 연속으로 만든 북핵·미사일, 한·일 관계 악화, 코로나19 팬데믹은 새 정부의 안보에서도 변함없이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변화의 동력일 수는 없겠지만 이미 조짐을 보여 오던 여러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촉진제 또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전지구적 현상은 혼돈, 각자도생,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이는 단순한 보건 위기를 넘어 장기적으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19로 야기된 혼돈 현상은 보건의료 기반의 붕괴, 빈곤층의 증가, 소득격차의 확대로 비화되며 안보의 주 대상인 국민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전통적 안보 영역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위협을 다루지 않았지만, 그 위협의 폭과 속도가 비상임을 고려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혼돈은 안보 차원에서도 위협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특히 현존하는 최강 무기인 항공모함조차 승조원들의 감염으로 일시에 무력화된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최적의 바이러스 전파 조건이 불가피한 병영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각자도생 현상은 급작스러운 팬데믹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나라마다 자기 먼저 살겠다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앞으로 신산업의 투자는 지금까지와 달리 자국 또는 지역 밸류체인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지구촌의 각자도생 현상은 상호의존성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가 또는 지역 사이의 마찰과 무력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더욱이 무역의존도가 70% 이상인 한국에게 코로나로 인한 각자도생 현상은 경제를 넘어 안보 차원에서도 위협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야기된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전지구적으로 안보질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러한 변화가 안보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위기의 강도 면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한반도 안보의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다. 과거 냉전기처럼 사회주의 진영을 등에 업은 북한의 위협에 한미동맹으로 맞서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으니 이번에도 한미동맹의 강화로 중국의 팽창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지난 30년처럼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미-소, 미-일 경쟁 사례처럼 중국이 경쟁대열에서 도태될 수도 있겠지만,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미-중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 본격적인 패권경쟁이 벌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한반도 주변에 강력한 힘의 전이, Power Shift가 일어날 것이다. 지나간 역사에서 한반도 주변의 강력한 힘의 전이는 예외 없이 전쟁을 가져왔고,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때 그 피해는 한반도와 한민족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고려 초기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3차례의 여요 전쟁이 있었고, 이어서 몽골의 등장으로 5차례나 침입이 이어졌다. 1582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300년 전국시대를 끝내며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두 번의 왜란이 이어졌고, 바로 이어서 만주에서 여진족이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며 두 번의 호란이 있었다. 19세기 중반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제국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으켰고, 두 번의 전쟁 모두 한반도가 주 전장 또는 병참기지 역할을 강요당하며 전쟁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2차 대전 종전 후 시작한 미-소 냉전이라는 새로운 힘의 전이도 6.25 한국전쟁이라는 최악의 참사를 가져왔다. 이제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새로운 Power Shift는 한반도에 무슨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언제나 그랬듯이 또 다른 전쟁의 참화가 한반도를 덮칠까? 아니면 Power Shift 과정을 역이용해 국토확장과 안전보장의 기회로 삼았던 세종대왕의 4군 6진 개척과 대마도 정벌이 재현될 수 있을까? 손무는 『손자병법』에서 ‘옛날에 잘 싸웠던 장수들은 먼저 자기 자신이 패하지 않도록 준비 후에, 내가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되도록 적을 기다렸다. 패하지 않을 준비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지만, 승리할 조건은 적에게 달려 있다(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侍敵之可勝. 不可勝在己, 可勝在敵)’고 했다. 즉 한니발 장군의 칸네 전역 승리가 로마군의 바로라는 멍청한 적장 덕분이었고, 힌덴부르크 장군의 탄넨부르그 전역 승리도 러시아군의 삼소노프라는 모자란 적장 덕분이었듯이, 우리가 사전에 할 수 있는 최선은 전쟁에서 지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먼저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새 정부가 맞이할 한반도 안보 상황의 변동성과 북한 및 주변국에 기인한 안보 위협에 대비하여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지지 않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 한국군의 과제
새 정부가 맞이할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최우선 변수는 미-중 전략경쟁이 될 것이다. 2010년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시작된 미-중 전략경쟁은 2018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로 구체화되었으며,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과 중국의 국력 격차가 줄어들면서 경쟁 양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국제안보 질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이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은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다. 미-중 관계가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경우, 한국은 전략적 선택에 당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미-중 전략경쟁의 결과로 일방이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힘에 의해 눌려있던 역사적 갈등요인에 의해 주변국과 의도하지 않은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은 외관상으로는 20세기 초반의 상황과 21세기 초반이 매우 흡사해 보인다. 당시 우리는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 무지했고 올바른 전략을 갖지도 못했다. 결국 한반도는 주변 제국의 전쟁터가 되었고 일제의 식민지로 35년의 고통과 수치를 겪어야만 했다. 해방된 조국은 열강의 이익에 맞춰 분단되었고 이어진 6.25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분단이 더욱 고착화되어 21세기를 맞았다. 오늘날 중국의 부상으로 촉발된 미-중 전략경쟁으로 조성될 국제안보 질서와 한반도 안보상황의 질적 변화에 미리 대응하지 못한다면, 20세기 전반부의 비극적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하지만 20세기 초반의 대한제국과 21세기 초반의 대한민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측면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다른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0년 동안의 안보전략과 대응개념은 대북 위주 단방향(單方向)·근거리(近距離) 안보위협 대응에 치중되어 있어 미-중 전략경쟁으로 야기될 새로운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예상되는 새로운 안보위협의 특성에 부합되는 안보전략 개념을 구상하여야 하며, 국방부와 군은 이러한 안보전략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첫걸음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사고의 전환으로 아래와 같은 몇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하드 파워(무기)와 소프트 파워(사람)를 최적으로 결합한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병역제도 및 인력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징병제(의무복무)와 모병제(지원복무)를 혼합한 병역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전투력은 기본적으로 각개 병사나 개별 무기체계에 의해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병력·장비 등이 중심이 되는 유형적 요소(Hardware)와 전투수행방법 등이 중심이 되는 무형적 요소(Software)가 결합해 ‘부대’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발휘하는 것이다.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난 70년 동안의 징병제에 내재된 아마추어리즘의 폐단은 덮고 가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가의 첨단장비 조작을 단기 의무복무 병사에게 맡기는 구조는 앞으로 남고 뒤로 많이 밑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의무복무 인원들은 교육 위주로 단기간 복무 후 예비역으로 전환하되, 여기서 선발된 지원복무 인원들이 직업군인 신분으로 전문적 임무에 투입되어야 한다. 아울러 징병제에 기초한 부사관 임용제도는 조직의 허리를 부실하게 만드는 한국군의 고질병이라는 문제 의식 아래, 의무·지원복무 과정에서 증명된 우수 병사가 부사관이 되도록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평균 학력이 중졸 미만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현행 부사관 및 장교 임용제도는 생명력을 잃었다. 동시에 여군 확충도 남군과 동일한 과정과 제도적 기회로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 전장은 근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창칼의 싸움이 아니며, 여군 사수가 발사한 총, 포, 미사일이라고 살상효과가 다르지 않다.
