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대통령을 지킨 사람들
김녕만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에서 만난 우리들의 선배와 동료 경호관들

국군의 날 기념식 (1998.10.1)
사진작가 김녕만의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시에는 모두 열 분의 대통령이 담겨있는데, 그중 청와대출입기자로 근접해서 기록했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사진기자 초년 시절이던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장례행렬을 촬영한 것을 계기로 권력의 무상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수의를 입은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의 사진이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서는 작가의 렌즈에 포착된 대통령과 경호관 사진을 선별해 지상 전시한다.

최규하,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 (1991.11.11)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촬영한다. 그러나 이처럼 의미 있는 사진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종종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멋진 표정과 멋진 장면들로 채워진다. 그 이상의 메시지는 읽히지 않는다. 사진가로서의 관점을 견지하지 못한 채 눈앞의 장면을 담아내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한국 근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 함상에서 함장으로부터 작전상황 청취 (1994.9.12)
김녕만 작가는 시종일관 권력의 명과 암, 그리고 새옹지마처럼 반복되는 힘의 사이클에 집중해왔다. ‘남들과 다른 것을 기록하겠다’는 사진기자들의 일상적인 강박과는 다르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순간을 기다리며 한 장 한 장 작품을 빚어왔기에 하나의 전시로 완결될 수 있었으리라.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 (1998.2.24)
셔터를 누르는 것을 영어로 옮기면 shooting이다. 좋은 shooting이란 작가가 의도하고 예상하는 장면을 담아내는 것이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영어로 shooting이다. 마찬가지로 미리 예상했던 상황에서 의도한 바대로 명중시킨다면 좋은 결과인 것이다. shooting의 좋고 나쁨은 언젠가 다가올 상황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행렬 (2009.5.29)
작가는 사진집을 갈무리하며 ‘결국은 사진가의 의도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의도와 관심. 그 중 우리는 원동력이 되는 관심이라는 단어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작가가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권력자에 대한 관심을 가졌기에 모든 일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