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이식한 ‘한국식 경호’
경호 외교의 새 모델로 평가받는 교관 파견… 7년 동안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2021년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외교’가 큰 이정표를 세운 해다. 2015년 1진을 시작으로 2019년 3진까지 이어진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경호사령부(PSG) 훈련 교관 파견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인해 아쉽게 잠정 중단됐지만 국위 선양과 대통령경호처의 역량을 해외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2022년 임인년을 맞아 ‘K-경호'가 더욱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지난 7년간의 UAE 훈련 교관 파견을 뒤돌아보며 무엇을 남겼는지를 살펴본다.
“한국식 경호 전수 받고 싶다”
대통령경호처와 UAE 대통령경호사령부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국 경호 기관 교류 협력의 일환으로 해마다 1~2회에 걸쳐 경호사령부 경호 요원(10~20명 구성)에 대한 교육훈련을 경호안전교육원에서 2~4주간 제공했다. 1년에 많게는 수십 명의 UAE 경호 요원들이 ‘한국식 경호’를 배우겠다며 대통령경호처를 찾은 것이다. UAE 측의 ‘한국식 경호’에 대한 선호는 훈련 교관 파견 요청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 경호시스템 및 교육훈련 체계의 우수성을 인정, 2014년 2월 주한대사관을 통해 경호 교관 파견을 공식으로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한류의 전파와 새로운 경호 분야의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요청을 받아들였고, 내부 선발(파견대상자 모집-개인역량평가·인사심의평가·서열 추천)을 통해 2015년 1진 3명(이○○, 김○○, 최○○)을 시작으로 2018년 2진 2명(최○○, 이○○), 2019년 3진 1명(박○○)을 차례로 UAE 대통령경호사령부에 훈련 교관으로 파견했다. 당초 UAE에서는 최초 공문 접수 시 7명의 교관 파견을 희망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지만 현지 공석·상황을 고려해 4명을 최종 요청했다.
1진으로 파견되었던 최○○ 과장은 “기존에 UAE에서 활동하고 있던 미국과 호주 교관들은 사격 위주의 훈련을 주로 했던 만큼 종합적인 한국식 경호를 훈련시켜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과장은 “UAE는 한국 경호를 높게 평가한다”라며 “UAE 국빈이 방한했을 때 한국 경호를 보고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세련미 뿐 아니라 치밀함, 특히 대통령경호처는 경호대상자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면서 경호를 하니까 차별화가 많이 된다. 경호도 서비스인데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으니까…”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경호처 역량 전하며 국위 선양
“대통령경호처 위상은 물론이고 국익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UAE에 파견됐던 경호관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지원 동기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대통령경호처와 국익을 최우선시 했다. 경호외교관으로서 두 나라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이○○ 전 경호관은 “우리나라 경호 문화를 UAE에 전수하자. 경호 한류를 아랍에 심자는 취지로 갔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해외 파견은 경호 외교에 매우 좋은 기회”라며 “특히 중동은 특성상 경호 파워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교류를 잘 해놓으면 대통령경호처는 물론이고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시 경호 협의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대통령경호처가 쌓아온 경호 역량과 노하우가 원동력이 됐다. UAE 대통령경호사령부에는 미국과 영국·호주·뉴질랜드·요르단·브라질 등 다양한 국적의 훈련 교관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참전했던 교관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적 훈련을 시행 중이다. 다만, 한국과 달리 국가 경호 기관에서 근무했거나 재직 중인 교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경호처 교관들을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한국식 경호’의 전수를 요청한 이유다.
이에 교관들은 △경호 사격 및 경호 전술 훈련 △통합 상황 조치 훈련 △기동 경호 훈련 △최신 경호 위협 사례 분석 등 다양한 훈련 과목에 대한 강의 △연간·월간·주간·일일 단위 훈련계획 수립 및 훈련 대상별 맞춤식 경호 훈련 등을 제공하며 대통령경호처의 역량을 과시했다. 박○○ 경호관은 “나라를 대표해서 간 것인 만큼 국위 선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경호외교관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대통령경호처의 우수한 부분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좋아하게 되고 한국어로 인사도 해줄 만큼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공직자로서 매우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맞춤형 경호 훈련에 ‘엄지척’
파견 교관들은 ‘한국식 경호’의 전수는 물론, UAE 맞춤형 경호 개발로도 호평을 받았다. UAE 전통 의상인 칸두라 복장에 최적화된 경호 무도 개발 제안이 대표적이다. UAE 대통령경호사령부 경호 요원의 출동 복장은 칸두라와 정장 등이 있다. 경호대상자가 칸두라 복장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근접 경호원도 칸두라 착용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호 요원이 칸두라 착용 시 경호 활동에 있어 신체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더욱이 UAE 대통령경호사령부는 주짓수를 경호 요원들의 필수 훈련과제로 채택하고 있는데, 주짓수는 규정된 경기방식의 스포츠로서 다양한 위협과 공격으로부터 경호대상자의 신체·생명을 지킬 수 없는, 경호 무도로서는 다소 제한적인 면이 크다.
