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웹사이트는 제19대 대통령 임기 종료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이관받아 서비스하는 대통령기록물입니다. 자료의 열람만 가능하며 수정 · 추가 · 삭제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여 개인의 정보를 보호받기 원하시는 분은 관련 내용(요청자, 요청내용, 연락처, 글위치)을 대통령 웹기록물 담당자(044-211-2253)에게 요청해 주시면 신속히 검토하여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그만 보기]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 웹사이트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서비스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입니다.
This Website is the Presidential Records maintained and serviced by the Presidential Archives of Korea to ensure the people's right to know.

정책 칼럼Ⅲ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노사정의 준수 노력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이 제정된 이후 1년 가까운 준비 기간 동안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수많은 논의가 진행되었고, 모든 이들의 하나 된 마음은 이 법의 시행을 통해 중대재해가 줄고 우리네 일터의 안전이 더 지켜질 수 있다는 바람일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의미
법 시행 이후에도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근로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의 경우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우리나라의 사고사망자 수는 8백 명대에 이른다(2021년 828명, 2020년 882명). 특히 규모별 격차는 심각한데, 사고사망자 중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재해 유형을 보면 떨어짐(추락), 끼임 등 아직도 전통적인 재래식 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하여 산업안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높은 사망자 수, 낮은 보호 수준, 위험의 외주화 심화 등이 우리의 산업안전 현주소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에 관한 모법이자 기본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총 175개 조문을 가지고 사업장별로 안전보건관리체제, 유해위험방지 조치, 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 근로자 보건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업종별·공정별로 사업자와 작업자가 지켜야 하는 기준(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을 별도로 정하고 있는데, 총 673개 조문에 이른다. 이렇게 방대하고 촘촘한 법이 있는데 왜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했을까? 법 위반 시 ‘처벌수위’가 낮아서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법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답은 ‘처벌 대상’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의무는 사업주가 지는데, 법인이면 대표가 아니라 법인이 사업주이다. 산재 사고는 공장 또는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1차적 처벌 대상은 사고원인을 제공한 행위자(통상 공장장 또는 현장소장)이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우에는 회사 대표와 공장장(현장소장)이 다르고 장소적으로도 분리된 경우 회사 대표가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회사 대표가 산업안전에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어 왔고, “회사 대표에게 직접 법적 책임을 지우면 산재 예방에 더 노력하지 않을까?”라는 목소리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해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8일 국회를 통과하여,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조문이 16개 밖에 안 되는 법에 왜 이리 관심이 많을까? 정부 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두었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처벌을 담보로 한 예방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름 그대로 형사법이며,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지키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처벌(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하는 법이다.
가장 유사하게 언급된 외국 사례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다. 영국은 산업안전 분야에서 분명 선진국이다. OECD 사고사망률(근로자 100,000명당 사고사망자 비율)을 보면 우리는 5.1명(2018년)인데 비해 영국은 0.8명(2015년) 수준이다. 영국에서도 1990년대부터 법인에 대한 과실치사 등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다가, 2007년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이 만들어졌다. 기업 과실치사법은 기업·정부·법 집행기관 등에 부여된 주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벌칙을 가하고 있다. 해당 법인에 대하여 벌금(기업 매출액·중대재해 손해 발생 정도·책임성에 따라 달라짐), 구제명령, 공표명령 등이 부과되며 기업 경영진 등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없다. 개인에 대해서는 형법,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게 된다. 우리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개인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법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기본구조를 살펴보자. ①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고, ②사업을 대표하는 경영책임자가, ③보호대상인 종사자의 안전을 위하여, ④지켜야 할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규정한 후, ⑤이를 어기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 교육 이수, 공표 등 제재가 따르고, ⑥민사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중대재해 범위, 경영책임자 범위,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여부를 둘러싼 복잡하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감추어져 있다. 먼저 중대산업재해 범위를 살펴보자.