둘째, 중앙기동군과 지역방위군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인구 대비 큰 규모의 병력 유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세계 10위권의 국방 예산으로도 대병력 모두를 첨단화할 수는 없다. 또한 첨단전력의 특징은 보다 상위의 첨단전력에 의해 손쉽게 무력화되는 약점을 가진다. 따라서 최첨단 무기체계와 원정작전 능력을 갖춘 중앙기동군으로 원정작전과 전략기동부대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한민족의 역사적·민족적·지리적 특징에 최적화된 지역방위군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전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통해 침범한 적국에 최대한의 인명과 물자의 피해를 강요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기동군은 지원복무 병사 이상으로 편성하여 전문성을 보장해야 하고, 지역방위군은 의무복무 병사와 예비군으로 편성하되 부대의 주요 간부직은 중앙방위군이 순환 보직하여 상호 연계성을 보장해야 한다. 중앙기동군과 지역방위군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체제는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상산지사 솔연(常山之蛇 率然)’과 같은 치명성과 끈질김을 동시에 보유한 한국군을 만들어 줄 것이다.
셋째, 전방위·원거리 안보위협에 대응할 ‘해양거부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주변국 대비 열세한 해·공군력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21세기 안보환경에서 동북아는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한반도 인근 해역은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로 야기될 수 있는 위협은 바다로부터 올 것이며 분쟁은 바다에서 먼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할 안보전략이 기존의 대북 위주 전략과 대별되는 지점은 우리의 해군력 및 공군력이 열세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군사력이 세계 6위라는 평가도 있지만, 한반도 주변은 1위 미국, 2위 러시아, 3위 중국, 5위 일본에 의해 둘러싸여 있고, 무엇보다도 해·공군력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열세하며 이러한 열세는 상당 기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한 한국의 해양전략은 해양거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지난 70년은 북한으로 한정되는 군사적 위협과 한미동맹에 의한 연합방위체제를 통해 미국의 ‘해양통제전략’에 편승할 수 있었으나 새로운 안보위협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해양거부전략 구현을 위한 주축 전력은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사거리 1,000km),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사거리 500km), 해양전진기지 작전부대 등을 들 수 있다.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과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을 고려할 때 개발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해양전진기지 작전부대는 해병대의 상륙전력을 활용하되, 한반도 본토를 둘러싸고 있는 3,000개의 도서를 활용하여 인근 해역으로 접근하는 적국의 함정과 항공기를 최대한 파괴함으로써 상대국의 전쟁목표 달성을 거부해야 한다.
서두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의 전쟁 발발 위기와 이후 5년 동안의 국난극복 과정을 이야기했다. 2022년 5월 출범하는 새 정부가 맞이할 한반도 안보환경도 절대 녹록하지 않을 것이며, 상황 변화의 강도와 가속도는 지난 정부의 그것을 상회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19세기 시모노세키 조약과 카츠라-태프트 밀약으로 청(淸)과 미(美)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이 있다. 17세기 명(明)-청(淸) 교체기에 존명반청(尊明反淸)을 외치다 불러드린 두 차례 호란(胡亂)의 기억이 있다. 그러나 14세기 원(元)-명(明) 교체기의 혼란 속에 새 나라를 창업하고 북방 영토를 확장했던 기억도 우리에게는 있다. 한반도 주변 누구 하나 우리의 군사력에 압도당할 나라는 없지만, 오늘날 세계 10위권 이상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대한민국을 손쉽게 굴복시킬 나라 또한 없다. 우리의 역량으로 동북아 안보를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의 선택이 힘의 저울추를 좌우할 만큼은 되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안보에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걱정’보다는 21세기 대한민국에 걸맞은 ‘목계지덕(木鷄之德)의 의연함’과 ‘거족경중(擧足輕重)의 무게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의연함과 무게감은 ‘스스로 책임지는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대’, ‘싸우면 이기는 군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새 정부에서 우리 한국군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 성과에 기초하여 ‘하드 파워(무기)와 소프트 파워(사람)를 최적으로 결합한 스마트 강군’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