이에 SWOT분석을 통해 칸두라 착용 시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소를 파악해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 칸두라 복장이 갖고 있는 기회 부분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경호무도 개발을 위한 연구 방향을 설정했다. 칸두라 복장 착용 시 경호 활동에 미치는 제한사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현장 경호 요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충무도를 기초해 실전적으로 활용 가능한 경호 무도로 연구·개발키로 한 것이다.

① 최OO 과장이 직접 훈련복과 칸두라를 착용하고 차이점을 살펴보고 있다.
② 최OO 과장이 자녀의 도움을 받아 경호무도 동작을 촬영하고 있다.
맞춤형 경호무도는 △2018년4월 PSG 경호 무도 필요성 인식, 연구 및 개발 착수 △2019년11월4일 PSG 사령관 면담 시 경호 무도 개발 및 훈련 필요성 언급 △2019년12월 칸두라 착용 시 경호 무도 개발·문서화 시작 △2020년5월 경호부대 부대장, 참모 등에게 칸두라 착용 시 경호 무도 제안 △2020년 6월 PSG 훈련부서 책임자에게 칸두라 착용 시 경호 무도 매뉴얼 설명·제출 △2020년 7월16일 PSG 사령관에 경호 무도 매뉴얼(초안) 제출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최○○ 과장은 “현장 상황에 맞는 경호를 하는 것이 맞다고 UAE 측에 강조했고 1년 정도 고민하면서 개발 작업을 했다”면서 “결과물을 받아보고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줄 생각을 했냐’며 매우 놀라워하고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체육관(무도장) 사용통제와 인원접촉 불가로 약 4개월간 집에서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동작을 촬영하고, 교범을 제작했다. 함께 고생해준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역량 강화에도 기여
UAE 교관 파견은 대통령경호처의 역량 강화에도 긍정적이다. UAE는 막강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최신식 경호 관련 인프라를 흡수하고 있다. 경호관들은 파견 기간 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대통령경호처의 조직 발전을 위한 계기로 발전시키고자 다양한 역량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해외 각국의 경호기법을 접하면서 대통령경호처에 적용할 만 한 기법을 착안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UAE 파견 교관들은 △개인별·팀별 사격 측정 및 데이터 저장을 블루투스로 기반한 타이머와 프로그램 도입 △실전적 상황조성 및 피탄 체험이 가능한 전기자극 훈련용 조끼 도입 △실전적 훈련 상황 조성 및 신규 총기 도입에 대비한 페인트 훈련탄(UTM) 훈련 장비 추가 도입 △현장부서 운용 자동소총이며 개인 지급된 MP-7에 대한 정기 평가 도입 필요 △2025년 이후 완성차 업체의 내연 기관 차량 생산 중단에 따른 전기 방탄차 제작 대비책 강구 등을 제안했다.
UAE의 여러 교육훈련 시설을 경험한 파견 교관들은 경호안전교육원에 적용할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예컨대 교육훈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트레이닝 흉터(Training Scar)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기법을 개발하거나 훈련 집중도와 실전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신규 훈련 장비 도입과 훈련 기법 개발 같은 게 대표적인 예이다. 뿐만 아니라 사격장 개선을 통해 훈련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모색했으며, 현재 교육원의 실내 훈련장 기능과 규모를 넘어서는 다목적 훈련장 건설을 장기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교관 파견 제도의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파견 경험자들은 외국 경호 기관에서의 근무가 대통령경호처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국위선양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직 차원의 실질적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고용 휴직 제도를 활용한 직원 파견은 조직 인사 관리 측면에서 조직 정원을 증가시키는 장점 등이 있는 만큼 최대한 파견을 보내는 것이 조직에도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경호관은 “해외 파견 제도는 개인 뿐 아니라 조직에도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면서 “국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우리의 중요성과 현 위치도 알고, 더 노력할 것은 노력하고 바꿔야 할 것은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작용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학 전 경호관도 “파견을 가면 해외 교관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문화 교류는 물론이고, 외부 교관들과 서로 교류도 하고, 발전된 경호 훈련 장비 등 인프라를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조직 성과로 귀결… 파견 재개 기대 강화에도 기대
대통령경호처의 UAE 교관 파견이 개인의 선호도를 넘어서 기관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해외 경호기관 수탁교육에서 출발한 경호협력이 파견 교관을 통해 경호외교의 튼실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UAE 측 요청에 따라 현지 경호 교관으로 파견된 것을 비롯해 경호처의 노력과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UAE에 다녀온 파견 교관들이 “개인의 이색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조직의 성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나아가 교관뿐만 아니라 교수요원 파견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K-경호’가 임인년 ‘호랑이 기운’을 받아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