<표 1> 안전보건 확보의무
번호 조치내용
1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상시근조라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200위 이내 건설회사의 경우)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업무처리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 후 필요 조치 이행
(산안법상 위험성 평가 실시로 갈음 가능)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장비 구비. 유해·위험요인 개선 등을 갖추기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게 필요한 권한·예산 부여, 업무 수행 충실성 평가기준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
산안법상 요구되는 수 이상의 전문인력 배치 및 겸직 시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따른 업무수행시간 보장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 반기 1회 이상 종사자 의견 청취하여 재해 예방 필요 시 개선방안 마련·이행 여부 점검 및 조치
(산안법상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또는 협의체를 통해 가능)
중대산업재해 발생 급박 위험 또는 발생에 대비하여 매뉴얼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조치 여부 점검
도급, 용역, 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기준과 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이행 점검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기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반기 1회 이상 안전보건관계법령의 의무이행 상황 점검결과를 보고 받을 것(전문기관에 점검 위탁 가능)
불이행 보고 시 인력배치, 예산편성·집행 등 필요한 조치
반기 1회 이상 안전보건 교육 의무이행 상황 점검결과를 보고 받을 것
불이행 보고 시 이행 지시, 예산 확보 등 필요한 조치
법에서는 ①1명 이상 사망, ②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③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인 경우로 되어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진 과로, 직장 내 괴롭힘,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의 경우 원칙적으로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망원인으로 업무 연관성이 입증될 경우 중대재해에 포함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산업안전뿐만 아니라 인사노무(HR) 차원에서 근무환경을 바꾸고 종사자 건강권을 보장하는 프로그램 운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누가 경영책임자인가?’ 이다. 법에서는 ①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②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회사 대표 또는 사장은 ①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회사 내 안전담당 임원(부사장, 전무)이 ②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①은 책임이 면제되는지? 는 분명하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해설집에 따르면, 안전담당 임원에게 최종 의사결정권이 없다면 ②에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최종권한이 부여된다면 ②에 해당하지만, 회사 대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해당 사업에서의 직무, 책임과 권한, 의사결정 구조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①과 ② 모두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예도 있을 수 있다. 회사 내 두 명 이상의 공동대표가 있으면 둘 다 ①에 해당한다. 만약 사업 부문별로 각각 대표가 있으면 해당 대표가 책임을 지게 된다. 회사 내 대표 외에 총괄대표(회장, 부회장)가 있는 경우에는 총괄대표가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사안별로 정부 또는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데, 경영계에서는 자칫 책임 범위가 넓혀질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는 법 시행 전에 이사회 등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권한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안전보건법 등 타 노동법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보호 대상이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로 대폭 넓혀졌다는 것이다. 사업주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의 ①소속 근로자, ②해당 기업과 다양한 계약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외에 전속성이 없더라도 포함), 만약 수급업체가 있는 경우에는 ③수급업체 사업주, ④수급업체 소속 근로자, ⑤수급업체와 계약을 통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빠짐없이 보호해야 한다.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는 무엇인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수백 개 의무사항을 다 지켜야 하는가? 답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법시행령에서는 회사 내 안전보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잘 작동되게끔 점검·관리하는 새로운 차원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과 연계되어 지켜야 하는 의무들도 있다. 기업은 먼저 ①회사 규모(조직과 인원)를 파악하고, ②업종별 특성과 과거 재해사례를 분석한 다음, ③중대재해가 우려되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개선방안에는 회사 경영방침, 전담조직, 인력과 예산, 종사자 의견 수렴, 비상매뉴얼 마련, 하도급 시 안전보건 기준 적용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성공적 정착을 위한 공동노력
중대재해처벌법의 올바른 해석과 충실한 이행만으로는 법률의 성공적 정착을 이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 사회의 산업안전 수준을 높이려면 규율 법·제도의 수준 외에도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 수준과 노사정 모두의 안전 의식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글귀를 인용해 보면, 경영자는 ‘안전은 경영의 부속품이 아니라, 최고 경영가치’임을 인식하고, 아낌없는 투자는 물론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는 ‘안전은 권리이자 의무’임을 인식하고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도 근로감독 행정을 통한 사전예방, 영세·중소업체에 기술적·재정적 지원 확대 등 안전 지킴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도 법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신속히 보완하여 ‘모두가 지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결코 누군가를 처벌하는데 있어서는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더불어 우리의 일터와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버팀목이자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2022년 말에는 2021년보다 산재사고가 많이 줄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