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 사회] 연말의 단상 / 김성경
#단상 1.
홍대 앞 작은 카페가 있다. 십년이란 세월을 용케 버텨온 그곳이 영업 종료를 앞두고 ‘45일간의 인디여행’이라는 공연을 기획했다. 보나 마나 임대료 때문이겠지. 하긴 천지개벽했다는 홍대 앞에서 참 잘도 버텼다 싶다.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좋은 공연 소식에 들떠버렸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난감했던 찰나, 카페 옆 커다란 상점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네. 이왕 온 김에 쇼핑을 해결한다면 바쁜 연말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 터.
비닐봉지 가득 물건을 담고 바삐 공연장에 들어서자, 오늘 공연의 주인공인 뮤지션이 말을 걸어온다. “옆에 새로 생긴 거기 다녀오셨나 봐요? 7층이나 되던데. 이젠 관광객들도 다 거기서 산대요.” 그는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빠져들고 만다. 그제야 방금 전 들렀던 거대한 상점이 그의 공연장, 작업실, 놀이터를 밀어버렸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위풍당당한 위용을 뽐내는 그 메가스토어가 누군가에게는 절망의 상징이겠구나. 주변을 대낮같이 환하게 밝히는 그 불빛 아래 몇몇의 담뱃불이 힘없이 깜박이다 스러졌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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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7704.html#csidxf37f6c4ac65f87594632152553eabdc
2019-01-09NO. 176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