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감싸고 있는 북악산 탐방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 우리 처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 2007년 북악산 시민 개방 조치 이후 시행된 신분증 확인 절차를 없애고 탐방시간도 연장하는 북악산 확대 개방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북악산 개방 12주년에 맞춰 지난 4월5일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5월1일부터 확대 개방 조치를 본격 시행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북악산을 산행하며 “인왕산을 전면 개방한 것처럼 북악산도 개방 정도를 넓히려 한다”는 언급에 대한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편집자주
모란꽃을 닮은 한양도성 옛길

한양도성은 조선왕조를 개국한 태조가 즉위 후 한달도 못되어 한양 천도계획을 명한데서 비롯되었다. 태조는 경복궁 종교 사직단이 건립되자 곧바로 정도전이 수립한 도성 축조계획에 따라 한양도성을 수축하기 시작했다. 18.8km의 성곽을 농한기인 겨울(1396년1~2월)에 49일 동안 12만명을 동원해 대부분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가을 농한기인 8, 9월 49일 동안 8만여명을 동원해 완공했다.
처음에는 평지는 토성, 산지는 산성으로 쌓았던 것을 세종 27년에 석축성으로 보수하였으며 병자호란 이후 숙종대에 대대적인 보수작업으로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서울성곽은 조선이 개국한 이래로 끊임없이 보수작업이 이뤄져 시대에 따른 성곽 축성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 창의문에서 백악(북악산 342m)을 넘어 혜화문에 이르는 백악구간은 옛 서울의 주산으로 내사산 중 가장 높으며 산세가 ‘반쯤 핀 모란꽃’에 비유될 만큼 아름답다.
1‧21 사태로 40여년 동안 폐쇄

청운대에서 백악마루로 오르는 길에 1·21 사태 소나무가 있다. 수령이 200년 정도된 나무인데 15발의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1968년 1월21일 청와대를 습격하려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원 31명과 우리 군경이 교전한 흔적이다. 당시 북한 특수부대원은 북한 개성에서 출발해 임진강을 거쳐 파평산, 삼복산, 우리령을 지나 북악산 자락까지 침투했다. 이로 인해 북악산은 40여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었다.
오랜 기간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지 못하는 동안 군사 시설물이 들어서고 벙커나 시멘트 계단 등이 조성된 것은 아쉽지만 서울의 비무장지대라 불릴 정도로 숲이 잘 보존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북악산은 소나무가 식생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 사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어디에서 주변 경관을 바라봐도 빼어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북악산 들머리 쪽에는 개나리와 조팝나무, 산벚꽃 등이 지천에 깔려 있다.
한양도성 백악구간 전면 개방

북악산 일원에 대한 전면 개방은 2007년 4월5일 시행되었다. 2006년 4월1일 서울성곽 북문인 숙정문 일대를 일부 개방한 것을 시발로 전면 개방한 것이다. 개방 구간은 창의문에서 백악마루, 곡장, 숙정문을 거쳐 와룡공원에 이르는 북악산 한양도성 옛길 4.3km 전 구간이었다. 당시 북악산 개방으로 서울의 녹지 비율이 5.6%에서 26%로 크게 증가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이 녹지비율은 세계 대도시 중 캐나다 벤쿠버 다음으로 많은 비율이었다.
당시 개방 초기에는 1회 탐방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해 1시간 간격으로 단체탐방 하도록 했다. 차츰 개방 폭이 확대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탐방구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러 제한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예컨대 신분증을 소지해야 입산이 가능하고 매주 월요일을 입산 휴식일로 지정하는 등 시민들의 자유로운 탐방이 이뤄지지 못했다. 시민들의 완벽한 휴식공간으로는 미흡한 점이 있었던 셈이다.
신분증 없어도 북악산 탐방 가능

북악산 개방을 확대해 365일 자유로운 탐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탐방시간을 계절별로 2~3시간 연장해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기로 했다. 동계(11~2월)는 07~17시(현재 10~17시), 춘·추계(3~4/9~10월)는 07~18시(현재 09~18시), 하계(5~8월)는 07~19시(현재 09~18시) 등으로 탐방시간이 늘어난다. 이러한 북악산 확대 개방 조치는 ‘열린 청와대’방침과 궤를 같이하며 한양도성의 역사적 가치와 자연환경 복원, 시민편의 증진 등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북한산 확대 개방 조치를 계기로 청와대 일대 한양도성 순성길 복원도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종로구청 등 관계기관은 인왕산 성곽과 북악산 창의문 사이에 보행 연결로를 신설해 한양도성 순성길을 잇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탐방객들의 불편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통제와 단절의 상징이었던 인왕산에서 북악산까지의 구간이 개방과 연결을 상징하는 구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인왕산도 전면 개방 뒤 확 달라져

지난해 5월 완전 개방된 인왕산 일대가 온전한 시민 환원 관련 단계적 조치에 따라 역사와 문화·생태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존 경계초소와 유휴시설 등 불필요한 경비시설을 없앤 자리에는 시민들의 휴게공간을 위한 쉼터·도서관·카페 등을 포함한 다목적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시민들의 접근이 통제 되었던 군 시설 철거부지에는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생태복원이 이뤄지고 탐방로도 신설된다.
앞으로 인왕산 일대의 환경 개선 공사는 4개 권역별(①인왕스카이웨이 좌측 하단(수성동계곡 건너편 위치)의 군 소초, ②인왕스카이웨이 중심 상단(7부 능선 위치)의 군 소초, ③인왕스카이웨이 중심 자락길의 의경 대기장소, ④윤동주 시인의 언덕 건너편의 군 소초)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데 오는 11월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권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시민편의시설이 들어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가 어우러진 서울 도심의 허파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왕산과 북악산 지역의 온전한 시민 환원을 위한 단계적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인왕산 지역의 청와대 방호 목적 경비시설물이 올해 초까지 대부분 철거되었고, 일부 초소와 철책은 근현대사 관련 역사적 가치 차원에서 존치를 검토하고 있다. 인왕산 전면 개방에 이은 북악산 확대 개방 조치는 한양도성 순성길이라는 선을 넘어 멀지 않아 주요 지점 일대의 면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청와대 일대가 50여년의 금기를 깨고 온전한 시민 환원을 완성해 소통과 공유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